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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3화 (3/240)

3화

내가 20살이 되던 해의 5월.

“…X발.”

그 당시에 유나가 크게 다치게 됐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내가 이걸 왜 잊고 있었지?’

유나가 몬스터에게 다쳤던 날.

이때 유나는 다리에 심한 상처를 얻었다.

게다가 그 상처를 치료하는데 병원비가 많이 들어,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 유나도 돈을 벌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돈을 벌다가, 유나는 결국…….

“…안 돼. 이번에는 그렇게 되게 두지 않겠어.”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랜덤한 날에 회귀한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닌 듯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이 특정한 날에 회귀한 건, 분명 무언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확신했으나,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틈 따위가 없었다.

- 현재 리저드 라이더들이 신영중학교의 건물을 습격했다고 합니다. 인근 거주 주민들은 모두 대피를 하도록…….

나는 이미 집 밖으로 뛰쳐나와, 어느새 유나네 중학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허억, 헉.”

조그마한 전셋집을 빠져나와, 나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10년도 넘은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다행히도 유나의 중학교 위치가 어딘지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체력이 더럽게 약해졌네.”

회귀하기 전, 그러니까 A급 헌터였던 시절에 이 정도는 거의 걷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E급이 된 지금, 체력도 문제였고 뛰는 속도도 현저히 느려졌다.

마음 같아서는 잠시 멈춰 숨이라도 고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유나를 또 잃을 수는 없어.’

아니, 잃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유나의 몸에 그 어떠한 상처가 나는 것도 이제 용납 못 했다.

전에 유나의 죽음을 봐서 그런지, 나는 강박적으로 그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이러한 강박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타이밍이 아니었다.

‘더, 더 빠르게 가자.’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지만,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한 번 겪었던 비극을 또 겪지 않기 위해, 나는 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 * *

“꺄아아악!”

“다들 도망쳐!”

“하, 학생들! 이쪽으로 먼저 나가! 어서!”

신영중학교의 급식실 안.

한창 점심을 먹고 있어야 할 시간에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이곳에서 일어났다.

“키키키킥!”

“쿠워워워!”

거대한 도마뱀과 그 도마뱀을 타고 있는 육중한 갑옷으로 무장한 고블린.

관악산에서 출현한 게이트에서 탈출한 몬스터인 리저드 라이더였다.

“끄아악!”

“사, 살려 줘!”

급식실에 나타난 리저드 라이더는 총 다섯 마리.

다섯 마리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위험했다.

특히 리저드 라이더를 견제할 헌터가 아무도 없는 신영중학교에서, 그 위험도는 더욱 부각됐다.

“키킥!”

“카아아악!”

리저드 라이더들은 거대한 도마뱀들과 함께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고, 먹을 수 있는 건 전부 먹어 치웠다.

“다들 어서 나가!”

“어서 도망쳐! 헌터들 올 때까지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

급식실에 있던 대부분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진작에 이 아수라장에서 벗어난 후였다.

하지만 전부 대피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아무나! 아무나 나를 도와, 크악?!”

“어,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급식실에서 미처 탈출 못 한 몇몇 학생들과 교사들.

“유, 유나야! 머, 먼저 가! 나는 괜찮으니까…….”

“나현아. 나는 너 놓고는 못 가.”

그리고 그중 박유나도 있었다.

그녀는 진작에 이곳을 탈출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현아. 조금만 더 힘을 내 봐. 할 수 있어.”

“이 멍청아! 그냥 가라고!”

임나현.

박유나의 절친인 그녀는 현재 못 움직이는 상태였다.

리저드 라이더의 습격으로 뒤집힌 급식실의 거대한 식탁.

임나현의 두 다리는 현재 그 무거운 식탁에 깔려 있었다.

“이러다 우리 둘 다 죽는다고! 유나야 그냥 가!”

“나는 너 죽는 꼴 못 봐.”

“나라고 다를 거 같아?!”

임나현은 박유나에게 어서 가라고 했으나, 박유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임나현 위의 식탁을 치우고자 했다.

“으으,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였다.

자신의 오빠, 박유진과는 달리 박유나는 헌터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랬기에 박유나는 평범한 여중생의 근력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박유나는 혼자서 어떻게든 임나현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키익?”

“쿠우우우.”

근처에 있던 한 마리의 리저드 라이더.

바닥에 쓰러진 남학생을 갖고 놀던 그 몬스터는 박유나와 임나현 쪽을 포착했다.

“케케케켁!”

리저드 라이더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거대한 도마뱀 위에 탄 채, 리저드 라이더는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돌진했다.

“박유나! 가! 가라고!”

돌진해 오는 리저드 라이더를 보자마자, 임나현은 다시 한번 박유나에게 외쳤다.

“너라도 살아야지! 어서 가! 어서!”

“하, 하지만 너는…….”

도망치는 게 맞다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박유나의 이성이 그녀의 발을 붙잡았다.

결국 박유나는 이도 저도 못 하고 망설였다.

“키케케켁!”

“헉?!”

그리고 그러던 중, 리저드 라이더 한 마리가 어느새 그녀들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리저드 라이더는 박유나를 향해 손을 뻗었는데, 그 순간.

“쿠워워워웍?!”

소리도 없이,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한 남자.

그 남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대한 도마뱀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키켁?”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리저드 라이더.

리저드 라이더는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키케에엑?!”

하지만 리저드 라이더에게는 그럴 틈이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주먹에 머리를 맞아 뒤로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오, 오빠?”

갑자기 나타난 남자.

박유나는 그 남자가 누구지 바로 알아차렸다.

“오빠, 여기는 어떻게…….”

“괜찮냐?”

“나? 나야 괜찮은데, 오빠는 방금, 아니, 어, 어떻게…….”

“당황하지 말고, 진정해. 그리고 안심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지켜 줄 거니까.”

박유진은 박유나 곁에 몸을 낮춘 채,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널 잃을 생각이 없거든.”

【 리저드 라이더 】

“나는 널 잃을 생각이 없거든.”

방금 말실수할 뻔한 걸 가까스로 면했다.

실수로 ‘나는 널 또 잃을 생각 없거든’이라고 말할 뻔했으나, 다행히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실수를 했었으면, 아마 유나가 나를 이상하게 봤을 게 뻔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걸을 수 있겠, 아니. 달릴 수 있겠어?”

“어? 어, 나는 괜찮은데, 문제는…….”

유나는 자신의 옆쪽을 바라봤다.

그녀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유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학생이 있었다.

양쪽 다리가 커다란 식탁에 깔린 여학생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여학생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나현이었나? 유나 친구였지?”

“네? 아아아, 네, 맞아요. 저, 전에 유나와 같이 뵌 적이…….”

“그래?”

임나현, 이 친구는 기억이 났다.

유나가 중학교 내내 함께 다닌 친구였으니 말이다.

물론 유나가 죽은 후 한 번도 못 봤지만, 그래도 얼굴은 얼핏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이런 사소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친구를 잃고 슬퍼하는 유나를 보기 싫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할 건 하나였다.

“다리 조심해. 조금 아플 수도 있어.”

“네? 무슨 말씀이세, 아악?!”

나현이의 다리를 깔고 있던 거대한 식탁을 들어 올렸다.

상당한 무게가 있는 식탁이기는 했다.

하지만 E급이어도, 나는 그래도 헌터였다.

기본적인 신체 능력 자체가 일반인들보다 훨씬 좋은 편이었다.

“유나야. 나현이 일으켜 줘.”

“응, 알겠어!”

식탁을 치운 후, 유나는 재빨리 나현이를 일으켜 그녀를 부축해 줬다.

“너는 걸을 수 있겠, 아니. 못 걷겠네. 왼쪽 다리가 부러졌네.”

“아, 아니에요. 뛰는 거라면 힘들겠지만, 걷는 거라면…….”

“유나에게 부축받아. 그리고 유나야.”

나는 내 여동생에게 진지하게, 하지만 동시에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나현이 데리고 어서 여기를 나가. 저쪽에 창문 보이지? 내가 리저드 라이더들의 시선을 끌 테니까, 그사이에 빠져나가.”

“뭐? 하지만…….”

“괜찮으니까 어서 가.”

“오빠가 여기 남아서 뭐 하려고? 저것들과 싸우기라도 하게?”

“E급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래도 헌터거든. 그리고 헌터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거든.”

헌터의 주요 업무는 게이트의 소멸 및 게이트 내 몬스터들의 소탕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더 기본적인 업무는 바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헌터로서 더더욱 활약해야지.’

사람을 여럿 죽인 암살자이기도 했지만, 나는 죽일만한 사람들만 죽인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을 알기에 죄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

유나가 죽은 후 15년 동안 사람들을 지켜 왔고, 그래서인지 몬스터들에게서 사람을 지키는 건 일종의 습관과도 같았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말이다.

“오빠. 오빠는 E급이야. 오빠 혼자서 저것들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알아. 그래서 다른 헌터들이 오기 전까지 그냥 시간만 끌 거야. 그러니까 내 걱정은 그만하고 어서 가.”

“…….”

“유나야. 그냥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유나에게 부축받던 나현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가 있어 봤자 방해만 될 거 같아.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일단 네 오빠 말대로 하자.”

“…오빠 다치기만 해 봐.”

유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다쳐서 오면 밥 안 해 줄거야.”

“…절대 다치면 안 되겠네.”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뭐, 아무튼.

“후우, 어디 보자.”

유나와 나현이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확인한 후, 나는 다시금 급식실을 둘러봤다.

“살려 줘!”

“끼아아악!”

급식실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나갔지만,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방금의 나현이처럼 못 움직이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었고, 리저드 라이더가 퇴로를 막아 못 도망친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나는 리저드 라이더 다섯 마리를 혼자 못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내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한정됐다.

‘일단 시선부터 끌자.’

더 이상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리저드 라이더 다섯 마리의 시선을 전부 내게 돌려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근처에 떨어진 식판,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 등을 주워, 급식실을 돌아다니는 리저드 라이더들에게 던졌다.

“키켁?”

“켁?”

내가 던진 것들에 맞자, 전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리저드 라이더들.

우선 이것으로 첫 번째 단추는 대충 맞춰진…….

“키이익.”

“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키에에엑!”

방금 내게 머리를 가격당한 리저드 라이더.

그 리저드 라이더가 도마뱀 위에 탄 채 내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상당히 빠르게 돌진해 오고 있던 터라, 보통의 E급 헌터라면 아무것도 못 하고 그 공격을 맞았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E급 헌터가 아니었다.

‘난 더 빠른 놈들도 상대해 봤으니까.’

내 신체 능력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리저드 라이더의 속도 정도는 별 것 아니었다.

그걸 증명하듯, 나는 리저드 라이더의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그러면서, 나는 리저드 라이더의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빠르게 탈취했다.

“키케케켁?!”

그리고 빼앗은 단검으로 돌진해 오던 리저드 라이더의 복부를 찔렀다.

육중한 갑옷 사이에 있던 틈 사이로 정확하게 말이다.

“…쳇.”

공격 자체는 통했지만, 문제는 공격이 너무 얕았다.

치명상을 주지 못한 탓에, 리저드 라이더는 멀쩡해 보였다.

“뭐, 그래도 이 정도라면… 이크.”

리저드 라이더들의 주 무기인, 긴 쇠사슬로 이루어진 편곤.

단검을 배에 찔린 리저드 라이더가 내게 그걸 휘둘렀지만, 나는 단검을 챙기며 여유롭게 그 공격을 피했다.

“회귀 전에 쓰던 단검을 빨리 구하든가 해야지.”

나는 리저드 라이더에게서 뺏은 단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녹슬고 날이 반쯤 나간 단검이라, 전투에 써먹기에 썩 좋은 무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회귀하기 직전까지 쓴 나의 단검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키케케켁!”

“쿠워워워!”

“키키킥!”

어느새 내 근처에 전부 모인 다섯 마리의 리저드 라이더들.

그들은 전부 긴 쇠사슬이 달린 편곤을 휘두르며 나를 천천히 포위하고 있었다.

“하아. 회귀 첫날부터 빡세네.”

나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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