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07시즌 - 13 >
"1:0!"
"1:0? 그 정도면 그래도 웨스트 햄 녀석들 선방했네요.“
“제발 아무나 한 골만 만회해줬으면....! 이기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동점만 만들어줘!"
“어휴! 웨스트 햄 놈들! 좀 열심히 좀 하지!”
"이 멍청이들아! 맨유가 1:0으로 뒤지고 있다는 소리다!"
무리뉴의 말을 아주 잠시 동안 멍한 표정을 짓던 선수들.
이내 말뜻을 이해하고 미친 듯이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한다.
"으, 으악! 으악!"
"으어어억!"
"진짜! 진짜로!?"
"이제는 감독한테 반말이냐? 이놈들아!"
무리뉴의 웃음은 올 시즌 어느 때보다도 밝아보였다.
절대 설레발치지 말아야지 했던 호날두조차도 몸에 힘이 빠져 드러누워 버렸다.
=
경기가 끝나자마자 스탬포드 브릿지는 눈물로 얼룩지고 말았다.
첼시 팬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것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첼시 3 VS 1 에버튼
맨유 0 VS 1 웨스트 햄
후반전에는 한 점을 겨우 만회한 에버튼이지만 드록바의 쐐기골에 결국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전광판의 결과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맨유가 지고... 첼시가 이겼다.
[놀랍습니다! 너무 놀랍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이렇게 짜릿한 막판 역전 우승이 또 있었나 싶었을 정도입니다! 첼시는 강호 에버튼을 격파했지만 맨유는 최약체인 웨스트 햄을 넘지 못하고 리그 막판에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경기가 리
그 우승의 향방을 갈랐습니다!]
[첼시 팬들이 저렇게 감격해하는 것은 첫 시즌 우승 이후로는 거의 처음 보는 일 같은데요. 무리뉴 감독 두 번째 시즌 우승 때는 이렇지 않았잖아요? 그 때도 기뻐하긴 했지만 당연한 일이라면서 박수를 쳐주는 팬들이 더 많았거든요!]
[그만큼 극적으로 얻어낸 우승컵이기 때문에 더 값지게 느껴진다는 이야기겠지요. 정말 우여곡절이 많지 않았습니까? 어찌되었든 이로써 첼시는 맨체스터 유니이티드 외에는 그 어떤 클럽도 해내지 못했던, 프리미어 리그 3회 연속 우승의 업적을 이뤄내
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누가 첼시를 단순히 신흥강호 취급할 수 있을까요?]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닌,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베켄바우어의 명언이 생각나는군요. 이 미친 레이스의 승자는 결국 첼시였습니다.]
이번 우승에 대해서는 정말 감회가 남달랐다.
‘정지우’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06-07시즌, 즉 이번시즌의 리그 우승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하지만 이렇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기뻐하고 있는 선수들은 첼시의 선수들이었다.
호날두는 자신의 힘으로 역사의 흐름을 또 한 번 바꾼 것이다.
"크리스, 정말 기가 막히게 잘했어! 무조건 오늘은... 아니 이번 시즌 전체는 네가 영웅이야."
"디디에도 마지막 헤더 골, 훌륭했어요. 멋졌습니다."
"다른 팀에 가더라도 나는 절대 너와 함께 뛰던 날들을 잊지 못할 거야. 그리고 빈자리는 누가 들어와도 결코 채울 수 없을 거야."
“자주 놀러갈게요. 이제는 다른 팀이라고 괄시하지만 마세요.”
“하하하, 그래. 알았어.”
결국 호날두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밝혔다.
잉글랜드에 남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호날두를 살 수 있는 팀은 잉글랜드에 맨유 밖에 없었으니 결국 맨유로 갈 수도 있다는 듯이었다.
램파드, 드록바, 존 테리, 마케렐레, 카르발류 등은 호날두가 떠난다는 말에 매우 아쉬워했지만 그의 결정을 존중해주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는 리그 28골을 달성하면서 이번 시즌에도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에 선정되었습니다.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꽤 된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정말 이 선수의 대단함은 말로 다 표현 못합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이번 시즌도 리그 30
골을 넘기면서 신기원의 기록을 세웠겠죠!]
[호날두는 단단하고 믿음직스럽다라는 느낌을 주게 만듭니다. 이 선수가 출전하면 첼시는 절대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꾸준한 성적과 기복 없는 실력이 계속 축적된 결과물이겠죠. 패기 넘치는 그 어린 선수는 어느새 경이롭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
수가 되었습니다.]
[드록바 선수와 강하게 포옹하면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자축하는 호날두 선수입니다. 그러고 보니 드록바 선수가 호날두 선수에 이은 리그 득점 2위군요! 드록바 선수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20골을 넣으면서 EPL에 완전히 적응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
여줬습니다.]
램파드와 조 콜, 마케렐레, 페레이아, 카르발류, 체흐, 존 테리, 칼루 등이 모두 호날두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호날두와 한 번씩 포옹해주면서 웃음을 보였다.
이쯤 되면 해설진들은 물론이고 관중들, TV를 시청하는 축구팬들까지도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를 알 수 있었다.
호날두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첼시에서의 생활이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보드진의 간섭이나 언론의 설침으로 축구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짜증과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공을 찰 수 있었다고 호날두는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다시는 이들과 함께 뛰지는 못하겠지만... 그 좋은 기억들은 추억으로 간직한 채 묻어두기로 했다.
"수고했다, 크리스티안. 지금 와서 말하지만 너는 내 뮤즈였어."
마지막은 역시 주제 무리뉴였다.
그는 호날두를 강하게 껴안고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호날두의 온 몸이 끈적한 땀으로 젖어있었지만 무리뉴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네 덕분에 나의 첼시는 완벽한 팀으로서 전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도 나는 다 알고 있다. 크리스티안, 너는 정말 최고였어! 보고도 믿을 수 없었지! 앞으로 너처럼 성실하고 재능 넘치고 뛰어난 선수를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거다."
"보스. 제 생각에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보스도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어리지 않습니까? 반드시 다시 마주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하하하, 그래그래. 물론 적으로서 마주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널 박살내줄 거다. 솔직히 네가 포함된 팀을 깨트리는 것은 아주아주 힘든 일이겠지만 말이다."
무리뉴는 영화배우처럼 멋진 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뜻이 아닌데... 그래도 호날두는 마주 웃었다.
"보스 역시 제가 겪었던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감독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성공을 기원할게요."
무리뉴는 말없이 호날두의 등을 쓰다듬었다.
조금씩 박수소리가 들렸다.
첼시의 코칭 스텝들이 하나, 둘 호날두와 무리뉴에게 말없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
그 물결은 점점 더 커져나갔다.
스탬포드 브릿지를 따뜻하게 달구었다.
06-07시즌 프리미어 리그
1위 첼시 26승 8무 4패 승점 86점
2위 맨유 26승 6무 6패 승점 84점
3위 아스날 20승 10무 8패 승점 70점
4위 리버풀 20승 8무 10패 승점 68점
5위 에버튼 15승 12무 11패 승점 57점
6위 토트넘 16승 8무 13패 승점 57점
첼시, 06-07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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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역전 우승이 유럽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맨유, 아스날, 리버풀 같은 강호들을 제친 채, 리그 3연패의 업적을 세운 첼시.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EPL의 새로운 제왕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핫하게 떠오른 새로운 토픽이 있었으니, 바로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이적설이었다.
프리미어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보였던 동료 선수들과의 애틋한 인사, 감독과 코칭 스텝들 간의 뜨겁게 포옹하는 사진들은 이미 이적을 증명하는 증거들로 남았다.
호날두가 이적에 대한 마음을 먹은 것이 분명하다, 호날두는 반드시 첼시를 떠날 것이다 라는 주장은 큰 신빙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전 세계 각국의 해외축구 포럼들은 이 일에 대해서 깊게 다뤘고 많은 의견들과 토론들이 오가는 중이다.
현 시대를 상징하는 최고의 선수의 이적은 충분히 그만큼의 파급력이 있는 뉴스였다.
그리고 호날두의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가 직접 '호날두는 이적을 원했고, 첼시 보드진들은 그것을 허락했다.' 라는 발언을 공신력 있는 언론지 전체에 띄우면서 논란을 종결시켰다.
끝까지 아닐 거라며 행복회로를 돌렸던 일부 첼시 팬들이 크게 좌절한 것은 물론이다.
이적설은 ‘설’이 아닌 사실이 되었다.
- 제발 부탁이야, 크리스! 지금까지 좋았잖아? 첼시에 남아주면 안 되겠니!?
- 호날두가 떠난다면 우리는 정말정말정말 슬플 거야. 그런 선수는 절대로 다시 구할 수 없다고!
ㄴ 왜 다시 못 구해? 로만의 돈과 첼시의 명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한데.
ㄴ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마. 너 같은 악성 팬들 때문에 호날두가 떠나는 거야.
ㄴ 첼시에게 정 떨어질 만도 했지. 나는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첼시만큼 우승하기 좋은 구단도 없을 텐데.
-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 어딜 가서도 잘해달라는 말은 못하겠다.
- 호날두 없어도 우리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어. 이번 시즌은 조금 흔들렸던 것뿐이지. 아르네센이 그랬잖아? 전술 자체가 호날두 맞춤형이었기에 그가 없으니 무너졌던 거라고.
ㄴ 내말이 그 말이야. 그를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마. 우리는 3회 연속 EPL에서 우승한 챔피언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까지 있는 팀이라고!
ㄴ 호날두가 없었다면 그 때의 챔스도, 그리고 올 시즌 우승도 없었어. 그리고 월드컵은?
ㄴ 발롱도르 3회 수상자를 이렇게 찬밥 취급하는 팬들은 여기 첼시 밖에 없을 거야. 다들 왜 이러는지 정말...
-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그를 비싼 값에 팔아야 해. 언제까지 로만의 지갑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
ㄴ 그건 맞는 말이지. 최대한 비싸게. 그리고 이왕이면 EPL이 아닌 다른 리그 팀으로.
- 대체자로 호나우지뉴를 사오는 건 어떨까? 외계인이라면 호날두의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 것 같은데.
ㄴ 호나우지뉴는 찬성. 그런데 이번 시즌 폼이 좀 떨어진 거 같더라.
ㄴ 호나우지뉴? 절대로 호날두 만큼 해줄 수 없어. 그는 짝퉁 Ronaldo거든.
ㄴ 하필 사와도 호날두에게 밀려서 2인자 포지션밖에 못되는 호나우지뉴를 사오라고 하냐... 이제는 카카 때문에 2인자도 힘들어.
- 크리스티안! 네가 있어서 행복했어. 어디든 가서 잘 하길 바랄게!
- 실망스럽긴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보여준 활약을 나는 기억하고 있어. 다만 EPL팀 말고 다른 팀으로 갔으면 좋겠네. 호날두가 원하는 곳이 맨유라는 찌라시가 나를 거슬리게 해.
SNS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호날두였지만 마크 저커버그와의 약속대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예 그곳에서 첼시 팬들에게 바치는 편지를 올렸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나와 첼시, 블루스들은 함께 했습니다.
우리는 3번의 리그 우승과 1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뤄냈습니다.
제가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절대 잊혀 지지 않을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웠던 나날이었죠.
이 모든 것은 나와 첼시를 열성적으로 응원해주면서 50년 전의 영광을 염원해 준 블루스들의 덕분입니다.
나는 첼시에서 행복했습니다.
존에게 팀원들을 다스리는 리더쉽을 배웠고, 프랭크에게는 클럽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배웠습니다.
...중략...
첼시에서의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블루스들의 애정과 사랑은 깊이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첼시와 블루스들에게 영광과 밝은 미래가 가득하길.
첼시는 제가 없어도 충분히 강한 클럽이고 앞으로도 성공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앞으로 이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서 팬들과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
자주 글을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팔로워들의 숫자와 댓글들.
사칭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5분 만에 벌써 잉글랜드 언론지들을 중심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논란은 빠르게 종결되었다.
원래 페이스북은 아이비리그 대학생들만을 이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일반인 사용자들까지도 그 대상을 확장했다.
그렇기에 페이스북은 최대한 빠르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는데, 월드 스타의 반열에 든 호날두가 가장 중요할 때에 커다란 광고판이 되어주었다.
아마 이걸로 페이스북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크게 늘 것이다.
'저커버그가 좋아하겠네.'
물론 페이스북의 지분을 가진 호날두에게도 이것은 좋은 일이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어디로 이적할 것인가?’ 였다.
< 06-07시즌 - 13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