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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이 이미 너무 강함-116화 (116/213)

< 고개를 드는 악마들(2) >

대전쟁은 명나라에게 둘도 없는 기회였다.

빚을 갚아야 하는 나라들이 도움을 요청하다니. 빚도 탕감하고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서구 열강의 기술들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명나라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백만 명이 넘는 용병을 보내는 대신, 영국과 프랑스에게 빚 탕감과 여러 기술들을 대가로 요구했다.

당시 싸울 병사들이 부족했던 두 나라는 이를 받아들였고.

명나라는 수십 년짜리 빚을 청산하고 그동안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했던 현대적인 총과 대포의 제작 기술과 공장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 직후 명나라 황제 주윤덕이 내린 명령은 금의위의 확충이었다.

“금의위의 숫자를 두 배, 아니 세 배로 늘려라! 그리고 전군이 새로 만든 총과 화포로 무장하게 하라!”

시대가 시대인 만큼 금의위는 예전부터 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총이란 게 열강들이 2, 30년 전에 쓰던 구식 소총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무기로 어찌 황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주윤덕은 무기 공장이 생기자마자 공장에서 나온 무기들로 금의위들을 무장시켰다.

한편 대학사인 손덕명은 식겁했다.

“폐, 폐하! 지금 급한 것은 금군의 확충이 아니옵니다! 행정 체계의 재정비와 반란과 전염병으로 황폐화된 땅의 복구가 우선이옵니다!”

의화단이 난이 끝나고, 스페인 독감이 끝난 지도 몇 년이 지났건만. 복구는 여전히 더딘 상태였다.

너무 많은 관리들이 죽었고, 또한 용병을 보내며 인구가 갑자기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전체 인구도 아니고, 일을 해야 하는 청년층이 백만 명 넘게 사라졌다. 여기에 용병을 구하기 위한 쌀을 대한제국에서 산다고 천문학적인 돈을 또 써버렸다.

이런데 복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때문에 여전히 장강 이북 땅들은 대부분이 황폐한 채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생산성이라곤 전혀 없는 군대에 돈을 쓰다니. 국고가 텅 비기 직전인 상황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주윤덕의 뜻은 완고했다.

“대학사. 민심이 짐에게 호의롭지 않다는 걸 경도 알고 있겠지.”

“폐, 폐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그만. 짐은 바보가 아니다. 구라파로 보낸 용병들의 죽음으로 백성들이 분노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용병을 유럽으로 보낼 당시 황실은 백성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명나라의 청년들이 전쟁에 참전해 유럽에서 크게 승리했다며. 큰 공을 세우고 유럽에서 살게 되었다며.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용병으로 자원하도록 한 거짓말이었다.

당연하게도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거짓임이 밝혀졌다.

용병이 되어 떠난 사람들 대부분이 전쟁터에서 죽었다고.

진실을 깨달은 백성들은 분노했다.

황실이 자신들을 속였다며, 황실이 돈을 벌기 위해 백성들을 노예로 팔았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그 분노가 반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세개 장군도 늙었지. 반란이 일어나면 진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으음······.”

원세개의 이름이 나오자 손덕명은 침음을 흘렸다.

그동안 명나라가 반란으로 멸망하지 않았던 건 원세개란 명장의 존재 덕분이었다.

그가 전국에서 일어나는 반란들을 진압한 덕분에 명나라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원래라면 원세개도 죽은 지 오래여야 했지만. 황제로 즉위하는 일도, 몰락하는 일도 없어지며 분노와 울화 속에서 죽는 일도 사라졌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예전처럼 군대로 이끌고 싸우기는 힘들어졌다.

그런 그가 죽는다면?

그다음 반란에는 명나라가 정말로 멸망할지도 몰랐다.

“그러니 금의위의 숫자를 늘리고 무장시키는 게 더 급선무다. 개혁도 나라가 안정화가 돼야 가능할 테니.”

“······예. 폐하.”

결국 손덕명도 더 이상 반대하지 못했다.

반란이 일어나면 위험해지는 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나 또한 그 일에 손을 보탰으니.’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의위가 더 강해질 필요는 있었다.

그 후 무기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무기들을 생산했고, 숫자가 두 배 넘게 불어난 금의위를 무장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폐, 폐하. 공장을 돌릴 돈이 부족하옵니다.”

대한제국에서 쌀을 사느라 안 그래도 명나라 재정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돈을 잡아먹기만 하고, 생산성은 없는 군대에 돈을 쓰니 금세 돈이 다 떨어져 버린 것이다.

빚이 많이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돈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며 주윤덕은 혀를 찼다.

“쯧. 어쩔 수 없군. 추가로 세금을 거두어라.”

“폐하! 그렇게 되면 백성들에게 부담이-!”

“나라를 위한 일이다! 나라를 위한 일인 만큼 백성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엄한 황제의 명은 곧바로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아니, 세금을 또 걷는다고?”

“저번에도 뜯어 가더니 또?”

“젠장! 그냥 차라리 죽여라!”

당연히 사람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사람들을 속여 사지로 보낸 것도 모자라 추가 세금까지 거두다니.

“더 이상 못 참겠다!”

“무기를 들어라! 그리고 폭군을 몰아내자!”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또 반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 반란은 이전의 반란들과는 또 달랐다.

“민심이 황실을 떠난 지금이 기회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공화제를 도입해야 해! 안 그러면 중원은 영원히 황제라는 구시대적인 지도자 아래에서 고통받을 거야!”

“백성, 아니 시민들의 나라를 위하여!”

반란의 중심에는 젊은 지식층들이 있었다.

이들은 서구 열강의 학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 생각했다. 공화제는 그런 학문들로부터 탄생한, 가장 이상적인 체제로 보았고.

또한 그들에게 황제란, 그저 폭력으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권력을 손에 넣은 압제자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황제를 끌어내려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황제가 또 세금을 거두려다 반란이 일어났다. 그런데 원세개는 나이가 들어 군대를 이끌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건 둘도 없는 기회였기에 그들은 백성들과 함께 무기를 들었다.

“남경으로 가자!”

“황제를 죽이고! 새로운 세상을 열자!”

그렇게 수많은 반란군들이 남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볼트액션소총과 기관단총은 물론. 기관총과 야포로 무장한 금의위였다.

“사격 개시!”

장군의 명령과 함께 수천 정의 총과 대포들이 일제히 발사됐다.

타타타타탕!!!

반란군의 무장이라고 해 봤자 기껏해 봐야 관청 창고에서 턴 창칼, 혹은 화승총이 전부였다.

현대적인 화기로 무장한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컥!”

“후퇴! 후퇴-컥!”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다니! 저승에서도 저주할 것이다 폭군이여!”

반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진압당했다.

그 소식을 들은 주윤덕은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서구 열강의 무기가 좋긴 좋구나! 반란이 이렇게 쉽게 진압되다니!”

그동안 반란이 일어나면 진압한다고 고생했었는데. 이젠 기관총을 몇 번 쏘면 진압은 끝이 났다.

더 이상 반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주윤덕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하나 손덕명은 걱정스러웠다.

‘앞으로도 폐하께서 반란은 진압하면 그만이라 생각하신다면 큰일인데······.’

반란은 진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백성들을 잘 이끌고 보듬어 주는 게 더 중요했다.

하지만 황제가 반란은 진압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반란은 계속해서 일어날 거다.

그러니 그러기 전에 황제가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폐하. 계속해서 반란이 일어나면 세수 확보에도 문제가 생기옵니다. 그러니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그들의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하옵니다.”

“쯧.”

손덕명의 말에 주윤덕은 혀를 찼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현대적인 화기로 무장한 반란군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그러기 전에 민심을 돌볼 필요도 있었다.

“대학사는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토지개혁을 실시해야 하옵니다.”

“토지개혁이라······.”

손덕명의 제안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현재 대부분의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대부분의 땅을 지주가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개혁으로 소작농이 대부분인 백성들에게 땅을 나눠준다면 민심을 다독일 수 있겠지.

또한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토지개혁은 필수였다.

소작농이 자영농이 된다면 소득이 늘어날 테고, 그럼 세금 또한 늘어날 테니까.

“그동안 소신이 준비한 방책이 있사옵니다. 유상매입을 통한 유상분배에 따라-.”

“그럼 또 돈을 써야 할 것 아니냐? 어차피 지주 놈들도 그동안 많은 돈을 벌었을 텐데, 그냥 무상으로 몰수하도록 해라!”

“폐, 폐하!”

그 말에 손덕명은 기겁했다.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니! 땅을 공짜로 받게 될 백성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갑자기 땅을 빼앗기는 지주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그렇게 되면 지주층을 모두 적으로 돌리게 된다.

게다가 토지개혁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관리 중 상당수가 지주이기도 하다.

그런데 관리의 땅을 빼앗는다?

관리들이 들고 일어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주윤덕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중원의 모든 땅이 천자인 짐의 것이다! 그런 땅을 주인인 짐이 다시 가져가겠다는데, 어찌 불만을 보인단 말이냐!”

“폐, 폐하!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 다른 반란이-.”

“반란을 일으키면 진압하면 될 뿐이다!”

“······.”

이제 더 이상 반란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황제에 손덕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후 주윤덕의 지휘 아래 토지개혁이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조상대부터 대대로 경작해 오던 땅을 빼앗아 가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이요!”

당연하게도 지주층은 반발했고.

“폐하! 땅을 강제로 빼앗는 건 유자의 도리가 아니옵니다!”

“부디 토지개혁을 멈춰주시옵소서!”

땅을 가진 수많은 관리들 또한 많은 수가 반발했다.

“쯧. 시끄럽군.”

그러나 주윤덕은 그런 불만은 싹 다 무시했다.

반발을 하면 군대를 보냈고. 불만을 내보이는 관리들은 모조리 삭탈관직하고 유배를 보냈다.

그 후 몰수된 땅은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분배되었다.

자연스레 불만으로 가득하던 민심도 조금이나마 나아졌고.

그 대신 지주층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지만. 지주보다 더 많은 숫자가 소작농이었기에 지주의 불만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후 명나라 내에서는 많은 자영농들이 생겨나며 고질적인 소작농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정말이야? 미국의 주식이란 걸 사면 몇 배로 불릴 수 있다고?”

“그렇다니까! 지금 사놓고 몇 달, 아니 며칠만 기다리면 더 비싸진다니깐?”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마침 땅도 생겼는데 그걸 팔아서 돈을 벌어야겠어.”

공짜로 땅을 얻게 된 농민들이, 미국 주식을 사기 위해 그 땅을 팔아 버린 것이다.

사 놓기만 하면 값이 더 오른다. 손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명나라 농민들은 새로 받은 땅을 너무나도 손쉽게 팔아 버렸다.

그리고 중간에서 주식을 대신 구매 해주는 브로커를 통해 미국 주식을 구매했다.

이건 땅을 빼앗긴 지주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젠장. 땅도 없는데 이제 어떻게 먹고 사나······.”

땅을 빼앗긴 지주들은 막막할 따름이었다.

평생 농사만 지었는데, 이제 와서 다른 걸 하자니 머리도 굳었고 세상 또한 너무 많이 바뀌었다.

다행히 땅을 제외한 재산은 압류하지 않아 남아 있지만.

그것도 계속 쓰다 보면 다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알게 된 미국 주식은 흥미와 의심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다른 사람들처럼 미국의 회사 주식이라도 사는 건 어때?”

“주식? 옛끼 이 사람아! 어떻게 그런 종이 쪼가리를 믿고 귀한 돈을 투자해!”

“이 사람이 아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는군. 아랫마을 왕서방이 미국 주식을 사서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아직도 못 들었는가?”

“······정말?”

“그래. 나도 그 소식을 듣고 바로 샀고. 자네도 사려면 빨리 사는 게 좋을 걸세. 안 그러면 더 비싸질 테니까.”

“으음······.”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힘든 그들에게 주식은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렇게 또 수많은 지주들이 주식에 빠지며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건 민간에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폐하! 민간에서 주식을 사기 위해 땅을 파는 백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옵니다!”

“흐음······.”

“속히 막아야 하옵니다!”

농민들이 농사에 집중하지 않고 주식 같은 돈놀이에나 관심을 가지다니.

개혁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농본주의를 중시하는 유학자인 손덕명이다. 그렇기에 이런 현상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주윤덕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미국 주식이라는 게 진짜 돈이 되나? 짐도 사 봐야겠군.”

“······.”

이때 손덕명은 깨달았다.

명나라는 이미 끝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 고개를 드는 악마들(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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