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야 하는 일 - 1 >
첼시가 극적인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거두면서 팬들을 기쁘게 했다면 반대로 맨유는 눈앞에서 우승컵을 빼앗기며 거의 초상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맨유의 서포터 연합과 팬 포럼에서는 벌써부터 격렬하고 과격한 논쟁이 점화되고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을 경질해야 한다.’, ‘아니다, 그를 믿고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로 나뉘어져서 치열하게 난투를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논란들을 한 방에 잠재우는 소식 하나가 터졌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요청한 첼시의 호날두에게 거액을 비드!]
공신력 끝판왕 급 잉글랜드 언론지의 보도는, 다가올 07-08시즌 여름 이적 시장의 풍운을 알리는 것이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계약기간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다음 시즌이면 무조건 자유계약으로 풀려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적료를 조금이라도 챙기기 위해서 첼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호날두의 이적 신청을 받아들여야 했다.
맨유의 비드 소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팀들의 오퍼와 그에 따른 수많은 기사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 크리스티안 호날두에 깊은 관심!]
[라몬 칼데론(레알의 회장), ‘우리는 오래 전부터 호날두의 이적을 바래왔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를 위해 태어난 선수다.’]
[AC 밀란! 호날두에 대한 이적 경쟁에 참여! 호날두 영입을 원하는 안첼로티 감독의 강한 의지!]
[조르제 멘데스, ‘바이에른 뮌헨의 오퍼, 분명히 있었다.’]
[리오넬 메시, ‘호날두와 같이 뛰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요한 크루이프, ‘크리스티안은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호날두와 함께 뛰는 것을 원하는 파울로 말디니!]
[미하엘 발락, ‘호날두가 뮌헨에서 뛰었으면 좋겠어.’]
[조르제 멘데스, ‘호날두에게 이적을 문의한 클럽? 적어도 스무 개는 된다.’]
[런던의 집을 매물로 내놓은 호날두! 결국 잉글랜드를 떠나나?]
지금까지는 서로 눈치만 보면서 폭풍 전 고요처럼 잠잠했었지만, BBC의 맨유 오퍼 기사는 그 상황을 터트리는 기폭제가 되기 충분했다.
하루아침 사이 축구계는 아주 난리가 났다.
하루에도 호날두 이적에 대한 기사가 수십, 수백 개씩 올라오면서 스포츠 뉴스란을 아예 덮어버렸다.
각 구단의 레전드나 고위급 인물들이 앞 다투어 나서면서 호날두에게 자신의 클럽을 추천하는 인터뷰를 쏟아냈다.
[알프레도 디스테파노, ‘호날두에게 레알 마드리드를 추천한다. 레알 마드리드처럼 그에게 잘 맞는 클럽은 없다.’]
[프란츠 안톤 베켄바우어, ‘바이에른 뮌헨이야 말로 호날두가 뛰어야만 하는 클럽이다.’]
[로버트 보비 찰튼, ‘맨체스터에서 뛰는 호날두의 모습, 무척 기대가 된다.’]
[프랑코 바레시, ‘나는 그가 AC 밀란으로 올 것이라 확신한다. 카카와 호날두는 그 어떤 공격진보다 위대할 것이다.’]
축구계가 뒤집어졌고 축구팬들도 뒤집어졌다.
그가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줄은 미처 알지 몰랐다.
엉덩이 무거운 레전드들이 이렇게 한 선수에 대한 관심과 호객행위를 표현한 적이 있었을까?
단연코 호날두가 처음이었다.
[앤디 카일튼(투미코의 편집장), ‘이번 이적 시장의 최종 승자는 바로 호날두를 낚은 팀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장담한다.’]
수많은 빅 클럽들이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영입 경쟁에 나섰다.
그 어떤 이적 시장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07-08시즌 여름의 이적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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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 리그와 유럽 선수권 대회, 그리고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이 모든 대회에서 그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세 경기 결승전에서 모두 골을 기록하며 MOM을 받은 것은 이제 너무 유명한 일화가 되었죠. 너무 어린 나이에 3회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음에도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를 고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런 선수를 바라지 않는 팀 역시 없습니다.”
“호날두 선수는 지난 시즌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습니다. 때문에 총 48경기를 출전하는 것에 그쳤지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40개의 골을 넣고 1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리그만 따지면 33경기 28골 9어시스트, 챔스는 10경기 7골 4어시스트입니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이 정도입니다. 호날두 선수는 질 경기를 이기게 하고, 비길 경기를 이기게 했습니다. 이 선수가 있고 없고는 정말 천지차이였습니다.”
“이번 이적 시장의 핵은 바로 크리스티안 호날두입니다. 여기에는 이견이 여지가 없어요. 그리고 정말 누구의 말대로, 이 선수를 차지하는 선수가 바로 이번 이적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 것입니다.”
'MNF(Monday Night Football)'의 패널이자 해설위원이기도 한 버클란드는 이렇게 단언했다.
“호날두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선수입니다. 다른 지표들을 다 제쳐두고서라도 다이먼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발롱도르 3연패! 이것 하나로 호날두에게 미친 듯이 구애하는 빅 클럽들의 관심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록 올해 발롱도르는 AC 밀란에
서 괴랄한 임팩트를 보여준 하얀 펠레(카카) 때문에 힘들어 보이지만요!”
히카르두 카카가 이끄는 AC 밀란은 06-07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리버풀을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서 '카카가 우승을 이끌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허락될 만큼 AC 밀란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는 카카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해서 AC 밀란은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총 15경기 치렀는데 여기서 카카는 10개의 골을 넣고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최다 득점, 최다 어시스트 선수가 되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완벽하게 털어버린 준결승 1차전, 2차전의 퍼포먼스는 경악 그 자체.
이 시즌은 훗날 카카의 전성기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를 대변하는 전설로 남게 된다.
호날두는 카카만 아니었으면 발롱도르 4연패라는 엄청난 위업을 이뤘을 것이다.
“계약기간이 1년밖에 남아있지 않았으니 첼시는 호날두를 파는 것 밖에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이유 때문에 제 값을 다 받아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어째서 그런가요?”
“첼시가 급한 것을 다른 팀들도 다 알기 때문입니다. 선수는 이미 마음이 떠났고, 구단은 이번 이적 시장에서 이적을 확정지어야 합니다. 다른 구단들은 결코 첼시에게 호날두의 몸값 전부를 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적료보다는 선수의 선택이 크
게 중요해지게 되겠지요.”
“이미 호날두 선수를 원하는 팀은 차고 넘칩니다. 호날두 선수는 그야말로 가고 싶은 팀을 골라서 갈 수도 있겠군요?”
사회자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답하는 다이먼이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첼시 입장에서도 호날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괜히 이적료 따지면서 팀을 가리다가 빈정 상한 호날두 측에서 마음을 바꿔 이적을 안 하겠다 선언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첼시는 호날두를 땡전 한 푼 없이
자유계약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여차하면 호날두는 6개월 후 보스만 룰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정말이지 첼시 입장에서 최악이겠군요!”
“그렇죠. 호날두의 제값을 다 받고 싶었으면 지난 시즌 시작 전에 팔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랬으면 첼시는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해내지 못했겠죠.”
오늘의 MNF 테마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대한 예측과 분석이었지만, 워낙 거대한 떡밥이 터진 터라 호날두에 대한 이야기만을 주구장창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청자들 대부분이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이적 시장이 시작하기도 전에 유럽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호날두가 결국 어느 팀을 갈 것 인가였으니까.
“호날두의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는 '호날두는 될 수 있으면 잉글랜드에 남고 싶어 한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뭐, 액면 그대로라면 EPL내의 클럽으로 이적하길 바란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같은 화법이 첼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
는 생각이 듭니다. 칼자루는 자신이 쥐고 있다며 첼시에게 경고하는 것이지요.”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날두를 아주 강력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호나우두가 심각한 부진으로 방출되었는데 호날두로 그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생각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몬 칼데론 회장은 '호날두에게 최고 급료 대우를 비롯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
을 것'이라고 했죠. 레알의 회장이 이렇게까지 한 선수의 영입에 대해서 많이, 강하게 언급한 것은 정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리그 우승컵을 레알 마드리드에게 빼앗긴 바르셀로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호나우지뉴가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호날두를 영입하여 새로 떠오르는 신성인 리오넬 메시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고 동시에 스쿼드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 외에 바이에른 뮌헨, AC 밀란과 같은 빅 클럽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스날도 호날두에 대한 이적제의를 했지만... 첼시에게 바로 퇴짜를 맞았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군요.”
하하하하하!
“뭐, 아스날은 첼시와 더비전을 치르는 사이니까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크게 링크가 난 곳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지요?”
“물론입니다.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이것은 퍼거슨 경이 강력하게 원하고 직접 추진하고 있는 영입이라고 합니다. BBC에서도 보도 되었듯이 이미 첼시는 구체적인 이적 제의를 받았을 것입니다. 이전부터 호날두 선수는 퍼거슨 경을 존경한다고 여러 번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루어질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정말 궁금한 일인데...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첼시가 호날두를 맨유로 보낼까요? 어쨌든 가장 강력한 리그 경쟁 팀이 아닙니까?”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는 사회자에게 버클란드가 고개를 흔들면서 답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계약기간 1년 남은 상황에서는 선수가 슈퍼 갑입니다. 호날두의 의견을 첼시는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호날두가 가고자 한다면 못가는 곳은 없습니다. 첼시 구단주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
은 한계가 있어요.”
옛날처럼 말 안 듣거나 재계약 안하는 선수를 2군에 처박아놓고 경기 출전 안 시키는 식의 행태는 지금에 와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인터넷의 발달로 안 좋은 소문은 금방금방 퍼졌고,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은 많은 정보를 취합하여 구단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예외가 있다 해도 그것은 호날두에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만약 구단 최초 챔스 우승과 리그 3회 연속 우승을 이끈 호날두에게 위와 같은 대우를 한다면?
유럽에 있는 모든 톱클래스 선수들은 첼시를 배제할 것이고, 당장 첼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마저 들고 일어날 것이다.
[장담컨대 만약 그의 계약 기간이 1년만 더 길었다면 월드 레코드를 갱신했을 것입니다.]
[맙소사...! 그 지단보다 더 비쌀 뻔했다고요!?]
지금의 월드 레코드는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넘어온 지네딘 지단의 7750만 유로였다.
사회자의 놀람에도 버클란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물론입니다. 지단이 이적할 때 그의 나이는 29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호날두는 이제 겨우 22살에 불과합니다. 지단은 이적하기 전에 조국의 월드컵과 유로 우승을 이끌었고 한 번의 발롱도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위와
같은 일들을 모두 해냈죠. 심지어 그는 지단보다 두 번의 발롱도르를 더 탔으며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이뤘습니다. 꼭 지단보다 호날두가 더 대단한 선수라는 말은 아니지만, 호날두는 명실상부하게 과거 지단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입니다.]
[물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비교여야겠지만요. 지단이 판타스틱한 선수였던 것은 맞지만 사실 그의 이적료는 너무 과한 수치이긴 했었죠. 하지만 호날두의 계약 기간이 2년 이상 남았을 경우 분명히 그의 이적료는 지단을 넘어섰을 것입니다. 아마 최초의
1억 유로짜리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었겠지요.]
다이먼이 웃으면서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가정이었다.
호날두의 계약은 어디까지나 1년 남았고, 따라서 지금 위와 같은 금액을 달라 하는 것은 정말 택도 없는 소리였다.
[호날두가 이적할 클럽으로는... 제 생각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레알 마드리드가 유력해보입니다만... 결국 이것 역시 예상일뿐이지요. 지금 이적 시장에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지만, 결국 이번 이적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슈퍼 갑은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 본인입니다. 모든 구단은 그의 결정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뭐,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겠지요.]
결국 이 이적의 마지막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크리스티안 호날두였다.
그의 선택에 따라서 다음 시즌, 그가 뛰게 될 팀이 정해진다.
사람들은 이 이적시장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답은 역시 호날두 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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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든 축구팬들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호날두는 올해 상반기에 벌어들인 기록적인 수익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앞으로의 투자 기점을 정하는 중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부동산 버블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대부분의 자산을 CDO형식으로 가지고 있었던 투자은행과 금융기관들은 버블의 직격탄을 맞아 그대로 박살났다.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것은 당연지사.
관련 주가 역시 대폭락을 기록하면서 다 같이 지옥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게 바로 올해 2월에 있었던 일.
그리고 이 거대한 여파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 해야 하는 일 - 1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