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07시즌 - 2 >
'드록바도 어떻게 보면 참 영악하다니까.'
루이스 수아레즈처럼 규칙을 악용할 줄 안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첼시 초창기 그의 별명은 ‘다이버’였다.
건들지도 않았는데 다이빙하듯이 넘어져서 페널티를 요구한다면서...
레딩 선수들과의 거친 볼 경합 싸움으로 두 명이나 실려나간 첼시.
아무리 레딩이 거친 축구를 즐겨한다지만 이쯤 되니 저들도 마음속으로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침투하는 호날두에게 적극적으로 밀착하여 몸싸움을 하지 못했고 사포 같은 동작에 걸려들어 핸드볼이 선언된 것.
운이 따라줬지만 결국 드록바의 생각대로 된 모습이다.
페널티 킥을 내주게 된 스티븐 헌트는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였고 첼시 선수들은 그 모습을 보며 고소하다 생각하는 중이다.
"이-예스! 이렇게 완벽하게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역시, 우리 크리스! 너의 발재간 기술은 정말 대단해."
"이 정도는 기본이죠, 이건 디디에가 시작한 일이니 디디에가 끝마치세요."
"어? 내가 차도 되겠어? 너, 이번 시즌에도 득점왕 경쟁해야지."
지난 시즌 앙리를 제치고 득점왕에 오른 호날두는 2연속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노리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어깨만 으쓱였다.
"뭐, 좋아. 도중에 마음 바꾸지 말라고."
"얼른 차기나 해요."
드록바의 페널티 킥은 당연히 성공했다.
키스 세레머니를 하면서 첼시 원정 팬들 앞에서 미끄러지는 드록바.
호날두는 웃는 얼굴로 조용히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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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딩은 이후 수비를 도외시 한 채 ‘닥치고 공격’ 전술로 나왔다.
하지만 첼시는 실점에 대한 여지를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전원 수비, 텐백으로 맞섰다.
인사이드 포워드인 호날두는 물론이고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드록바까지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서 레딩의 공격을 철저히 막았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인 골키퍼로 뛰는 그들의 캡틴, 존 테리를 위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해주고 싶어서였다.
퍼억-!
"우리의 캡틴 잘한다!"
"멋진 선방이야, 존!"
“이야~ 골키퍼가 전혀 필요 없는 걸?”
존 테리가 멋진 선방으로 레딩 공격수들의 공을 쳐낸다.
호날두를 비롯한 첼시 선수들은 그 모습을 보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배려를 느낀 존 테리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젓는다.
첼시가 앞서가는 꼴이 싫었는지 레딩의 홈에서 끊임없이 야유가 터져 나왔음에도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기는 밝고 활발했다.
두 골키퍼가 끔찍한 부상을 당해 실려 나갔지만 선수들 간의 단단한 결속력을 확인한 이들의 사기는 오히려 올라가는 중이었다.
첼시의 원정 팬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첼시는 이날 레딩을 2:0으로 꺾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호날두가 행했던 시의 적절한 행동들은 많은 화제를 낳게 되었다.
=
[크리스티안 호날두, 위험에 처한 팀 동료를 살리다!]
스티븐 헌트와의 충돌로 쓰러진 체흐.
체흐가 입은 부상은 두개골이 부서지면서 뼈가 눌리게 된, 아주 끔찍한 것이었다.
구급차의 호송을 받아 기절한 상태의 체흐를 확인한 의사들은, 조금만 더 뼈가 깊게 눌렸으면 정말로 목숨이 위태로웠을 것이라며, 체흐가 당한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떠올렸다.
호날두는 부상을 당한 체흐를 선수들이 함부로 만지지 못하도록 했고 빠르게 구급차를 불러서 전문적인 긴급대처가 내려지도록 조치했다.
의사들은 이 호날두의 선택이 체흐의 부상 악화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생명까지 구할 수 있었다면서 극찬했다.
휠체어가 아닌 들것으로 머리 부분을 안정시키고 급히 구급차를 불러 경기를 중단시킨 호날두의 선택이 체흐의 부상 악화를 막았다고 극찬했다.
이날 체흐와 헌트와의 충돌을 목격한 호날두는, 동료 선수의 부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눈치 챘다.
계속 진행하라는 심판에게 경기를 중단시키라 요구하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체흐에게 절대 안정을 취하게 하였다.
특히 어깨를 흔들어서 의식을 확인하려는 동료 선수들을 막은 것과 후송이 조금 지연되더라도 휠체어 대신 머리를 고정할 수 있는 들것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그 상황에서 최고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후 구급차가 드레싱 룸을 통과하지 못하자 안전요원들에게 들것을 준비시켜서 체흐를 구급차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도록 주도한 것도 바로 호날두였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호날두는 마데스키 스타디움과 레딩 구단의 의료 대처 능력에 날카롭게 비판했다.
'페트르가 부상을 당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건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판을 비롯한 경기 진행 요원들은 그런 페트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고 그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서게 된 것이다.'
‘구급차가 드레싱 룸을 통과하지 못했다. 내가 듣기로 다친 선수나 관중들에 대한 신속한 후송을 이뤄지기 위해서 드레싱 룸의 입구는 구급차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커야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곳 경기장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다친 선수를 온전
히 후송시킬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렇게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나 규범조차 지켜지지 않은 경기장에 어떻게 FA의 허가가 내려진지 모르겠다.’ 며 부상 이후 레딩의 상황 대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페트르의 빠른 회복을 빌지만 그가 절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지만 그보다 동료로서의 우정과 같은 선수로서의 동업의식이 먼저다. 첼시는 충분히 강하다. 몸을 온전히 회복시키고 복귀한다면 모두가 박수를 쳐
주며 맞이해줄 것이다.' 라며 말을 마쳤다.
이날 경기에서 체흐의 교체 선수로 나선 쿠디치니 역시 레딩의 수비수인 송코와의 충돌로 기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쿠디치니는 체흐와 달리 심각한 부상이 아닌 단순 뇌진탕으로 현재 병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다음 경기에서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 전망된다.
첼시의 두 골키퍼를 부상시킨 레딩에게 무리뉴 감독은 역시 레딩과 그 관중들을 향해 아주 강한 비판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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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난 경기를 보면서 소리를 질러야했어 미친놈이 체흐를 거의 죽일 뻔했잖아! 도대체 왜 이런 것에는 징계를 내리지 않는 거야?
ㄴ 고의가 아니라고 FA는 판단하는 모양이지. 누가 봐도 살인적인 행위였는데.
ㄴ 슈퍼꼰대집단인 FA는 자기들의 권위에 손상된 일이 아니면 징계를 때리지 않아. 오히려 FA의 승인 기준을 비판한 호날두에게 징계가 갈지도 모르겠는걸.
ㄴ FA는 해체가 답이야. 축구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 돼.
- 제목 그대로 크리스티안의 빠른 대처가 거의 체흐를 살린 셈이 되었네.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수야. 계속 첼시에서 뛰어줬으면...!
- 체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데... 고맙다, 크리스! 네 레플리카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었어.
- 레딩 선수들과 감독, 관중들까지 하나같이 뻔뻔한 거 봐라. 선수가 다쳤는데 경기 진행 안하냐고 소리 지르는 거 봤지? 무리뉴가 괜히 화내는 게 아니야.
ㄴ 저런 마음 심보를 가지고 있으니 평생 하위권 팀이지. 평생 그 수준을 벗어나지 말기를
ㄴ 쯧쯧... 더럽다 더러워. 다음 시즌에 확 강등이나 당했으면 좋겠네.
ㄴ 스탬포드 브릿지에 오기만 해봐. 야유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 나 이 경기 직관했는데 체흐 부상당할 때 되게 묵직하면서 끔찍한 소리가 났어. 근데 호날두 빼고는 아무도 경기 중지 시키려고 안하더라. 공을 찬 소리라고 생각했나?
ㄴ 만약 호날두가 지금 같은 세계 최고 선수가 아니었다면 저 심판 놈은 분명히 쌩 까고 진행했을 겁니다. 유럽 최고 리그라는 EPL 수준이 이럽니다.
ㄴ 비디오 판독 결과, 레딩의 한 놈은 그런 호날두한테 왜 시간 끌면서 오버 하냐고 뭐라 했다더라. 진짜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은 내쫓을 수 없나?
ㄴ 잘 모르고 한 것 같은데 쓰레기라뇨...
ㄴ 잡았다, 이 쥐새끼 같은 레딩의 첩자새끼!
ㄴ 여기는 첼시 팬 포럼이야! 니네 소굴로 꺼져!
- 페트르의 완쾌를 빕니다. 다음 시즌에는 복귀가 가능했으면 좋겠네요.
-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커. 체흐가 꼭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좋겠고... 역시 호날두는 우리 첼시의 보배야.
- 호날두도 화가 잔뜩 난 모양이야. 체흐의 부상을 비웃은 놈만 죽어라고 패는데 울 것 같더라ㅋㅋ
ㄴ 보는 내내 속이 시원~~! 역시 축구 선수는 축구로 말하는 법.
ㄴ 역시 월드컵 스타답다! 내가 이래서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어.
===
호날두가 동료 선수를 살렸다, 그의 대처가 방만한 축구 리그 안전상태에 경종을 울렸다라는 훈훈하면서 의미 있는 기사가 잉글랜드 전역에 나돌고 있는 시점.
하지만 호날두는 거기에 전혀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저...정말...!? 정말이야, 케슬린?"
"맞아요..."
웃는 얼굴로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케슬린.
호날두는 그저 멍했다.
"내가.. 내가 아빠가 된다니...! 오, 정말... 정말 믿겨지지가 않아! 세상에, 내가 아빠가 된다니!!"
"요즘 입맛이 너무 변해서 병원에 가봤더니... 이제 4주래요."
감격한 호날두는 그저 케슬린은 꼬옥 껴안고 키스했다.
그리고 케슬린의 배에 손을 가져다댔다.
자신과 케슬린의 피를 이어받은 작은 생명이, 이 곳에서 피어난다고 생각하자 더없이 거룩함이 느껴졌다.
"우리들의 부모님들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셔?"
"아니... 크리스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어서요... 아직 말씀 못 드렸어요. 죄송스러워서..."
"아니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케슬린..! 너는 정말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케슬린과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다.
이 소식 하나만으로 세상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이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했다.
"나... 좋은 아빠가 될게. 정말로 좋은 아빠가 되어서 우리 아기가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거야."
"고마워요, 크리스.... 저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우리 아기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기가 될 수 있도록..."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케슬린.
그녀를 끌어안은 호날두 역시 살짝 눈을 붉혔다.
아주 잠시 동안 고아였던 '정지우'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버린 부모....
그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생각도 없지만.
아기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고 벅차오르는데 어떻게 자신들의 아이를 버릴 생각을 했을까.
'내가 사랑을 못 받았던 만큼... 더 사랑해 줄게. 건강하게만 태어나 줘.'
호날두는 한참동안이나 케슬린의 배를 정성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녀의 울음이 멈추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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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번 시즌 맨유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반드시 이즈(Yids, 토트넘)놈들을 꺾어서 승점 격차를 벌려 놔야해!"
이제껏 첼시는 언제나 리그 초반부터 1위를 달렸고 계속 독주하며 우승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맨유도 그에 못지않았다.
그들의 성적은 첼시와 같은 8승 1무 1패로 승점이 같았다.
게다가 상대팀은 첼시의 지역 라이벌인 토트넘 핫스퍼.
이런 더비전에서 지면 사기도 꺾이고 맨유에게 순위도 밀린다.
절대 질 수 없는 경기였다.
"우리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전력으로 나갈 거다.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해라. 다른 모든 경기에서 져도, 이 경기만큼은 절대로 져서는 안 돼!"
단호하기까지 한 무리뉴의 말에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인 점은, 챔피언스 리그의 숙적이기도 한 바르셀로나를 꺾음으로서 첼시의 기세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
첼시는 이번에도 바르셀로나와 같은 조에 편성되었는데 두 번의 경기에서 각각 1:0, 3:2로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를 거의 확정지었다.
토트넘전의 포메이션은 4-4-2 다이아몬드 형태로 주전 미드필더인 발락, 마케렐레, 램파드, 에시앙을 모두 사용하기 위한 무리뉴의 수였다.
투톱으로 호날두와 드록바가 서는데 호날두는 살짝 왼쪽에 치우진 세컨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게 되는 비대칭 진형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호날두는 불편함을 느꼈다.
"보스, 저는 윙어나 인사이드 포워드 자리에서 가장 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프랭크가 있으면 쳐진 스트라이커와 동선이 겹칠 텐데요."
"미안하다, 크리스티안.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더프가 나갔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양 윙 전술만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널 뺄 수는 없잖니? 그나마 이게 최선이야."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는 무리뉴의 말에 호날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자를 구하지 않고 더프를 판 것은 미친 짓이었다.
첼시 역습 전술의 핵심은 바로 발 빠른 윙어다.
이들이 스위칭 플레이를 해주면서 역동적으로 드리블 돌파와 전방 볼 배급을 해주었기에 빠르고 강한 역습 플레이가 가능한 것.
윙어가 사라지면 역습의 칼날이 무뎌지고 이는 무리뉴의 탄탄한 수비 전술도 빛을 보기 어렵게 된다.
칼이나 창 없이 방패 두 개만 들고 있는 검투사가 상대를 숨통을 어떻게 끊을까.
그걸 자신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무리뉴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알았어요, 보스. 일단 최선을 다 해볼게요."
"그래, 염치없는 말이지만... 부탁한다, 크리스."
지금은 지켜보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 호날두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 06-07시즌 - 2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