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S 바르셀로나 - 3 >
“이건 아니야! X발! 이건 아니라고!!”
“Shit! 대놓고 매수였잖아! 개X 같은!”
“쓰레기 같은 새끼들! 뼈마디 분리시켜서 갈아먹을 새끼들!”
“이건 진짜 심판 새끼 신상조사 해야 해!”
“XX! XXXXX!!"
현실 부정부터 시작해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난무했다.
여기도 이럴진대 지금 스탬포드 브릿지의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옛날 70, 80년대 훌리건들이었다면 정말 살인나도 이상하지 않겠지.
그 정도로 이번 경기는 어이가 없었고, 개념이 없었으며, 상식조차 없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울고 있는 여성 팬들.
그들의 감정에 동화된 것일까.
케슬린의 눈가도 조금 붉었다.
"...사실 첼시도 많이 좋아하는 팀이었거든. 지금 크리스가 뛰는 맨유 다음으로 좋아하는 팀이야. 왜냐하면 첼시에서 뛰던 크리스도 정말 멋졌으니까..."
"......"
"그런데 저렇게 어이없는 판정으로 떨어지게 되니 참... 뭐라 할 수 없는 감정이 드네. 져도 달링의 손에 져야지 이런 식으로 지면..."
호날두도 그녀와 같은 심정이다.
아니, 케슬린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얕지 않다.
이번 경기는 첼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더라도 충분히 분노할만한 경기였으니까.
"달링.“
“응.”
“바르셀로나에게만큼은 지지 말아줘.”
“당연하지. 절대로 질 생각 없어."
절대로 질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온 것이니까.
시간이 흘러도 이곳 사람들은 진정될 기미가 안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스페인 대사관에 항의 겸 시위를 하기 위해 나섰고, 또 어떤 사람들은 UEFA 공홈에 욕을 쓰기 위해 주인장의 컴퓨터를 빌렸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
전부 이번 경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그나마 행패를 부리는, 폭력적인 이들이 없다는 것에 안심해야 할까.
“그 망할 바르셀로나 놈들이 심판에게 돈을 준 게 틀림없어...! 끔찍하고 가증스러운 놈들!”
불 같이 분노하고 있는 옆 테이블의 중년 첼시 팬들.
파렴치한 주심 오브레보와 뻔뻔한 얼굴로 반칙을 일삼던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떠올리며 온갖 저주를 퍼붓고 있는 그들에게, 케슬린이 지나가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달링이 첼시의 복수를 대신 해줄 거예요.”
“...? 아가씨,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케슬린은 말없이 웃고는 호날두의 팔을 잡고 펍을 나섰다.
묘한 위화감을 느낀, 안경을 쓴 중년인은 케슬린과 호날두를 유심히 바라봤다.
문을 열고 나갈 때,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호날두가 쓰고 있는 가발이 조금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호날두와 눈이 마주했다.
중년인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
“응? 자네, 왜 그래?”
“호날두!!”
문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지만 호날두는 이미 떠난 후였다.
===
[거스 히딩크, '1998년, 나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온갖 오심이 판을 쳤던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에게 승부차기로 결국 졌을 때도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분노한 순간이 또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
는다.']
많은 감독들이 인터뷰로 도발하거나 시비, 심리전을 걸어도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것만 할 정도로 과묵했던 히딩크.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그 분노를 참을 수 없는 듯, 정제되지 않은 거친 목소리로 주심 오브레보의 판정을 맹비난했다.
첼시의 현역 선수들은 물론이고 첼시의 레전드 선수들까지 나서서 집중 포화를 가했다.
이들은 주심 오브레보의 판정을 현대 축구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죄악 행위라고 규정지으면서 UEFA의 공식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말도 안 되는 판정과 오심으로 응원하는 팀의 연속 결승전 진출 기회를 박탈당한 블루스들의 분노 역시 하늘을 찔렀지만...
이런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은 첼시 팬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 나는 첼시 팬이 아니야. 하지만 도저히 화가 나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어!
- 경기를 보면서 내내 분노했다. 주심 이름이 오브레보라고 했던가? 이 인간, 진정 사람이 맞나? 사람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 쓴 악마 같다.
- 내가 응원하는 팀이 만약 이런 일을 당했다... 정말 눈 돌아갈 것 같아. 지들도 이 끔찍한 판정들을 알 텐데 모른 척하고 신나서 좋아하는 바르샤 선수들은 정말 얄밉더라.
- 치욕스러운 일이야. 축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건 정말 치욕스러운 일이야!
- 최악. 내가 봤을 때 이건 UEFA 챔피언스 리그의 권위 자체를 훼손시키는 사건이야. 여기에 대해서는 낱낱이 조사해서 반드시 엄중한 처벌을 때려야 해.
ㄴ 근데 자기들 권위하고 이권 챙기기 바쁜 UEFA에서 심판에게 처벌을 할 리가... 세계에서 제일가는 뻔뻔스러운 작자들인데.
- 뭐가 됐든 오브레보, 이 사람, 최소한 축구계에서는 영원히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면 심판의 자질조차 의심되는데.
- 내 생의 최악의 경기, 최악의 준결승전. 심판, 이 X새끼야. 고의성이고 나발이고 공의 진로를 바꾸면 무조건 페널티킥이다. 하물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려는 공을 쳐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지.
- 축구 사에 둘도 없을 정도로 저열했던 경기.
- 이건 축구가 아니다. 이건 스포츠가 아니야. 오브레보, 이 자식은 인간이 아니야.
- 첼시 팬들에게 위로의 말을 보낸다. 첼시를 정말 싫어했지만... 그 경기만큼은 너희들의 편에 서겠어.
- 핸드볼 파울 총 4번을 불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첼시는 승리를 잃어버린 것이야.
- 아비달 퇴장도 미친 오심이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말할 수 없겠네.
ㄴ 퇴장은 보상 심리 같아. 어쨌든 첼시는 완전히 승리를 도둑맞았지!
ㄴ 아비탈 퇴장은 UEFA에 항소하면 해결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첼시가 승리를 도둑맞은 건 수백 번 항소해도 가능성이 없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주심 오브레보를 욕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바르셀로나를 욕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에 못지않을 정도로 많았다.
어쨌거나 바르셀로나는 오심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팀이었고, 명백한 반칙을 저질렀음에도 어깨를 으쓱이며 모른척하는 모습, 어쨌든 이겼다며 좋아하는 모습은 다른 축구 팬들조차 분노할 만한 대처였다.
- 쓰레기 같은 바르셀로나! 보나마나 심판을 매수했구만! 더럽다, 더러워! 퉤퉤!
- 바르셀로나와 이 심판 사이의 무언가 커넥션이 있는 게 분명하다. 여기에 대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할 거야!
- 이니에스타는 그렇게 안 봤는데 골 넣고 미친 듯이 신나하더라. 진짜 그 얼빵한 얼굴에 주먹 한방 날리고 싶었다.
ㄴ 나는 부스케츠의 그 뻔뻔스러운 표정이 더 가증스러웠어. 핸드볼 파울을 두 번이나 저질렀는데 어깨를 으쓱이며 무고를 주장하는 더러운 모습이란!
ㄴ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왜 하나같이 다 X 같을까?
- 이렇게 된 이상 무조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리하길 바란다. 저런 죄악의 팀은 절대 우승하면 안 돼!
ㄴ 난 맨시티의 팬이지만 맨유를 응원 할란다. 맨유가 정의는 아니지만, 적어도 바르셀로나가 악은 맞으니까.
- 나는 첼시 팬이야...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잠도 안 와! 제발 크리스티안이 정의구현을 해줬으면...!
- 일단 나는 한명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집중력으로 동점골까지 만든 바르셀로나의 저력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
ㄴ 한명이 적었다니? 주심과 부주심 두 명까지 모두 바르셀로나 선수였는데?
ㄴ ㅋㅋㅋ그러네. 첼시는 11:13으로 싸웠어.
- 바르셀로나는 항상 이런 식이었어. 05-06 시즌 준결승전도 끔찍한 오심으로 AC 밀란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올라갔지. 이들의 축구가 아름답다고?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추하고 끔찍해.
- 글쎄... 나는 피케의 핸드볼 반칙을 제외하고는 전부 그렇게 큰 오심이라고는 생각 안 해. 만약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졌으면 그것도 문제가 됐겠지.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첼시 팬들의 표현이 오히려 더 거북하네.
ㄴ 분명한건 너 같은 바르샤 팬들은 선수들과 구단을 닮아서 정말 뻔뻔한 듯!
ㄴ 드록바가 빠진 이후에 첼시의 경기력 자체가 삐걱거린 것은 사실이잖아? 오심 탓 하지 마. 실력으로 진거야.
ㄴ 로벤에게 들이 받는 알베스는 페널티킥인데 주심은 프리킥을 줬지. 드록바를 잡아끄는 아비달 역시 페널티킥인데 주심은 신경도 안 썼어. 드록바를 향한 야야 투레의 백태클을 휘슬은 안 불렸어. 피케의 핸드볼, 에투의 핸드볼 모두 심판은 반칙을 선
언하지 않았어. 바르셀로나가 실력으로 이겼다고? 아니야, 너희는 오심으로 이긴 거야.
- 댓글들을 보면서 바르샤의 팬들과 바르샤 팬이 아닌 사람이 구분 가능해지네. 참 재미있어.
- UEFA의 사랑을 받는 구단 UEFA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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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럽 축구, 아니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여론은 역대급 오심의 피해자인 첼시에게 기울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첼시 팬을 포함한 이번 사태 '첼시 지지자들'에게 기름을 붓는 사건이 또 터졌다.
지금껏 조용히 있던 주심, 오브레보가 드디어 입을 연 것,
근데 그 내용이 참 가관이었다.
기자 :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2차전에서 당신의 판정은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석연치 않음과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오브레보 : 나는 UEFA로부터 철저히 교육받은 대로 경기를 진행 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의욕에 충만해 있다. 한 번의 작은 사건이 나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다.
기자 : 경기 후 인터넷을 통해서 수십 건의 살해위협을 받았다고 들었다. 집 주소까지 공개됐다는 소문이 있다.
오브레보 : 집 주소가 공개된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집 주인은 나와 연관이 전혀 없으니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거리에 나가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뭐, 나름 유명인이 된 기분이다.
기자 : 축구 심판의 얼굴과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은 경우라고 들었다. 그런데도 참 긍정적인 것 같다.
오브레보 : 경기 직후 내게 쏟아지는 수많은 적의와 욕설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훨씬 나아졌고 앞으로 더 잘 심판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 축구심판의 일에는 다양한 심리학적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스트레스 조절능력이 중요하다.
오브레보는 뻔뻔하게도 지난 오심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잘못은 한 톨도 없는 것처럼 말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은 의욕에 충만해 있으며 이 사건이 자신의 인생을 망칠 수 없다면서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꿋꿋한 ‘멘탈’을 유지했다.
첼시 지지자들이 더욱더 대노한 것은 당연한 사실.
하긴, 저런 인성이 아니었으면 애초부터 준결승전에서 그렇게 똥을 싸지르고 모른 척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 위로 전화를 걸어봤자 그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 자존심 하나는 최고인 양반들이니까."
고민하던 호날두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만약 호날두가 첼시 선수들 입장이었으면 지금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우습긴 하지만 정말 이들이 입은 상처를 위로해주고 복수를 해줄 생각이면 경기에서 실력으로 해줘야한다.
'원래대로라면 바르셀로나가 맨유를 꺾고 우승하면서 클럽 역사상 첫 트레블을 달성하지... 하지만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다.'
엄밀히 말해서 바르셀로나가 매수를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아무 망설임과 양심의 가책 없이 집어삼킨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다 쳐도 이 사태로부터 이득을 본 집단은 바르셀로나가 유일하다.
또 그들은 자신들이 부당한 판정으로 이득을 보았다는 것을 지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친 바르셀로나 언론들은 열심히 이번 사태에 대한 물타기성 기사와 자료들을 올리는 중이었고, 아비달의 퇴장으로 오히려 자기네들이 더 큰 피해를 봤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바르셀로나가 욕을 먹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호날두에게 걸려온 전화.
발신인은... 바로 리오넬 메시였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응, 문제 없어."
[저희와 첼시의 경기, 보았죠?]
"봤지."
[실망하셨나요?]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
대답을 원해서 해주기는 했지만, 메시가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에게 전화를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저희를 욕하고 있습니다. 이곳 스페인에서도 카탈루냐 지역의 바르셀로나 팬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바르셀로나에 대한 욕 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건..."
[알아요. 저희가 부당한 판정을 받은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그것은 저희 잘못이... 아니, 이 말을 하려던 것은 아닌데... 후... 죄송합니다. 하도 저희 팀과 선수들이 욕을 먹고 있어서 저도 멘탈이 흔들려서요.]
횡설수설하는 것만 보더라도 현재 메시가 얼마나 정신없어 하는지 호날두는 알 수 있었다.
경기 직후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욕을 먹을 줄은 생각 못했다는 메시.
시간이 지날수록 바르셀로나를 혐오하는 여론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그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졌다.
많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특유의 '인성'으로 남들이 욕하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섬세한 성격의 메시는 달랐다.
팀과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의 발언에 그는 견딜 수 없어했고, 오심 판정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다.
< VS 바르셀로나 - 3 > 끝
ⓒ 아이시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