소설리스트

28화 (28/125)

< 2006 독일 월드컵 - 4 >

독일 VS 아르헨티나 

이탈리나 VS 우크라이나 

잉글랜드 VS 포르투갈 

브라질 VS 프랑스 

데쿠와 코스티냐가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 절정의 기량에 오른 잉글랜드 대표팀과 마주하게 된 포르투갈 대표팀.  

스콜라리 감독이 들고 나온 플랜 B는 4-3-2-1의 전형적인 크리스마스트리 포메이션이다. 

이 포메이션에서 호날두는 1아래의 2를 맡았다. 

왼쪽 인사이드 포워드로 4-2-3-1보다 조금 더 중앙 지향적이면서 직접적인 득점을 노리는 역할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2골 2어시를 기록하며 벌써부터 골든 볼(월드컵 MVP) 후보로 뽑히고 있는 호날두를 팍팍 밀어주기로 한 스콜라리 감독이었다. 

이에 맞서는 잉글랜드는 지난 유로 대회에서 4경기 4골을 거둔 초특급 신성, 웨인 루니를 원톱으로 둔 4-1-4-1 대형을 들고 나왔다. 

데이비드 베컴과 프랭크 램파드, 스티븐 제라드, 조 콜의 미드필더진과 그 뒤를 받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오언 하그리브스. 

게리 네빌, 리오 퍼디난드, 존 테리, 애슐리 콜의 포백 라인은 가슴을 턱턱 막히게 할 정도로 탄탄 그 자체다. 

어느 한 포지션에서도 빠지는 멤버가 없으며 개개인의 기량은 오히려 포르투갈 대표팀보다 우월할 정도. 

확실히 이 때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은 10년 후와는 스쿼드 질적 측면이나 위용 등에서 차원을 달리했다. 

"오-! 크리스! 설마설마 했는데 이곳에서 너를 만나게 될 줄이야. 이건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어." 

"그러게 말이에요, 캡틴. 아니 이곳은 대표팀이니까 존이죠. 우리는 더 높은 곳에서 만날 수도 있었는데 아쉽게 됐어요." 

"그러게 말이야.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절대 봐주지 않을 거다. 이미 너의 드리블 패턴은 다 파악했다고!" 

"걱정 마세요. 저 역시 존의 뒷걸음질 패턴을 읽었으니까요. 어떤 팬 분이 ‘똥 참는 수비’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줬다죠?" 

마주치는 짧은 순간 호날두는 존 테리와 농담을 나누면서 웃었다. 

나중에 불륜 사건이나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르는 존 테리지만 같은 팀 동료로서는 꽤 믿음직스러웠고 친근하다. 

이런 면 때문에 첼시 라커룸에서 그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 반대편에서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인 데이비드 베컴과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인 루이스 피구가 멋들어지게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있었다. 

카메라 플레쉬가 여러 번 작렬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 전설적인 두 미드필더들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같이 뛰었고 지단, 호나우두와 함께 스타 군단을 상징하는 대명사 같은 선수들이 되었다. 

지금은 새롭게 불어온 물결들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이들의 빛나는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두 선수의 손을 맞잡은 장면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으리라.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뜨겁도록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날까?’ 

그런 생각을 호날두는 해보았다. 

삐이익-! 

휘슬과 함께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의 8강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모두 뛰어난 공격진들을 보유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수비에 더 강점을 보이는 팀들이다. 

잉글랜드의 철의 포백 라인과 비교하면 미겔-메이라-카르발류-발렌트는 분명히 이름값에서 쳐졌지만 탄탄한 수비조직력은 예선전 무패, 조별리그 전승, 16강전 무실점을 이룬 원동력이었다. 

이렇게 두 방패가 만났으니 경기는 방패끼리 부서져라 부딪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두 팀 모두 서로의 방패를 뚫어내지 못했고, 설령 틈을 만들어내더라도 골키퍼의 선방이 그 기회들을 잠재웠다. 

이름값만큼은 거의 최고였지만 경기 수준은... 그저 그랬다. 

잉글랜드는 역시 램파드와 제라드의 공존을 비롯한 멤버들의 팀워크가 삐걱거리는 것이 문제였고, 포르투갈은 새로운 전술 자체가 아직 몸에 익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거 참- 소문난 파티에는 역시 하품만 나오는구만. 으하아암~!" 

에이포트 축구 매거진의 기자 토밀은 눈물을 보이면서까지 하품을 해댔다. 

이번 월드컵에서 정말 엉덩이가 들썩일만한 명 대진들이 많이 나왔는데 어째서 경기의 질적 수준은 더 떨어지는지 모를 일이다. 

"베컴과 피구의 대결이라고 잔뜩 포장해 준 기사들도 미리 준비해왔는데... 미련 없이 싹 불태워버려도 되겠어. 이런 건 띄워봤자 속 터지는 경기기에 무슨 빗금을 치냐며 구독자들에게 욕이나 처먹겠지." 

"나참...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잘 보세요, 선배. 그가 이번에도 뭔가를 보여줄지도 또 모르잖습니까? 지난 ‘뉘른베르크 전투’에서도 그랬듯이 말이죠." 

"그래, 자알~ 보고 있다. 그래봤자 베컴과 피구가 잘하는 것보다 파급력은 떨어지겠지만." 

현재 축구계 최고의 인기스타는 단연 데이비드 베컴이다. 

전성기에서 많이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축구 선수들 가운데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의 빛나는 스타성 때문이다. 

수많은 기사들 중에서도 베컴의 이름이 나오면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고, 한 번을 더 보며, 한 번을 더 클릭한다. 

베컴이 활약해야 그 경기, 그 대회의 흥행이 산다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잉글랜드 VS 포르투갈의 대진이 완성되자마자 베컴과 피구의 대결 구도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이들은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월드컵에서 투혼을 불사 지르는 대활약을 하며 팀을 이곳까지 올렸다. 

그런데 정작 그 투혼의 정점을 찍어야 할 8강전에서 둘 다 이렇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아직 저 둘에 비하면 애기지, 애기." 

"발롱도르를 두 번이나 받은 선수를 애기라고 표현하는 건 선배가 유일할 겁니다. 그가 얼마나 인기 있고 스타성이 넘치는데요. 포르투갈에서는 호날두 이름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숫자가 옛 저녁에 피구를 넘었다고요." 

툴툴거리는 후배, 제킨스의 말에 토밀은 가소롭다며 웃었다.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스타는 아니지. 호날두가 분명 피구를 넘었을지라도 그에게는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스토리’가 없잖아? 피가 튀는 라이벌 구도가 있어, 아니면 최대의 경쟁 팀으로 가는 충격적인 스토리텔링이 있어? 선수로서는 대단하지만 외적으로는 너무 심심해. 콜걸들 불러서 방탕하게 노는 탕아였다면 또 몰라. 화제성이 없어, 화제성이.“  

"에이, 그건 사생활 파대는 ‘더 썬’ 기자들이나 좋아할만한 떡밥이고, 축구 선수는 축구만 잘하면 되죠. 근엄한 척 잔뜩 무게 잡는 평론가들이 호날두의 두 다리를 그렇게 찬양하는데 선배 혼자만 이상한 스토리를 찾습니까? 압도적인 기록 파괴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역대급 플레이! 그게 바로 호날두의 스토립니다." 

"쯧쯧쯧, 그러니까 네가 아직 어리다는 거다." 

훈계하듯이 하는 선배의 말에 제킨스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지만 대들지는 않았다. 

토밀은 언제든지 실장 이상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자였지만 현장 뛰는 것이 워낙 좋아서 그러지 않는 사람이었고 능력이 좋은 만큼 페이도 세게 받는다.  

여러 에이전트사와의 인맥도 좋아서 오만한 그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좋을 게 하나 없었다. 

"축구의 상업화는 지금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지. 안 그래도 중계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중인데 이제 인터넷 세상까지 맞이했으니 날개를 단 듯 순풍을 타는 것은 당연지사. 축구 팬들은 이제 더욱 쉽게 축구 경기를 볼 수 있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접할 수 있게 되었어. 이런 시장의 파이가 커질수록 단순히 축구만 잘하는 선수보다는, 축구도 잘하면서 상품성, 화제성, 스타성을 갖춘 선수들이 각광받게 받게 될 거라니까? 호날두는 차세대 월드 스타가 될 선수지만 아직은 베컴에 비할 수는 없지. 화제성이든 스타성이든." 

'참나, 화제성이 밥 먹여주나? 결국 논란거리가 없어서 심심하다는 소리를 이런 식으로 하네.' 

"네네, 선배 말이 다 옳습니다! 다 옳아요! 그러니까 스포츠 기자답게 8강 경기에 집중하죠!" 

잘난 척 떠드는 선배의 말에 대충 대꾸해 준 제킨스는 이후 경기 수준에 상관없이 집중을 잃지 않았다. 

그의 눈은 평소 눈여겨보는 선수, 크리스티안 호날두에게 꽂혀있었다. 

선배인 토밀은 스타성이 어떻고를 떠들어대며 호날두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지만, 제킨스의 눈에는 호날두만큼 실력과 스타성을 다 갖춘 선수는 없었다. 

그는 분명 데이비드 베컴보다 더 위대하고 인기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전반전이 끝났고 이제 후반전이 시작한지 약 15분이 지났음에도 양 팀 모두 득점이 없다. 

호날두는 공을 차고 달리는 움직임이나 측면 쪽으로 몰고 가는 드리블을 통해서 어떻게든 찬스를 만들려고 했지만, 지금은 잉글랜드의 선수들 전체가 호날두를 집중 견제하고 있는 상황. 

호날두에게 압박이 이렇게 몰리면 상대적으로 느슨한 다른 포르투갈 선수들이 뭔가 도움을 줘야하는데, 지난 경기의 여파인지 피구는 유효 슈팅을 때리질 못했고 원톱인 파울레타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잉글랜드가 잘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램파드는 문전 앞 찬스를 그 답지 않은 소녀 슛으로 기회를 한두 번 놓친게 아니고, 세트피스 골 제조기인 퍼디난드의 헤더 슛은 계속 골키퍼 정면으로만 향해 잉글랜드 응원단을 탄식에 빠트렸다. 

위협적인 모습을 계속 만들어내지 못하던 베컴은 부상으로 교체, 잉글랜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웨인 루니는 계속 헛발질만 하는 중. 

‘양 팀 모두 수비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취소! 그냥 공격 전개 자체가 허술 하구만. 램파드는 오늘 정말 최악이고.’ 

경기에 대한 냉정한 비평을 하면서 제킨스는 타자를 두드렸다. 

핵심 선수인 데쿠가 빠진 포르투갈은 정말 부실해보여서 전체적인 볼의 점유와 배급, 찬스 메이킹 등을 호날두 혼자서 상당부분 담당하고 있었다. 

호날두에게 많은 역할이 주어지다보니 그의 파괴력도 상당부분 감소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다른 건 얼추 되는데 끔찍한 결정력이 문제였다. 

루니, 램파드, 조 콜, 래넌 모두 몇 개의 찬스를 놓친 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발암이었다. 

만약 베컴이나 조 콜의 자리에 호날두가 있었다면? 

경기는 잉글랜드의 압승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호날두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오늘 경기, 그에게는 너무 많은 짐이 주어지고 있다. 이는 포르투갈의 전술적인 실패 또는 데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를 뽑아두지 않은 스콜라리 감독의 실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로 쓰면 되겠네.’ 

월드컵에서 연장전,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면 설령 이기더라도 다음 라운드의 팀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월드컵은 챔스와 달리 일정 자체가 워낙 타이트해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경기... 이대로라면 연장 갈 것 같았다. 

이제 잉글랜드에 대한 문제점을 나열하려는 제킨스는 주변의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오 마이 갓! 설마...!" 

“Shit the Fuck!" 

"어허.... 저건 잘못하면 다이렉트 퇴장이겠군." 

토밀은 혀를 쯧쯧 차면서 말했다. 

볼 경합 도중, 넘어진 포르투갈 센터백인 카르발류가 끝끝내 공을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자, 웨인 루니가 그의 사타구니를 밟아버린 것이다.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카르발류를 가리키면서 주심에게, 루니가 끔찍한 반칙을 범했음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분노한 루니가 호날두를 세게 밀치자, 호날두는 루니에게 강하게 몸을 부딪치면서 노려보았다. 

맨유와 첼시에서 사이가 안 좋기로 소문난 두 선수가 이렇게 대립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나마 둘 모두와 친분이 있는 램파드와 존 테리 등이 적극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 중재를 했기에 갈등은 잦아들 수 있었다. 

“저 둘이 무슨 말을 했는지가 궁금하네요.” 

“뻔하지~ 뭐. 욕이나 조롱뿐이 더하겠어. 리그 내에서도 앙숙으로 유명한 두 명인데.” 

아무튼 루니의 행동은 고의성이 다분한 반칙이었고 주심은 그에게 레드 카드를 뽑고 퇴장을 선언했다. 

0:0 상황에서 이것은 거대한 변수가 되기 충분했다. 

웨인 루니는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보였지만 원톱 스트라이커로서의 강력함과 돌파력으로 포르투갈 수비진영을 위협시키는 핵심 자원이었다. 

그런 자원이 나가떨어졌으니 잉글랜드 대표팀은 일련의 사태에 술렁거렸고 빈틈이 생길 수밖에. 

이 시대 최고의 크랙인 호날두에게 그것은 먹잇감이었다. 

[공을 몰고 달리는 크리스티안! 루니가 퇴장 당했기 때문에 잉글랜드 진영에 선수가 적습니다! 플립 플랩으로 간단하게 하그리브스를 제치는 크리스티안!] 

[첼시의 질주하는 야생마가 이제는 잉글랜드 골문을 향해 돌진합니다! 오늘 경기 그 어느 때보다도 위협적입니다!] 

메이라의 롱 패스를 놀라운 스피드로 쫓아서 캐치하는 호날두. 

하그리브스를 개인기로 제친 호날두는 바로 중거리 슛을 갈기지 않고 오히려 반대편 윙 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깔끔하게 날아간 크로스를 받은 선수는 바로 오늘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파울레타.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파울레타가 등을 지고 공을 받으며 존 테리와 몸싸움을 하는 사이 호날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페널티 안쪽으로 달려왔다. 

최고 경계대상이 위험위치에 다다르자 잉글랜드 선수들은 기겁을 하며 호날두에게 달려들며 전 방위적인 압박을 펼쳤다. 

하지만 포르투갈 대표팀의 진짜 주포는 호날두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침투하는 호날두에게 온 정신이 쏠려서 라인 안쪽으로 파고드는 또 다른 선수를 파악하지 못한 잉글랜드 선수들. 

호날두가 잉글랜드의 수비진들을 질질 끌고 다니는 사이, 파울레타가 띄운 공중 볼에 머리를 가져다 대는 선수는. 

바로 포르투갈 대표팀의 캡틴, 루이스 피구였다. 

멋진 헤더 슛은 그토록 터지지 않았던 골을 터지도록 만들었다. 

"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마냥. 

괴성비명을 질러대며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피구. 

완벽한 골로 모든 오늘 경기 내의 부진을 싹 씻어버리는 피구였다. 

중요한 순간에 터진 황금 같은 골의 기쁨에 미쳐 날뛰는 포르투갈 선수들이 그 뒤를 쫓아 함성을 질러댔다.  

경기장 안의 포르투갈 국기는 휘황찬란하게 펄럭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응원단만이 기뻐하지 못하고 넋을 잃어버린 듯이 굳어있을 뿐이다. 

"방금 보셨어요, 선배!? 다시 봐도 진짜 기가 막힌 골이었습니다!" 

"봤지. 근데 너는 조국이 지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오냐?" 

"에이, 선배가 ‘기자는 나라보다 소재! 경사보다 특종!’ 이라고 알려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그래. 아주 자알~ 배웠다." 

                                            

후덕하게 웃는 토밀을 두고 제킨스는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렸다. 

방금 전의 아주 인상적인 플레이와 감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글로 옮겨 넣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 내내 무기력했던 베컴과 피구. 

하지만 하늘은 피구를 선택했다. 

불운한 부상으로 마지막 월드컵이 이렇게 저문 베컴과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피구는 결국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또 여기에는 주의를 잔뜩 끌면서 간접적으로 피구를 도운 호날두의 공도 적지 않았다. 

"대충 이렇게 쓰면 되겠네요. 더 이상 득점은 안 나오겠죠?" 

"흠, 그래 보이네." 

"그러면 경기 종료 직후 바로 올리면 되겠네요. 첫 번째 타이틀(가장 먼저 올라가는 기사)은 분명 저희 겁니다. 아, 혹시 모르니까 점수대 별로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내용을 집어넣어야겠네요." 

"허허, 선생보다 학생이 낫구만!" 

                                                                                                                     

킬킬거리며 웃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전부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토밀과 제킨스. 

그제서야 이곳이 잉글랜드 응원석이라는 것을 깨달은 둘은 고함치는 이들을 피해 부리나케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 2006 독일 월드컵 - 4 > 끝

ⓒ 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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