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125)

< 07-08시즌 - 4 >

성공률 100%의 도박은 재미있을까, 재미없을까? 

답은 ‘무진장 재미있다.’ 였다! 

특히 돈 벌리는 일이라면 더더욱! 

작년 미론도가 투자했던 영화들은 하나같이 대박행진을 이어나가면서 호날두에게 두둑한 수익금을 안겨주었다. 

약 10억 달러에 가까운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를 달성한 <캐리비안의 해적 3>부터 9억 달러의 <스파이더맨 3>, 8억 달러의 <슈렉 3>은 모두 굉장한 수익률 달성에 성공한 영화들. 

이들에 대한 투자금과 이익금이 분기별로 지급될 때마다, 호날두의 개인 자산은 빠르게 불어나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불황의 대비 때문에 그의 자산 중 현물 자산의 비중이 아주 컸는데, 이렇게 들어오는 돈까지 만만치 않으니 마치 창고가 미어터지는 지주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 <트랜스포머>, <라따뚜이>, <나는 전설이다>, <심슨 가족, 더 무비>, <300> 등 ‘정지우’의 기억을 따라 투자를 강력하게 종용한 영화들도 마찬가지로 성공을 거뒀다. 

오히려 시리즈물이 아닌 이런 영화들의 투자 대비 수익률적인 측면에서는 더 높기도 했다. 

특히 <심슨가족, 더 무비>와 <300>은 각각 1800만, 1200만 달러를 투자하여 4500만, 3080만 달러의 순수익을 거뒀다.  

작년 축구 선수로서 뼈 빠지게 뛰어서 번 돈이 5000만 달러 남짓인데, 영화 두 편 투자에 그 이상의 돈을 챙기게 되었으니 살짝 자괴감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 전 세계는 역사적인 불황속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할리우드 영화 산업은 오히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수익금은 정산할 시간도 없이 애플과 페이스북의 주식에 투자하고 순금과 석유 등과 교환하도록 이미 자금 순환 고리를 연결해두었다. 

따라서 미론도의 배당을 포함하여 정확히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는 따로 차트를 뽑지 않은 이상 호날두는 모른다. 

하지만 최소 2억 2000만 달러에서 많으면 2억 6000만 달러의 순익을 달성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돈을 굴리는 단위가 달라졌다. 

"보자... 2008년에는 어떤 영화들이 개봉할까?" 

이제 필름 투자회사인 '미론도'는 직접 핫라인을 통해서 영화 제작사들의 투자 요청이 직접 받는 기업이 되었다. 

신인 감독들과 제작사들은 영화 시놉시스, 심지어는 시나리오까지 직접 들고 온단다. 

'미론도가 찍으면 그 영화는 반드시 뜬다!' 라는 법칙이 벌써부터 할리우드 상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뜻. 

특히 촬영과 CG 등 많은 돈이 필요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사들은, 투자금을 얻기 위해서 미론도를 가장 먼저 방문한다고. 

연이은 성공 덕분인지 미론도는 현재 자금줄이 매우 빵빵한 투자회사로도 이름 높았다.  

세워진지 겨우 2~3년 만에 미론도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굉장한 영향력을 끼치는 필름회사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호날두는 영화에 대한 투자를 요청한 제작사들의 목록과 영화 제목, 시놉시스 등을 살피는 중이었다. 

올해에는 또 어떤 재미있고, 추억 돋게 만드는 영화들이 등장할까. 

일단 개봉일이 가까운 영화 제목부터 쭉 훑어본 호날두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짝하고 치고 말았다. 

"<다크 나이트>가 올해에 개봉하는구나! 이야~ 이 전설적인 영화 제작에 대한 자금을 내가 보탤 수 있게 되다니...! 와악! <아이언 맨>도 있어! 이게 올해에 개봉했던가? 아무튼 이건 무조건 질러야 돼!"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는 지금까지 있어왔던 전형적인 미국식 히어로 물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영화로도 유명한 세계의 걸작이다. 

또한 <아이언 맨>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고의 명작으로서 '정지우'가 매우 애정했던 영화.  

까다로운 평론가들의 입맛과 대중들의 취향까지 모두 맞춘 이 영화들은 2008년을 대표하는 초 대박영화로도 기억될 예정이다. 

이 영화들을 위해서라면 투자금이 얼마가 되었건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아예 미론도가 단일 투자회사로 들어가서 이들의 제작비 일체를 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호날두였다. 

그 외에도 <인디아나 존스 4>, <쿵푸 팬더>, <월-E>, <마다가스카 2>, <007-퀀텀 오브 솔러스>, <맘마미아>, <핸콕> 등 올해 개봉될 영화들으 장르도 성격도 정말 다양했다. 

DVD로 보았건 보지 않았건, 모두 ‘정지우’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영화들. 

호날두는 이 영화의 제작사들에게 모두 투자금을 댈 작정이었다. 

어차피 곧 불어 닥치는 세계 금융 위기 때문에 남아있는 주식 자산들의 상당부분을 또 정리해야 한다. 

그 자금을 동원하면 불가능할 게 뭐가 있겠나. 

전 세계에 불어 닥친 ‘혁신의 바람’, 아이폰의 바람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가를 상승곡선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2007년 1월초, 10달러 근처에서 머물렀던 애플의 주가는 현재 27달러까지 올랐다. 

단기적으로는 여저히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긴 했지만 크게 본다면 애플의 주가는 계속 치솟고 있는 중. 

6개월 전, 4억 6700만 달러에 달하던 호날두의 애플사 지분가치는 현재 6억 3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시세차익만 1억 6000만 달러 이상. 

어마어마한 수익이다. 

‘올해 하반기에 세계금융위기로 애플 역시 주가가 떨어질 거야. 그 시점에는 페이스북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들을 전부 팔아야겠지.’ 

금융위기가 끝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던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그 전에 매입하여 시세차익을 본다면... 

지금은 그저 상상만 할 뿐이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전 세계 안에서도 수위에 손꼽히는 거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가장 잠재력 있는 기업 1위로 뽑힌 구글은, 작년 12월에 정점을 찍고 계속해서 주가가 하락하는 중이다. 

IT버블 이후 많은 투자자들은 구글 같은 IT기업에겐 성과가 있더라도 조금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생겼다. 

호날두가 돈이 남아돈다면 맘 편히 구글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그냥 쭉 묵혀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 페이스북 등의 지분 매입은 물론이고 금이나 석유 같은 현물 자산 구입이나 영화 투자 등 돈 나갈 구멍은 많았다. 

호날두는 최소한 2008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구글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애플, 구글에 비해 아마존의 주가 변동률은 굉장히 완만한 편이었다. 

2005년 초 아마존의 주가는 약 45달러였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약 80달러. 

물가 상승률을 적용한다면 아마존은 그렇게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고 아마존은 그 시장에서 단연 독보적인 1위가 된다. 

지금 아마존은 월마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회사지만 과연 10년 후에도 그럴까? 

애플, 구글보다도 더 빠르게 성장할 아마존은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황금 알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호날두는 정말 폭발적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유망하지만 가난한 축구 선수였고, 10년 전에는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했었다. 

그런 호날두의 재산 총액은 어느덧 9억 달러를 넘어서서 10억 달러에 근접하는 중이다. 

이는 페이스북의 지분이나 미론도의 가치 등을 제외한 수치로, 재산만으론 이미 데이비드 베컴을 넘은 지 오래. 

베컴 뿐만 아니라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도 지금 호날두보다는 가난(...)하지 않을까? 

‘원래의 호날두가 평생 벌었던 돈을 모두 합쳐도 지금의 나보다는 적을 거야. 진짜 어마어마하게 벌었구나.’ 

이 돈을 무려 4년 만에 번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세계금융위기가 끝나고 경기가 살아난다면 호날두는 훨씬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구단 인수 한번 해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주가 된 다음, 퍼거슨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갑질하는 퍼거슨에게 역갑질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니 웃음만 나왔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다. 

호날두는 미래에 어떤 선수들이 성장하고 크게 될 것인지 미리 알고 있다. 

이 지식은 영화 투자나 기업 투자 등보다 훨씬 방대하고 상세한 것. 

이것을 이용한다면 축구계에 대한 영향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 있었다. 

“맨데스, 나에요. 우리 일 하나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 

=== 

[들어갔습니다! 두 번째 골입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뉴캐슬에게 강력한 역습을 성공시키는 호날두 선수입니다!] 

[나폴리의 마라도나를 연상케 하는 멋진 드리블 돌파와 멋진 골이었습니다! 작년 발롱도르를 놓친 것에 대한 한풀이를 하듯 아주 플레이에 거침이 없습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지는 뉴캐슬과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  

호날두의 두 골을 앞세운 맨유는 2:0으로 앞서나가면서 뉴캐슬의 응원단을 침묵시켰다. 

하지만 뉴캐슬 선수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호날두를 비롯한 맨유 선수들은 그들을 넉 다운 시켜야 완전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러 열광적인 레드 데빌즈의 응원에 화답하며, 테베즈의 강력한 슈팅이 다시 한 번 골을 만들어냈다. 

맨유에 와서 자신의 악마 같은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내는 테베즈는 오늘 경기에서도 날아다니는 중이다. 

"왠지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고 몸도 가벼워! 크리스! 우리, 멋진 골들을 더 많이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물론이지. 영감님 표정을 보아하니 우리가 더 날뛰길 바라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골도 더 넣고 해트트릭 횟수도 하나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호날두였다.  

선수평가에 있어서 꾸준히, 기복없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팩트’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작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깨달은 호날두.  

오늘 컨디션도 정말 좋다. 

한 번쯤 골을 폭격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퍼기 영감도 그런 호날두의 생각을 알고 있는 것인지 교체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 

그 기회를 호날두는 감사히 받았다. 

몸은 생각을 타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플립 플랩으로 자신을 전담 마크하는 뉴캐슬 선수들의 허를 찌른 호날두. 

튕겨져 나간 공 아랫부분을 강하게 걷어차면서 무회전 슛을 날렸다. 

절정에 이른 호날두의 골 감각은 뉴캐슬 골키퍼를 또 한 번 뚫어냈다. 

출렁-! 

해트트릭이었다. 

이미 경기장 맨유 팬들의 관중석은 축제 분위기. 

맨유의 화끈한 경기력에 열광하고 있는 그들에게 호날두는 뜨거운 기름을 부었다. 

4:0 

주심이 휘슬을 불기까지 아직도 약 20분가량의 시간이 남았지만 사실상 경기는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플립 플랩으로 뉴캐슬의 수비를 뚫어내는 호날두! 강력한 슛! 들어갔습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불규칙적으로 휘어지는 무회전 슛으로 환상적인 득점에 성공합니다! 해트트릭! 오늘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오랜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호날두 선수의 프로 통산 네 번째 해트트릭이며 EPL에서의 세 번째 해트트릭입니다! 뉴캐슬을 완전히 침몰시키는 호날두!] 

[벌써 리그 22골입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엄청난 득점 행진! 3회 연속 EPL 득점왕이라는 놀라운 업적에 성큼 다가섭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원더 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맨유 팬들은 각자 들고 있던 호날두의 7번 유니폼을 높게 들어 올리며 그의 응원가를 불렀다. 

오늘 보여준 판타스틱한 경기력에 보답하는 최고의 찬사였다. 

경쟁 팀에서 이적한 지 이제 겨우 반 년. 

하지만 현재 호날두는, 맨유의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가장 크고 격한 환호를 받는 중이었다.  

그는 그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와이- 씨! 진짜 너무 혼자만 튀는 거 아니야? 같이 좀 활약하자고!“ 

“너 오늘 무슨 약 먹고 왔길 래, 이렇게 정말 미친 듯이 잘하는 거냐? 응?" 

"헤이, 크리스! 해트트릭 했으니 이제 나한테 패스 좀 줘! 나도 환호 받고 싶다고!" 

루니와 테베즈 등이 달려와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호날두에게 거칠게 포옹했다. 

팀의 압도적인 승리는,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더없이 기쁜 일이다. 

뒤이어 긱스와 캐릭, 퍼디난드, 에브라 등도 ‘해트트릭 축하빵’을 때리면서 기쁨을 나누었다. 

하지만 호날두가 짜증을 부릴 때까지 계속 때렸다! 

"아, 무슨 깡패에요!? 하여간 이 인간들 무슨 건수 하나만 잡으면!" 

"시끄러워, 임마! 해트트릭 달성했으면 조용히 맞아야지!“ 

“우리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널 때려보겠니? 흐흐흐." 

“당신들 다음에 골 넣을 때 두고 봅시다. 매운 맛을 보여줄게요.“ 

캐릭한테 맞은 등은 분명 벌겋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호날두는 뒤끝이 길기 때문에 이 상처(...)를 결코 잊지 않았다. 

"크리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를 이렇게까지 박살내다니!" 

첼시 시절, 함께 좌우 듀오를 이루었던 데미안 더프가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호날두를 비토했다. 

첼시에서 적지 않은 금액으로 뉴캐슬로 이적한 더프. 

첼시 시절이 워낙 화려했기에 뉴캐슬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았던 더프지만, 갑자기 폼 저하가 오더니 지금은 예전만 못했다. 

그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호날두가 득점행진을 멈춰야할 이유는 아니었다. 

“미안해요, 더프! 고의는 아니었어요.” 

“고의가 아니었다니! 네가 발로 차서 골을 만들었잖아!” 

“반사적으로 나온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죠. 아, 훈련을 너무 열심히 했나.” 

              

호날두는 얄밉게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고 더프는 주먹만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그나마 더프는 양반이다. 

앨런 스미스나 제임스 밀러 등의 뉴캐슬 선수들은 충격적인 스코어에 정신이 나간 표정이었다. 

뉴캐슬의 원톱이자 이제는 전 미라클 보이, 마이클 오언은 오늘 경기에서 무기력 그 자체로 뉴캐슬 관중들에게조차 야유를 받는 중이다. 

몸이 다 성장하지 않은 시절, 클럽과 국대에서 풀 주전을 뛰며 혹사당했고, 대체 선수가 없어 부상을 당해도 계속 뛰어야 했던 오언.  

이제 '원더 보이'라고 불리던 찬란한 시절의 모습을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 07-08시즌 - 4 > 끝

ⓒ 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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