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화 (2/240)

2화

* * *

“오빠, 이제 진정됐어?”

“으, 응. 아까는 미안. 내가 술이 덜 깼었나 봐.”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오빠가 어젯밤에 술 마셨다고?”

“그, 조금 마셨지.”

“별일이네. 오빠가 술도 다 마시고.”

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술을 안 좋아했으니까.

유나가 죽은 이후에도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셨을 정도로, 나는 술을 싫어했다.

‘근데 지금 상황을 설명할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내 입장에서는 죽었던 여동생을 15년 만에 본 것이었다.

하지만 유나의 입장에서는 평범하게 일어난 날의 아침, 내가 갑자기 울며 그녀에게 사과한 것으로밖에 안 보였을 거다.

‘내가 회귀했다는 것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이렇게 넘어가는 것이 맞겠지.’

마음 같아서야 유나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다.

내가 사실 38살까지 살다가 20살로 회귀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걸 설명할 방법이 영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회귀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말해 봤자 유나는 내가 아직 술이 덜 깬 거로 밖에 안 보일 터였다.

‘그래. 유나에게 내가 회귀했다는 걸 말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

중요한 건 유나와, 그러니까 내 유일한 가족과 다시 살 기회를 얻었다는 것.

그게 내게 중요한 것이었다.

“오빠, 무슨 힘든 일 있는 건 아니지?”

“음? 아,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마.”

“진짜지? 오빠 방금 표정 엄청 심각했거든?”

“아, 그래?”

뭐, 방금까지 나름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힘든 일이라면, 당장은 없었다.

이렇게 유나와 다시 대화를 나누는 중인데, 힘든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딴생각 좀 하고 있던 거야. 힘든 일 같은 거 없으니까, 진짜 걱정 안 해도 돼.”

“진짜지? 또 지난번처럼 속으로 혼자 앓는 거면 나 화낸다?”

“…알겠어.”

지난번이라.

회귀한 나에게는 10년도 지난 일이라 이즈음에 뭔 일을 하고 다녔는지 가물가물했다.

뭐, 이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한다 치고…….

“됐고, 아침이나 먹을까?”

“응. 빨리 먹자. 나 이제 등교해야 되거든. 오빠, 냉장고에 어제 먹다 남은 반찬들 좀 가져와 줘. 아, 그리고 물도 좀 꺼내 주고.”

거실에 펴진 작은 식탁,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소박한 반찬들.

회귀하기 전, A급 헌터로 활약하던 당시.

당시의 나는 상당한 재산을 모았고, 덕분에 맛있고 귀한 음식들을 자주 먹을 수 있었다.

그 음식들에 비하자면, 지금 내 앞에 차려진 이 음식들은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그리고 맛있게 이 음식들을 먹었다.

“유나야.”

“음? 왜?”

“…아니야. 맛있게 먹어.”

“으, 응. 오, 오빠도 맛있게 먹어.”

유나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상관없었다.

별 것 없는 밥과 반찬을 먹는 것이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유나와 같이 식사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아무튼, 오빠. 나 내일 장 보러 갈 거야.”

유나는 밥을 빠르게 먹으며 내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사 와 줬으면 하는 거 있으면 나한테 말을…….”

“너 내일 학교 몇 시에 끝나지?”

“나? 2시쯤 끝나는데? 왜?”

“신영중학교였지?”

“오빠, 술 덜 깼어? 아무리 그래도 내 학교 이름을 까먹는 건…….”

“그냥 혹시나 해서.”

나는 장조림을 한 조각 집어 먹으며 대꾸했다.

“내일 2시에 네 학교에 갈게.”

“응? 우리 학교에는 왜?”

“내일 학교 끝나고, 나랑 같이 장 보러 가자.”

“…같이 가자고?”

“왜? 싫어?”

“아니, 싫다는 건 아닌데, 그. 오빠, 내일 대학교에 수업 있는 날 아니야? 게다가 오빠 또 돈 번다고 알바를…….”

“아아, 하긴. 그랬었지.”

얼핏 기억이 났다.

20살 때의 나는 헌터학과의 학생이었고, 동시에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노가다를 다 하던 녀석이었다.

워낙 빡빡하게 살다 보니, 유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 생각이 없었다.

“당분간은 노가다 쉴 거야. 그러니까 내일 너 학교 끝나면 찾아갈게.”

“아, 그래? 뭐, 오빠가 쉰다면야 나야 좋지. 오빠가 요즘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게 아닐까 걱정됐거든.”

“괜한 걱정이야, 이 녀석아.”

나는 피식 웃으며 내 여동생에게 대꾸했다.

“그건 그렇고, 유나야. 너 치킨보다 족발을 더 좋아했지?”

“응? 어, 그치. 나 족발 좋아하는데?”

“족발에 막국수까지 얹어 먹는 것도 좋아했고?”

“그렇긴 한데, 갑자기 왜? 오늘 족발 사 주게?”

“응. 오늘 저녁으로 먹을까?”

“…오빠, 술 덜 깬 거지?”

긍정의 대답은 예상 못 한 건지, 유나는 여러모로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한테 돈이 어딨다고 그런 비싼 걸 먹으려는 거야? 오빠, 괜한 소리 하지 말고…….”

“오늘만큼은 내가 사 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오늘만큼은’이라는 건 틀린 말이었다.

유나가 죽은 후, 나는 항상 족발을 보면 유나가 생각나 마음이 아렸었다.

평소에 돈 버느라 바빴기에 그녀에게 사 줄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그녀가 죽은 후.

그녀에게 그 음식을 사 줄 기회를 완전히 잃었던 것이었다.

‘그러니 기회가 생겼을 때 사 줘야지.’

이 꿈 같은 기회가 또 언제 사라질지 몰랐다.

물론 절대 사라지게 둘 생각 없었지만, 나는 유나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을 소중히 할 생각이었다.

“…하아아, 그래. 알아서 해. 아무튼, 나 학교 간다. 나 오늘 좀 늦었으니까, 설거지는 오빠가 해 줘.”

“알겠어. 조심히 갔다 와.”

“학교 가는데 조심은 무슨. 근데 오빠 오늘 공강, 그러니까 오늘 대학교 안 가지?”

“…어어, 아마 그럴걸?”

18년 전의 시간표를 내가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유나가 확신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걸 보니, 오늘은 수업이 없는 듯했다.

“그럼 빨래와 화장실 청소까지 부탁해도 될까? 내가 주말에 하려고 했는데, 수행평가 때문에 조금 바빴거든.”

“알겠다. 이따 해 놓을게.”

“고마워, 오빠. 늘 말하는 거지만, 나 오빠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

“…고마운 거 알면 됐다.”

유나에게 몇 년 만에 저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몸이 살짝 떨려 왔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티를 안 내고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학교 조심히 갔다 와라. 그리고 교복 위에 뭐 안 걸쳐도 되겠어? 오늘 날씨 추울지도…….”

“오빠, 지금 5월이야, 5월. 날씨가 춥겠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내게 말한 후, 유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교복 와이셔츠를 정리한 후, 신발을 천천히 신었다.

“이따 보자, 오빠.”

15년 만에 만나게 된 여동생과 많은 얘기를 하며 같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반응을 보이면 유나는 분명 나를 이상하게 볼 터였다.

“…잘 갔다 와라.”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유나에게 인사했고, 유나는 이내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닫히는 현관문을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진짜로 돌아왔구나.”

처음에는 이게 현실인지 확신이 안 섰다.

하지만 유나를 끌어안고, 유나와 대화를 나누고, 유나와 같이 밥까지 먹은 지금.

나는 이 모든 게 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살 때로 회귀라…….”

어떻게 회귀한 건지, 그리고 왜 하필 내가 회귀한 건지 아직 몰랐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내가 죽기 직전, 내 머릿속에 남녀 한 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나를 회귀시켜 줬다는 것이다.

‘회귀의 대가로, 나중에 때가 되면 내게 무언가를 요구할 거라고 했지.’

그들이 내게 뭘 요구할지 알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15년 전에 죽었던 내 유일한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나의 가장 간절했던 소망이 성취된 건데, 그 목소리들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 준비가 됐었다.

‘근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작은 식탁을 치우며 생각을 정리했다.

‘앞으로 몇 년 뒤에, 게이트와 몬스터들이 X나게 많이 나타났었지.’

내가 30살 되던 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뒤.

대충 그때부터 몬스터들이 엄청 많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인류가 감당 못 할 정도로, 그러니까 진지하게 인류 종말론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물론 내가 그것들을 혼자서 막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그에 대한 대비는 할 수 있겠지.’

38살, 당시에 내가 죽기 직전.

그때의 인류는, 솔직히 말하면 멸망할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탓에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들었을 뿐, 못 살아갈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니 그 사태에 대한 대비만 잘하면, 나와 유나는 분명 10년 뒤에도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몰라도, 적어도 유나는 반드시 지켜 줘야지.’

유나를 이미 한 차례 잃은 적이 있었다.

잃었을 때의 그 느낌이 어떤지 잘 알았기에, 그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나게 막을 생각이었다.

‘근데 대비를 하려면 일단 강해지든가 하는 게 먼저인데…….’

나는 내 오른손을 잠시 들어 올렸다.

파직―

아주 미약하게 발현되는 전류.

일반인은 바로 기절시킬 수준.

하지만 나와 비슷한 등급의 헌터나 그 이상에게는…….

“잘해 봤자 화상이겠네.”

화상도 나름 잘 쳐준 거지, 보통의 헌터에게는 생채기조차 못 내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것 말고도…….

파지직―

또다시 내 손에서 발생된 전류.

그러자 방금 싱크대에 넣은 쇠젓가락과 쇠 수저가 약간 움직였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갈 길이 한참이구먼.”

회귀하기 전의 비하자면,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약했다.

“게다가 능력도 능력이지만, 장비들도 처음부터 다시 구해야 한다니. 하아아아.”

내가 쓰던 장비들.

그러니까 단검, 코트, 와이어, 마스크 등.

회귀하기 전의 내가 고생하며 얻은 것들이었는데, 그걸 또 처음부터 다시 얻자니 여러모로 막막했다.

“…몸도 좀 키워야겠네.”

나는 거실의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바라보며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20살의 나, 박유진.

이때의 나는 E급 헌터였다.

가장 낮은 F급보다 딱 한 단계 높은 수준이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는, 흔하디흔한 E급 헌터.’

그렇다.

보통의 E급 헌터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할 터였다.

회귀하기 전의 나도, 처음에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데 고생을 많이 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회귀하기 전의 이야기.

지금의 나는 보통의 E급이 아니었다.

‘E급에서 A급으로 올라갔던, 인류 역사상 최초의 헌터지.’

그 외에도 내게 수많은 칭호들이 있었다.

[헌터계 최고의 척후.]

[세계 최고의 암살자.]

나는 그 칭호들을 거저먹은 게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암살과 정찰.

그 두 분야에서는 S급들 못지않게, 내가 정점을 찍은 것이 맞았으니까.

“근데 그 칭호를 다시 얻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네.”

E급에서 A급으로 올라가는 데만 6년이 걸렸고, 그 이후로 세계 최고의 척후이자 암살자로 이름을 날리는데 거의 7년이 걸렸다.

그래도 뭐, 크게 신경 안 쓰였다.

그도 그럴 게.

‘그때보다는 빠르게 성장할 테니까.’

지금의 나와 회귀하기 전의 나의 차이는 바로 경험.

회귀하기 전의 나는 요령 없이, 그저 맨땅에 헤딩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회귀한 지금의 나에게는 요령이 있었다.

쉽게 말해, 맨땅에 헤딩할 거 없이 나만의 노하우로 수월한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니 분명, 지난번의 인생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터였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세워야겠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리고 성장하는 것 외에도, 내가 회귀하기 전에 쓰던 장비들부터 먼저 손에 넣는 편이…….

“…후우우, 아니다. 일단 천천히 생각하자.”

당장 급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천천히, 눈앞의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면 됐었다.

그리고 당장 내 눈앞의 일이라고 하면, 성장하는 것 외에도…….

“빨래와 화장실 청소를 해 놓으라고 했지?”

나는 거실 바닥에 놓여 있던 내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쓰는 나의 옛 스마트폰이었지만, 나의 손이 그 작동 방식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은 화요일, 그리고 분명 갤러리에 캡처해 놓은 시간표가, 아. 이거네.”

확인 결과, 유나의 말대로 오늘 내게는 수업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공강 날이 오늘이었다.

“청소나 하자. 어디 보자, 내 기억이 맞는다면 세제는 분명 이 아래에 있었는데.”

그건 다시 말해, 오늘 하루 종일 여유가 있다는 뜻.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이것저것 준비해야지.”

1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내 여동생.

이번만큼은 절대 그녀를 고생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유나가 부탁한 빨래와 화장실 청소 말고도, 오늘 하루 동안 집안일을 전부 끝내 놓을 생각이었다.

거기다 이따 저녁에 족발까지 사 주기로 했으니, 저녁 전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쳐야 했다.

“자, 해 보자.”

그렇게 나는 회귀한 첫날부터 열심히 집 안 청소를 시작했다.

* * *

“…생각보다 빡세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점심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집안일을 직접 하는 것도 오랜만이고.”

A급 헌터가 된 후, 국가에서 내 집을 관리해 줄 사람들을 따로 보내 준 덕에 굳이 집 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유나가 죽기 전에는, 집안일은 유나가 다 했으니까.’

당시의 나는 돈을 벌어 오느라 매번 지쳐 있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잠든 탓에, 집안일은 자연스레 유나가 혼자 맡게 됐었다.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나는 회귀하기 전과는 다른 삶을 살 생각이었다.

최대한 여유를 가진 채 유나를 돕고자 했다.

“그리고 여유가 있으려면, 헌터로서 강해져야겠지.”

헌터로서 강해지면, 돈과 시간적인 여유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러니 지금의 내 목표는 꽤 명확한 편이었다.

“뭐, 그나저나…….”

나는 잠시 숨이나 돌릴 겸, 거실 바닥에 앉았다.

“다시 이 집을 청소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여동생과 같이 살던 이 집.

유나가 죽기 전까지 지냈던 이 집에 다시 오니, 느낌이 여러모로 색달랐다.

“20살이라, 흐음…….”

대학교 다니면서 한창 열심히 돈을 벌던 시기였다.

유나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시켜 주기 위해 말이다.

“지금이 5월이라고 했지?”

나는 근처에 있던 내 스마트폰을 켜,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5월의 두 번째 주 화요일.”

시기상 대학교에서 중간고사가 막 끝난 시점.

그리고 아마 유나네 학교가 아마 이 시기 즈음에 수학여행을 갔던 거 같으니, 그에 대한 준비도 미리…….

“…잠깐만.”

20살.

5월의 둘째 주 화요일.

둘째 주의 화요일이라면…….

“설마.”

나는 내 스마트폰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의 날짜, 5월 11일.

5월 11일은 내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던 날짜 중 하나.

잊고 싶어도 못 잊는 날짜였다.

“…X발.”

나는 욕을 중얼거리며, 거실의 TV를 빠르게 켰다.

그리고 빠르게 채널을 돌려 뉴스를 켰다.

- 속보입니다.

- 현재 관악산에서 등장한 게이트. 그 게이트에서, 헌터들의 통제를 벗어난 몬스터들이 있다고 합니다.

내 예상대로 뉴스에서 속보가 보도되는 중이었다.

- 현재 다섯 마리의 리저드 라이더가 게이트를 빠져나와, 인근 중학교로 향하고 있다고, 아. 방금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그 중학교는 신영중학교로, 현재 리저드 라이더들이 그 중학교에 있으니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전부…….

신영중학교.

그곳은 분명, 유나가 다니는 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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