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로나이스 백작가, 인근 상단 압박해 생필품 가격 인상하라 압박해]
[태양 아래에서 벌어진 만행…… 황가 대변인 “폐하께서 좌시하지 않아”]
잠입과 잠입 사이의 자투리 시간.
감찰기사 레오는 그 시간을 아주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신문을 재차 폈다.
[화이트시크릿]
그의 시선이 신문 이름을 스쳐 지나갔다. 최근 만들어진 신문치고는 빠르게 신뢰를 얻은 신문이었다.
그만큼 기고하는 기자들도 유명했고, 듣기로는 기자들에게 고료도 잘 쳐준다고 했다.
그래야 더 정확한 기사가 나온다나 뭐라나.
“어, 레오 경. 또 신문 보십니까?”
“우리가 잠입할 가문 관련한 소식은 다 수집해야지.”
그의 말에 신입 감찰기사 위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차피 신문에 뜨는 건 다 늦은 소식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놓친 게 있을 수도 있잖아.”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보다 이 기사에 뜬 로나이스 백작가는 곧 우리가 잠입할 켈린 후작가와 친한 사이거든.”
귀족가에서 친하다는 건 곧 이득이 될 일은 나눌 수도 있다는 소리다.
로나이스 백작이 혼자 그 주변의 상권 흐름을 휘어잡았을 리 없다.
분명 가격 인상을 하면 주변 영지에도 영향이 갈 거고, 그럼 주변 영지 주인의 심기를 거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조용하다는 건.
“로나이스 백작가의 뒤를 켈린 후작가에서 봐주었으리라 보시는 겁니까?”
그 말에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50점짜리 답안이군.”
1년여 전과는 달리 자신감을 회복한 레오는 신입 감찰기사를 가르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맡고 있었다.
“정, 정답이 아닙니까?”
신입 기사 위니는 당황했다. 이게 아니라고?
“정확히는 켈린 후작가에서 시킨 거야. 후작가만 참여한 건 아니겠지만.”
―촤악!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친 레오가 로나이스 영지 주변을 가리켰다.
“켈린 후작가는 물론이고 투안 백작가, 루시 백작가…… 중앙 사교계에서 힘깨나 쓴다는 가문들이 죄다 모여 있잖아. 그중에 가장 이름이 안 알려진 곳은 로나이스 백작가고.”
―탁!
레오가 신문을 가리켰다. 그제야 신입 기사 위니가 눈을 빛냈다.
“뒤집어쓴 거군요?!”
“그거지. 물론 로나이스 가도 한 주머니 챙겼겠지만.”
그렇게 제국민들을 쪽쪽 빨아먹으려다 걸리자, 힘이 약한 로나이스 백작가에 덮어씌우고 튄 것이다.
“아니, 그럼…….”
신입 기사 위니는 당황한 얼굴로 기사를 보았다.
“로나이스 백작은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억울은 무슨. 지도 똑같은 놈인데.”
레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혼자 한 것처럼 기사가 났는데…….”
“잘 봐. 로나이스 백작이 혼자 했다는 얘긴 없다고.”
레오의 말에 위니가 기사를 살폈다.
[로나이스 백작이 영지 주변 상단에 생필품 가격 인상 압박을 주었다는 익명의 제보가……]
[탐문 결과 올해가 풍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의 가격이 일제히 올라……]
레오의 말대로였다. 로나이스 백작이 했다는 말은 있지만 혼자 했다는 말은 없지 않은가?
[기자 벨]
“근데 이 기자는 확실한 것만 쓴다는 그 기자 아닙니까? 옛날에 무슨 기사 하나만 빼고요.”
대충 의자에 늘어져 있던 레오는 기자 벨의 이름을 보자마자 슬그머니 몸을 바로 세웠다.
“그렇지. 그래서 확실한 것만 쓰면서 로나이스 백작가로 시선을 끈…… 거야.”
끄신 거야, 할 뻔한 레오는 간신히 말을 정정했다.
“우리도 로나이스에만 파견됐다고 나왔으니 주변 가문은 이대로 일이 끝났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레오의 말에 위니가 눈을 크게 떴다.
“그렇군요! 그 틈을 타 저희가 잠입하는 거고!”
위니가 눈을 반짝였다.
“꼭 성공해 내겠습니다!”
그렇게 열의를 빛내는 위니가 오늘 할 일은 그냥 망보기뿐이었다.
“어어, 너무 열정 불태우지 말고.”
레오는 이 열정 넘치는 기사가 왠지 불길했다.
“하인 옷부터 입어. 그리고 오늘은 밖에서 이야기하지 마. 돌발 상황 생기면 책임 못 지니까.”
“넵넵!”
위니가 훌러덩 윗옷을 벗어 던졌다.
앞에 상관이 있든 말든 옷부터 갈아입는 걸 보니 이미 의욕이 충천하다 못해 하늘을 뚫고 있었다.
“걱정이다, 걱정.”
레오가 혀를 찼다.
* * *
하인 복장이 된 레오와 위니는 켈린 후작가로 몰래 숨어들었다.
“투입된 건 처음이라 너무 떨립니다!”
위니는 훈련받은 대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레오의 귀에 안 들릴 리 없었다.
“우린 별일 안 하니까 너무 들뜨지 마.”
“예?”
위니는 그 말에 제 귀를 의심했다.
“변장 잠입의 귀재 레오 경이 아니십니까? 레오 경께서 이번 임무에서 별일을 안 하시면……?”
잠입해서 정보를 빼 오는 데에는 감찰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연기 교육 담당 레오가 바로 그였다.
“나도 오늘은 망보기 담당이야.”
레오의 말에 위니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예???”
“안 다물어?”
레오가 재빨리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네가 이렇게 줄줄 새는데 내가 너 혼자 어디 두고 가겠냐?”
“그, 그.”
당황했던 위니가 재빨리 숨을 죽였다. 레오는 그제야 위니의 입에서 손을 뗐다.
“아니, 그럼 잠입의 귀재 레오 경이 아니면 누가 정보를 빼 온단 말입니까?”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
레오의 답에 위니가 눈을 크게 떴다.
현장 투입 경험도, 잠입 경험도 많은 레오가 유일하게 위로 쳐주는 사람.
“그…… ‘감찰의 유령’ 말씀이십니까?”
그자는 1년 전부터 나타난 신예라고 했다.
위니도 비슷한 시기에 감찰기사가 되었지만 그가 이래저래 사고를 치는 동안 그 ‘감찰의 유령’은 감찰기사단에서 없어선 안 되는 존재로 떠올랐다.
“맞아.”
“그 전투 빼고 못하는 게 없다는 그…….”
그 전설의 유령을 내 눈으로 보게 된다니! 위니가 눈을 반짝였다.
“보면 사인해 달라고 해야지!”
그때였다.
“길 좀 비켜 줘.”
물통과 대걸레를 든 하인 하나가 위니를 쿡쿡 찔렀다.
“으으으악!”
놀란 하인 차림의 위니가 재빨리 비켜섰다. 하인은 이상한 얼굴로 그를 본 다음 스쳐 지나가 버렸다.
“아주 수상하다고 광고를 해라.”
하인이 지나간 후, 레오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위니를 쳐다보았다.
들킬 뻔했네!
하지만 긴장하는 것도 잠깐, 위니는 흥분을 식히지 못했다.
“근데 그분은 여잡니까, 남잡니까?”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어디 출신인지 감찰 내부 사람들조차 모른다는 그야말로 ‘감찰의 유령’.
하지만 감찰기사 레오는 감찰로서 오래 있었던 기사였다.
이분이라면 알지 않을까? 위니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 질문에 레오는 고민도 없이 말했다.
“보면 알아.”
“?”
성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보면 아는 건 또 뭡니까?
“에이, 레오 경도 보신 적 없습니까?”
“뵌 적 있거든? 자주 뵙거든?”
레오가 결국 분노했을 때였다.
―털푸덕!
들떠서 그를 따라오던 신입 기사 위니는 익숙하지 않은 복장 때문인지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아이코!”
그리고 넘어진 그의 품에서, 하인은 보통 안 들고 다니는 단도가 굴러떨어졌다.
―툭.
그 소리는 복도 전체를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지나가던 하녀가 그 모습에 당황했다.
“단, 단, 단도?”
하녀가 위니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너 누구―”
그러다가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리고 뒤돌아 달려갔다.
“기사님들! 침입자들입니다!”
“무슨 일이냐!”
켈린 후작가 기사들의 발소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친우이신 로나이스 백작의 일로 심기가 불편하신 가주님이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경계를 하고 있던 참에, 수상한 놈들까지 들어온 것이다!
“잡아라!”
그 소리에 레오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젠장!”
그는 위니를 덜렁 집어 들고 뛰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인기척을 봐서는 빠르게 포위망이 형성되고 있었다.
여긴 3층. 2층과 4층에서도 바쁜 발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먼 곳으로 빠져나가진 못할 것 같다.
―타다다닥!
레오는 위니가 사고 친 곳으로부터 최대한 자리를 벗어난 다음, 창고처럼 보이는 방 안에 숨었다.
―달칵.
문을 닫은 그가 위니에게 검지를 들어 보였다.
“나가면 맞을 줄 알아.”
위니의 얼굴은 새하얘져 있었다.
그동안 바깥이 부산스러워졌다.
“단도를 든 자는 이 층 중앙 복도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 멀리 가진 못했을 거다. 찾아!”
우당탕탕! 소리가 시끄러운 걸 보니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았다.
레오는 자신의 감찰기사 인생에 이렇게 망한 잠입은 처음이었다.
“내가 진짜, 못 산다!”
못 살아! 나가면 진짜 열 대 맞을 줄 알아! 위니의 머리를 쥐어박은 그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감찰기사단이란 걸 들켜서는 곤란하다.
그럼 지금 이 순간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때였다.
―탁.
시끄럽게 울리는 기사들의 발소리 사이로, 문 앞에 멈추는 인기척이 있었다.
그것도 딱 이 창고 앞에.
레오도 위니도 마른침을 삼킬 때였다.
―달칵. 문이 살짝 열리더니 문틈으로 웬 서류철과 옷이 내밀어졌다.
“?”
서류철과 옷을 받은 레오는 당황했다.
옷은 기사복이었고, 서류철은 그들이 이 저택에서 찾기로 했던 비밀 장부였다.
정확히는 ‘감찰의 유령’이 찾기로 한 그…….
“설마.”
“빨리 받아. 나가게.”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감사합니다!”
기사복은 어떻게 구할까 했는데!
화색이 된 레오가 옷을 갈아입었다.
사이즈도 딱 맞았다.
그사이 문밖의 사람은 사라져 버렸다.
위니는 당황한 얼굴로 옷을 갈아입었다. 마침 사이즈도 딱 맞았다.
“방, 방금 그분은 누구―”
그가 묻는 순간.
옷소매에서 종이가 툭 떨어져 내렸다.
“?”
[난 사인은 따로 없어서. 위니 파이팅!]
그렇게 쓰인 글씨는 정갈했다.
“갑자기 웬 사……”
인……? 위니가 입을 벌렸다.
‘보면 사인해 달라고 해야지!’
‘길 좀 비켜 줘.’
“설마 아까 봤던 그 하인!?”
“입 다물고 빨리 안 움직여?”
감동의 해일에 몸부림치는 위니를 레오가 질질 끌고 나왔다.
신입인 위니였지만, 그들을 찾아 헤매는 켈린의 기사들과 같은 옷을 입은 이상 빠져나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덕분에 그는 빠져나오는 내내 감동받고 있었다.
내가, 내가 ‘감찰의 유령’을 봤어! 사인(?)도 받았어! 평생 간직해야지!
* * *
그리고 그 시각, 대걸레와 물통을 집어 던진 하인, 아니 리벨은 손을 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레오 경이 교육 맡아도 괜찮나?”
교육받은 신입 상태가 영 아닌데?
이번엔 여자 모습으로 변신한 채였다.
연기는 몰라도 몸은 날쌘 레오 경에게 장부는 넘겼으니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마침 그녀를 위한 ‘과묵한’ 켈린의 짐마차 마부 역할 감찰기사도 준비되어 있었다.
“잠깐!”
장바구니를 이고 진 채 하녀 차림으로 짐마차로 향하는 그녀를 기사 하나가 멈춰 세웠다.
“너…… 못 보던 얼굴 같은데!?”
수상쩍다는 듯한 시선을 주는 기사를 리벨이 훑어보았다.
기사들은 자신만의 제복을 가진다. 갑옷도 마찬가지다.
죽은 자의 것은 어지간하면 쓰지 않는다. 선배 기사의 유지를 이어받는다거나 하는 의미가 있지 않으면.
그런데 눈앞의 기사는 옷이 아주 깨끗했다.
당연히 일하다 죽은 선배 기사의 유지 어쩌고는 해당 사항이 없는, 요컨대 신입 기사란 소리다.
상황 판단을 끝낸 리벨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야 모르시겠죠. 저도 모르니까요. 새로 오신 기사분이세요?”
“어? 어.”
기사가 당황했다. 리벨은 그에게 고개를 까딱 숙여 보였다.
“하녀 넬이에요.”
“기, 기사 아즈카다.”
기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럼 가 볼게요. 다른 하녀들한텐 모르는 티 내지 마세요. 그러다가 놀림당하니까.”
“알, 알겠어.”
당황하는 기사를 두고 리벨은 당당하게 자리를 떴다.
그리고 준비된 짐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천 아래로 아담한 몸을 쏙 숨겨 버렸다.
“출발.”
―툭 투툭 툭!
약속된 박자로 노크하듯 상자를 두드리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자가 불쑥 열렸다. 미리 눕혀져 있었는지 앞으로 열리는 문은 리벨에게는 다행히 미닫이식이었다.
“엥?”
이, 이건 약속된 거랑 다른데?
원래 ‘과묵한’ 마부와 함께 저택을 빠져나가는 것까지가 감찰기사단의 계획이었다.
리벨이 긴장한 순간이었다. 빼꼼 열린 상자 문틈으로 익숙한 금발이 반짝였다.
“으으응?”
변신을 풀어 버린 리벨이 눈을 크게 뜬 순간이었다.
나름 크지만 아무리 봐도 그에 비해 작아 보이는 상자에서 고개를 내민 건 시스테인이었다.
“왜 여기서 나와요? 원래 마부 역할 아니었어요?”
“말 거는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리벨은 그 말에 황당한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일 년 동안 많은 게 바뀌었지만 시스테인의 연기력만큼은 그대로였다. 강산이 바뀌어도 연기력은 안 바뀔 듯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네요…… 근데.”
리벨이 슬그머니 물었다.
“연기 배울 생각은 없어요?”
“생각은 있습니다만…….”
―덜컹!
사람 태우는 마차가 아니라 짐마차인 바람에 흔들림이 심했다. 시스테인은 팔을 뻗어 그녀를 잡아 주었다.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은 리벨이 말했다.
“그럼 배워요. 감찰기사단장이 상자가 뭐야, 상자가.”
무슨 마X오야? 누르면 나오게? 리벨이 눈을 가늘게 떴다.
“리벨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시스테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주 웃던 리벨이 문득 얼굴을 굳혔다.
“근데 레오 경한테는 배우지 마요.”
그녀의 심각한 표정에 시스테인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문제가 있습니까?”
“네. 아주 많이. 1년 전에 같이 잠입했을 때도 그랬지만 실수가 좀 많은 것 같던데요?”
오늘도 대형 사고 쳤다니까요? 아무래도 교육 담당으론 좀 부적절한 듯?
리벨이 손을 펴 보이며 열변을 토했다.
“그랬습니까.”
시스테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일에는 실수가 없는 자인데, 어째서―”
당신 앞에서만큼은 그렇게 실수가 잦은지. 그렇게 생각하던 시스테인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1년 전 유독 리벨을 ‘신경’ 쓰던 레오가 생각난 탓이었다.
“아무래도 따로 이야기해 봐야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때마침 덜컹거린 마차 때문에 그 목소리는 리벨에게까지 닿지 않았다.
“네?”
덕분에 귀를 재차 기울이는 리벨에게, 시스테인은 불쑥 말했다.
“따로 배워야겠다고요.”
“아, 연기를요?”
“네.”
시스테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레오가 제대로 일하지 못한다면, ‘감찰의 유령’에게 말입니다.”
그 말에 리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에?”
“기사를 쓰실 수 있게 정보도 얻어가고 계시니, 감찰에서도 이득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뻔뻔한 말에 리벨은 입을 벌렸다.
“그래서 제가 감찰로 일하고 있잖아요?”
“그것과 이것은 별개입니다.”
아니, 어머님! 제가 많이 등쳐 먹힐 인상이라곤 했지만 아드님이 등쳐 먹을 거라곤 안 했잖아요!
리벨은 속으로 리엔을 부르짖으며 손을 내저었다.
“이건 사기 계약이죠! 내 손해! 막심!”
리벨이 손을 내젓는 순간이었다.
시스테인의 팔이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히히힝!
그리고 그 순간, 마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작가 주변의 마찻길에서 벗어나 다소 정리되지 않은 마찻길로 접어든 탓이었다.
떨어질 뻔했네.
리벨이 한숨 돌리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싫으십니까.”
시스테인이 속삭여 왔다.
“연기 교육은 일대일로 이루어집니다. 본부에서도, 저와 함께 있을 수 있을 텐데.”
단둘이.
그래도 싫으신지.
시스테인의 속삭임에 리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시시시신성한일터에서그래도되는걸까요?”
리벨의 물음에 시스테인은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단둘이, 제가 ‘교육’받는 시간일 뿐인데요.”
속삭이는 말과는 달리 목가를 쓸어내리는 손길은 음험하기 짝이 없었다.
리벨이 볼을 붉혔다.
“그럼 동의하시는 걸로.”
순식간에 사람을 홀린 시스테인이 상자를 거세게 두드렸다.
―히히힝!
그러자 마차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꺄악!”
화들짝 놀란 리벨이 그를 붙들었다.
웃음기 짙은 시스테인의 시선과, 당황한 리벨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음의 문을 연 시스테인은, 그녀의 예상대로 너무……
너무 위험한 사람이었다.
눈앞에서 간도 쏙 빼 갈 것 같아!
근데 그런 그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여서 문제였다.
―덜컹!
다시 마차가 흔들리는 사이, 리벨이 그를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 사이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속보] 대공님과의 결혼, 저도 지금 알아> 본편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