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위대한 선수 - 4 >
[리그에서의 꾸준함과 득점 페이스는 물론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최단기간 리그 100골을 돌파한 기록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지표죠. 하지만 진정한 월드 클래스, 진정한 에이스라면 꾸준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것이 필요하죠.]
[바로 큰 대회에서의 활약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만큼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것이죠! 우리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스타 선수들은 모두 ‘자신의 대회’라고 불릴만한 원맨쇼를 반드시 보여줬습니다. 저는 이번 맨유의 트레블이 그와 같다고
봅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원맨쇼죠.]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 리그.
호날두는 올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12경기 출전하였고 15개의 골과 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토너먼트 단계에서 10골을 넣었는데 그 중 원정 경기에서만 6골을 넣었다.
그리고 이 중 상당부분이 팀원들의 도움보다는 개인의 능력으로 만든 골이었다.
[한마디로 중요한 경기, 더 어려운 경기일수록 호날두 선수는 더 잘하고 있습니다. 득점 페이스를 비교해 봐도 오히려 강팀과의 경기에서 호날두는 더 많은 활약을 해왔습니다. 챔스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바로 강팀을 잡아야 합니다. 특히 결승전에서의
넣은 2골은 정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호날두가 어떤 의미의 선수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호날두가 없었으면? 맨유는 절대로 우승하지 못했을 겁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오, 다이먼! 호날두가 없다면 지금 맨유의 영광이 없었다는 것은 여기 있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자꾸 그런 뻔한 말씀만 하시면 다음 주부터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을 수도 있어요!]
하하하하하!!
[하하하! 어쨌거나 호날두는 조제 알타피니의 챔스 최다득점인 14골을 넘었습니다. 또한 올 시즌 챔피언스 리그의 호날두는 전 시즌 히카르두 카카가 보여줬던 그 센세이션한 활약을 넘어섰다는 것이 중론이죠! 챔피언스 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 임
팩트를 남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 위대한 선수는 놀랍게도 유럽대항전, 국가대항전의 '결승전 연속골'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로 2004 결승전 때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넣었지요. 04-05 시즌 챔스 결승전에서 2골을 몰아
쳤습니다. 2006 월드컵 결승전에서 동점골, 결승골을 모두 넣었죠! 그리고 올 시즌 맨유의 트레블을 확정짓는 자리에서 선제골,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4번의 결승 무대에서 그는 7골을 넣었어요. 연속으로 말이지요.]
[스포르팅에서 뛸 당시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서도 호날두 선수는 골을 넣었죠. 참고로 4번, 아니 5번의 결승전에서 호날두 선수는 모두 MOM을 받았습니다. 이건 펠레, 마라도나, 크루이프 같은 선수들도 가지지 못한 기록이죠.]
결승전 무패.
결승전 연속골.
결승 무대에서 전부 MOM 선정.
이 지표는 방청객들에게 정말로 크게 다가왔는지, 사회자를 비롯한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강하다는 것은 축구 선수로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최고의 장점이다.
하물며 가장 중요한 경기, 절대적으로 중요한 결승전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골을 넣었고, MOM을 받을 정도로 활약했다는 것은....
[저는 이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놀랍... 이거는 너무 놀랍군요. 결승전. 모든 토너먼트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아닙니까?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정해지는!]
[물론입니다, 포먼.]
[그런 경기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우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아니, 이런. 제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군요, 그만큼 호날두 선수가 위대하고 경이로운 선수라는 뜻이겠지요.]
[하하하, 너무 칭찬만하니 좀 그렇긴 하지만 어린 나이에 이미 위대하다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선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이고요.]
[우리는 어쩌면 전무후무한 선수의 탄생과 창세기를 살펴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펠레의 축구는 보지 못했지만 크루이프와 베켄바우어의 축구를 보며 자랐고, 마라도나의 축구를 보고 이렇게까지 사람이 공을 다룰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감탄을 금
치 못했습니다. 이들의 축구를 누구보다 생생히 봐왔던 저도 호날두의 축구에는... 뭐랄까, ‘집약된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물론 마라도나와 크루이프 등이 호날두에 비해서 쳐진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몇 번이나 말하듯이 그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게 더욱
무서운 말이지요.]
이렇게 잘하는데, 이렇게 완벽한데.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플레이를 보고 경외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벌써부터 유럽 선수권 대회가 기다려집니다. 호날두 선수가 속해있는 포르투갈은 그 말고 특별히 돋보이는 선수가 없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뽑히고 있습니다. 호날두 선수 때문이겠죠.]
[이번 유로에서도 그가 일을 낸다... 그러면 더는 우리에게 그를 평가할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G.O.D’에게는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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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맨체스터 거리에서 이틀 밤낮으로 우승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오랜 무관의 한을 깬 맨유의 서포터들은 이번 퍼레이드를 그야말로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전혀 아니겠지만)
직장에 휴직계를 낸 맨체스터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창고의 음식들과 와인, 맥주 등을 꺼내서 거리에 늘어놓았고, 주점이나 레스토랑 등은 ‘오늘 하루 공짜!’ 라는 포스트지를 붙여놓고 모여든 사람들과 하루 종일 맨유의 축구 경기 영상을 돌려보았다.
모두와 함께 먹고 즐기는 축제에 맨유의 선수들이 빠질쏘냐.
우승 퍼레이드의 영웅은 바로 이들이었고, 맨체스터 시민들은 선수들 한명 한명을 만날 때마다 격한 반응과 영웅대접을 해주었다.
맨유 선수들은 이들과 뒤엉켜서 마시고, 먹고, 즐겼고, 춤을 추기도 했다.
어느 쪽에서는 정겹고 따뜻한 음악이, 또 어느 쪽에서는 시끄럽고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모두들 제각각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고 올 시즌의 성공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호날두 만큼은 이들처럼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없었다.
“우왁! 호날두 선수다!!”
“어디! 어디!?”
“나도 보여줘! 우와! 진짜야!”
""""크리스티안! 사인해주세요!!""""
어린 아이들도 올 시즌 맨유의 영웅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유니폼을 들고 몰려든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사인을 요구했는데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시즌 후반부에서는 거의 전 경기를 풀타임 주전으로 뛰었던 호날두는 몸도 마음도 무척 지쳐있었지만 손에 불이 나도록 성심성의껏 사인을 해주었다.
그나마 어른들이 눈치껏 빠져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호날두.
사인 해달라고 유니폼을 들고 온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모습에, 마찬가지로 호날두의 유니폼을 들고 사인 받으러 온 어른들은 웃으면서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주었다.
그들의 배려에 호날두는 감사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축구 선수가 손목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것이 확실하다.
"이상하게 크리스의 사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 특히 귀여운 아이들은 전부 크리스 꺼야. 내 얼굴만 보면 다들 도망가기 바쁜데..."
“어쩔 수 없어. 아이들은 솔직한 법이니까.”
“...응? 그건 무슨 의미야, 크리스?”
"인터뷰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너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소리야.“
왠지 그 뉘앙스가 아닌 것 같은데... 라며 중얼거리는 테베즈지만 호날두는 의연하게 웃음을 참으며 사인을 계속했다.
호날두, 테베즈의 옆에는 루니와 브라운도 있었는데 그들은 스페인 말을 아예 몰랐기에 이들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다.
열심히 사인만 하고 있는 호날두를 보며 루니는 불쌍한 놈이라며 낄낄댔지만, 맨유의 초고참 멤버인 브라운은 오히려 그런 루니의 뒤통수를 손으로 후려갈겼다.
“크리스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왜 비웃냐, 이 멍청아. 사인받기 위한 어린 팬들이 줄을 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오히려 부러워해야지.”
“내버려두세요. 웨스. 어딜 가도 욕먹기 바쁜 ‘하얀 돼지’가 뭘 알겠어요?”
“뭐야! 이 자식이 또 시비 거네!”
“지금 열 내는 사람에게 자기관리 꾸준히 안하면 나중에 추한 꼴 본다고 전해주세요, 웨스.”
“Shut the fuck up!"
"이 자식이 이젠 아이들 있는데서 욕까지 하네. 크리스 말 들어라. 훈련 좀 열심히 하고.“
“내가 알아서 합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요!”
호날두와 브라운의 협공에 결국 루니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악우인 루니가 말년에 얼 만큼 많은 똥을 싸고 욕을 먹는지 알고 있었기에 잘되라는(?) 마음으로 조언해줬는데 당사자가 저러면 뭐...
“그나저나 크리스, 너 꽤 달필이구나? 사인도 되게 멋있게 잘하네.”
“네! 호날두 선수는 저희 학교 선생님들보다 글씨를 잘 써요!”
“그래, 꼬마친구? 착하네. 오래 기다렸는데도 떼쓰지 않고.”
웃으면서 하는 웨스 브라운의 말에 아이는 쭈뼛거리더니 그에게 다가가서 사인을 부탁했다.
꼬마 팬의 요청에 브라운의 얼굴이 헤벌쭉해진다.
“아이를 좋아하시나 봐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크리스. 그리고 난 너처럼 슈퍼스타가 아니고 사인해달라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이런 요청 하나하나가 고맙지.”
물론 그 아이는 그저 내가 네 옆에 있으니 예의상 요청한 것일 테지만 말이야.
어깨를 으쓱거리는 브라운이었다.
“팬들에게 잘 대해줘. 나처럼 잘 대해주고 싶어도 그럴 팬들이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
“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리가 있습니까? 당신은 10년 전 첫 번째 트레블을 경험한 원년 멤버잖아요. 스스로를 자학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뭐든지 상대적인 거야. 아무튼 위로해준 거지?”
“그러면서 열심히 사인하는 중이죠. 자, 받아라. 꼬마 손님.”
“감사합니다! 호날두 선수! 앞으로도 골 많이 넣어주세요!”
아빠미소를 지은 호날두가 무심결에 꼬마 애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말았다.
서양에서 이 행동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
지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버릇이 도져서 실수를 할 뻔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숫자는 많고도 많았다.
다른 동료들은 간간히 들어오는 사인요청만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신나게 놀고 있는데 호날두는 아무래도 그러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해줄 수는 없잖아...“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
괜히 성의 없이 해줬다가 상처라도 받는다면 평생 죄책감을 느끼리라.
“호날두 선수... 손목에 불나요...”
“흐읍!”
맨체스터의 트레블 축하 퍼레이드에서 다른 선수들이 다 웃고 즐기면서 춤 출 때, 호날두는 뒤에 숨어가지고 유니폼에 사인만 줄기차게 했다는 전설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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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의 테크닉 레벨은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 그 이유는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길거리 축구를 많이 해봐야 창의성이 늘고 테크닉도 성장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잔디 구장에서 축구를 배우는 것보다 길거리 축구에서 시작하는 게 훨씬 낫다. 길거리에서는 상대방하고 축구하다 넘어지면 다친다. 아이들은 한 번 다쳐보면 다음부터는 다치지 않으려고 공을 차며 생각을 하게 된다. 공을 다루면서 몸싸움
을 하더라도 또는 하지 않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 축구에선 기술보다 체력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선수가 지친 상태라면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예를 들자면, 지난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에서 순수하게 기술로 넣은 골이 얼마나 될까? 나는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제외하곤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기술보다 체력이 중심이다라는 마인드는 축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은 무조건 달리고, 맹렬하게 수비하고, 노예처럼 경기하도록 키워질 것이다. 테크닉은 축구선수에게 영광이자 긍지가 되어야 한다.]
- 요한 크루이프 -
크루이프의 격언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수많은 스타 선수들의 출신은 실제로 길거리였다.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축구하며 배웠던 테크닉들.
시대를 풍미한 테크니션들이 이러한 개인기를 성인 무대에서도 써먹으면서 자신들의 기량을 입증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만하다.
그리고 여기, 그의 말을 증명하는 사례가 하나 더 나왔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경제적인 고달픔 속에서도 길거리에서 계속 축구를 해왔던 한 어린 소년.
나이답지 않게 번득이는 개인기와 테크닉으로 이미 한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던 그 소년은, 스카우터에 눈에 띄어 결국 브라질의 명문 팀인 FC 산토스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많은 어린 떡잎들이 재능의 벽 앞에 무너진다는 클럽 유소년 팀 안에서도 뛰어난 발재간과 테크닉으로 주목 받은 이 어린 선수는 결국 다음 시즌 16살의 나이로 성인 무대 데뷔를 확정지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산토스 유소년 팀의 최고 유망주가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진입한다는 것은 브라질 언론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일.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로써 당신의 아들은 슈퍼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의 에이전시인 ‘GestiFute’ 와 정식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계약 과정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멘데스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에이전트입니다. 먼 브라질에서도 그의 이름을 저는 알고 있었죠. 그런 멘데스가 직접 와서 저의 아들에게 에이전시 계약을 제안한 것은 큰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찍은 선수들은 대부분 크게 성공했으니까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아버지는 브라질 언론들의 플래쉬 세례에도 자랑스럽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네이마르’는 반드시 커다란 선수가 될 것입니다.”
< 가장 위대한 선수 - 4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