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4/125)

< 위대한 도전 - 5 >

첼시가 위건과의 리그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남은 리그 경기는 4경기, 맨유와 첼시 사이의 승점은 10점 차로 벌어지게 되었다. 

이제 맨유는 남은 4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게 되며, 설령 두 번 무승부를 이루고 남은 두 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골득실의 차이로 우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다음 리그 경기인 블랙번 로저스와의 경기에서 비김으로써 남은 경기 3경기, 승점차이 8점으로 사실상 우승을 목전에 두었다. 

EPL 최고의 명문 클럽으로 뽑히면서도 4시즌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맨유 팬들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몰아넣은 일이었다. 

하지만 맨유는 올 시즌 완벽하게 달라진 경기력과 성적으로 팬들의 한을 풀어주었다. 

맨체스터는 이미 축제 분위기. 

특히 4시즌 만에 왕좌를 되찾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크리스티안 호날두에 대한 찬양과 찬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중요 경기 때마다 넣은 결정적인 골들과 수비 방패를 깨트리는 크랙으로서의 능력은, 비길 경기를 이기게 만들고 질 경기를 비기게 만들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의 구세주였습니다. 그가 득점함으로써 맨유는 무려 36점이라는 승점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만약 호날두가 없었으면 맨유의 승점은 50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맹목적인 수치 비교는 무의미한 일이지만 그만큼 호날두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골을, 그리고 영양가가 높은 골들을 넣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승점을 따낼 수 있었던 ‘결승골’을 많이 넣었는데 그 중 유독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선수가 바로 호날두 선수입니다. 중요할 때 언제나 한 방이 있음을 보여주었죠.] 

[호날두 선수는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34골을 넣었습니다. 아직까지 4경기가 남아있음에도 상황에서 자신의 프리미어 리그 최다 골 기록(35골)에 도전하고 있죠. 하지만 해트트릭 횟수는 뉴캐슬 전 한 번 밖에 없습니다. 이날 4골을 넣었죠. 또한 득점

의 분포도도 매우 고른 편입니다. 올 시즌 호날두 선수가 리그에서 출전한 경기는 총 31경기인데 여기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단 4경기에 불과합니다.] 

[4경기 빼고는 맨유의 공격에 기여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뜻 아닙니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일관성이군요!] 

[바로 그것이 호날두 선수가 더욱 높게 평가 받는 이유지요. 이 선수가 부진한 경기는 시즌을 통틀어도 겨우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일관성은 첼시 시절부터 유명했었죠.] 

이러한 일관성 있는 활약 덕분에 호날두는 자신의 소속팀을 무조건 리그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그 공로 때문에 04-05 시즌부터 05-06, 06-07 시즌 모두, 호날두는 ‘올해의 프리미어 리그 선수’로 지정되었다. 

이 역시 EPL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측면 골게터가 아닌 찬스 메이킹과 어시스트, 볼 배급까지 담당하면서 맨유 공격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활약했지요. 올 시즌 맨유의 상승세는 바로 이 호날두 선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EPL의 왕 아닙니까? 그것도 역대 왕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포스를 풍기는 왕이죠!] 

경쟁 팀에서 온 선수라고 눈총주던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맨체스터 거리를 돌아다니면 호날두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쉬울 정도였으니까. 

단 한 시즌 만에 'Cristiano Ronaldo 7'는 맨체스터의 영웅이자 상징이 되었다. 

맨체스터 거리의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들뜨지 않았다.  

선수들은 하루 훈련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로 시작해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로 끝이 났다. 

리그 우승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도 일체의 방심이나 자만을 허락하지 않는 퍼거슨의 명령 때문. 

퍼거슨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완벽히 장악하여, 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도록 만들었다. 

“큰일을 앞두고 들 뜰 필요가 뭐가 있어? 프로페셔녈한 태도로 패턴을 깨지 마라. 우리의 목표는 겨우 리그 우승 따위가 아니니까!”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 맞이하게 된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은 대적이었다.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라리가를 양분하고 있는 이 위대한 팀은, 분명 외계인(호나우지뉴)의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호나우지뉴는 자기관리의 실패로 급격하게 폼이 떨어지는 중이었고 호날두의 국대 선배이기도 한 데쿠 역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을 비롯한 소위 ‘축잘알’ 들은 바르셀로나를 아주 위협적인 팀으로 보았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부스케츠, 야야 투레 등 새롭게 성장하는 선수들의 기세가 정말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비 에르난데스는 아주 위협적이지.' 

흔히들 이 때의 바르셀로나를 메시 원맨팀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수비의 푸욜, 중원의 사비, 공격의 메시로 이 세 명의 조타수가 바르셀로나라는 커다란 함선을 이끌어나가는 중이다. 

올해부터 갑자기 축구에 대해서 뭔가를 깨우친 듯, 기량을 만개하기 시작한 사비 에르난데스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서 매 경기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패스와 탈 압박 능력, 찬스 메이킹 창출 능력, 센스와 축구 지능 등은 중앙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극점에 이르렀다 평가받아도 모자람이 없다. 

호날두가 첼시 시절 만났던 2005년에도 사비 에르난데스는 대단한 선수였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대단해졌을지. 

‘그래도 우리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원래 이 시절의 맨유도 바르샤를 꺾었으니까.’ 

호날두는 자신이 있었다. 

엄밀히 말해 바르셀로나가 진정한 의미로 두려워지는 것은 바로 다음 시즌부터. 

레이카르트 체제하에 위기론을 겪고 있는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트레블을 노리는 맨유라면 그리고 역대 최고의 선수를 노리는 호날두라면 반드시 꺾을 수 있어야 하는 상대. 

이들을 마주한 호날두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할 시험대에 오르게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4월 23일.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티드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차전이 시작되는 날이 다가왔다 

=== 

정열적이고도 역동적인 응원이 함께하는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 누 캄프. 

이 누 캄프의 좌석은 무려 99,354석.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 같은 중요한 경기인 경우, 당연히 위와 같은 좌석은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채워진다. 

유럽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기도 한 누 캄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거대한 경기장을 가득 메운 바르셀로나 서포터들의 폭발적인 응원과 바윗돌 같은 압박을 모두 뚫어내야 했다. 

그것은 축구 선수로서 매우 어렵고 힘든 일. 

하지만 동시에 그보다 영광스러운 일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홈에서 원정 골을 기록한 선수들은 모두 축구 역사에 굵게 기록되는 영광을 누렸으니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99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 이후 다시 누 캄프에 돌아왔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그 때의 좋은 추억을 다시 한 번 재현에 보이겠다며 호언장담 했는데요. 오늘 경기에 따라서 그가 비웃음의 대상이 될 지, 찬양의 대상이 될 지

가 정해질 수 있겠군요!]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오랜 시간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94-95시즌 조별리그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었죠. 그 때 맨유는 4:0, 2:2로 대패, 무승부를 기록하며 바르샤에게 축구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 후 98-99시즌

에 다시 만났지만 그 때는 무승부를 거뒀지요,] 

[티에리 앙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스날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이 특급 공격수는 맨유와의 18번 경기에서 모두 9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적 이후 적응의 문제로 이름값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 주긴 했는데 오늘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경기 시작 전 호날두와 메시는 가까이 붙어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핵심인 두 선수가 가볍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장면은 당연히 중계카메라에 찍혔다. 

이 둘의 친분이 상당히 의외인 듯, 중계진들은 물론이고 각팀 선수들마저 휘둥그레진 눈으로 두 선수를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날두와 메시는 저들끼리 대화하기 여념이 없었다. 

"크리스, 이번에 새로 나온 피파 게임 봤어요? 제 슛 능력치가 크리스보다 높습니다. 그들도 보는 눈이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하!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야. 내가 EPL에서 얼마나 많은 골을 넣었는데 너보다도 낮게 나와? 네가 그 게임 회사에 돈 먹인 게 분명한 것 같은데." 

"아하하하! 제가 그럴 돈이 어디 있어요. 대신 크리스는 드리블과 피지컬 능력치가 저보다 월등하게 높으니 쌤쌤이죠, 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의 앞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심각하지 않은 대화들을 나누며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내 별명이 뭔지 알아요? 이거 처음 들었을 때 배꼽이 빠져라 웃었는데." 

"너의 별명? 뭔데?" 

"아르헨티나의 호날두. 제 2의 호날두입니다. 얼마 전 스페인 언론들이 저를 그렇게 불리기도 하더군요. 농담 아닙니다. 이건 진짜에요." 

"...너랑 나랑은 플레이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 않나?" 

“웬걸요? 제 2의 마라도나보다는 제 2의 호날두가 더 듣기 좋다고요. 저는 골 욕심도 강하니까요.” 

그 말을 들은 호날두는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그 메시가 제 2의 호날두라고 불린다니! 

그만큼 호날두의 위상이 높아진 것일까? 

하지만 너무 어색하다! 

"오늘 정말 멋진 경기 해봅시다. 최선을 다해서요." 

"그래. 절대로 봐주지 않을 거야. 서로의 팀에서 전력을 다하자고." 

"제가 할 말이네요. 제 2의 호날두도 좋지만 역시 ‘리오넬 메시’만 하겠어요?" 

두 사람 모두 승부욕의 화신들. 

승리를 위해서 혼신을 쏟을 준비를 하고 왔다. 

웃으면서도 뜨겁게 시선을 불태우는 메시를 보며 호날두 역시 주먹에 살짝 힘을 주었다. 

‘라이벌은 라이벌인 모양이네.’ 

아직 자신에 비해서 한참은 부족한 메시였지만 호날두는 그만큼 자신을 뜨겁게 만드는 선수를 본 적 없었다. 

메시가 더 크기 전에 확실히 눌러버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메시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오자 눈을 끔벅이면서 반기는 동료 선수들. 

표정이 왜 저러나 했는데 그런 선수들을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호날두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너... 리오넬 메시랑 아는 사이였냐?" 

"아, 네.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이 있어서요." 

"그래? 많이 친해?" 

"글쎄요, 음... 친하다고 봐야죠?" 

"흐음..." 

퍼거슨이 눈을 빛내더니 코치와 속닥속닥 거렸다.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저러나. 

"그렇게 친하다면 메시에게 우리 팀으로 이적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있냐고 한번 물어봐라. 저 녀석은 ‘진짜’야! 분명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선수로 성장할거다." 

"엑? 리오넬은 바르샤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해서 절대 이적 안 해요." 

"그걸 네가 어떻게 장담 하냐? 일단 말이나 해본 다음에 판단은 내가 내리마. 알겠냐?" 

"그건 선수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물론 그와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왜 호객 행위를 저한테 시켜요?" 

"호객행위? 이 자식이!" 

솔직히 메시가 맨유로 오고 싶다 할지언정 바르샤가 그를 보내줄까? 

벌써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내면서 20살 어린 나이에 바르샤의 대들보로 성장한 메시다. 

그쪽 보드진이 단체로 환각제를 흡입하지 않는 이상 절대 보내줄 리가 없다. 

아무튼 열 내는 퍼거슨을 피해서 도망치는 호날두.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는 맨유 선수들은 무거운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아니, 저놈은 팀을 위한 일인데도 저렇게 삐딱하게 나오나? 내가 반드시 데려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물어만 보라고 했는데도 저래? 괘씸한 놈이야, 아주!” 

“하하하, 메시가 대단한 선수고 앞날도 창창한 것은 맞지만 지금의 크리스와 비교 될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투덜거리는 퍼거슨을 달래려는 투로 브라운 코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자존심 상할 만 하죠.” 

“팀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저놈을 위한 일이기도 해.”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브라운 코치에게 퍼거슨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리오넬 메시는 내가 오래 전부터 눈여겨 본 선수야. 그의 재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충분히 한 시대를 평정할 만 해. 크리스와 거의 대등하지.” 

선수 보는 안목은 거의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퍼거슨의 단언. 

브라운 코치는 그 말에 새삼스러운 눈으로 몸을 풀고 있는 메시를 쳐다보았다. 

저 작은 선수가 호날두와 비견될만한 재능을 품고 있다고? 

“한 영역에 숫사자가 두 마리 일수는 없지. 크리스와 메시는 분명 최고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거다. 그래서 나는 메시를 맨유로 데려오려고 했던 거야. 크리스티안과 메시의 우열을 확실히 정해놓기 위해서.” 

퍼거슨의 말에 브라운 코치는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메시를 맨유로 데려온 다음 호날두가 첫 번째임을 각인시킨다. 

그럼으로써 메시는 영원히 2인자로 남고 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퍼거슨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얼마나 호날두를 편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불어서 왼쪽 호날두, 오른쪽 메시라는 역대급 조합을 만들기도 하고. 

                            

                                                                    

“...메시가 온다면 좋겠군요.” 

“클클, 사실 힘들거야. 과거에도 여러 번 제의했지만 전부 퇴짜 맞았지. 하지만 저 놈을 따라 만약에라도 메시가 온다면, 장담컨대 전무후무한 역사상 최강의 팀이 만들어질 거다. 게다가 이놈들은 23살, 20살이야. 장장 10년간은 문제없지.” 

                                                                                                          

                                                                                                                   

브라운 코치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호날두-루니-메시라... 

정말 꿈의 조합이긴 했다. 

실현가능성은 글쎄였지만.

< 위대한 도전 -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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