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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과의 결혼, 저도 지금 알아 (140)화 (140/167)

140화

조사와 회의 끝에 필레 공작의 계획에 대응할 방법은 모두 갖춰졌다.

특히 세 정보 집단이 합쳐지자, 잠입이나 정보 수집에서 탁월한 시너지를 보였다.

그 결과, 필레 공작의 계획은 손바닥 들여다보듯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상대가 마신전을 끌어들였고, 이쪽의 대응이 빨리 시작되진 않은 만큼 제압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었다.

감찰기사단과 시스테인, 리벨만으로는 해낼 수 없었을 결과였다.

하지만 계획을 아무리 자세히 알고 대응책을 세웠다고 해도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니까.

특히 계획상 가장 위험한 사람은 시스테인과 리벨이었다.

디란타 대공령의 마물 게이트를 없애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이 어려움에 빠지게 되니까.

그래서 두 사람은 디란타 대공령의 마물 게이트를 직접 가서 없앨 생각이었다.

떨릴 수밖에 없었다.

“후우.”

리벨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곧 석간신문이 나올 시간이에요.”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시스테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신문이 나와서 수도의 각 귀족가에 뿌려지기에는 몇 시간이면 충분할 거다. 5시에 발행되니까.

게다가 연회 중인 자리에까지 신문이 갈 것을 생각하면, 신문 내용은 더욱 빨리 귀족가를 휩쓸 것이다.

그럼 밤에는 아마 난리가 나 있겠지.

그리고 내일이면 곧바로 공작의 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전국에 마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다.

“곧 저들의 계획이 시작되겠군요.”

시스테인의 침착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유독 가라앉아 있었다.

리벨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전장 한가운데에서도 떨어 본 적 없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금은 긴장하고 있었다.

“……시스.”

리벨은 그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긴장돼요?”

그 말에 시스테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녀의 예상대로 그는 전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죽을 위험이 없었으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그의 마력은 그의 이성보다 더 빠르게 반응했고, 그때마다 폭주한 마력은 주인의 이성을 빼앗을지언정 생명만은 끈질기게 지켜 주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마물들이 들끓는 전장 한가운데에 혼자 있어도 죽을 위기에 빠진 적이 없었다.

그게 지금껏 그가 전장을 두려워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런데.

“…….”

시스테인의 입이 일자로 굳게 다물렸을 때였다.

리벨이 거듭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저도 긴장돼요. 근데.”

그가 리벨을 돌아보자, 리벨이 옅게 웃었다.

“전 시스를 믿어요.”

그 말에 시스테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작 저는 저를 믿지 못하는데.

짧은 한숨 끝에 그가 말했다.

“저는 제가 두렵습니다, 리벨.”

그는 눈을 차마 뜨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제가……, 괴물이 될까 두렵습니다. 괴물인 제가 리벨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아무리 그림자 몇이 디란타령으로 함께 간다 해도.”

그가 제대로 이성을 잃고 폭주한다면 그림자 몇이 막진 못할 것이다.

그럼 리벨 역시 휩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리벨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는 시야가 붉어지며 이성이 사라지는 그 끔찍한 느낌을 떠올리며 숨을 삼켰다.

하지만 리벨은 고개를 저었다.

“안 그럴 거예요. 제 앞에서는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유독 가까이서 들려와, 시스테인은 저도 모르게 눈을 떴다.

리벨은 그의 정면에서 눈높이를 맞춘 채 말하고 있었다.

시스테인은 그런 그녀의 볼에 손을 뻗었다.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볼을 살짝 쓸었다.

“제 가장 소중한 것을 전장에 가져가는 자는 없습니다, 리벨.”

저조차 지키기 바쁜 전장에 저보다 소중한 자를 데려가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의 말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제가 리벨을 지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그의 기분은 오늘 하루 종일 가라앉아 있었다. 리벨은 그를 끌어안아 주었다.

“괜찮아요. 나를, 시스를 믿어요.”

그녀가 그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더는 자신을 괴물이라 칭하지 않는 시스가, 같이 웃으면서 티타임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가족들하고 오해도 풀고, 어린 시스가 원했고 지금의 시스가 원하는 것처럼, 두 분과 함께요.”

리벨이 그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하지만 시스테인은 침묵했다.

그런 그를 꽉 안아 주었다가, 다시 마주 본 리벨이 그의 푸른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답지 않게 떨리는 눈동자에는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

리벨은 그 눈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만약 시스가 자신을 못 믿겠으면, 이렇게 해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무사히 돌아오면……, 우리가 무사히 돌아오면.”

리벨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저와 시스테인이 무사히 이곳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했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었다. 돌아오면 그는 상처를 함께 극복할 가족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 저번처럼 폭주할 일은 없을 것이다.

“제게 남은 마지막 비밀.”

지난번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 비밀을 안다고 해도.

리벨의 말에 시스테인이 살짝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그걸 줄게요.”

작게 입을 벌리는 시스테인에게 리벨이 거듭 말했다.

“모든 것이 끝나면 다 알려 줄게요. 어차피 시스에게 모든 걸 숨길 순 없으니까.”

“……밝히기 곤란하시기에 일부러 감추신 것이 아닙니까.”

시스테인이 물었다.

리벨은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곤란한 거야 맞았다.

근데 그건 내가 당당하지 못해서 그런 거였고, 무엇보다 시스테인에게 저 말고는 자신을 풀어놓을 데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다를 것이다.

“돌아오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리벨의 말에 시스테인이 문득 물었다.

“그럼 지금 가르쳐 주시면 안 됩니까?”

그 말에 리벨은 곧바로 답했다.

“그건 안 돼요.”

그녀가 작게 웃었다. 왜냐는 듯 바라보는 그에게, 리벨이 말했다.

시스테인은 그녀의 달콤한 웃음에 쌉싸름한 맛이 감도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제가 너무 큰 잘못을 해서 안 돼요.”

잘못? 시스테인이 눈을 크게 떴을 때였다.

리벨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적어도 시스테인 당신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되면, 내가 없어도 폭주를 이해해 주고 감싸 주는 가족이 생기고 나면, 말할 거예요.

“…….”

방 안에 짧은 침묵이 감돌았다.

시스테인은 가장 큰 퍼즐 조각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이미 퍼즐 조각은 가졌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조각이 이 퍼즐의 것이 맞는지, 정말 제 퍼즐 판의 마지막 조각이 저것이 맞는지 뒤집어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답을 짐작하면서도 일부러 뒤집어 보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시스.”

“예.”

담담하게 답하는 시스테인에게 리벨이 말했다.

“제가…… 많은 거짓말을 했어요.”

리벨의 말에 시스테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건 알고 있었다.

그의 비상한 머리는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때때로 알게 했으니까.

그리고 그는 이미 몇 가지 결론을 머릿속에 만들어 낸 상태였다.

그게 그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뒤집어 보지 못하는 이유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가 입을 떼었다. 리벨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가, 입술을 깨물었다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래도 단 하나는, 시스를 사랑하는 것 하나는,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리벨이 그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시스.”

속삭임과 함께 시스테인이 눈을 감았다.

*  *  *

그날 밤.

크라이베리 석간신문에 슈의 기사가 실렸다.

[하늘에게 묻는다]

그런데 슈의 예상과는 달리, 신문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게 아니라 그 아래에 작게 실려 버렸다.

“왜!?”

목숨이 걸린 일이니 간절하게 신문을 보던 베니카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곧 납득했다.

1면의 대부분을 차지한 건 ‘귀족가의 폭풍’ 기자 벨의 기사였던 것이다.

“벨, 이게 또……!”

그녀가 이를 갈려던 순간이었다.

벨이 올린 기사의 내용을 본 베니카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귀족가의 폭풍’ 벨, 단독 고발! 다중 인격 기자의 비밀!?]

“이, 이게 뭐야?”

베니카는 설마 하는 얼굴로 신문을 내려다보았다.

[신문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래 수많은 기자들이 기사를 실었다.

B신문사 관계자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벨 기자와 슈 기자 등”이라며 여러 기자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슈 기자의 기사는 실을 때마다 조금 곤란한 때가 있다”며 귀띔했다.

자신을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 부탁한 관계자는 “슈 기자의 기사에는 늘 진위 논란이 따라붙지 않았느냐”며 말을 이었다.

그는 슈 기자의 기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짓투성이 보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이슈가 되면 유명해지는 바닥이라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먼저 기사를 써 놓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며, “슈 기자는 먼저 결과도 안 나온 일을 기사로 만들어 기고해 놓고, 제 기사 내용이 틀리면 기사를 내려 달라고 강짜를 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고발했다.

“그건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말을 시작한 그가 언급한 슈 기자의 보도로는…….]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슈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이, 이것들이……!”

어차피 지들도 사람들이 단독 보도를 먼저 보니까 내 기사를 실었던 거잖아!

그러다가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면 제 손해니까 좋다고 지운 거고!

지들도 같이 한 거면서 나한테 덮어씌우기는!

“어……?”

하지만 분노하면서 신문을 읽어 내려가던 베니카는 곧 멍한 표정으로 변했다.

[……S사 관계자는 슈 기자의 기자 명이 하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기자들이 이름 여러 개 쓰는 것도, 다른 직업 가지고 있는 것도 부지기수인 건 안다”면서도, “그런데 대중에게 사실을 알려야 하는 기자가 사감에 치우쳐 자신이 앙심을 품은 가문의 뒷소문을 만들어 내는 건 선을 넘었다”고 단언했다.

한편 슈 기자가 최근 쓴 기사는 디엘렌 가에 대한 기사가 9건, 알레로 가에 대한 기사가 1건, 그 외 다른 가문에 대한 기사가 각각 1건씩 4건으로 총 14개의 기사 중 9개가 디엘렌 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관계자들은 “슈 기자의 정체가 곧 밝혀질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슈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앙심을 품고 자신과 관련된 가문에 대해 나쁜 소문을 만들어 낸 기자, 슈.

그런 그녀가 최근에 쓴 기사는 디엘렌 가에 대한 것이 9개.

그렇다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지금쯤 이 신문을 보고 있는 사교계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베니카 알레로.

‘하늘에 묻는다’며 황태후와 황제가 최근 어떤 짓을 했는지 고발하는 기사를 썼던 건 다 헛짓이 되었다.

애초에 슈 기자의 기사에는 거짓이 많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으니까.

그렇다면 이슈가 될 것은 하나뿐이었다.

‘베니카 알레로 영애가, 슈 기자였다고?’

“망했다!”

베니카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알레로가 수도 사교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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