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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도전 - 12 >

현재 2부 리그인 챔피언쉽 소속 카디프 시티에서 호날두가 알만한 선수는 딱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오늘 경기 선발 라인업에도 있는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그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EPL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명이다. 

하셀바잉크는 첼시에서 뛰기도 했는데 호날두와 친했던 그 구드욘센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EPL 득점왕에 올랐다. 

참고로 하벨바잉크는 마이클 오웬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을 두 번이나 차지한 최고의 선수다. 

                                

지금 그의 나이는 36세. 

특유의 무시무시한 돌파력과 날카로운 골 결정력, 슈팅 화력은 급감했고, 지금은 수비수 한명 제치기도 힘들다고.  

득점왕이었던 선수가 이제는 축구 선수로서 은퇴해야할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올 시즌 2부 리그에서도 도합 43경기 출전하여 9골을 넣는데 그쳤으니 정말 세월의 무상함을 알 수 있는 예. 

호날두는 이런 선수들을 볼 때마다 자기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했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았다.  

물론 하셀바잉크가 자기 관리를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클래스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치밀하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40세가 넘는 나이에도 당시 세계 최고의 클럽이던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선수로 뛰었던 피렌체 푸스카스. 

호날두의 목표는 바로 이 푸스카스처럼 최고의 선수로서 오랜 기간을 뛰고 싶었다. 

혹독할 정도로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한 치의 빈틈없이 트레이닝을 통제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카디프 시티에서 호날두가 알만한 선수, 또 다른 한 명은 바로 아론 램지. 

완전 꼬꼬마 시절인 지금의 램지는 카디프 시티 유소년 출신으로 카디프 시티 역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가진 선수이기도 했다. 

아론 램지는 FA컵 준결승전과 8강전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다음 단계로 이끌었고, 때문에 현재 맨유, 에버튼, 아스날 등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었다. 

‘램지도 잘 나갈 때는 정말 잘했지.’ 

커리어 하이 때는 정말 월드 클래스 저리가라 할 정도의 폼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의 별명은 ‘기복왕’. 

못할 때는 아스날 팬들의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 정도로 끔직했다. 

어쨌거나 프리미어 리그 상위팀인 아스날로 이적하는 아론 램지. 

나중에는 그만큼 아스날에서 오래 뛴 선수를 찾기 힘들게 된다. 

삐이익-! 

선축까지 맨유에게 주어졌다. 

열렬한 서포터들의 응원이 윔블리를 달구었고 그 기세를 몰아 빠른 공격을 개시한다. 

맨유 선수들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 끝에 공을 잡은 선수는 바로 호날두. 

호날두는 공을 잡자마자 바로 스퍼트를 올리면서 카디프 시티 골문을 향해 내달렸다. 

경기 시작 극 초반부터 이렇게 돌파를 시도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카디프 시티의 선수들. 

이미 가속이 붙은 호날두는 마치 바람처럼 지나가며 막힌 벽을 뚫어낸다. 

  

툭, 툭, 툭, 툭. 

카디프 시티의 수비수 세 명이 몸으로 호날두의 앞길을 막았지만, 가운데 선수에게 알까기를 시전한 후 가뿐히 압박을 풀어내는 호날두. 

순식간에 페널티 에어리어 근접 지역까지 접근했다. 

맨유 선수들은 그에 보조하며 패스 받을 위치, 세컨 볼이 떨어질 위치 등을 점한다. 

순식간에 카디프 시티를 위기로 몰아넣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관중들의 환호성이 더욱더 커졌다. 

투욱! 

자신을 노려보며 달려 나오는 골키퍼의 모습이 호날두의 시야에 담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강력한 슛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슛이 제격. 

목표는 현재 골키퍼가 물리역학적으로 도저히 몸을 날릴 수 없는 곳. 

발 안쪽으로 가볍게 친 공은 아연한 표정을 짓는 골키퍼를 넘어 그대로 골라인을 스쳐지나갔다. 

카디프 시티의 그물이 출렁였다. 

정확히 경기시작 32초 만에 터진 벼락같은 골이었다. 

[바디 페인팅으로 제치고! 알까기까지! 파고드는 호날두! 들어갔습니다! 놀라운 골입니다!] 

[고오오오올-!! 크리스티안 호날두! 그대로 돌파해서 득점을 꽂아 넣습니다! 완벽한 돌파! 완벽한 슈팅!] 

[역대 FA컵 최단 시간의 골이, 무려 결승전에서 나왔습니다! 이 위대하고 어린 선수가 또 한 번 일을 냅니다!] 

호날두! 호날두! 호날두! 호날두! 호날두!! 

마치 올드 트래포드에 온 것 같다.  

윔블리의 레드 데빌즈들은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이름과 응원가를 연호하며 숭배했다. 

분위기는 완전히 맨유의 것이었다. 

경기 시작 32초 만에 터진 놀라운 골! 

안 그래도 리그 챔피언인 맨유를 상대하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낀 카디프 선수들은 이 한 방에 거의 패닉에 빠졌다. 

그들의 플레이에서도 그 기색이 느껴졌다. 

“한 골을 더 때려 넣으면 카디프 시티는 완전히 침몰한다.” 

노련한 사냥꾼과 같은 맨유의 고참 선수들은 경기를 끝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더욱 강하게, 더욱 빠르게 몰아쳤다. 

전반 27분, 왼쪽 윙어로 출전한 박치성이 호날두와 루니의 패스를 이어받아 슈팅, 또 다시 득점에 성공했다. 

2:0 

이 골로 카디프 시티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허무할 정도로 싱거운 승리였네요.” 

“이게 당연한 거야. 아무리 단판 승부라고 해도 상대는 겨우 2부 리그 팀이라고.” 

“결승이라는 타이틀에 잔뜩 쫄아있던 병아리들이 제일 신났네.” 

그렇게 긴장하며 걱정하던 나니, 안데르손 등은 완전히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날뛰었고 그것을 본 웨스 브라운과 리오 퍼디난드는 노인네처럼 웃었다.  

맨유는 추가로 두 골을 뽑아내며 4:0 대승을 장식, FA컵 우승 트로피를 07-08 시즌 옆에 새기는데 성공했다. 

위대한 업적에 도전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맥 빠지는 결과. 

맨유는 압도적이었고 결과는 허무했지만 사실은 ‘당연했던’ 결승전이었다. 

FA컵 우승팀의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는 대망의 무대를 앞두고 있는 탓에, 알렉스 퍼거슨은 FA컵 우승 시상식을 최대한 간소하게 그리고 빠르게 하는 것을 원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것은 잉글랜드 FA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일입니다. 보스.” 

“FA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죠. 정말 트레블을 해낸다면 축구 역사에 깊게 남을 사건이 될 텐데요.” 

“끄응...” 

결국 퍼거슨이 굽혔다. 

[FA컵 우승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우와아아아-!! 

발목 부상 때문에 시즌 아웃을 당해, 올 시즌 경기 출전을 거의 하지 못한 주장 게리 네빌은 규정상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주장인 라이언 긱스가 대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리그에 이어서 FA컵까지, 더블. 

4년 동안 무관이었던 한을 풀 듯,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더욱 크게, 더욱 열정적으로 환호를 보냈다. 

아직 더 큰 대회, 더 중요한 무대가 남았지만. 

팬들과 선수들은 잠시 동안 그에 대한 긴장감과 부담감을 벗어 던졌다. 

그저 오늘의 우승을 즐길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 어서 이리로 와." 

"제가 아니라 폴이 들어야죠." 

"아니야! 무조건 네가 들어야 해. 영감님도 허락하셨어." 

긱스의 단호한 말에 어쩔 수 없이 호날두는 시상식 단상의 중앙에 섰다. 

그리고 FA컵 우승컵을 받아 그것을 높이 들어올렸다. 

우와아아아-!! 

휘이이이익-! 

크리스! 크리스! 크리스!! 

시즌 내내 맨유의 그 어떤 선수보다도 뛰어난 활약을 펼친 크리스티안 호날두. 

오늘 결승전에서도 32초 만에 선제골을 집어넣고 추가로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면서 승리를 견인했다. 

오직 그만이 이런 환호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호날두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레플리카를 흔들고 있는 수많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을 바라보았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도 오늘과 같은 활약을 기대한다는 의미겠지... 고마워! 당신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볼게.' 

위대한 여정은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제 대미를 장식할 남은 목표는 바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었다. 

=== 

첼시와 맨유의 라이벌리는 비교적 최근 사이에 급격히 쌓인 경우다. 

사실 과거의 첼시는 그저 그런 중상위권의 팀이었고, 맨유는 물론이고 리버풀, 아스날 같은 팀들에 비해서도 인지도나 인기 등이 딸렸다. 

정확히 말하면 그 전까지는 맨유에게 첼시는 안중에도 없는 구단이라는 소리.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주의 자리에 올라 자본의 힘으로 뛰어난 외국인 용병들을 끌어 모았다. 

뛰어난 명장 주제 무리뉴의 등장 이후 첼시는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단숨에 맨유를 압도하는 리그 우승후보 팀이 되어버린 첼시.  

프리미어 리그 생태계에 일대 파란을 가져온 새로운 강팀이 되었다. 

맨유는 첼시를 강하게 의식했다. 

퍼거슨과 무리뉴의 언론을 통한 신경전과 말다툼은 이들의 라이벌리를 더욱 불태우는 일이 되었다.  

또한 첼시의 핵심선수인 호날두가 맨유로 이적까지 하게 되면서 이제 두 팀 간의 감정 갈등의 폭은 정점을 찍었다. 

첼시는 아스날, 토트넘 같은 지역 연고 팀보다 맨유를 더욱 꺾고 싶어 했고, 맨유 역시 리버풀과의 악연을 제쳐두고서라도 첼시를 박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 바로 올 시즌 두 팀 간의 이야기.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결말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무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매듭지어질 것이다. 

[아시다시피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단판 승부입니다. 16강부터 준결승처럼 1차전, 2차전으로 나뉘지 않기 때문에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감독의 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리뉴 체제에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맛봤던 첼시가 이제 무리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두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호는 '어게인 1999'입니다. 그 시절 맨유 팬들을 정말로 행복하게 만들었던 

위대한 업적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양 팀의 결의와 간절함은 충분합니다. 이제는 실력으로 그것을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맨유 

루니-테베즈 

호날두-스콜스-캐릭-하그리브스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브라운 

반 데 사르 

첼시  

로벤-드록바-조 콜 

램파드-마케렐레-발락 

애슐리-존 테리-카르발류-에시앙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은 오늘 전통적인 4-4-2 플랫한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첼시와 같은 4-3-3 포메이션으로 맞불을 놓을까 싶었는데 이건 의외의 선택이라 해야 할까요?] 

[‘어게인 1999’의 구호는 단지 응원적인 부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위대한 트레블을 이뤘던 당시와 같은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면서 그 때의 믿음과 기적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있겠지요.]  

[이에 맞서는 첼시는 역시 그들의 스타일과 색깔을 상징하는 4-3-3 입니다. 에시앙 선수는 풀백으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된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 중계 카메라가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군요.] 

[이 시대 최고의 스타 선수 아니겠습니까. ‘맨유가 챔스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발롱도르 수상자는 높은 확률로 크리스티안 호날두일 것이다‘ 라는 칼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정도로 최근에 그가 보인 활약은... 뭐라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죠.] 

[정점을 찍었음에도 끊임없이 발전하는 이 선수를 지켜보는 것은 축구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기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자! 많은 시청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유로파 리그 결승전부터 시작해서 유럽 선수권 대회 결승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월드컵 결승전까지 선수로 치를 수 있는 굵직한 대회의 결승전을 모두 치렀던 호날두. 

전 세계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호날두의 몸은 가벼웠고 활력이 넘쳐났다. 

더 이상 무대가 주는 압박감, 부담감에 시달리지 않았다. 

'나도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있구나.' 

결승전에서 호날두는 패배한 적이 없다. 

오늘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이 무대의 중요성 때문인지 평소에는 친한 척 말을 걸던 첼시 선수들은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무서운 눈으로 호날두를 노려보았다. 

그들의 감독인 그랜트에게서 자신을 철저하게 봉쇄하라는 지시를 받았겠지. 

적지 않은 시간 함께 뛴 동료들은 호날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플레이스타일은 물론, 작은 버릇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분석하여 지난 리그 경기보다 더욱 철저히 준비해왔을 것이다. 

분명히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 

하지만 괜찮다. 

압박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은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더 잘할 수 있으니까. 

“자-! 맨체스터의 제군들이여!! 영원토록 남을 전설이 되어라!!” 

                                                                                                  

                                    

결승전의 문이 열렸다. 

드디어 시작했다.

< 위대한 도전 - 1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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