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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5화 (5/240)

5화

* * *

일렉트로 마스터.

나처럼 전기 관련 능력을 지닌 헌터들에게 붙는 별명이었다.

그리고 회귀하기 전, 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일렉트로 마스터 중 하나로 불렸다.

파지직―!

내 손에서 조금씩 방출되는 전류.

스르륵―

그리고 그에 반응하듯, 편곤의 쇠사슬들이 움직였다.

마치 염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내가 최강의 일렉트로 마스터 중 하나라 불린 이유지.’

나 외에 최강의 일렉트로 마스터라 불린 이는 딱 한 명.

그녀는 S급 헌터로, A급 헌터인 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전류를 지녔다.

내가 A급이었을 당시에 낼 수 있던 최대 출력은 1억 볼트.

그에 비해 S급이었던 그녀는 최대 20억 볼트까지 내뿜었다.

출력량만 봤을 때는 나는 비교조차 안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그녀와 비빌 수 있던 이유가 있었다.

“케케켁?!”

편곤의 쇠사슬들이 리저드 라이더들의 목을 더욱 세게 감싸자, 리저드 라이더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잡기술들 덕에 최강의 자리에 비빌 수 있었지.’

내가 내뿜던 전류의 출력은 딱 A급 평균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다른 일렉트로 마스터들과 보인 차별점은 바로 전류의 활용.

‘근데 E급의 몸으로 하려니까 쉽지 않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사슬들, 그리고 리저드 라이더들의 갑옷에 집중했다.

쇠사슬로 목을 조이고, 갑옷을 고정시켜 못 움직이게 할 속셈이었다.

“케카아악?!”

쇠사슬은 목을 더 세게 조였다.

하지만 리저드 라이더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꿈쩍도 안 하는 갑옷들 때문에, 그들은 팔이나 다리를 제대로 못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아, 하. 내가 X나 약해지기는 했구나. 사슬과 갑옷들을 좀 건드는 게 이렇게 힘들고…….”

내가 다른 일렉트로 마스터들과 보인 차별점.

다른 일렉트로 마스터들은 그저 전류를 단순히 적에게 날리는 용도로만 썼다.

강력한 전류를 날려, 단번에 적을 제압한다.

이게 나를 제외한 모든 일렉트로 마스터들이 쓰던 방법이었고, 나보다 출력량이 훨씬 높았던 그녀는 그 분야에서 최강이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그녀가 위력에서 최강이었다면, 나는 응용에서 최강이었다.

‘EMP, 해킹, 자기력 제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식의 응용은 내가 최고였지.’

E급이라는 태생적 한계.

나의 능력이 결코 S급의 위력을 못 따라간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해지기로 마음먹은 후, 나는 처음부터 내 길을 남들과 다르게 설정했다.

위력을 키우는 것이 아닌, 전류의 응용을 기르는 것으로 말이다.

‘덕분에 A급이었음에도 S급과 동등한 위치의 일렉트로 마스터로 취급됐지.’

암살자이자 척후로서 더 유명했지만, 그 당시의 알 사람들은 다 알았다.

일렉트로 마스터로서의 나 또한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말이다.

‘솔직히 내가 봐도 나는 X나 위험한 존재이기는 했어.’

걸어 다니는 EMP, 거기다 마음만 먹으면 온갖 전자 장비들을 해킹할 수도 있었다.

거기다 무엇보다…….

“케에엑!”

사슬로 상체가 묶였음에도 날뛰는 한 마리의 리저드 라이더.

이에 나는 재빨리 반응했다.

“파지직!”

왼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전류.

그에 반응하듯,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에 있던 작은 철근 하나가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철근은 날뛰던 리저드 라이더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키아아악?!”

머리를 거대한 철근으로 맞은 리저드 라이더는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격이 있었는지 아까보다 덜 날뛰었다.

‘이런 짓들을 하고 다녀서 위험인물로 낙인찍혔지.’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했지만, 이 자기력 제어를 특히 두려워했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사실상 금속 한정으로 염동력을 쓰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S급만큼의 위력은 못 내지만, 그에 준하는 위험도를 지닌 일렉트로 마스터.’

A급 헌터였지만, 내가 S급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건 회귀 전의 이야기였다.

“어우, X발. 더럽게 힘드네.”

겨우 쇠사슬과 갑옷을 조종하고, 작은 철근 하나를 던진 것뿐이었다.

예전에는 이 정도의 전류 활용은 기본적으로 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E급이 된 건 내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내 전류도 마찬가지였다.

전류의 위력이 너무나도 약해진 터라, 그에 따른 활용도 여러모로 힘들었다.

“후우우, 후우.”

눈앞이 어지러웠고,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잠시 쉬고 싶었지만…….

“케케켁!”

더욱 거칠게 날뛰는 리저드 라이더들을 보자, 그 마음이 바로 사라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쇠사슬과 갑옷으로 리저드 라이더들을 붙잡아 놓은 지 5분?

아니, 이제 아마 10분 정도 지났을 거다.

이제 슬슬 헌터들이 올 때가 됐는데, 대체 왜 아직도 안 오는…….

“화르르륵!”

“음?”

갑자기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

뭔가 싶어서 고개를 살짝 돌려서 확인하려고 했는데…….

“크카아아악!”

“키아아아악!”

엄청난 규모의 불길이 나를 둘러싸고 있던 리저드 라이더들을 덮쳤다.

그리고 그 불길은 나를 정확하게 피해 가, 오직 리저드 라이더들만 태운 것이었다.

“키, 키아아아…….”

“쿠오오오…….”

5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사이.

리저드 라이더와 그들이 타고 있던 거대한 도마뱀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진 것이었다.

근데 이 불길, 어째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강한 화염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저기요! 괜찮으세요?”

거대한 불길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들려온 한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불길과 마찬가지로, 목소리 또한 익숙했다.

“헌터시죠? 다친 곳은 없나요?”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기를 가진 붉은 머리의 여성.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하세리? 네가 왜 여깄냐?”

* * *

“하세리, 네가 왜 여깄냐?”

“…네?”

예상치 못한 박유진의 말.

갑자기 반말을 해 오는 남자에 하세리는 당황했다.

“저를 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

“…아. 그, 아니에요. 제가 사람을 착각했네요.”

“네? 착각이라니요? 저 하세리 맞는데요?”

“그, 그쵸. 네. 하세리 헌터님은 유명하니까 누군지 알고 있었죠.”

“근데 방금 저를 전에 알던 것처럼 반응한 건…….”

“그건 그러니까, 어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잊어 주세요.”

박유진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보다 역시 하세리 헌터님이네요. 그 몬스터들을 혼자 순식간에 처리하고.”

“이 정도는 제게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하세리는 너무 티 나게 말을 돌리는 이 남자가 수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남자의 장단에 당장은 맞춰 주었다.

“그보다 고생 많았어요. 아까 혼자 몬스터들과 싸우고 계시던데, 진짜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네, 딱히 없네요.”

“그보다 헌터 맞으시죠? E급 헌터라 들었는데, 이것도 사실인가요?”

“음? 제가 E급 헌터라는 건 어떻게…….”

“밖에 계신 여동생분에게 들었어요. 자기 오빠가 E급 헌터인데, 혼자서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다, 대충 이렇게.”

“제 여동생, 무사한가요?”

“네? 어어, 그건…….”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진, 거기다 살짝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워진 박유진.

이에 하세리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 움찔했다.

“여동생분은, 그…….”

“예, 무사합니다.”

하세리와 같이 급식실에 들어온 전종원이 대신 대답했다.

“지금 운동장에서 친구분과 같이 치료받았고, 큰 부상은 없었습니다.”

“하아아, 다행이다.”

박유진은 긴장이 풀린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후, 그는 급식실의 출구 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돌렸다.

“혹시 괜찮다면 먼저 가 봐도 될까요? 제 여동생을 얼른 보러 가고 싶어서요.”

“예, 가셔도 좋습니다. 몬스터들의 발을 묶어 두느라 고생하셨고, 이에 대해 나중에 헌터 협회에서 따로 보상을…….”

“가기 전에요.”

전종원의 말을 끊으며, 하세리는 박유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박유진이에요.”

“E급 헌터, 박유진. 혹시 전류 관련 능력자, 그러니까 일렉트로 마스터이신가요?”

“네, 그렇긴 한데, 왜요?”

“아까 봤거든요. 박유진 씨가 전류로 쇠사슬을 다루는 거요. 아마 전류로 자기력을 제어한 거겠죠?”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뭐죠?”

“그냥 신기해서요. 그동안 많은 일렉트로 마스터들을 만나 봤지만, 박유진 씨처럼 전류를 활용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요.”

“…이만 가 보도록 할게요.”

박유진은 또다시 티 나게 말을 돌렸다.

“뭔 일 생기면 제게 따로 연락하세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박유진은 도망치듯 급식실 밖으로 나갔다.

하세리는 그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전종원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 부상자들을 빠르게 밖으로 옮겨 주세요.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예, 바로 사람들을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전종원 씨, 개인적인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무슨 부탁입니까?”

“이따 헌터 협회에 돌아가시면, 협회 데이터베이스에서 저 헌터, 그러니까 박유진에 대한 정보를 전부 제 메일로 보내 주세요.”

“어어, 하지만 헌터의 개인 정보는…….”

“저에게 그 정도 권한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오늘 밤까지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전종원 씨.”

하세리는 웃으며 대꾸한 뒤, 급식실의 바깥을 쳐다봤다.

정확히 말해, 운동장을 향해 빠르게 뛰어가는 박유진을 바라봤다.

‘전류로 자기력을 제어하는 일렉트로 마스터. 흥미롭네.’

하세리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 * *

‘아니, 저기서 하세리가 왜 나와?’

급식실 밖으로 나온 나는 여전히 당황한 채였다.

겉으로는 티를 최대한 안 냈지만, 하세리를 본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하세리가 이 근처에서 살았었나? 아니, 근데 갑자기 보게 돼서 엄청 놀랐네.’

하세리.

나는 그녀가 누군지 잘 알았다.

‘27살 때 최연소의 나이로 A급 헌터에 오른 천재.’

그리고 회귀하기 전, 나는 그녀와 자주 힘을 합쳐 싸웠다.

‘나름 개념이 박힌 인간이었지. 거기다 몬스터들의 폭주로 다들 도망치던 와중에도 끝까지 도망을 안 치던 헌터들 중 한 명이었고.’

아무튼 내가 굉장히 좋게, 그리고 높게 평가하는 헌터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녀가 대체 왜 여기에 온 거였냐는 거다.

‘회귀하기 전, 리저드 라이더들이 여기를 습격했을 때. 으음, 그때 누가 와서 리저드 라이더들을 잡았지?’

회귀 전의 나는 유나가 다친 것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현장에 어떤 헌터가 왔었는지 관심 없었다.

그때 붉은색 머리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영 애매했다.

하지만 뭐, 그건 어찌 됐든 좋았다.

‘내가 20살로 회귀했으니까, 하세리는 지금 27살인가? 그럼 A급을 최근에 달성한 거겠네?’

회귀하기 전, 나는 하세리와 자주 만났고, 나는 그녀와 여러 번 대화를 나눴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하세리는 이 근방에서 살았던 것 같기도 한데…….

“에휴, 됐다.”

하세리에 대한 건 당장 생각 안 하는 편이 나았다.

아니, 생각 안 한다기보다는…….

‘앞으로 당분간은 하세리와 안 만나는 편이 좋겠지.’

하세리와 당분간 안 만나는 것.

부족한 면을 가끔 내 앞에서 보였지만, 그래도 하세리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 불렸다.

거기다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헌터가 될 인재이기도 했고.

이런 예비 거물과 손을 미리 잡고 인연을 만드는 건 당연히 좋아 보이겠지만…….

‘당장은 아니야.’

적어도 지금만큼은 하세리와 거리를 두는 편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게, 만약 지금 하세리의 지인 중 하나가 된다?

높은 확률로 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아니, 나는 안 위험해져도 유나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러니 하세리와 인연을 만드는 건, 최소한 5년 후에 하는 편이 안전했다.

‘하세리가 가족과의 연을 전부 끊은 뒤에 친해지는 게 맞겠지.’

괜히 지금 하세리와 친해졌다가 나중에 뒷골목 범죄에 연루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방금 하세리를 만난 건 잠시 잊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했다.

그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유나가 운동장 쪽에 있다고 했지?’

나는 빠르게 신영중학교의 운동장 쪽으로 뛰어갔다.

어느새 수많은 간이 의료 시설들이 세워진 운동장이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어렵지 않게 유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유나야!”

어째서인지, 유나는 간이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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