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야 하는 일 - 3 >
멘데스는 이탈리아에는 아예 가지 않겠다고 못까지 박았다.
참고로 바이에른 뮌헨은 살짝살짝 간만 보면서 첼시가 더 낮은 이적료를 역 제의할 때까지 기다리는 모양.
호날두의 이적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캐넌은 이 환장하는 상황에, 이마에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는 것을 느껴야했다.
맨유가 제안한 이적료는 약 4150만 파운드, 유로 환율로 계산하면 바르셀로나보다도 큰돈이었다.
패닉 바이 소리를 듣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센세이션했던 셰브첸코가 3500만 파운드에 첼시로 왔는데 그보다도 훨씬 높은 금액이었으니까.
하지만 맨유는 리그 경쟁 팀이었고 그런 팀에 자신의 에이스 선수를 보낸다는 것은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실리의 문제도 컸다.
레알과 바르샤에 보내면 적어도 챔스를 제외하고는 마주칠 일이 없지만 맨유는 아니지 않는가?
적어도 매 시즌 리그에서 2번 만나고 우승까지 경쟁하는 팀에게 핵심 선수를 팔다니!?
‘그래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외국에 팔려는 이유를 뻔히 알 텐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까?’
피터 캐넌은 멘데스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이를 까득 깨물었다.
[피터 캐넌, ‘호날두는 맨유로의 이적을 원하는 것 같았다.’]
[조르제 멘데스, ‘호날두를 헐값에 넘기지는 않을 것.’]
서로의 목적을 위한 언론 전쟁의 시작은 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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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아르네센, ‘우리는 호날두에게 옛 팀에 대한 존중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거부하면서 수많은 첼시 팬들을 실망시켰다.’]
[조르제 멘데스, ‘보드진과의 신의는 깨진지 오래다. 그들은 약속을 너무 많이 어겼으며 호날두를 가볍게 여겼다.’]
[<독점> 첼시 내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첼시는 호날두와의 구두 계약을 무시했다!?]
[첼시 서포터즈 연합, ‘호날두가 맨유에 만큼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렉스 퍼거슨, ‘지금 첼시의 보드진들은 선수를 자기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중. 선수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어야.’]
[호날두 태업 증거 포착? 부상이 아닌 태업이었나!? 훈련 불참도 서슴없이!]
[조르제 멘데스. ‘호날두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를 유포하는 언론자와 관계자들에게 대대적인 고소를 준비 중.’]
[피터 캐넌, ‘분명한 사실은 호날두에게 계약기간 1년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데이비드 길(맨유 CEO), '호날두를 영입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다할 것. 첼시 보드진들은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진지하게 응해줘야.‘]
첼시의 보드진과 멘데스 에이전트, 그리고 맨유의 보드진들까지.
호날두를 사이에 둔 이들은 언론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오갔다.
이번 이적 시장의 초대형 떡밥은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가는 중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호날두는 새로운 트레이닝에 여념이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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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제 멘데스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언론 관계자들의 인맥을 동원하여 첼시의 보드진에게 역공을 취했다.
보드진들이 뒤통수를 치고 먼저 언론에 떡밥을 풀었지만, 찌라시들에 대한 강경 대응과 자신의 영향력으로 그것을 무마해나가는 중.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축구 팬들이 호날두를 옹호해주었고 심지어 첼시 팬들조차도 자신의 보드진들을 불신의 눈으로 쳐다봤다.
정말 선수의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멘데스.
만약 호날두가 맨날 훈련 땡땡이를 치거나 방탕하게 노는 선수였다면, 태업설, 훈련불참설 같은 소문들이 나돌 때 비호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공식 경기는 물론이고 훈련장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프로 선수로서의 모범을 보인 호날두였다.
그래서 지금 나돌고 있는 태업설, 훈련불참설 등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중이었다.
[마이클 에시앙, ‘호날두가 태업? 절대 그런 선수가 아니야!’]
[클로드 마케렐레, ‘호날두는 가장 먼저 훈련장에 오고 가장 늦게 훈련장을 떠나는 선수다.’]
[페트르 체흐, ‘호날두를 위시한 불미스러운 소문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
호날두는 첼시 선수들 대부분과도 아주 좋은 관계였다.
그들은 호날두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에 대한 유언비어를 무마시켰다.
호날두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이들의 발언은 더욱 더 호날두에 대한 팬들의 신뢰를 굳건히 지켜주었다.
“그래도 시간을 오래 끌수록 우리에게 그리 좋지만은 않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다른 구단의 수뇌부들이 이 진흙탕 싸움에 동참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았다.
현재 호날두와 가장 가까워 보이는 클럽은 맨유였기에, 호날두에게 욕심이 있는 다른 구단이 언론전에 손가락만 빨고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맨유에 호날두가 더해진다는 것은 그들에게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한다는 소리니까.
때문에 호날두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이 이적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았다.
“제인(멘데스의 비서), 헤코르드에 전화를 걸어! 판을 다시 짜야겠다.”
“알겠습니다, 보스. 헤드라인 기사는 뭐로 해달라고 할까요?”
“우리 선수가 올 여름 이적하지 않고 보스만 룰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내달라고 해. 그리고... 변호사를 불러서 대대적인 소송을 걸 계획이라는 것도 본문에 넣어.”
과거 호날두에 대한 이적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말아 달라고 첼시와 구두계약을 맺었던 멘데스.
하지만 첼시는 그것을 깨트리면서 멘데스를 분노케 했다.
이를 바탕으로 첼시와의 선수계약 무효 소송을 걸고 호날두의 초상권을 통해 얻은 수익을 피해보상금액으로 책정할 생각이었다.
승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적시장에 접어들면서 정말 바쁠 첼시 보드진들에게 엿을 먹이는 용도로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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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서 헤코르드의 독점보도가 올라왔다.
새로운 쟁점으로 축구계가 뜨겁게 달아오른 지 정확히 6시간 뒤.
결국 첼시의 보드진은 호날두의 맨유 이적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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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님! 이러면 우리 첼시는 한낱 에이전트에게 패배한 꼴을 면치 못합니다! 다른 에이전트들이 저희를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래서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건가? 벌써부터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그건 알고 있나?”
“태업설 때문입니까? 그것은 저희가 한 일이...”
“했냐, 안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이미 사람들은 첼시가 언론을 이용해서 호날두를 때리고 있다 생각한다는 게 문제지,”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휴가를 즐기고 온 로만 아브라모비치.
축구계의 동향을 확인하자마자 찬물 한바가지는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독단적인 선수 영입이나 간섭 때문에 첼시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긍정적인 구단 브랜드를 창출하는 것을 바라는 로만이 원하는 그림은 결코 아니었다.
“그를 이적 시키도록 하게. 나는 호날두가 어디로 가던 지 보내주기로 했어.”
“구, 구단주님...! 그래도 맨유는...”
“그를 팔기로 했던 때부터 예상했어야 하는 일 아닌가.”
최대한 빨리 호날두를 처분하고 대체자를 구하라는 로만의 특명이 내려졌다.
피터 캐넌은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적 제의를 수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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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 직접 계약이나 협상에 나서는 법이 없었던 멘데스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맨유와의 직접 협상에 나섰다.
그리고 멘데스는 맨유 측에서 나온 인물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알렉스 퍼거슨.
그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이다.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퍼거슨 경. 경께서 직접 이 자리에 나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결국 내가 나서게 됐네. 자네가 그 녀석의 에이전트라고?"
"예! ‘GestiFute’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잘 알지. 요즘에 아주 잘 나가는 에이전트 회사가 아닌가. 끝끝내 첼시 보드진들을 굴복시키고... 또 다음 시즌부터 우리 팀에 뛰게 될 안데르손의 에이전시이기도 하고."
퍼거슨은 축구계의 모든 에이전트들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괜히 선수들에게 입김을 불어넣어서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멘데스와의 협상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도 멘데스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그 녀석이 자네를 많이 신뢰하는 모양이야. 이런 중요한 계약을 할 때는 선수도 함께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전권을 위임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크리스티안과 저는 그 어떤 선수와 에이전트 관계보다 끈끈하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그 믿음에 보답해야지요. 그에 대한 일은 더 열심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좋군, 좋아... 일단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딱 한 마디만 하겠네."
"네, 말씀하시지요."
"나는 이번 이적을 무조건 성공시킬 생각이야. 그래서 자네가 말하는 조건을 너무 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두 수용해 줄 생각이 있네. 단!"
"......?"
"이번 첼시에서처럼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구단이 쫓기듯 이적하게 만드는 그런 행동은 맨유에서는 결코 용납 못해! 나는 그 녀석이 떠나길 원한다면 언제든지 보내줄 의지가 있어. 하지만 단 한 푼의 오차 없이 제값을 다 받아 낼 거야! 알아듣겠나?"
"...물론입니다, 퍼거슨 경."
“좋아, 시작하자고.”
이마에 난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대답하는 멘데스,
천하의 퍼거슨 앞에서는 닳고 닳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협상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맨제스가 제의한 조건들을 한번 쓱 살펴본 퍼거슨은 계약서에 딱 한 줄을 추가했고 멘데스는 그것에 동의, 최종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야말로 번개처럼 끝나버린 호날두의 이적이었는데 퍼거슨이 추가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계약 기간이 1년 9개월 이상 남았을 경우에만 호날두는 이적할 수 있다. 단 맨유로부터 2군 강등이나, 훈련장 이용 불가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위 조건은 해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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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조건 하나만 걸고 승인했다고요? 그렇게 깐깐하던 영감이?"
[그래, 생각보다 훨씬 통 큰 사람이더구나.]
멘데스가 하는 말을 들은 호날두는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긴 원래도 호날두가 레알로 가고 싶다 하니, 곤란해 하면서도 결국 보내주긴 했다.
퍼거슨은 마음이 떠난 선수를 결코 붙잡는 법이 없다.
첼시 보드진들처럼 질척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아주 엄격해보여지만 결국 선수의 의사를 가장 존중해주는 감독이니까.
"조르제도 알죠?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제가 레알 마드리드를 가길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 분은 레알의 열성적인 팬이시거든요."
[뭐, 그래봤자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은 너 아니겠니? 너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지금은 레알보다는 맨유가 더 좋은 선택이라고 나는 확신한단다. 돌로르스 여사도 네가 잘된다면 결국 이해해 줄 거다.]
사실 삐친 어머니를 달래는데 살짝 고생을 좀 한 호날두였다.
정말 한국인들이 볼 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유럽 사람들은 축구에 미쳐있었는데 특히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호날두의 어머니 돌로르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열성적인 서포터였고 레알 마드리드를 동경해왔다.
그래서 아들인 호날두에게 나중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어달라고 여러 번 부탁을 하기도 했는데, 레알 마드리드와의 딜이 파토나자 며칠 동안 삐쳐있으셨다.
케슬린의 애교가 아니었으면 더 오래갔을 것이다.
"그래서 계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설마 퍼거슨의 기세에 눌려서 첫 제안부터 지고 들어갔는데, 그걸 퍼거슨이 승인했다는 바보 같은 그림은 아니겠죠?"
[하하하, 현역을 뛰지 않는다고 아주 나를 얼간이 취급하는구나. 자세한 계약서는 팩스로 보내줄 테니 일단 주급과 초상권만 말해주마. 주급은... 20만 파운드! 초상권은 70%다!]
"네!? 그게 진짠가요?"
20만 파운드면 한국 돈으로는 약 3억 7천만원 정도 된다.
여기에 앞으로 파운드 가치는 계속 오를 테니 나중가면 4억이 넘을지도 모르는 일.
호날두가 첼시 마지막 시즌에서 받았던 주급이 9만 파운드를 살짝 넘어가는 금액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맨유로 이적하자마자 무려 2배 이상 뛴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EPL 최고 주급, 아니 전 세계 축구 선수 중에서도 최고 주급이었다.
퍼거슨은 맨유의 선수들이 절대 자신보다 높은 주급을 받지 못하도록 주급체계를 엄격하게 유지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그런 퍼거슨이 호날두 만큼은 예외를 둔 것이다.
참고로 퍼거슨의 현재 주급은 약 10만 파운드로 호날두는 맨유에 입성하자마자 감독과 최고참 선수들의 두 배 이상의 주급을 수령하게 되었다.
이것은 호날두에게 ‘퍼거슨이 정말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호날두가 놀란 것은 초상권을 확보한 비율.
스타 선수를 보유한 구단이 얻는 상업적인 이익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고 그것이 호날두 같은 선수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첼시에서도 50% 이상 올리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레알과 바르샤도 65% 조항 때문에 최종적으로 딜이 깨졌다.
하지만 맨유는 무려 70%를 허락한 것이다.
"역시 전통이 있는 빅 클럽답게 후하게 지르네요. 70%를 바로 받을 줄이야.“
[그만큼 너의 존재가 맨유에 절실하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시즌은 너 때문에 우승하지 못했잖니.]
“돈 값을 하려면 열심히 해야겠죠?"
[당연하지! 퍼거슨 경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더라고. 너를 맨유 공격의 첨봉에 세울 생각인거야.]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좋아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겠습니다."
호날두의 선택은 역시 맨유, 더 정확히 말하면 퍼거슨이었다.
< 해야 하는 일 - 3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