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104/125)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2 >

공격수 한 명이 극도로 부진했고 이상하게 운이 따르지 않아 골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임에도. 

호날두는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공격수는 경기를 길게 볼 수 있는 인내심과 침착성이 필요하다. 

한 번만 뚫려도 실패인 ‘수비’와 달리 한 번만 제대로 뚫어내도 성공인 ‘공격’이었기에, 연이은 실패에 초조해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공격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지금 호날두의 열정 있는 뜀박질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해졌다. 

자신이 나서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에. 

그게 바로 에이스니까. 

“또 만났네, 친구.” 

“...난 당신같은 친구 둔 적 없는데.” 

날카로운 그의 반응에 호날두는 씨익 웃었다. 

루카 모드리치와의 신경전은 그에게도 흥미로운 일이다. 

유로 2008때 한번 맞붙었던 모드리치는 묘한 경쟁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닳고 닳은 호날두에 비해 그는 조금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호날두가 공을 잡은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그것을 자신의 도전을 받아주는 행동으로 신중한 표정으로 접근했다. 

흔히 벌어지는 축구 선수들의 1대1 대결. 

하지만 호날두는 이 상황에서 일기토를 할 생각이 없었다. 

'여유가 있다면 제대로 상대해줬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일단 가볍게, 측면에 있는 카를로스 테베즈에게 패스하려는 페인팅을 주는 호날두. 

긴가민가한 모드리치가 주춤거리며 그쪽으로 무게중심을 기울이려는 찰나,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반대편으로 공을 차고 달리는 호날두. 

플립 플랩의 응용편을 보여주며, 모드리치를 닭 쫓던 개로 만드는 호날두. 

그의 표정은 안 봐도 훤했다. 

"젠장! 호날두를 막아!" 

"태클이라도 걸라고! 라인 뚫리지 마!"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돌파 당하자 또 다시 토트넘 수비진들 사이에서는 비상불이 들어왔다. 

경기 내내 호날두에게 탈탈 털린 이들이었지만 눈을 부라리며 막아서는 토트넘의 수비수들.  

이들의 피지컬은 위협적이었지만 호날두에게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개인기가 있었다. 

맥기디 스핀으로 한명을 제치고, 라 크로게타로 또 한명을 제치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하는 호날두. 

지금껏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것은 운이 없었을 뿐이지, 결코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듯, 그는 또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이제 여기서 왼발로 감아 찬다면, 골이 선언될 확률이 거진 70~80%는 될 것 같았다. 

슛의 행방이 양 팀의 운명을 결정한다. 

모두의 시선은 그것의 촉매가 될, 호날두의 발에 향해 있었었는데... 호날두는 슛을 찰 수가 없었다. 

그의 발을 밟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토트넘의 주장, 래들리 킹. 

다음 스텝에서 슛을 차려고 준비 중이던 호날두의 왼발을 강하게 밟았고 당연히 호날두는 균형을 잃고 그라운드에 넘어지고 말았다. 

'래들리 킹도 급하긴 급했나보네.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이런 반칙을 다하고.' 

그런 생각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는 호날두였지만 이상함을 느끼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심이 페널티킥 휘슬을 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 미친 주심은 옐로우 카드를 꺼내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래들리 킹에게 주는 줄 알았는데... 호날두 자신에게 주는 카드였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멘붕이 오고 말았다. 

평소 기민하게 돌아가던 머리가 아주 잠깐, 사고를 멈췄다. 

"주심, 주심!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판정이야! 반칙을 당한 건 크리스라고!" 

"내가 봤어! 래들리 킹이 크리스의 왼발을 밟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당신은 지금 완벽히 오판하고 있다니까!" 

"아니, 헐리웃 액션은 하지도 않았는데 왜 크리스에게 카드를 꺼내는 거야!? 약 먹었어!?" 

이 사건의 인과관계가 도대체 이해가지 않는 것은 맨유 선수들도 마찬가지. 

반칙을 당한 건 호날두인데 카드를 받은 것도 호날두라니?? 

"다들 조용하고 경기를 진행하도록! 계속 판정에 불복하고 시간을 끈다면 너희들 전원에게 카드를 주겠어!" 

호날두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심판 놈들은 이게 문제다. 

잘못된 판정인 것을 알게 되어도 그냥 진행한다.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이 위해서! 

저 흔들리고 있는 동공을 봐라!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아는 표정이 아닌가! 

“...주심. 적어도 부심의 확인은 받은 다음에 판정을 내리시죠? 당신도 이 판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알고 있잖아요?” 

“...이의는 받지 않는다. 돌아가.” 

호날두는 뒷목을 주물렀다. 

참... 진짜 별에 별꼴을 당한다. 

[아...! 이 장면에서 호날두 선수의 반칙이 선언되나요? 이건 명백한 오심인데요? 주심이 오늘 제대로 실수했습니다! 나중에 분명히 말이 나올 겁니다!] 

[킹 선수가 호날두 선수의 발을 밟는 장면이 리플레이로 나옵니다.... 네, 정확히 밟았군요. 킹 선수의 반칙이었고 그 위치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이었기에 페널티킥을 선언해야 맞는 판정이죠. 하지만 주심은 오히려 호날두 선수에게 카드를 꺼내는군요.]  

[발을 밟는 행동이 설사 고의가 아니라 판단해 킹 선수에게 카드를 주지 않는다 해도, 호날두 선수가 헐리웃 액션으로 반칙을 받을만한 그런 장면은 절대 아니었거든요. 드리블에서 슛을 차려는 동작으로 넘어가는 도중, 발을 밟으면 누구라도 넘어질 수밖

에 없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바디밸런스를 가진 선수라도요!] 

[이번 판정은... 분명 맨유 팬들 입장에서 분노할만한 것이네요. 그라운드를 향해서 단체로 쓰레기를 투척하고 있는 맨유 팬들입니다... 애도를 표합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된 판정이고, 이들은 불만을 제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심판도 사람인지라 모든 것을 전지전능하게 보고 판단할 수가 없죠. 비디오 판독이라도 한다면 좋겠지만, 파울 상황 그대로를 끌고 와서 다시 진행할 수 없는 축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호날두 선수는 정말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 

"크리스...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요...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정말 열이 뻗치네요. 레드 카드를 안 꺼내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 

“이래보여도 다시 경기 시작되면 제대로 집중할 겁니다. 그러니 캡틴은 저기 얼굴 터질 것 같은 분에게나 가 보세요.”  

와구와구 소리를 질러대는 퍼거슨의 모습은 주심을 때려죽일 기세였다. 

그의 기세에 눌려 꼼짝 못하고 있는 부주심이 불쌍해보일 정도. 

고개 돌린 네빌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어야 했다. 

‘심판이 경기의 맥을 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배를 해버리는구만.’  

이 상황 자체가 어이가 없고 무척 짜증스러웠던 호날두지만. 무서운 속도로 이성을 되찾았다. 

이미 지난 일인데다 잘 생각해보니, 이건 자신과 맨유의 이미지에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퍼기 타임’처럼 알게 모르게 맨유는 판정에서 이득을 보는 측면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래왔지만 오늘 이후로는 그런 말 함부로 못하게 될 것이다. 

EPL에서도 역대급으로 뽑힐 오심이 등장했으니까! 

자신은 동정과 지지를 받겠지만 주심, 저 놈은 이제 평생 욕먹을 일만 남았다. 

'심판에게는 내 팬들과 맨유의 팬들이 제대로 참교육 해주겠지. 하지만 내가 결국 풀어야 하는 것도 있어.' 

호날두는 딱 봤다.  

래들리 킹이 달려오는 주심에게, 자기는 전혀 반칙하지 않았다고 두 손을 들어 올려 무고함을 표현하는 장면을. 

그리고 나중에 호날두가 옐로우 카드를 받자 잇몸을 드러내며 웃기도 했다. 

참교육 해줘야 할 대상은 주심뿐만이 아니었다. 

래들리 킹, 그리고 토트넘. 

“오랜만에 승부욕 돋게 만드네. 좋아, 한 번 해보자고.” 

수비수에게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골 먹히는 게 최고의 굴욕이지. 

레들리 킹과 토트넘의 골문을 살벌하게 노려보는 호날두였다. 

가장 위력적이었고 가장 위협적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사자와 같이 포악하고 거칠었으며, 토트넘 선수들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는고...?” 

해리 레드납. 

토트넘의 감독인 이 노인은 오늘 호날두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제대로 질려버렸다. 

정말 누가 지어준 그 별명이 맞는 것 같았다. 

축구 터미네이터.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한 영화의 로봇처럼,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최고의 축구 선수임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분명 멘탈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여러 번 등장했다. 

토트넘의 ‘천운’ 속에서 수많은 찬스들이 무산되었고, 팀원 중 한명은 정신 줄 놓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중. 

여기에 말도 안 되는 오심의 피해까지 입었다. 

토트넘도 싸잡아서 욕먹겠지만 그래도 저 무서운 놈의 멘탈이 터져 승점을 지킬 수만 있다면 이득이라 생각한 해리 레드납. 

하지만 그가 바라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날카롭게 벼려진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시종일관 몰아치면서 경기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만들었다. 

“어떻게 저 재능에, 저 기량을 갖추고도 완벽한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천재들의 오만함과 불안정함을 수없이 보아왔던 레드납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훨씬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원하는 것을 달성해온 천재임이 분명할 호날두는, 마치 ‘결핍’을 경험해 본 이들처럼 원하는 곳에 선을 그었다. 

저건 천재의 멘탈이 아닌, 십수 년을 뛴 노장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늙은 생강의 멘탈이었다. 

천재의 재능에 노장의 멘탈이라...  

그런 사기적인 조합이 가능한가? 라며 레드납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전반 종료를 2분 앞둔 상황. 

맨유의 프리킥 찬스가 다시 한 번 찾아왔다. 

3번째 프리킥 찬스, 이제는 넣을 때도 됐다. 

이번에도 키커는 역시 호날두. 

골대 정면이라 비교적 골을 넣기 쉬운 방향이었지만 문제는 거리가 약 40M가량 된다는 것. 

이 정도면 어지간한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도 감히 다이렉트 골을 노려볼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것을 노릴 생각이었다. 

자신의 킥력을 믿었다. 

'에우렐류 고메스(토트넘 골키퍼)의 오늘 선방은 거의 공중볼이었지.' 

키가 크고 팔이 긴데다 반사 신경도 좋은, 훌륭한 골키퍼다. 

공중에 특히 강하다는 성향을 감안하여 슛을 찰 생각이었다. 

'이럴 때는 불확실성에 의존하는 무회전 킥보다는 빠르고 정확하게 꽂히는 킥이 필요해.' 

호날두가 저격하는 위치는 바로 골대 왼쪽 사이드 아래 공간. 

오른손잡이 골키퍼가 가장 막기 어려워하는 곳. 

지난 두 번의 프리킥 찬스를 통해서 분석을 확실히 했던 호날두는, 이미 공을 어떤 식으로 찰지에 대한 전략을 다 세워두었다. 

도움닫기를 하면서. 

강하게 걷어찼다! 

뻐엉-!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은, 막기 위해서 점프하는 토트넘 선수들의 키를 넘었다. 

전형적인 높은 공의 출현에 고메스는 공중볼을 잡는 자세를 취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건 페이크.  

토트넘의 수비벽을 넘자마자 갑자기 아래로 급추락하는 공. 

공에 걸린 역회전이 슛의 궤적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급격히 추락한 공에 놀란 고메스가 몸을 억지로 날렸지만, 그 순간의 차이가 당락을 결정했다.  

결국 땅바닥을 찍고 튀어오른 공이 그대로 고메스를 지나쳐 골네트를 흔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치열한 수 싸움의 승리! 

스스로가 생각해도 기가 막힌 득점이었다. 

[직접 슈팅을 하기에는 먼 거리이지만... 호날두 선수는 유럽 최고의 프리킥 키커죠!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그에게 찾아온 세 번째 기회입니다.] 

[오늘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출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호날두 선수. 전반전을 기분 좋게 마칠 수 있느냐가 달려 있는 중요한 순간이 오직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크리스티안... 슛! 들어갔습니다아아-! 크리스티안 호날두! 멋진 프리킥 득점!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골을 넣으며 화이트 레인 스타디움을 잠재우는 호날두 선수!!] 

[땅에 맞고 바운스되어 들어가는 환상적인 궤적의 공입니다! 다이렉트로 슛을 날리기에는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호날두 선수!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멋진 프리킥 전략을 가지고 있었군요!] 

[이 선수를 보면 정말 영리하게 축구를 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경기장에서 가장 빛나던 선수인 그가 결국 이번 경기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내네요!] 

바운스 된 공은 정확히 래들리 킹이 마크하고 있었던 곳을 찍고 들어갔다.  

그걸 막지 못한 래들리 킹의 실책으로 기록이 되겠지. 

표정이 썩어버린 래들리 킹.  

호날두는 자기 두 눈을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긁은 후 레들리 킹의 두 눈을 가리켰다. 

‘지켜보고 있다. 또 그 짓 해봐라.’ 

  

최소한의 양심이나 매너조차 지키지 못한 레들리 킹을 조롱하는 셀레브레이션. 

레들리 킹은 이를 갈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경기력에서 맨유에게 압도당하고 있던 상황에서, 전반 끝나기 2분 전에 터진 선제골은 토트넘이 급격히 흔들리도록 만들었다. 

라커룸에서의 충분한 휴식시간과 재정비시간을 가졌음에도 이 진폭은 가라앉지 않았다. 

조콜라와 모드리치 등 미드필더들만 비교적 정신이 말짱했고, 그 외 나머지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을 지우지 못한 채 허우적거렸다. 

그게 딱 보였다. 

당황한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승리, 하지만 그럴 생각 추호도 없는 호날두. 

냉정한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자신이 뚫고 나갈 지역을 잘 선점하는 호날두. 

공을 받자마자 생각해놓은 자리를 향해 치타처럼 질주하기 위해서다. 

'내가 노릴 선수는.... 뭐, 당연히 저놈이지.' 

꼭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레들리 킹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그는 토트넘의 주장이었고 토트넘 수비의 중핵이다. 

결국 레들리 킹을 꺾어야 골을 넣을 수 있었고, 위기에 빠진 토트넘을 완벽하게 무너트릴 수 있는 것이다. 

투웅! 

폴 스콜스의 잘 때린 롱 패스가 정확히 호날두가 있는 자리에 떨어졌다. 

맨유 팬들이 박수를 보낼 정도로 나무랄 데 없는 롱 패스. 

                                              

‘진짜 패스 능력만큼은 기가 막히다니까.’ 

솔직히 경기장에서 그의 인성은 결코 좋다할 수 없었고 가끔씩 ‘돌아버린’ 태클로 퇴장당하는 미친 짓을 하는 스콜스였지만, 나이가 들어 은퇴했음에도 끝내 퍼거슨이 그를 다시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 패스 능력. 

그의 패스만큼은 정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니, 어쩌면 EPL 전체에서도 대등한 선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 

괜히 맨유의 선수들, 그리고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스콜스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의 품격있는 패스였다. 

어쨌든 토트넘의 빈틈을 정확히 찌른, 스콜스의 창조적인 롱 패스 덕분에 호날두는 무려 두 개의 라인을 건너뛰고 달릴 수 있었다. 

가슴으로 트래핑 한 다음, 발밑 기술을 이용해 토트넘 수비진들의 압박을 뚫어냈다. 

비어있는 안쪽 공간으로 공을 몰고 드리블을 시작하는 호날두. 

그의 질주가 또 시작됐다. 

토트넘 선수들과 토트넘 팬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질주였다. 

"누가 제발 저놈 좀 막아줘-!!" 

한 토트넘 팬의 절규 섞인 외침이 이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2 > 끝

ⓒ 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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