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3화 (13/240)

13화

【 칠보산 게이트 】

게이트.

게이트란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려운 현상이었다.

대충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곳곳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균열.

균열, 그러니까 게이트란 다른 차원의 던전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통로였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차원이란 말 그대로 이계(異界), 즉 지구와는 아예 다른 세계를 의미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별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겠지.’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통로이기만 했으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게이트의 진정한 문제점은 바로 그 균열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온다는 것이었다.

‘게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균열에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지.’

게이트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사람들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

당시 인류의 화기로는 몬스터들에게 유효한 타격을 거의 못 입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내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헌터라는 직업 새로 생겼다.

그리고 그때 생긴 헌터들의 일은 간단했다.

‘게이트 밖으로 나온 몬스터들의 처리 및 게이트를 소멸시키는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게이트의 소멸이었다.

게이트를 없애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로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게이트의 코어.

그 코어를 부수면 게이트는 약 일주일 뒤에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코어를 못 부수면 게이트는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그 특징 때문에 몇십 년째 안 사라지는 게이트들도 있지.’

몬스터들이 너무 강력해 게이트의 중심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게이트 주변 지역은 몬스터들에 의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A급에 오른 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게이트들을 조금씩 없애기는 했다만…….’

문제는 게이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였다.

게이트가 너무 많이 나타난 것도 문제였지만, 그중 매우 강한 게이트, 그러니까 위험 등급 2급 이상의 게이트들이 자주 출현했다.

그로 인해 인류는 몰아닥치는 몬스터들을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쇠퇴했다.

‘그 사태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하는 편이 좋겠지.’

전에 말했지만, 너무 많은 몬스터들에 의해 인류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인류가 멸망한 수준까지는 아니었기에,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나는 유나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 대비를 잘한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 내 앞에 정렬! 간만에 받게 된 게이트 토벌 의뢰야! 그러니까 다들 잘하고, 오늘 돈 많이 벌어 보자!”

칠보산에 모인 약 30명의 사람들.

그들은 전부 무장한 채, 칠보산 중턱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균열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아, 박유진 씨 맞으시죠?”

방금 사람들 앞에서 지시를 내리던 남자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카시아’ 길드의 길드장 김민호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김민호라는 아저씨, 아니, 아저씨는 아니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형이었으니.

아무튼, 나는 김민호가 내민 손을 잡으며 그와 악수를 간단히 했다.

“일단 짐꾼으로 와 주셔서 고마워요, 박유진 씨. 저희처럼 소규모 길드에 짐꾼으로 지원해 준 사람은 박유진 씨가 처음이기도 한데…….”

“고마워하실 거 없어요. 애초에 저도 돈 벌려고 온 거니까요.”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한 뒤, 근처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는 균열을 바라봤다.

‘그래. 돈도 벌고, 내가 앞으로 쓸 무기도 구해야지.’

회귀 후 처음으로 마주한 게이트.

하지만 긴장되지는 않았다.

15년간 온갖 게이트를 들락날락했는데, 고작 8급 게이트?

긴장하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으음, 그보다 박유진 씨?”

“네?”

“박유진 씨는 E급 헌터였죠?”

“네, 그렇죠.”

“으음, 그렇다면…….”

김민호, 그러니까 ‘카시아’ 길드의 길드장은 턱을 매만지며 나를 바라봤다.

“조금 실례가 되는 말일 수도 있는데, 박유진 씨는 가능한 뒤쪽에 계시면 고맙겠네요. 8급 위험도의 게이트라고는 하지만, 그, 박유진 씨가 그래도 E급이잖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조금 위험한…….”

“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어요. 그리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짐꾼으로 왔는데, 헌터 분들이 일하는 데 방해가 안 되어야죠.”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나와 김민호는 서로 훈훈하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게서 멀어지는 김민호, 그리고 주위에 모인 약 30명의 사람들을 훑어봤다.

‘카시아 길드였지.’

회귀하기 전에 들어본 적 없는 길드였다.

그렇다는 건 앞으로 몇 년 뒤에 자연스럽게 사라질 길드라는 의미였다.

‘뭐, 어차피 몇 년 뒤면 어지간한 길드들은 다 사라질 테니까.’

내가 30살이 되던 해부터 게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탓에 온갖 길드들이 규모에 상관없이 전부 망했다.

하지만 그건 앞으로 약 10년 뒤에나 일어나는 일이니, 지금은 그 사실이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제 막 설립된 신생 길드라 했지?’

보통 대한민국 헌터 길드 연합은 이런 신생 길드에게 단독으로 게이트 토벌을 맡기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였다.

그도 그럴 게…….

‘위험도 8급의 게이트면 신생 길드에 맡겨도 문제없으니까.’

1급에 가까울수록 위험했고, 9급에 가까울수록 안 위험했다.

그리고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이 게이트는 9급 다음으로 안 위험한 8급이었다.

‘균열의 크기를 보니까, 20분 정도 뒤에 나타나겠네.’

나는 허공을 가르며 나타나는 균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슬슬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는 게이트.

이렇게 천천히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 게이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였다.

‘게이트는 보통 나타나기 3일 전에 징조를 보이지.’

3일.

게이트는 보통 3일 전부터 허공에 조금씩 균열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걸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헌터 연합의 주요 업무였다.

‘게이트가 어디에 언제 나타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게이트의 위험 등급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게이트에 대한 연구가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졌던 터라, 요즘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기운을 조금만 조사해도 위험 등급은 바로 파악됐다.

헌터 연합은 게이트의 위험 등급을 파악 후, 그 즉시 그 게이트 토벌에 적합한 길드를 파견했다.

‘8급이라 파악했으니까 이런 신생 길드를 보낸 거겠지.’

만약 위험도가 3급 이상이었으면 대한민국 최상위권의 길드들을 호출했을 거다.

이민아의 아버지인 이진성이 운영하는 ‘용혈’이라든가 하는 길드를 말이다.

하지만 말했듯, 이 게이트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편하고 안전한 이 8급 게이트에 들어가 적당히 짐꾼 일을 하다가, 중간에 단검을 슬쩍해 오면 됐다.

‘그리고 뭐, 내가 혹시라도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고 쳐도, 크게 위험한 일은 없겠지.’

A급까지 올라가, 1급 게이트까지 홀로 토벌한 전적이 있던 나였다.

모든 능력치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경험 하나만으로도 8급 위험도의 던전쯤은…….

“으음, 네가 이번에 온 짐꾼이구나.”

속으로 생각하던 중, 갑자기 내게 다가온 사람들이 있었다.

“E급이라 들었는데, 혹시 진짜로 E급이야?”

“네, 그런데요?”

나는 대꾸하며 내 근처에 나타난 세 사람, 그러니까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을 바라봤다.

“그냥 신기해서. D급까지야 흔하지만, E급이나 F급은 이 바닥에서 보기 힘들잖아. 그치, 애들아?”

남자는 자기 옆에 있던 두 여자 헌터들에게 말했고, 그 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E급이면서 왜 이런 일을 하러 온 거야? 보통 E급부터는 게이트에 얼씬도 안 하는 게 국룰이라는데, 아아. 혹시 자기가 E급치고는 잘 싸운다고 생각해서 온 거야? 게이트에 짐꾼으로나마 들어가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 보려는…….”

남자는 혼자 떠들며, 옆에 붙어 있는 두 여자와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 남자는 나름 반반하게 생긴 얼굴이기는 했다만, 어째 내게 말하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를 깔보기 위한 목적인 거 같으니까.’

내 앞에 나타난 남자와 두 여자.

특히 남자의 목적은 처음부터 뻔히 보였다.

그냥 E급인 나를 비웃기 위해, 그러니까 자기 여자들 앞에서 잘 보이려고 하는 수작이었다.

‘이 인간이 뭔 X랄을 해도 상관없기는 하다만…….’

회귀 전, E급에서 발버둥 치던 당시.

온갖 모욕적인 말들을 다 들은 탓에 이 남자의 헛소리는 별 것 아니었다.

다만 너무 크게 떠들어서 슬슬 내 귀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근데 친구야. 아무리 돈이 급해도 게이트에 함부로 들어가는 건 아니야. 너도 헌터지만 그래도 E급이니 조심을…….”

“말 끊어서 죄송하지만.”

내 어깨에 은근슬쩍 손을 올린 남자의 손을 쳐 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특별히 할 말 없으면 그냥 가 주세요. 저는 괜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거든요.”

“시간 낭비? 야, 친구야. 나는 네가 걱정돼서 특별히 이런 말들을 해 주는 거야. C급 헌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너에게…….”

“마음은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그리고 제 걱정할 바에 본인 걱정이나 하는 걸 추천할게요.”

자기가 C급이라 말했던 남자.

아까 말했듯, 그는 나름 반반하게 생겼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어려 보이지만은 않았다.

“연세가 적으신 거 같지가 않고 C급인데 아직도 이런 신생 길드에 계시잖아요. 그럼 본인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뭐? 야, 너…….”

“물론 이 길드를 비하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신규 길드에는 비교적 어린 헌터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C급이시면서도 이 길드에 계신 걸 보니 실력에 무슨 문제가…….”

“닥쳐, 이 개새끼야! 네가 뭘 안다고 이런 말을…….”

아픈 곳을 찔렸는지 내 말을 들은 남자는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았다.

원래는 그냥 적당히 기분 나쁠 말들을 해 내게서 떨어뜨릴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아, 아직 사람들이 나의 진가를 몰라서, 그러니까 나는 실력이 있는데 다른 길드들에서 나를 안 받아 주는…….”

내게 헛소리를 시작한 남자.

나는 그를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하아, 왜 이런 날파리가 꼬여 가지고…….’

그냥 조용히 단검만 몰래 가져올 생각이었는데, 이 망할 세상은 내가 편히 있는 꼴은 못 봐주는 듯했다.

“야! 듣고 있어?! 너는 E급 주제에 뭘 그리 잘났다고 내게…….”

같이 온 두 여자가 말리고 있음에도 남자는 계속 열을 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근처에 있던 다른 길드원들도 슬슬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하아, 귀찮게 하네. 근데 이 남자가 C급이라고?’

암살을 많이 한 덕인지, 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그리고 내 눈앞의 이 남자는, 일단 C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그것보다 훨씬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일단 내게서 떨어뜨리자.’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우선 이 남자의 급소를 쳐 떨어뜨린 뒤…….

“정수민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직접 움직이려던 순간, 갑자기 또 다른 여자가 다가왔다.

“제가 저번에도 경고했지만, 그런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했잖아요.”

“주하나 씨. 그러니까 이건 저보다 이 새끼가…….”

“시끄러워요.”

여자는 내게서 남자, 그러니까 정수민이라 불린 남자의 손을 쳐 냈다.

“마지막 경고에요. 만약 또다시 길드 내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면, 길드장님께 정수민 씨의 퇴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겠어요.”

“…하, 참 나.”

정수민은 나와 여자를 한 번씩 노려보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힐러 년이, 자기가 귀한 건 알아 가지고…….”

들릴 듯 말 듯 작게 중얼거리며, 정수민은 자기가 데려온 여자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근데 방금 분명…….

‘힐러? 그리고 주하나?’

나는 방금 나타난 여자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얀 머리카락을 지닌, 나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여자.

키가 작았고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지만, 동시에 여러모로 성숙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이 여자의 얼굴과 이름이 익숙했다.

“하아, 정수민 씨도 진짜. 후우우. 음, 아. 죄송해요. 정수민 씨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네? 아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박유진 씨였죠? 이번에 짐꾼으로 저희를 도와주러 오신 분.”

“돈 벌기 위해 온 거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백발의 여자에게 대꾸했다.

“그보다 혹시 성함이…….”

“주하나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네, 저도 반갑습니다. 근데 복장이 마법사 같으신데, 혹시…….”

“네, 저 마법사 맞아요. 하지만 마법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아군을 치료하는 힐러 쪽이에요.”

“아아, 그렇군요.”

혹시나 해서 확인차 물었고, 주하나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하나라는 이름의 여성 힐러.’

정확히 기억은 안 났지만, 일단 확실한 건 이 여자를 회귀하기 전에 분명 만난 적이 있었다.

‘누구였지?’

전에 한 번 만난 건 확실했다.

근데 그 한 번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만난 건지 기억이…….

“박유진 씨? 괜찮으세요?”

“음? 아, 괜찮아요.”

“그렇군요. 갑자기 멍때리시는 거 같아서요.”

“속으로 뭐 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나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답했고, 이에 주하나 또한 옅게 미소를 지었다.

“어디 아프거나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제게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어요.”

“그리고 게이트에 들어가시면 저와 같이 후방에 있을 건데, 게이트 안에서는 방금처럼 멍때리시면 큰일 나요. 알겠죠?”

“네. 그것도 이해했어요.”

“으흠, 네. 그건 그렇고, 박유진 씨.”

주하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20살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그런데요?”

“저보다 2살 어리시네요. 저 22살이거든요.”

“주하나 씨도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대학교 안 가고 바로 헌터 일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알잖아요, 라고 주하나는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힐러들은 헌터 업계에서 희귀하다는 거요. 그래서 저는 굳이 대학 갈 것도 없이 바로 길드에 취업할 수 있었죠.”

“그렇군요. 근데 힐러면 굳이 신생 길드가 아니더라도 대형 길드에서도 충분히…….”

“저는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고 싶었거든요. 처음부터 대형 길드에서 일하면 힘들 거 같아서, 일단 아래에서부터 하나둘씩 배울 생각이에요.”

“그런 거라면 이해가…….”

“그보다 박유진 씨, 고연대학교 다니신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다니고 있죠.”

“오오, 좋은 대학 다니시네요. 사실 저도 전에 대학을 갈까 고민했을 때…….”

웃으며 나와의 대화를 이어 나가는 주하나.

그리고 나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더더욱 확신했다.

‘만난 적 있어.’

처음 만난 사람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대화를 주도해 나가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해 주는 말투.

근데 너무 오래전에 만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길드장님! 게이트 열리고 있어요!”

“어, 나도 확인했어! 자! 다들 준비해! 이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거다!”

들려오는 김민호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허공에 나타났던 균열에서 빛이 서서히 나오고 있었다.

“박유진 씨. 제 곁에 붙어 계세요. 알겠죠?”

“알겠어요.”

주하나에게 대꾸한 뒤, 나는 다시 게이트를 바라봤다.

더더욱 강한 빛을 내며, 옆으로 넓게 갈라지기 시작한 균열.

회귀 후, 나의 첫 게이트 토벌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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