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 독일 월드컵 - 5 >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2:0, 포르투갈의 승리였다!
1:0에 경기 종료 3분 전, 호날두의 마지막 쐐기 골까지 작렬하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완전히 침몰시키는데 성공한 포르투갈 대표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피구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 걸 본 호날두는 고개를 슬쩍 돌려 모른 척 해주었다.
다른 포르투갈 선수들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제서야 오늘의 성과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번의 경기.
준결승전, 그리고 결승전.
이 두 고비만 넘기면.... 포르투갈은 사상 최초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정말 꿈에만 그리던 월드컵 우승에 한발 다가간 것이다.
저돌적이고 투쟁적인 성격을 오늘 마음껏 발산하고 퇴장당한 웨인 루니.
그는 경기 도중 호날두와도 여러 번 부딪치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었다.
그런 루니가 어린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자신의 퇴장으로 하여금 잉글랜드가 떨어지게 되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베컴, 네빌 같은 선배들이 애써 그를 달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존 테리 역시 조용히 눈 주변만을 쓸면서 눈물을 감추었다.
패배한 이들은 저렇게 아플 수밖에 없다.
아마 준결승전에서 패배하면 저것보다 더 아플 것이고, 결승전에서 패배한다면 평생 잊혀 지지 않는 화인으로 남겠지.
우승 트로피를 향한 도전이란 그런 것이다.
높은 단계에 올라갈수록 우승이라는 꿈에 대한 희망을 키우지만, 탈락했을 시의 아픔과 상실감의 크기는 그에 비례하듯 커진다.
승자는 단 한 팀.
나머지는 전부 패배자가 된다.
"....우리도 저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음 경기에는 더 잘합시다, 반드시."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 내 영혼을 모조리 불태우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결승 무대를 밟을 거다. 난 이 대회에 선수로서의 모든 것을 걸 거야."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표정의 피구.
은퇴를 앞둔 레전드의 마지막 우승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깊고 지독할까.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피구가 이제는 월드컵 우승, 단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준결승전에 오른 피구의 집념은 이제는 절박함까지 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위해서, 포르투갈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이다.
이곳은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 월드컵이니까.
‘호날두의 이름으로 반드시 월드컵을...!’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
잉글랜드 0 VS 2 포르투갈
포르투갈 4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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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의 대잔치! 이제는 진정한 혈투만이 남았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의 8강전이 모두 끝났다.
우승컵을 노리는 네 팀은 '유럽 4강'으로 좁혀졌다.
그 명단은 전차 군단 독일과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레볼뢰 군단 프랑스, 그리고 유럽 선수권 대회 우승팀인 포르투갈이다.
이들은 각자의 치열한 승부 끝에 살아남아 ‘꿈의 무대’를 향한 힘찬 발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한 시간 전, 준결승전의 대진은 독일 VS 이탈리아, 프랑스 VS 포르투갈로 결정났다.
이제부터 진짜 진검 승부다.
예로부터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기는 명실상부한 창과 방패의 대결로 이름이 높았는데 이번 준결승전도 그와 비슷하리란 예상을 할 수 있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무려 5골을 집어넣은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3골을 넣은 루카스 포돌스키의 득점포가 건제하다.
이 강력한 두 개의 주포를 장착한 독일은 개최국의 이점까지 얻어 브라질이 탈락한 지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중이다.
이에 맞서는 이탈리아는 역대 가장 완벽한 ‘카테나치오(빗장 수비)’를 선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조별리그에서 미국전 자책골을 제외하면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상대를 질식시키는 압도적인 수비능력을 선보이는 이탈리아가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독일을 어떻게 상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이탈리아가 독일에 5승 5무 3패로 앞서고 월드컵 상대전적 역시 2승 2무로 확실한 우위에 있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준결승전 역시 위와 다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중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지네딘 지단과 루이스 피구는 분명 시대를 대표했던 최고의 미드필더로서 비교되었다.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지단은 조별리그의 부진을 씻고 16강 스페인 전에서 비에라와 함께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을 상대로 원맨쇼를 펼치며 8강전 MOM을 받았다.
폭발적인 돌파와 정밀한 크로스가 일품인 피구는 호날두와 함께 지난 유럽 선수권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었는데 이번 16강, 8강 경기에서도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마지막 월드컵 트로피까지 노리는 중이다.
크리스티안 호날두와 티에리 앙리, 프랭크 리베리의 대결 역시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다.
많은 전문가들의 두 노장들의 활약에 기대하면서도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실질적인 어린 에이스들의 퍼포먼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기는 7월 4일,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경기는 그 다음날인 7월 5일 치러진다.
과연 왕좌를 향한 마지막 발 돋음을 내딛는 팀은 누가될 것인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
- 나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가장 기대된다! 과연 전차 군단은 이번에도 아주리에게 무릎을 꿇을 것인가!
ㄴ 독일의 홈이니 또 모르지. 만약 돈이 있다면 독일에게 걸겠어.
- 포르투갈 대신에 잉글랜드가 올라갔으면 역대급으로 재미난 대진이었을 텐데... 쩝, 아쉽다.
ㄴ 축구는 결과로 말한다. 결과적으로 포르투갈이 더 강팀인 것.
ㄴ 잉글랜드는 거품이야... 실속이 전혀 없어.
ㄴ 베컴의 팬들만 그렇게 생각하겠지ㅋㅋ
- 나는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지단과 피구의 대결이라는 것에서 공감이 안가. 이 둘은 과거 최고의 선수였던 것은 맞지만 지금은 아니지. 호날두와 앙리의 대결이라고 봐야함.
ㄴ 그것도 아니야. 호날두는 맞는데 앙리가 국가대표 경기에서 얼마나 못했는데. 내가 볼 때는 그냥 호날두와 프랑스의 대결 같아.
-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결승에서 만난다에 한 표!
- 난 독일과 포르투갈이 결승에서 만난다에 한 표~
- 그나저나 피구나 지단은 모두 각자의 라이벌들을 꺾고 올라갔네. 지단은 호나우두를, 피구는 베컴을 이겼잖아.
ㄴ 오! 그러고 보니...!
ㄴ 이제 지단과 피구 중에서 진정한 1인자를 가리는 것인가?
ㄴ 이미 지단이 1인자지ㅋㅋ 그냥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를 겨루는 장이 될 듯.
ㄴ 다 이기고 이탈리아가 우승할 수도 있다구~
- 확실히 과거에 취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 지단, 피구? 둘 합쳐도 호날두가 더 잘해. 둘 다 전성기로 돌아와도 호날두보다 못할 걸?
ㄴ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있네ㅋㅋ
ㄴ 일단 호날두는 월드컵 우승부터...
ㄴ 나도 호날두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네 말투는 마음에 안 든다. 지단과 피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있잖아.
ㄴ 전문가들도 결국 호날두를 비롯한 젊은 에이스들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어. 상징적인 의미에서 지단과 피구를 예로 든거지.
- 우승 배당률은 독일이 제일 낮네? 과연 그들의 예측이 맞을지 지켜보겠어ㅋㅋ
=
이탈리아 VS 독일
프랑스 VS 포르투갈
네 국적에 속한 과거의 전설들과 미래의 전설들이 나란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참을 느꼈다.
해외축구 중계를 오랫동안 보았던 '정지우'에게 이건 거의 꿈의 무대였다.
클로제, 발락, 슈바인슈타이거, 람, 슈나이더가 이끄는 독일.
부폰, 칸나바로, 피를로, 토티, 루카 토니, 델 피에로의 이탈리아.
비에라, 마케렐레, 리베리, 앙리, 지단의 프랑스까지.
그야말로 전설들의 라인업, 전설들의 마지막 결투가 아닐 수 없었다.
독일을 상대로 월드컵 무패 기록을 이어나가는 이탈리아와 이번만은 결코 질 수 없다는 의지로 맞붙은 개최국 독일의 준결승전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세기의 미드필더 지단과 피구의 대결로도 불리는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준결승전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지단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단연 이 시대 최고의 미드필더였고 그에 대항하는 2인자 포지션은 피구의 차지였다.
그런 이 둘이 조국을 이끌고 월드컵 결승전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맞붙게 되었으니 어찌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미래의 축구 팬들을 위한 비교로 예시를 들자면, 마치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과 같다 보아도 될 것이다.
[루이스 피구, '지단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이자 가장 의지하고 싶은 동료. 그는 언제나 내 앞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를 넘어서겠다.']
[지네딘 지단, '피구와 함께 뛴 세월들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은 슬프지만 나는 프랑스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이탈리아가 연장전 끝에 개최국 독일을 꺾고 결승 진출을 이뤄낸 다음날.
포르투갈과 프랑스, 피구와 지단의 대결이 이제 막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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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이 이끄는 레블뢰 군단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철저하고 자세한 분석을 해온 스콜라리 감독.
주전 국가대표 선수인 데쿠와 코스티냐에 대한 징계도 끝난 상황이라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멤버와 최선의 전술, 포메이션을 꾸려서 대적 프랑스와의 일전을 준비했다.
"언론에서는 지단을 무슨 마라도나 마냥 띄워주고 있지만 너무 그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그는 대단한 플레이메이커지만 이미 늙고 병들었어! 지금은 루이스(피구)가 훨씬 낫지."
"오히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선수는 앙리와 리베리야. 리베리의 빠른 속도와 앙리의 득점력을 우리는 경계해야 해."
지단을 깔아뭉개면서 피구의 위상을 살려주는 스콜라리 감독이다.
아무리 국대에서는 클럽만 못하다고 해도 앙리는 앙리.
그의 결정력과 찬스 메이킹 능력은 언제나 경계해도 모자랐다.
스콜라리는 카르발류에게 앙리에 대한 대인 마크를, 코스티냐에게는 지단의 견제와 볼 배급의 방해, 그리고 호날두에게는 적절한 수비 가담과 리베리의 견제 및 역습의 시작점을 맡겼다.
호날두는 현재 골든 볼의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3골을 넣으면서 골든 슈(월드컵 득점왕)의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수비 가담을 지시한 스콜라리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호날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개인의 수상은 팀의 승리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것이다.
포르투갈 대표팀
파울레타
호날두-데쿠-피구
마시니-코스티냐
발렌트-카르발류-메이라-미겔
히카르두
프랑스 대표팀
앙리
말루다-지단-리베리
마케렐레-비에라
아비달-갈라스-튀랑-사뇰
바르테즈
갈라스와 마케렐레는 호날두와 같이 첼시에서 뛰는 동료다.
호날두와 카르발류는 이 둘에게 먼저 다가가 아는 척을 했고 긴장을 푸는 대화를 나누었다.
마케렐레는 호날두에게 간지럼을 태우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절대 지지 않겠다. 너는 내가 막겠다.’ 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 중의 프로였다.
호날두 역시 그건 마찬가지였지만.
"이젠 정말 첼시에서 나가고 싶어."
정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짜고짜 호날두에게 이렇게 말하는 갈라스.
갈라스는 세리에 A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그곳에서 뛰고 싶다며 언제나 말해왔다.
그는 결국 이적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첼시는 이 뛰어난 선수를 내보내고 싶어 하지 않아서 반려되었다.
"난 지금 첼시에서 행복하지 않아. 크리스, 가능하다면 네가 아브라모비치에게 나에 대한 이적을 승인해달라고 말해주겠어? 네 말이라면 분명히 보스와 구단주도 생각을 바꿀 거야."
"음... 미안하지만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래.... 그렇구나."
첼시의 최고 핵심 선수 호날두라면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구단과는 냉각기를 걷는 중이었고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채 스스로의 위상을 이용해서 갑질하는 것은 호날두의 성격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 잘 될 거에요, 윌리암. 지금은 경기에만 집중하죠. 서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흐흐, 좋아, 크리스. 오늘 아주 꽁꽁 묶어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줄게."
다시 밝은 모습을 찾는 갈라스였다.
역시 단순한 성격 탓에 왔다 갔다를 잘한다.
지단과 피구가 반갑게 악수하면서 서로를 껴안는 장면은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진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둘은 함께 뛰면서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레알 마드리드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대표한 스타 선수들이었다.
"이제 다음 세대의 저 자리를 물려받게 되는 사람은 크리스, 네가 될 거야."
축구화의 끈을 조이고 있는 호날두.
카르발류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그 이상입니다. 캡틴과 지단은.... 최고의 선수들이었지만 저는 그들을 뛰어넘을 겁니다."
< 2006 독일 월드컵 - 5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