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9화 (89/125)

< 가장 위대한 선수 - 5 >

네이마르 산토스 주니어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웠다. 

과거 축구 선수였지만 재능의 한계 때문에 일찍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는 아버지는, 자신이 했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네이마르 자신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네이마르는 또래 아이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실력을 가질 수 있었다. 

‘넌 정말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났어! 봐봐! 하면 되잖아!’ 

‘ 

그것이 바로 네이마르가 그의 아버지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였다. 

물론 그 다음에 바로 ‘더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힘내보자.’ 였지만... 

여기서 더 열심히 하라고? 

축구도 좋지만 놀기도 좋아하던 어린 네이마르는 불만이었지만 아버지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몸이 아주 민첩하고 개인기가 출중합니다. 특히 발재간 기술이 좋은데 이건 훈련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 타고나야 하는 것이지요.’ 

  

‘저희 팀에 입단시킨다면 아드님에게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게 되는 셈입니다. 네이마르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만큼 그의 아버지가 기뻐하고 감격했던 적은 네이마르의 기억에 없었던 것 같다. 

네이마르는 그 때를 떠올리며, ‘마치 내가 아닌 아버지가 입단하는 것 같았다.; 라며 회상하곤 한다. 

특별한 그의 재능은 산토스 유스팀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게 하기 충분했다. 

호나우두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타에 목말라 있던 브라질 언론들이 하나, 둘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네이마르 주니어의 마음속에는 자만심이 피어올랐고, 네이마르 시니어는 자신의 노력이 지금의 성공을 만들었다며 콧대를 높였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다 뚫어내고 돌파합니다! 어느 누가 이 위대한 선수가 카테나치오에게 막힐 것이라 단언했습니까!?] 

[이야~ 다시 봐도 정말 이 선수의 볼 터치는 지나칠 정도로 깔끔합니다!] 

[호날두 선수가 공을 잡자마자 이탈리아 선수들이 다 같이 긴장하는군요! 큰 체구임에도 호날두 선수의 탈압박은 정평이 났죠!] 

네이마르는 그 사람을 보게 되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브라질의 ‘Il Fenomeno(호나우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선수. 

벌써 발롱도르를 두 번이나 탄 그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았지만 크게 의식했던 적은 없다. 

축구의 제국이라 불리는 브라질 출신의 신성에게, 축구 변방국에서나 영웅이라 불리는 호날두는 그리 높게 평가되는 대상은 아니었고, 네이마르는 오히려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를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호날두의 축구’, 그의 플레이는 지금까지 네이마르를 지탱해온 모든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마치 브라질리언처럼 화려하고 역동적인 개인기와 테크닉을 가진 선수였고 충분히 실전에서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면 네이마르는 그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연습경기에서의 자신처럼, 개인기를 남발하느라 템포가 늦춰지고 공을 뺏기는 일은 저 호날두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씩 번득이는 기량을 드러냈지만 그 전까지 그의 플레이는 매우 수수했으며 언듯 보면 평범해 보이기까지 했다. 

누구보다 출중한 재능과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절제와 헌신을 다함으로써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그것은 지금껏 네이마르가 해보지도, 해보려고도 노력하지도 않은 플레이였다. 

‘저 선수는 특별한 실력을 갖췄어. 하지만 왜 그걸 자주 내보이려 하지 않을까?’ 

월드컵 결승전이라는 무대가 선수 개인에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어린 네이마르도 잘 알았다. 

네이마르였다면 동료에게 패스하기보다는 볼을 오래 소유한 채 조금 더 확실히, 조금 더 강렬하게 스스로를 드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축구에 대해서 명석했고, 그렇기 때문에 깨달음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아, 그것이 팀의 승리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구나.’ 

어린 그의 눈에도 호날두의 플레이에 담긴 ‘효율’을 읽을 수 있었다. 

조금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공을 전방으로 보내서 그것을 이어받아 상대 수비를 뚫고 골을 넣는 것. 

이 하나의 명제만을 위해 호날두는 자신이 주어진 무기를 반쯤 포기하고 팀에 녹아들어 헌신했다.  

최고의 재능이라며 찬사를 받아온 네이마르는 절제를 몰랐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해도 동료들이나 코치들은 잘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래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포르투갈의 우승입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조국에 무한한 영광을 선물합니다!] 

명승부, 명경기 끝에 승리는 포르투갈에게 돌아갔다. 

포르투갈의 첫 월드컵 우승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호날두. 

그것은 꿈 많고 야망 있는 어린 소년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되기 충분했다. 

저 빛나는 자리, 저 빛나는 플레이가 탐이 났다. 

그 때부터 네이마르의 목표는 호날두가 되었다. 

“에이전트라는 놈들은 다 자기 잇속 챙기기 바쁜 장사꾼 놈들밖에 없어. 멘데스와 계약함으로써 너와 나는 큰돈을 잃은 거야.” 

인터뷰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 

그 속에는 네이마르를 작게 힐난하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조르제 멘데스? 그의 선수 보는 눈이 대단하다는 것은 물론 나도 알고 있지. 하지만 너는 언젠가 성공할 재목이었어! 놈들은 그 성공에 빌붙어서 기생할 뿐이라고! 그런데도 그들과의 계약을 맺은 이유에 대해서 이 아비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에이전트의 케어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은 아버지잖아요. 멘데스는 최고의 에이전트이니 당연히 그가 제 에이전트가 되는 것이 제 성공에 유리하겠죠.” 

“그래,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멘데스가 아니라 내가 해도 되는 일이야. 만약 그랬다면 너에게 들어올 돈의 상당부분을 지킬 수 있었겠지. 우리는 가족이잖니.” 

잊지 마라, 레이. 너를 지금 이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나야. 

아버지의 말에 네이마르는 대꾸하지 않고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말싸움 해봤자 의만 상한다. 

창밖에는 푸른 바다의 정경이 스쳐지나갔다. 

작년부터 멘데스의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네이마르는 고민 끝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호날두와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 되었지.’ 

멀리서 들려오는 그의 성공과 활약을 들을 때마다 네이마르는 가슴이 뛰었다.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의 파동이 휘몰아치게 만드는 대상은 이제 같은 에이전트의 고객으로 묶였다. 

그것은 참 묘한 느낌이었다. 

조금은 그와 가까워진 것일까? 

“아버지, 남미의 리그는 유럽의 빅 리그보다 수준이 많이 쳐지는 게 사실이죠?” 

“어디서 그런 말 하지마라. 돌 맞아 죽는다. 뭐,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지. 특히 유럽의 빅 리그는.” 

“빨리 유럽에서 뛰고 싶네요.” 

이제 겨우 1군 무대에 진입했건만 네이마르는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유럽으로 가고 싶었다. 

=== 

리그컵 준우승, 리그 3위, 챔스 준우승을 거둔 첼시의 아브람 그랜트 감독이 해임 당했다. 

이 일대 사건에 대해서 첼시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래도 챔결까지 간 감독을 바로 내치는 것은 너무하다는 처사와 최소 트로피 하나는 따 논 당상처럼 가져온 클럽이 무관에 리그 3위는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이다라는 파로 나뉘었다. 

어쨌거나 첼시 쪽의 언론지, 서포터즈 연합의 공통된 의견은 하나였다. 

이럴 거면 주제 무리뉴를 왜 잘랐냐는 것.    

하기사 무리뉴가 있던 시절에 첼시는 리그 우승만큼은 반드시 챙겨왔다. 

2위도 아니고 아스날에도 밀린 3위의 성적은 그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실감하도록 만들었다. 

"진짜 내쫓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지 않나요? 왜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엄한 감독에게 화풀이 하는 걸까요." 

“내쫓아야 할 사람들? 누구?” 

“당연히 우리 크리스를 우습게 본 첼시의 이사들이죠. 이름은 짜증나서 말하지 않을래요.” 

침대에 누워서 신문을 읽고 있는 호날두에게 안겨오는 케슬린. 

두 아름다운 연인은 진한 모닝키스를 나누면서 사랑을 불태웠다. 

시즌 종료 후, 꿀맛 같은 휴식 속에서 호날두는 모처럼 늘어지는 생활을 하는 중이다. 

첼시는 04-05, 05-06 시즌에서 정점을 찍은 후 경기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지표 등에서 하락세를 그리는 중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적 시장의 삽질. 

더 써먹을 수 있는 좋은 자원들을 팔아치우고, 스쿼드의 업그레이드를 바라며 데려온 영입생들이 부진한 것이 가장 컸다. 

당연히 이 영입을 책임진 인사들을 잘라내야 인과관계가 맞는 일일 텐데 애꿎은 감독만 쳐내니 많은 첼시 팬들이 불합리를 느낄 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럴 것이 이미 첼시는 한번 세계 최고의 감독인 무리뉴를 밀어냈다.  

무리뉴와 비교해서 거의 무명의 감독이나 다름없었던 그랜트를 해임시키는 것은 어린애 손목 비틀기보다 쉬운 일. 

보드진들은 실패의 책임을 감독에게 돌리기 급급했고 선수단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으로 라커룸을 쥐락펴락했다. 

감독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첼시 시절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어쨌거나 로만은 이번에는 엄청나게 큰돈을 들여서 거물 감독을 선임하게 되었는데 바로 호날두도 잘 아는 사람이다. 

바로 브라질과 포르투갈 감독으로서 2번의 월드컵 우승과 1번의 유로 우승을 이뤄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현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감독인 스콜라리는 이번 유로 2008이 끝나는 대로 첼시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그 선택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테지. 

하지만 맨유에 퍼거슨과 호날두 자신이 있는 이상, 리그에서의 우승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포르투갈 축구협회가 정한 스콜라리의 후임에는 카를루스 케이로스가 물망에 들어왔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코치인 그 케이로스가 맞다. 

맨유의 수석코치인 만큼 웬만한 1부 리그 감독들을 쌈 싸먹을 만큼 대단한 커리어와 실력을 갖췄고, 당연히 호날두와도 코치와 선수 관계로서의 친분이 있었다. 

과거 1991년부터 1993년까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던 적이 있었으니 좀 뜬금없지만 그럭저럭 이해 갈만한 인선. 

[최근 축구계를 돌아보면 실망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호오? 어떤 것에서 실망을 느끼셨습니까?]  

[업계의 질서가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축구 선수는 선수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팬들과 팀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죠. 하지만 요즘 보면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가끔 보입니다. 이것은 권한의 이탈이며 무분별한 독재, 탐욕과도 같죠.]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그것에 대해서 조금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미스터 졸드슨?]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던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유로 2008이 끝나면 첼시로 가겠다는 확정적 오피셜이 떴죠. 그 후임으로 들어올 유력한 사람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코치인 카를루스 케이로스라는 소스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서 우리는 모두 의문점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왜 빅 클럽의 수석코치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가야 됐었는지, 여기에 대해서 어떤 무형적인 힘이 제기됐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죠. 맨유와 포르투갈 국대에 모두 속하는 핵심 선수가 누군지 안

다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홀쭉한 볼에 뾰족한 눈빛, 그리고 촌스러운 안경을 쓴 사람이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스포츠TV에 나와서 쇼하는 것을 호날두는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케슬린은 숫제 배를 잡고 뒹굴었고, 엄마의 웃음소리를 듣고 아장아장 걸어온 레오는 입가에 침을 잔뜩 흘리는 중이었다. 

저 인간, 내가 첼시에 있을 때도 그러더니 또 이러네. 

또 어떤 참신한 헛소리를 할까라는 심정으로 호날두는 채널을 바꾸지 않았다. 

[맨유와 포르투갈의 핵심 선수라면...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호날두 선수가 포르투갈 대표팀의 감독을 선임하는데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여기에 대한 사실확인이...] 

[오우,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호날두 선수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는 축구 협회나 감독들이 눈치를 보게 만듭니다. 그가 말하는 한 마디에 감독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고, 경기 전술이라던 지, 선수기용이 바뀔 수

도 있는 법이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룬 직후 했던 호날두 선수의 인터뷰가 논란이 되었음에도 퍼거슨 경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올곧은 호날두 선수가 그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직접적인 주장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의뭉스럽게 음모론이 나돌도록 조장한다. 

여기에 당연히 근거 따윈 없다. 

찌라시 전문 언론지의 편집장답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는 발언과 그렇지 않은 발언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 

영악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저 양반은 뭐가 그리 심통이기에 저러는 걸까. 

영향력 행사는커녕 포르투갈 축구협회에 한마디 말도 안했는데. 

“어디에 전화하세요, 크리스? 설마 포르투갈 축구협회인가요?” 

"재미없는 농담하지 마. 저 인간이 편집장으로 있는 곳이 익스프레스라고 했지? 퍼기 영감한테 말해서 맨체스터의 인터뷰 룸 출입을 금지시켜달라고 부탁해야겠어." 

“호호, 역시 최고의 선수는 다르네요. 하긴, 항상 너그러운 용서가 정답은 아니죠.” 

“영향력은 이럴 때 행사하는 거지.” 

모두 까기 인형인 졸드슨은 퍼거슨과 맨유에게도 쓴 소리로 위장한 근거 없는 소설을 몇 개 지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날두의 요청에 그들도 아마 쌍수를 들고 환영할거다. 

                                                    

                                                                                                     

“오늘 할 일 다 했으니까, 그만 자자. 아이고, 피곤하다-” 

“진짜 못 말린다니까~ 너희 아빠 보렴, 레오. 시즌 끝났다고 이렇게 게을러져도 되는 건가봐.” 

                                                                                                                

“나두 올라갈래...” 

                                                                                                                  

                                                                                                                    

낑낑거리면서 침대에 올라오려는 레오를 들어 올려 케슬린과 자신의 사이에 내려놓은 호날두는 따스한 햇살 속에서 눈을 감았다. 

이틀 후, 유로 2008이 개막한다. 

다시 심장이 터져라 뛰어야겠지만 지금은 일단 주어진 일상의 행복과 휴식을 누리기로 한 호날두였다.

< 가장 위대한 선수 - 5 > 끝

ⓒ 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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