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미치겠네.’
이희나 몰래 이 체육관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관심이 쏠리면 그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냥 처음부터 이 수업을 오지 말았어야 했어.’
수업을 안 빠지겠다는 유나와의 약속.
그 약속을 지키고자 이 수업에 온 거였는데, 그게 실수였다.
‘15년 만에 유나와 같이 장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유나와 시간을 보내는 건 다음에 기회에 하는 게 좋아 보였다.
이희나에게 관심이 안 끌렸으면 모르겠으나, 이렇게까지 눈에 들어왔다?
이 수업을 몰래 빠져나가는 건 포기해야 했다.
‘어쩔 수 없나.’
이렇게 된 이상, 유나에게 못 간다고 빠르게 연락하는 게 맞았다.
제일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이건 도망칠 수가…….
‘음, 잠깐. 제일 처음으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희나, 그녀의 수업 방식.
‘늘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는 학생에게 메리트를 하나 줬지.’
그러한 이희나의 수업 방식을 잘 활용한다면…….
“박유진! 앞으로 나와 봐! 네가 뭘 해서 우리 예쁜 세리를 꼬신 건지 모르겠지만, 세리가 너 싸우는 거 한번 보고 싶다고 하네.”
“언니. 그러니까 그냥 내가 박유진 씨를…….”
“알겠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오, 박유진. 오늘은 어째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평소에는 싸우는 걸 엄청 망설였잖아?”
“…심경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나는 적당히 대꾸하며 이희나와 하세리.
그 두 여자 앞에 섰다.
“그래? 뭔 심경의 변화인지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거 보니 긍정적인가 보네. 아무튼, 우리 세리 앞에서 기술 좀 선보일 준비 됐냐?”
“뭐, 대충 준비됐죠.”
나는 대꾸하며 이희나와 하세리를 슬쩍 바라봤다.
‘근데 이희나와 하세리. 두 사람이 저렇게 친했나?’
회귀하기 전의 나는 하세리와 꽤 가깝게 지냈지만, 하세리가 이희나와 같이 다니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뭐, 당시에는 워낙 몬스터들이 많이 나타나던 시기라, 두 사람이 따로 만날 만큼의 여유가 없던 것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좋아! 박유진! 너 내 수업 방식 알지? 첫 빠따로 나온 녀석은 조건 하나를 제시할 수 있어. 누구와 싸울지 정하든가, 싸움 자체에 특별한 조건을 부여하든가, 내가 뭘 말하는지 알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 수 있으니까, 편하게 말해 봐.”
첫 번째로 나온 학생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
그게 내가 가장 잘 기억하고 있던 이희나의 수업 방식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이걸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교수님. 괜찮다면 전투와 관련되지 않은 조건을 하나 제시해도 되겠습니까?”
“음? 그건 또 뭔 소리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따 2시에 개인적인 일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 가 봐야 되는데, 혹시 제가 제일 먼저 하는 대신…….”
“첫 빠따로 하는 대신 일찍 보내 달라? 이거지?”
“예, 그렇습니다.”
“내 수업에서 일찍 보내 달라고 하다니. 간도 크네.”
이희나는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좋아. 그게 네가 원하는 거면 들어줘야지. 단, 나는 널 쉽게 보내 줄 생각 없어. 수업에 아예 안 오는 거면 몰라도, 수업 도중에 빠져나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내게 이 제안을 했다? 심경의 변화가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나기는 했나 보네.”
심경의 변화.
크기는 컸다.
18년 전으로 회귀한 거니까.
“일찍 가고 싶다? 좋아. 대신 이겨야 보내 줄게. 그리고 너의 전투 상대는 내가 정해 준다. 괜찮지?”
“알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어지간히 강한 학생만 아니면, 15년간 누적된 내 경험을 이용해 쉽게 승리를…….
“그럼 네 상대로, 그래! 이민아! 너로 정했다! 이민아! 나와 보거라!”
“…어?”
이민아.
그 이름이라면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네, 알겠어요.”
갈색 단발머리를 한 평범하게 생긴 여학생.
그녀는 대답하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 여학생을 잘 알고 있었다.
‘웨어울프, 이민아.’
한국에서 가장 잠재력이 뛰어났던 탱커.
비록 이후에 개인 사정으로 날개가 꺾였지만, 내가 20대 후반이었을 때만 해도 이민아를 따라올 탱커는 한국에 없었다.
‘근데 저 녀석과 싸우라고?’
아직 이민아는 성장 중일 시기라, 내가 기억하던 때에 비해서는 많이 약할 터였다.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 이민아는 나와 상성이 매우 안 좋았다.
‘이민아가 지닌 능력을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은 매우 한정적이야.’
회귀하기 전에 이민아와 몇 번 붙어 봐서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어지간한 공격들은 안 통했고, 그 공격들에 나의 능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 전류가 잘 안 통하던 상대였지.’
이건 회귀했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보통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을 이희나가 모를 리가 없었다.
“제가 이기는 걸 보기 싫으셨나 봅니다?”
“내 수업에서 일찍 빠져나가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이희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
“야, 박유진이었지?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끝내자.”
갑자기 내게 말을 거는 이민아.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뭘 이해 못 한다는 표정이냐? 나는 B급, 너는 E급. 게다가 능력의 상성도 내가 우위잖아. 너 무슨 전기 쓰는 능력이지 않았냐?”
“내 능력은 어떻게 알고 있냐? 뭐, 네 말대로 상성 상 네가 우위이기는 하다만…….”
“그럼 싸워 볼 필요가 있냐? 어차피 결과는 뻔하잖아.”
“글쎄다. 내가 봤을 때 그리 안 뻔해 보이는데?”
“X랄하고 있네. 네가 날 어떻게 이기냐?”
“…하아아.”
사실 이민아가 내게 한 말들은 전부 팩트였다.
만약 내가 회귀한 게 아니었으면 팩트였을 거다.
“야, 닥치고 그럼 어서 붙기나 하자. 나 시간 없으니까 빨리 끝낼게.”
“뭐라고? 야, 너 내 말 못 들었냐? 네가 나를 이길 리가…….”
“혓바닥이 길다? 쫄았냐?”
“뭔 말도 안 되는…….”
“그럼 어서 붙어, 인마. 바로 끝내 줄 테니까.”
* * *
“세리야. 박유진이 E급이라는 건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
박유진과 이민아가 대련을 위해 준비하던 중.
이희나가 하세리에게 작게 물었다.
“그럼 하나만 묻자. 네가 갑자기 왜 저 E급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는 거냐?”
“보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그건 아니지만, 내가 아는 너는 눈이 높은 편이었거든.”
“평소의 나라면 E급 따위에게는 관심을 안 보였을 거다?”
“맞잖아. 너는 C급은 되어야 관심을 보이는 편이잖아.”
“…틀린 말은 아니네.”
피식 웃으며 대꾸한 후, 하세리는 박유진 쪽을 슬쩍 바라봤다.
‘그나저나 E급이라는 게 너무 아쉽네. C급, 아니. 하다못해 D급만 됐으면.’
E급 판정을 받은 헌터들은 헌터 바닥에 발을 잘 안 들였다.
그도 그럴 게, E급이나 F급 판정을 받은 헌터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E급만 아니었으면, 내 조수로 직접 데리고 다닐 법도 했는데 말이야.’
하세리는 A급 헌터였다.
E급은 하세리와 함께 다니기에는 수준 차이가 너무 심했다.
“언니, 근데 저 이민아라는 학생, 혹시…….”
“응, 맞아.”
이희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진성 씨의 딸이야. 이진성 씨 누군지는 알지? 그 있잖아. ‘용혈’ 길드의 길드장.”
“나도 누군지 알아. 전에 만난 적 있거든. 혹시 저 여학생도 이진성 씨와 같은 능력을…….”
“같은 능력이 아니야.”
“음?”
“저 친구는 이진성 씨의 ‘막내딸’이야.”
“…잠깐만.”
하세리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막내딸이라면 무능력자로 태어났다는…….”
“정답. 이민아는 후천적으로 능력을 얻게 됐어. 유명한 케이스라 너도 알지?”
“늑대인간의 유전자를…….”
“자식에게 그런 짓을 어떻게 하냐고 욕먹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지.”
이희나는 체육관 중앙에 서 있는 이민아를 바라봤다.
체육관의 창고에서 무기를 고르는 박유진과는 달리, 이민아는 체육관 중앙에 여유롭게 서 있었다.
“무슨 능력을 후천적으로 갖게 됐는지 알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능력 아니야?”
“그치. 늑대인간이라는 엄청난 탱커로 변하는 능력이지. 개인적으로 능력만 봤을 때, 이진성 씨보다 더 크게 될 탱커야.”
“그래? 그러고 보니 이민아의 등급이 뭐야?”
“B급. 그것도 20살에.”
“대단하네. 언니 말대로, 이진성 씨보다 더 성장할 수도 있겠는데?”
“허, 너는 18살 때 B급이었으면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하세리는 대충 대꾸한 뒤, 창고에서 나오는 박유진을 슬쩍 바라봤다.
“언니. 근데 박유진이 전기로 이민아에게 타격을…….”
“아마 박유진이 이기기 힘들겠지.”
“힘든 게 아니라 불가능할 거 같은데. 같은 B급이었어도, 능력의 상성 때문에 박유진이 졌을걸?”
하세리는 박유진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전투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이민아가 몇십 배는 더 유리했다.
“매우 합당한 이유가 아니면, 내 수업에서 일찍 나가는 건 용납 못 하거든.”
이희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겼으면 바로 보내 주는데, 개인 사정 때문에 내 수업을 빠져나간다? 세리, 너도 내 성격 알지 않냐?”
“언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박유진이 무조건 지는 싸움…….”
“일단 지켜보자고, 이 기지배야.”
하세리는 체육관 중앙에 모인 박유진과 이민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 박유진이 싸우는 걸 보고 싶었다면서. 안 그래?”
* * *
‘어째 싸구려 단검밖에 없냐?’
나는 체육관의 창고에서 찾아온 단검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회귀하기 전에 쓰던 것에 비해 매우 안 좋았다.
하지만 창고에 있던 것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단검이었다.
‘이번 주말에 자바니아를 빨리 구해 오든가 해야지.’
회귀 전에 썼던 내 단검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금 체육관 중앙으로 향했다.
“준비 다 됐냐?”
체육관 중앙에서 이민아가 나를 퉁명스럽게 맞이해 줬다.
“어차피 준비해 봤자 의미가 없겠지만.”
“의미가 없기는 왜 없어. 그보다 너, 그 상태로 싸우려는 거냐?”
나는 실소를 지으며 이민아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게, 이민아는 지금 스포츠 브라에 짧은 반바지만을 입은, 노출이 꽤 있는 복장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도 내 능력 알잖아. 위에 뭐 걸치고 있어 봤자 거추장스럽기만 하거든.”
“…하기야.”
실제로 회귀하기 전, 이민아가 저런 복장으로 싸우는 걸 거의 매번 봤었다.
‘이민아의 능력, 늑대인간.’
말 그대로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능력.
변신하면 피부 자체가 어지간한 강철보다 강해지는, 탱커로서 최상위권의 능력이기도 했다.
‘나랑 상성이 매우 안 좋은 능력이지.’
이민아의 늑대인간 피부에 전기를 날려 봤자 전부 막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회귀하기 전, 나는 이민아를 자주 이겼다.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점은 두 가지.’
첫째, 이민아가 아직 성장을 하기 전이라는 점.
둘째는, 바로 경험의 차이.
나와 이민아는 능력의 상성도, 체급의 차이도 심했다.
그걸 극복하려면 나의 15년간의 경험을 반드시 살려야 했다.
“자, 둘 다 준비됐지?”
나와 이민아 쪽으로 다가온 이희나.
다른 학생들은 이미 체육관의 구석으로 가 자리 잡아 구경하고 있었다.
하세리는 이희나 바로 뒤에 있었고.
“규칙은 잘 알지? 목숨에 지장이 가는 공격만 아니면 전부 가능하다, 오케이? 그리고 선을 넘을 거 같으면 내가 바로 개입할 거고. 이거도 이해했지?”
“이해했습니다.”
나와 이민아는 동시에 대답했고, 이희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늘도 잘 싸워 봐. 그리고 박유진. 이기면 약속한 대로 바로 보내 줄게.”
“알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
이 말과 함께 이희나와 하세리는 뒤로 빠졌다.
그리고 이민아는 바로 내게 돌진했다.
“날 이기겠다고? 이길 수 있으면 이겨 봐. E급 쓰레기야.”
“말이 심하네.”
내게 달려와 주먹을 날리는 이민아.
나는 공격을 피한 후, 그녀의 팔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챙―!
‘…역시.’
이민아의 팔이 회색 털로 뒤덮여, 마치 늑대와도 같이 변해 있었다.
거기다 양손의 손톱들 또한 날카롭게 자란 상태였다.
‘아직 변신을 완벽히 하지는 못하네.’
양팔은 팔꿈치까지, 양쪽 다리는 발끝부터 종아리까지, 그리고 상체의 몇몇 곳이 늑대처럼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변신이 안 됐다.
마음 같아서는 이 점을 노리고 싶었지만…….
챙―!
챙―!
이민아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변하지 않은 부분들을 단검으로 노리자, 이민아는 익숙하다는 듯이 양팔로 내 공격을 방어했다.
“E급치고는 빠르네. 시작하자마자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으나, 솔직히 대답하는 것조차 벅찬 상태였다.
‘체급 차이가 너무 심해.’
헌터의 등급은 단순히 능력의 강함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었다.
헌터들이 지닌 신체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였다.
그리고 B급인 이민아의 신체 능력은, E급인 나보다 몇 배는 좋았다.
‘게다가 이민아는 탱커라 체력이 더 좋을 수밖에 없어.’
힘도, 속도도 전부 밀렸다.
그나마 15년 동안 헌터로 굴렀던 내 경험 덕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민아의 팔을 붙잡은 뒤, 그대로 그녀의 팔에 전류를 흘려보냈다.
혹시나 해서 해 본 공격이었지만…….
“뭐하냐?”
“에라이.”
회귀하기 전, 내가 강했을 때에도 내 전류는 이민아에게 안 통했다.
그때보다 훨씬 약해졌으니, 내 능력이 통할 리가 없었다.
“오래 버텼네.”
“으윽?”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철주먹.
나는 양팔을 들어 올려 그 공격을 막았다.
“어억.”
하지만 막았음에도 나는 뒤로 멀리 밀려났다.
상당히 저려 오는 양팔은 덤이었다.
“박유진, 솔직히 나 전부터 너를 한번 밟아 주고 싶었어. E급이면서 학교 제대로 안 다닌다면서? 여긴 뭐라도 해 보려고 하는 애들뿐인데, 너는 노력도 안 하면서…….”
“학교 제대로 안 다닌 건 인정한다. 근데 있지.”
나는 단검을 들어 올리며 이민아를 노려봤다.
“내가 노력을 안 하고 산 건 아니야, 이 새끼야.”
A급이 되기 위해 한 짓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노력을 안 한 인간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밟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웃기고 있네. 내가 제대로 안 싸워서 그렇지, 너 같은 E급은…….”
“5분 안에 끝내 줄 테니까 어서 들어오기나 해.”
이민아의 현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다.
그래서 5분 안에 끝내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유나와 약속한 시간까지 가려면 5분 안에 끝내야지.’
유나와 같이 장 보러 가겠다는 약속.
회귀한 후 유나와 한 첫 약속인데, 어길 생각 따위는 없었다.
“허, 5분은 무슨.”
이민아는 내게 달려오며 외쳤다.
아까보다 훨씬 빠른, 보통의 C나 D급 헌터들도 반응 못 할 속도였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E급 헌터가 아니었다.
“내가 널 1분 안에 끝내 줄, 으응?!”
“어딜 보고 있냐?”
나는 몸을 옆으로 날려, 이민아의 뒤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그건 내 잔상이다, 이년아.”
“어떻, 크억?!”
“1분? 1분 좋지.”
이민아의 등에 팔꿈치를 세게 내리찍으며 말했다.
“1분 안에 내가 너를 끝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