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07시즌 - 7 >
"2006 발롱도르 수상자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안 호날두!"
짝짝짝짝짝-!
와아아아-!
이변은 없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호나우지뉴, 부폰, 칸나바로 등을 꺾고 올해의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된 크리스티안 호날두.
압도적인 경기력과 퍼포먼스로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호날두는 재작년, 작년보다 훨씬 덤덤한 표정이었다.
‘정지우’의 기억 속에서 2006 발롱도르의 수상자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수비수이자 주장인 파비오 칸나바로였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통틀어 2실점 밖에 기록하지 않는, 역대급 카테나치오의 핵심멤버로 활약하면서 그 임팩트로, 리베로를 제외한 전문수비수들 중 최초의 발롱도르를 타게 된 칸나바로.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시대에 그는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하고 만다.
결승전에서 2골을 헌납하며 포르투갈에게 우승컵을 내주게 되면서,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수비수’의 의미가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칸나바로는 발롱도르 3위로 올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2위는 호나우지뉴.
그는 올해도 호날두에게 밀리면서 2년 연속 발롱도르 2위를 수상했다.
FIFA 올해의 선수상 역시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차지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과 개인상을 싹쓸이하면서 최우수 선수로 뽑힌 호날두는, 월드컵에서도 골든 볼, 골든 슈를 독차지하며 자신의 천하가 왔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런 호날두가 상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싱거운 발롱도르 시상식이 될 것’ 이라고 말했던 평론가들의 예상이 조금도 빗나가지 않은 순간이었다.
"이로써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는 미셸 플라티니 이후에 두 번째로 3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또한 요한 크루이프, 미셸 플라티니, 마르코 반 바스텐에 이어 총 3번의 발롱도르 수상을 하게 된 네 번째 선수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다 기
록과 타이입니다.“
“경의롭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위업입니다. 그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더라도 크리스티안 호날두라는 그의 이름은 세계 축구사에 아주 깊이 남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것의 산 증인이 될 테니까요."
"이 모든 영광을 이룬 호날두 선수의 나이는 고작 21살에 불과합니다. 이 젊은 천재는 아직도 만족을 모른다고 합니다. 앞으로 그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어떤 위대한 경기들을 보여줄지, 얼마나 더 많은 영광과 명예를 쌓을 수 있을지. 우리 모두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그의 플레이를 감상하게 될 것입니다."
FIFA 회장 제프 블래터의 말이었다.
부정과 부패, 그리고 독재로 얼룩진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자리 상당수였지만, 호날두에 대한 그의 찬사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프 블래터로부터 골든 볼을 받은 호날두.
그것은 마치 젊은 황제의 대관식과 같은 모습이었다.
호날두는 이곳에서 특별한 기념촬영을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서재 한 쪽을 장식하던 2004 발롱도르, 2005 발롱도르, 그리고 오늘 받은 2006 발롱도르까지.
사진작가들은 세 개의 발롱도르 트로피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 가운데에 앉아있는 호날두를 열심히 카메라로 찍어댔다.
역대 최연소 발롱도르를 수상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어린 선수는, 이제 연이어 3번의 발롱도르를 타고 수많은 과거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
여기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축구팬들은 단언컨대 없다고 보면 된다.
과연 미지의 영역인 4연속 발롱도르, 4번의 발롱도르 수상이 가능할지 벌써부터 전 세계 축구팬들은 내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2006 UEFA 올해의 팀
사무엘 에투 - 티에리 앙리
(바르셀로나) (아스날)
크리스티안 호날두 - 호나우지뉴 - 스티븐 제라드 - 루이스 피구
(첼시) (바르셀로나) (리버풀) (인테르)
필립 람 - 카를레스 푸욜 - 피비오 칸나바로 - 잔루카 잠브로타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잔루이지 부폰
(유벤투스)
감독 :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포르투갈 대표팀)
2006 FIFA 월드 베스트 11
호나우지뉴 - 사무엘 에투 - 크리스티안 호날두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첼시)
카카 - 안드레아 피를로 - 루이스 피구
(AC 밀란) (AC 밀란) (인테르)
잔루카 잠브로타 - 존 테리 - 파비오 칸나바로 - 릴리앙 튀랑
(바르셀로나) (첼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잔루이지 부폰
(유벤투스)
포르투갈의 극적인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대표팀의 주장 루이스 피구가 월드 베스트, 올해의 팀에 모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포르투갈의 첫 월드컵 우승과 그것을 이끈 주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해진 것이었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 찬스를 만들거나 골을 넣으면서 팀을 구원한 임팩트, 퍼포먼스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갈의 우승을 호날두 원맨 캐리로 생각하지만 피구가 없었으면 그조차도 불가능했으리라.
프리미어 리그 최다 골 득점왕에 선정된 것도 모자라서 월드컵을 우승시키고 골든 볼, 골든 슈를 수상한 호날두가 올해의 팀, 월드 베스트 11에 모두 선정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로써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색다른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UEFA 올해의 팀 3회 연속 수상, FIFA 월드 베스트 11 2회 연속 수상이 바로 그것.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2004년부터 올해의 팀에 선정된 호날두는, 단 한 시즌도 그 멤버에 포함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FIFA 월드 베스트 11이 처음 창설된 이후부터 베스트 11에 선정된 호날두는 올해도 역시 그 중 한 명이 되었다.
한 시즌만 못해도 휙휙 갈려나가는 베스트 11에서 끝까지 변동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선수는 호날두 밖에 없었다.
‘내년에도 호날두가 베스트 팀에 선정될 것인가?’를 놓고 배팅을 한다면 아마 전부 ‘그렇다’로 쏠려서 스포츠도박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티안, 당신은 이미 세계 모든 축구 선수들이 우러러보는 정점 중의 정점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과거의 전설들과 비교되는 중입니다. 그런 당신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경외심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축구 기자 한 명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호날두는 볼을 긁적이며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최종적인 목표는 아직 모르겠고... 일단 다음 경기에서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 목표죠."
===
2007년 새해 첫 날.
2006년의 달력이 사라진 그 날, 호날두는 그의 자산 관리사인 데이빗 젠킨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이빗, 나 호날두입니다. 잘 지냈어요?"
[와우! 오랜만입니다. 무척 반갑군요, 크리스티안! 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Heroes & Pioneers 부문에서 세계적인 록 스타인 보노까지 제치고 가장 첫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죠?]
타임지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호날두의 이름도 들어있었다.
영웅과 선구자 부분에서 첫 번째로 지정된 사람이 바로 호날두였다.
그만큼 지난 해 호날두가 전 세계에 끼친 파급력이 대단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참고로 보노는 빌게이츠와 함께 작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든 적이 있을 정도로 대단히 영향력 있는 스타였다.
"하하하, 너무하시는군요. 올해 발롱도르도 제가 타면서 역대 기록들과 타이를 이루었는데요! 타임지 선정 이야기만 하는 것을 보니 역시 젠킨스는 미국인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에이, 발롱도르를 든 축구 선수는 매년 나오는 일 아닙니까? 하지만 타임지의 100인에 선정된 축구 선수는 정말로 극히 드물어요. 전 세계적으로는 이게 더 대단한 일입니다!]
젠킨스와 짧은 농담 몇 마디를 주고받은 호날두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국에 투자한 부동산 자산과 관련 상품들에 대한 주식 지분들을 모두 현물로 교환해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달러보다는 순금이나 석유로 부탁해요.."
[오, 당신이 말한 대로 하도록 하죠. 그래도 아쉽지 않으세요?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더 오를 가능성은 충분한데.]
"이 이상은 만용이죠.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남김없이 다 팔아주세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금과 석유는 단기간에 많이 살 수 있는 품목이 아닙니다. 호날두 선수의 신용도는 조금의 문제없지만 국적은 문제가 되죠. 미국인이 아니니까요.]
부동산 자산을 팔고 남은 돈을 전부 재투자하고 싶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망한 기업이라도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지분을 사놓지 않는 게 낫다.
부실한 기업이건, 견실한 기업이건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주가 가치는 바닥을 찍게 될 거다.
이후 차츰차츰 반등하다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또 한 번 겪으면서 다시 꺾이게 된다.
이 도중에 매입했다가 금융 위기 직전에 되팔면서 ‘사이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무형자산들이 연달아 박살나면 유형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사실.
호날두는 경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순금이나 석유 등의 가치가 크게 뛸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일단 할 수 있는 만큼만 확보하시고... 아! 나머지 자산은 저에게 보내주세요. 쓸 곳이 있거든요."
앞에도 말했듯이 앞으로 다가올 경제 위기에는 투자를 자제하고 현물 자산 보유, 특히 순금과 석유를 늘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가 호날두를 일깨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연이은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할 기업이 있지 않은가.
아이폰의 출시일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2007년 이후였던 것 같았다.
호날두는 남은 자산을 애플의 지분 보유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그의 자산 관리사인 데이빗 젠킨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게 될 것이다.
'데이빗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괜히 너무 많은 일들을 때려 맞추면서 의심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지금은 단순히 운 좋고 직관력 좋은 투자 애송이로 취급받을 수 있지만, 이 이상 성공신화가 계속된다면 반드시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데이빗 만으로는 부족하다.
영화 투자회사인 ‘미론도’처럼 호날두는 투자 분야에서도 전문 대리인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애플의 주가 역시 하락곡선을 그을 것이다.
그 때를 노려 지분을 쓸어담는다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계 흐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고도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호날두였다.
=
새해를 맞이하여 마이클 홀랜드로부터 ‘미론도’의 투자 실적을 받아든 호날두는 그것을 찬찬히 읽어보는 중이었다.
다빈치 코드 (2000만 달러, 5000만 달러)
미션 임파서블 3 (2000만 달러, 2660만 달러)
엑스 맨 3 (2000만 달러, 3000만 달러)
007 카지노 로얄 (1000만 달러, 2000만 달러)
아이스 에이지 2 (2000만 달러, 8800만 달러)
캐리비안의 해적 2 (3000만 달러, 7000만 달러)
...중략...
총 순익 : 1억 7300만 달러. *(투자금액, 수익금)
초창기에 호날두는 은행에 빚을 내서라도 영화 투자에 열을 올렸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약 3000만 달러.
주급과 인센티브, 스폰서 금액을 다 합쳐도 벌 수 없는 돈을, 영화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이유로 한탕에 벌 수 있었던 호날두.
투자에 확신이 든 호날두는 투자금은 계속해서 늘렸고 그만큼 벌어들이는 수익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결국 1억 달러를 훌쩍 넘기게 된 수익금이 바로 그 방점이다.
“<미션 임파서블 2>와 <엑스 맨 3>는 거의 본전치기 수준이었네. 역시 이름값만 보고 들어가면 안 돼. 차라리 그 돈으로 <아이스 에이지 2> 에나 투자할걸.... 쩝.”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시 투자 대비 대박을 친 영화가 진짜 알짜배기다.
재밌고 유명한 영화가 아닌, 이런 영화 위주로 기억해두면 참 좋았을 텐데...
원래 호날두는 <아이스 에이지 2>에 1000만 달러 이상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DVD로 봤을 때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
그 분기에 딱히 투자할 영화가 없어서 그냥 남은 돈을 쏟아 부었는데 그게 대박을 친 경우였다.
<아이스 에이지2>가 없었다면 미론도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을 거다.
작년의 수익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올해의 투자를 시작할 차례.
호날두는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들 중 미론도가 투자 가능한 영화들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해리포터가 왜 없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호날두는 마이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 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은 마이클.
“해리포터 제작사들이 저희 미론도의 투자제의를 거부했다고요? 아니, 왜요? 설마 우리들만 따돌림 당한 것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른 투자회사들, 배급사들의 투자 역시 거부했다고 합니다. 시리즈가 연이어서 대박을 치고 있으니 자기들끼리만 먹으려는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하, 그건 그러네요. 원작을 즐기는 팬들의 수요가 확실한 이상, 영화가 망할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
[저희도 무척 아쉽습니다. 뭐, 하지만 어쩔 수 없었죠. 불의 잔부터 거기는 완전 레드오션이었으니까요.]
감독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연타석 안타를 때려내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더 이상 외부인의 투자유치를 받지 않겠다 선언한 것도 크게 놀랍지는 않다.
맛있는 것은 자기들끼리 먹어야 더 맛나는 법이니까.
아쉽지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일단 작년에 이어서 <캐리비안의 해적 3>이 개봉하고 <스파이더 맨 3>, <슈렉 3> 등도 출격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보통 다른 영화들은 투자처를 못 구해서 안달이지만 이런 흥행이 보장된 시리즈물들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못해서 안달이다.
때문에 후딱후딱 선점을 해놔야 한다.
그것들을 체크한 호날두의 눈에 반가운 제목이 보였다.
"와아- <트랜스포머>와 <라따뚜이>가 올해에 개봉 하는구나! 이건 당연히, 무조건 투자해야지!"
익숙한 제목들과 시놉시스들을 보면서 예전에 재밌게 보았던 영화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호날두였다.
그 외에도 <300>이나 <심슨가족, 더 무비>, <나는 전설이다> 같은 영화에도 투자 결정을 내렸다.
작년보다 대박을 칠거 같은 영화들이 많이 보였다.
올해도 참 여러모로 보람 있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06-07시즌 - 7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