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125)

< 06-07시즌 - 8 >

현재 첼시의 분위기는 매우 뒤숭숭했다. 

레딩과 풀럼,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3연속 무승부를 거둔 것도 모자라서 리버풀과의 원정에서는 2:0으로 시원하게 떡 발렸다. 

작년 레딩과의 경기에서 심각한 머리 부상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던 페트르 체흐가 오랜만에 복귀한 경기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전체적인 선수들의 부진은 어쩔 수는 없었다. 

덕분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를 꺾으며 간신히 벌려놨던 맨유와의 승점 차이는 도로아미타불이 되었고 오히려 골득실의 차이로 순위가 역전되버리고 말았다. 

승점 6점차 경기를 이겼다, 이제 우승은 첼시다, 3연속 우승 가자! 라며 신나하던 첼시 팬들은 단체로 합죽이가 되었다. 

그만큼 현재 첼시의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무리뉴 부임 이후 최악의 부진이었다. 

병든 사자는 다른 맹수들의 타겟이 될 수 있다. 

첼시가 예년만큼의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하자 중하위권의 약팀들도 눈을 빛내기 시작한 것. 

지난 시즌, 지지난 시즌, 첼시를 만났다하면 무조건 텐백을 펼치며 수비에만 급급하던 팀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오히려 공격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한 팀, 두 팀 이런 식으로 첼시와의 경기에서 승점을 지키게 되니, 다른 팀들도 더 이상 겁먹지 않고 첼시에게 맞대응을 시작했다.  

먹지 않으면 먹힌다는 정글의 법칙이 이곳에서도 통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첼시는 왜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가? 

호날두는 계속된 영입의 실패와 스쿼드의 불균형, 그리고 선수단 사이의 불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팀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은 채 구단주 개인의 수집욕으로 인한 스쿼드 불균형 문제는 뭐,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표적 케이스인 안드리 셰브첸코.  

무결점 스트라이커는 무장점 스트라이커로 돌변했으며 현재 완전히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다. 

‘4600만 유로를 주고 백업 공격수를 사온 로만 아브라모비치! 통이 큰 구단주의 배포!’ 

‘역시 돈이 넘쳐나는 팀! 주전이든 백업이든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어!’ 

‘크리스티안 호날두보다 비싼 백업 선수, 안드리 셰브첸코!’ 

‘첼시 보드진들의 영입 능력은 역시 세계 제-일!’ 

로만과 첼시의 보드진들을 비웃는 잉글랜드 기사는 1주일에 하나씩은 꼭 올라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한 문제는 바로 선수단의 불화, 정확히는 감독과 선수 사이의 불화였다. 

"캡틴, 아직도 보스와 화해하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보낼 거예요?" 

"크리스, 네가 보스와 친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우리 둘만의 문제야. 그리고 그는 나에게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았어. 내게 말하지 말고 그에게 가서 말하는 게 어때." 

"두 사람만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그게 팀에 해를 끼치고 있는 이상 팀 전체의 문제죠." 

"글쎄... 내가 볼 때 우리 첼시가 헤매고 있는 것은 전술상의 문제 같은데? 보스와 대립했던 맨유와의 경기에서도 우리는 프로답게 플레이했잖아. 나를 비롯한 선수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진짜 프로다운 것은 라커룸 분위기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겁니다. 팀의 조직력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네가 뭐라고 말하든 난 이 일에 대해서 신경조차 쓰고 싶지 않아. 계속 그런 말을 하려거든 나가주겠니?" 

호날두의 말은 존 테리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무리뉴에게도 말해보았지만 그 역시 불쾌해할 뿐 존 테리와 화해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두 사람 다 극단적인 성격인데다 자존심이 무지하게 강하다. 

나중 가서는 화해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닌 듯, 한 번 틀어진 골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주장과 감독 사이가 이 모양이니 선수단의 팀 조직력과 스피릿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있을까. 

갈등이 더 심화되면 아예 파벌이 갈릴지도 모를 일이다. 

"프랭크가 설득해도 통하지 않나요?" 

"꼼짝도 안 하더라. 이쯤 되면 둘 중 하나가 굽히고 들어갈 만도 한데 아무도 그러질 않으니..." 

"흠, 이대로 가다가는 큰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3연속 무승부에 리버풀전의 패배로 사기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보스도 참 너무했지. 경기 중에는 아무리 톱 레벨의 선수라도 실수할 수 있는 법인데 그걸 모든 선수들이 다 보는 라커룸에서 망신 주다니. 다른 선수는 몰라도 존은 주장이라고! 주장의 체면을 깔아뭉개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어." 

국가대표 소집일마다 잉글랜드 동료들에게 무리뉴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감독인지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한다는 램파드. 

무리뉴 찬양자인 그는 오히려 이 상황이 무리뉴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날두는 무리뉴도 잘못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의 실책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고 감독의 라커룸 대화를 무시한 존 테리의 잘못이 크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램파드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호날두는 사실 램파드를 비롯한 첼시 주축 선수들에게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첼시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AC 밀란,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관심과 오퍼가 빗발치고 있단다. 

레알 마드리드의 신임 회장인 라몬 칼데론은, ‘호날두의 영입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우리 레알 마드리드에 꼭 맞는 선수이다.’ 라면서 쉬지 않고 언플을 때리는 중이다. 

바이에른 뮌헨과 AC 밀란도 자국의 언론지들을 이용해서 다음 시즌의 성공을 위해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영입할 것이라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바르셀로나는 아예 호날두와 친한 메시를 이용해서 유혹하는 중이다. 

메시는 호날두에게 전화를 걸어서 같이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떠나는 것은 확정적이다. 

‘그 중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있지.’ 

행선지에 대해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굉장히 유력한 후보다. 

자신을 누구보다 중용하고 존중해주겠다는 퍼거슨의 말을 듣고 흔들리지 않을 선수가 누가 있을까. 

그러나 같은 리그의 우승 경쟁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동료들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들과 이전처럼 마음 편히 친하게 굴기에는 호날두 스스로가 좀 찔렸다. 

“아무튼 빨리 팀이 원래 궤도를 찾았으면 좋겠네. 리버풀 같은 팀에게 그런 식으로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그건 그렇죠.”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국은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주택융자회사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폭락한 일이 있다. 

모 회사는 반 년 동안 무려 3500%나 추락함으로서 파산을 신청하기도 했다는데 이 충격이 금융은행에게까지 이어지리란 것은 너무나 자명했다. 

금리는 빠르게 인하했고 크고 작은 전 세계 모기지 업체들은 도미노가 무너지듯 차례로 파산하는 중이라는데 아직도 낙관하는 이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상황은 점점 더 끔찍해질 것이다. 

데이빗 역시 모기지와 CDS시장은 지옥으로 변할 거라면서 1월에 손절하고 떠난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데이빗 같은 전문가들의 눈에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이 보였다. 

하지만 대중들의 눈에는 그것을 실감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문제인 것이다. 

이미 조짐을 알아챈 일부 사람들은 부랴부랴 부동산 자산을 싼값이라도 처분하기 시작했다.  

이 일부는 당연히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위 0.1%의 부자들과 월가의 인물들이다. 

호날두처럼 미래라도 읽지 않는 이상, 이들 역시 완전한 피폭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밑천은 건지게 된다. 

그럼 나머지 충격과 피해는? 

전부 미국의 중산층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어딜 가나 죽어나는 건 아래계층 사람들이구나." 

호날두는 이번에도 미래의 정보들을 이용해서 큰돈을 벌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투자로 돈을 벌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씁쓸함을 지금 느끼는 중이었다.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온 돈 역시 피해자들의 호주머니에서 앗아 온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마저도 그들을 구제할 수 없었는데 호날두가 어쩔 수 있을까. 

그는 정의의 사도도, 그걸 실현시킬 능력도 없다. 

하지만 이 돈에 대한 무게만큼은 잊지 않을 것이다. 

=== 

리버풀전의 패배를 어찌어찌 추스른 첼시는 피라냐처럼 물어뜯는 언론들에게 저항하듯 이후 리그에서 연승을 달리면서 지난 경기들의 부진을 씻어냈다. 

호날두의 설득이 아예 효과가 없지는 않았는지 무리뉴와 존 테리는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영역을 구분하기로 한 듯. 

올라갈 팀은 결국 올라간다라는 법칙을 첼시는 몸소 실현시켜보였다. 

이후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원정에서는 오랜만에 호날두가 2골 1어시를 기록함으로써 포르투를 완파, 8강 진출의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시즌도 컵 대회와 인연이 없어서 FA컵, 리그컵은 진작에 떨어졌지만, 여전히 챔피언스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를 제패할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충분히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호날두는 첼시를 떠나기 전에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하나 추가하고 싶었다.  

그것은 분명 첼시 서포터들과 동료 선수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살얼음판은 다른 곳에서 깨지고 말았다. 

[<독점> 첼시 감독 주제 무리뉴와 첼시 주장 존 테리, 심각한 불화?] 

주제 무리뉴는 첼시의 감독이다. 

당연히 첼시의 선수들을 행복하게 경기하도록 만들어야하는 의무가 있다. 

허나 본지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첼시의 주장인 존 테리와의 관계가 극악으로 좋지 않았고, 이러한 불화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팀의 부진의 원흉으로 꼽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둘의 다툼은 꽤 오래된 일이다.  

첼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부딪힘은 포르투와의 챔피언스 리그 1차전 종료 후 드레싱 룸이었다. 

무리뉴는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존 테리라고 생각하여 교체시켰고 그것은 존 테리에게는 아주 모욕적인 일이 되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리버풀 원정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의 상황도 있다. 

무리뉴는 첼시 선수 한명 한명을 안아주면서 실망한 선수들을 다독여줬지만 존 테리에게만큼은 손끝도 대지 않았다. 

댓글 

- 또또또 첼시 흔들기에 나섰네. 지겹지도 않나? 이놈의 언론사들은 조금은 신선한 뉴스를 포털에 올릴 필요가 있어. 

 ㄴ 사생활 전문 정론지 더-선이다. 사생활에서는 공신력이 BBC급. 

 ㄴ 응, 첼시 팬들을 제외하고 충분히 신선하고 재밌는 주제야~ 

- 꼴 보기 싫은 팀의 주장과 감독의 불화라네~ 얼씨구나~ 좋다~ 아주 폭삭 망해라! 

- 교체했다고 감독에게 화내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ㄴ 그냥 교체한 게 아니라 존 테리 때문에 실점했다고 생각해서 교체한 게 문제가 된 게 아닐까? 그 경기 본 사람으로서 그건 존 테리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ㄴ 테리가 압박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 그래서 메이렐레스의 침투를 막지 못했지. 테리에게만 잘못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의 잘못도 있었음. 

- 불화설까지 터지는 것을 보니 확실히 이번 시즌 첼시가 흔들리기는 하는가 보구나. 지난 시즌, 지지난 시즌만큼의 포스는 부족했지. 

- ...믿고 싶지 않아. 나는 우리 팀이 다시 잘 하리라 믿어. 두 사람도 얼른 화해를 했으면 좋겠어. 

- 맨유가 무섭게 쫓아오고 챔스에서는 막강한 팀들이 득실거리는데 내분이 일어났으니... 

-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존 테리를 내쳐야한다고 생각해. 선수는 또 구할 수 있지만 무리뉴 같은 감독은 또 구할 수 없거든. 

 ㄴ 그 말 그대로 돌려주겠어. 무리뉴를 내쳐야지. 테리는 10년 동안 첼시에서 뛰며 주장 직을 맡고 있는 선수단의 정신적인 지주야. 그 어떤 선수와 감독도 테리보다 위에 있지는 못해. 

 ㄴ 위에 사람은 존 테리 본인인가? 무리뉴보다, 호날두보다 존 테리가 위에 있다고? 아주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구만. 

 ㄴ 무리뉴, 호날두보다 존 테리가 낫다는 말은 동의할 수 없지만 존 테리를 내쳐야 한다는 소리가 더 멍청해 보이는데. 어떻게든 둘을 끌고 가야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더선의 기사는 사실이다.  

원정에서 3:0의 깔끔하고 완벽한 승부를 거둘 수 있었지만 존 테리의 치명적인 실수가 또 한번 터지면서 실점하고야 말았다. 

만약 무리뉴가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라면 실수한 존 테리를 위로해주면서 지난날의 해묵은 관계를 풀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뉴는 드레싱 룸에서 존 테리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내편 아니면 적.  

호날두가 생각하는 무리뉴 최악의 단점을 본 것 같았다. 

존 테리 역시 무리뉴에게 고함을 질렀다.  

램파드, 드록바, 그리고 호날두가 급하게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 부끄러운 촌극이 벌어질 뻔했었던 사건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무리뉴와 존 테리의 관계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연히 팀 분위기는 최악. 

특히 발락이나 셰브첸코, 애슐리 콜 등 지난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첼시의 유니폼을 입게 된 이들은 작금의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는 중이었다. 

감독을 믿지 못하는 선수들과 주장이 너무했다며 감독을 편드는 선수들이 속출하며, 분위기 최악에 파벌까지 갈리고 있는데도 첼시는 꾸역꾸역 연승을 이어나갔다. 

호날두가 매 경기 캐리하듯 득점을 이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폼이 제대로 올라온 호날두의 득점포는 쉬지 않고 불을 뿜었고, 팀의 위기 속에서도 홀로 빛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제가 장담하는데 저 선수는 다음해에도 발롱도르를 노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무려 7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호날두입니다! 오늘도 미리 전화해서 ‘MOM’을 예약해 둔 것일까요!?] 

[이제 그는 하나의 '현상(syndrome)'입니다! 계약 기간이 1년 조금 넘게 남았다는데, 첼시는 이 선수를 잡기 위해 전력투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선수를 놓친다면 정말 큰 후회밖에 남지 않을 겁니다!]

< 06-07시즌 - 8 > 끝

ⓒ 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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