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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0화 (20/240)

20화

칠보산 게이트에서 나와, 집에 돌아오자 어느새 저녁이 다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의 조그마한 전셋집에 들어온 후, 나는 거실에서 작은 상을 차린 채 유나와 함께 앉아 있었다.

“오빠, 이거 뭐야?”

“뭐긴 뭐야, 치킨이지.”

“누가 그걸 모른대?”

유나는 자기 눈앞에 있는 치킨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치킨, 그러니까 내가 집 들어오는 길에 사 온 것.

오늘 칠보산 게이트 일을 하며 받은 돈이 있었기에, 그 돈으로 샀다.

유나가 족발 다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치킨이라, 나는 당연히 유나가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유나의 표정이 영 밝지 않았다.

“이거 치킨 두 마리지?”

“우리 둘 다 먹어야 되니까.”

“그 비싸다는 허니 올리브?”

“다른 치킨들보다 몇천 원 더 비싸기는 했지. 근데 요즘 치킨들 하나 같이 다 비싸더라. 어떻게 한 마리가 거의 2만 원 가까이…….”

“오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치킨이 놓인 상 앞에 앉은 채, 유나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치킨은 갑자기 왜 사 온 거야?”

“너랑 같이 먹고 싶었으니까.”

“이거 두 마리, 거의 5, 6만 원 나오지 않았어?”

“대충 5만 원쯤 나왔지.”

“5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 이건 오빠도 잘 알잖아?”

“그치. 5만 원으로 치킨 말고 살 수 있는 거 많지.”

“그걸 알면 왜 치킨을 사 온…….”

“너에게 사 주고 싶었거든.”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내 여동생에게 대꾸했다.

“지난번에 족발 사 먹은 거 기억나지? 그때 너 되게 맛있게 먹더라. 그리고 보기도 좋았고.”

“…그래서 사 온 거라고?”

“족발은 저번에 먹어서 또 먹기에 조금 애매했거든. 그래서 네가 족발 다음으로 좋아하는 치킨을 사 왔지. 게다가 너 전에 이 허니 올리브 먹어 보고 싶다는…….”

“오빠. 알겠어. 나 먹으라고 사 준 거 알겠고, 고마워. 근데 앞으로 아주, 아주 특별한 날 아니면 안 사 줘도 괜찮아.”

유나는 진지하게, 그리고 동시에 내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가 힘들게 벌어 오는 돈이잖아. 나는 그 돈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는 오빠가 그 돈을 나보다 오빠 본인에게 조금 더 투자했으면 좋겠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 오는 거보다 오빠를 위한 것들이…….”

“너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나를 위해 쓰는 거야.”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치킨이 담긴 종이 상자를 열었다.

“네가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거든.”

“하지만 오빠. 그래도 이렇게 함부로 돈을 쓰는 건…….”

“돈 걱정은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유나에게 오늘 온 문자 하나를 보여 줬다.

문자, 그러니까 입금 내역을 알려 주는 은행에서 온 문자를 말이다.

“…오, 오빠? 이 돈, 어디서 어떻게 번 거야?”

문자에 적힌 금액을 보자, 유나는 여러모로 당황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노가다나 알바로 벌 수 있는 돈이 아니잖아.”

“그치. 노가다로 하루 안에 이 정도는 못 벌지.”

“그, 그럼 설마… 오빠, 설마… 아니지? 오빠가 잘생긴 건 알겠는데, 설마 그런 방식으로…….”

“야, 그런 거 아니야, 인마.”

나는 헛웃음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오늘 나 학교에서 게이트 체험 있었다는 거 기억나지?”

“응? 어, 그치. 그것 때문에 오빠 오늘 하루 종일 밖에 있었잖아.”

“체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게이트에 들어갔다 나온 거라 위험 수당? 그런 거 받은 거야.”

“아아아, 그런 거였어?”

“어, 그러니까 이상한 상상 좀 하지 마라.”

물론 이건 거짓말이었다.

게이트 체험이 아니라 짐꾼으로 게이트 토벌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유나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오빠, 근데 게이트 체험이면 게이트 안에 들어갔다 온 거잖아. 그럼 혹시 어디 다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 오늘 조금 피곤해 보이는데, 혹시 게이트 안에서 무슨 일이…….”

게이트 ‘체험’을 갔다 온 거라고 말했을 뿐인데, 유나는 이렇게나 나를 걱정했다.

만약 정식 게이트 토벌에 함께했다고 말하면, 유나의 반응이 어떨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다친 곳 없으니까 걱정 마, 이 녀석아. 뭐, 됐고.”

나는 젓가락을 꺼내 유나에게 건넸다.

“이제 먹자. 그리고 먹으면서 부담감 느끼거나 그러지 마. 오늘 내가 돈을 많이 받아 왔고, 많이 받아 온 기념으로 산 거니까. 알겠지?”

“…고마워, 오빠.”

유나는 내 시선을 피한 채 젓가락을 내게서 받아 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안함, 그리고 동시에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나 나중에 성인 되고 돈 벌면, 첫 월급 오빠에게 다 줄게. 아니, 첫 월급만 아니라 그다음 달의, 우웁.”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먹기나 해, 이 기지배야.”

내가 치킨 한 조각을 유나 입에 넣자, 유나는 커진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우우웁! 아! 오빠! 음식 내 입에 막 넣지 말라고! 내가 애도 아니고, 왜 오빠에게 먹여져야 되는…….”

“내 눈에는 넌 항상 애거든? 됐고, 여기 닭 다리 먹어라. 너 닭 다리 좋아했잖아.”

“어어어, 응. 고, 고마… 음? 오빠, 닭 다리 네 조각을 왜 전부 다 나한테…….”

“난 다리 별로 안 좋아하거든.”

“거짓말. 오빠 전에 퍽퍽한 살 싫다고 전에 엄마에게, 웁.”

“나 신경 쓰지 말고 먹기나 해.”

나는 닭 다리를 유나 입에 넣어 주며 말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너 먹는 거 보기만 해도 나는 배불러. 그러니까 고마우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내게 보여 줘, 오케이?”

“…고마워, 오빠. 진심으로.”

유나는 닭 다리를 씹으며, 살짝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를 이렇게 챙겨 줘서, 진짜로 고마워.”

“나도 네게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피차일반이라 생각해.”

“내게? 오빠가 내게 고마워할 만한 게…….”

“이렇게 웃으면서, 잘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내가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고?”

“응,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

“…뭐야 그게? 내가 뭐 죽었던 것도 아니고 뭔, 아아! 좀!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입에 넣으려 하지 마!”

“그래. 마음껏 먹어라.”

나는 치킨을 뜯기 시작한 유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유나야.’

유나 본인은 모르겠지만, 나는 유나의 죽음을 직접 봤었다.

그 탓에, 아니, 어쩌면 그 덕에 유나의 존재가 내게 있어 더욱더 소중히 다가왔다.

“맛있냐?”

그렇게 먹기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내가 사 온 치킨의 절반이 사라졌다.

“응. 엄청 맛있어. 그러니까 제발 부탁인데 오빠도 좀 먹어. 아까부터 나만 먹고 있잖아.”

“나도 먹고 있으니까 걱정 마.”

나는 닭 가슴살 부위를 깨작깨작 먹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유나야. 먹으면서 들어.”

“응? 뭔데?”

“너 혹시 학원 다닐 생각 있냐?”

“케엑, 켁? 뭐, 학원? 내가?”

유나는 씹고 있던 치킨을 간신히 삼키며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갑자기 학원은 왜?”

“그야, 너도 이제 중학생이잖아? 공부 제대로 하려면 학원에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오빠.”

“음?”

“괜찮다면 오빠 통장, 내게 보여 줄 수 있어?”

“뭐, 그거야.”

나는 스마트폰으로 내 통장을 보여 줬다.

그리고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돈으로는 학원을 1년도 못 다녀. 게다가 1년 동안 어찌어찌 다닌다고 해도 생활비와 식비 문제가 생기겠지. 나는 굳이 그러면서까지 학원에 다니고 싶지 않아.”

“그래도 수학 학원 정도는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요즘 수학 다들 어려워하는데, 너도 미리…….”

“오빠는 학원 안 다녔잖아.”

“그래서 성적이 안 좋았지.”

“하지만 고연대에 갔잖아?”

“그건 사회 배려자 전형으로 어찌어찌 들어갔던 거고.”

“나도 여차하면 비슷한 거 하나 찾아서 대학 갈 생각이야. 근데 오빠, 솔직히 말하자면.”

유나는 먹던 치킨을 내려놓으며 나름 진지하게 말했다.

“나 대학 안 갈 생각이야. 진짜 극단적으로 가면 고등학교도 안 갈까 고민 중이고.”

“…왜?”

“그냥 바로 돈 벌려고. 성인 될 때까지 오빠에게 손 벌리고 사는 건, 오빠에게 조금 많이 민폐일 거 같거든.”

“전혀 민폐가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 그리고 대학은 안 가도 괜찮으니까, 적어도 고등학교는 졸업했으면 좋겠어.”

“하긴. 요즘은 중졸도 안 받아 주는 곳 많다더라. 고등학교는 가야겠지?”

“응. 그리고 고등학교 다니면서, 대학도 한 번 고민을…….”

“그럼 오빠. 나 고등학교 다니면서 알바를 해 볼 생각인데, 일단 시작은 편의점 같은 간단한…….”

“안 돼!”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고, 이에 유나는 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 오빠? 왜 갑자기 소리를…….”

“안 돼. 하지 마. 적어도 고등학교 때는 절대로 하지 마.”

소리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유나가 고등학교 때부터 돈을 벌겠다는 말을 듣자, 그날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기억들, 그러니까 유나가 죽은 것.

유나는 고등학교 때 돈 벌다가 죽었다.

혼자 돈을 벌던 내게 보탬이 되기 위해, 유나는 알바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돈 버는 방식이 선을 넘었고, 내가 뭘 손쓰기도 전에 살해당했다.

“…유나야.”

“응? 오빠? 괜찮은…….”

“너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 돈 벌 생각하지 마.”

“하지만 오빠. 나는 오빠가 혼자서 돈을…….”

“용돈 필요하면 줄게. 그리고 학원 다니고 싶으면 다니게 해 줄게.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테니까, 성인 되기 전까지 따로 돈을 안 벌어 오겠다고 약속해.”

“하지만…….”

“약속해 줘. 부탁할게.”

“…하아아아. 알겠어. 오빠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이유가 있겠지.”

대신, 이라고 유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혼자 돈 버는 게 힘들면 바로 내게 말해. 그럼 내가 오빠를 어떻게든 도와줄게.”

“…알겠어.”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미안한데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속으로 다른 대답을 중얼거렸다.

유나는 고등학교 때 돈을 벌다가 죽었다.

그랬기에 그때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나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일을 못 하게 할 생각이었다.

“아까 소리친 건 미안. 많이 놀랐지?”

“으, 응. 조금 놀랐어.”

“미안. 아무튼, 치킨 마저 먹자.”

“응, 그러자. 자, 오빠. 여기 날개라도 먹어. 퍽퍽한 부분 그만 먹고.”

“고마워.”

웃음과 함께 바로 돌아온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런 분위기 속에 나는 유나가 준 치킨을 먹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집 거실의 구석을 슬쩍 바라봤다.

오늘 구해 온 검은 단검, 자바니아가 놓여 있는 쪽을 말이다.

‘자바니아를 구해 왔으니, 앞으로 구해 와야 할 장비는 세 개.’

코트, 가면, 와이어.

회귀 직전까지 쓰던 내 장비들.

‘돈을 벌려면, 일단 그 장비들부터 얻어야지.’

헌터 활동을 하면서 그 세 아이템들의 유무는 꽤 큰 차이를 보였다.

헌터로 활약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그 셋을 손안에 넣어야 했다.

‘유나의 고등학교 생활비, 그리고 나중에 유나의 등록금까지 전부 감당하려면……. 그래.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지.’

유나에게 행복한 삶을 선물해 주는 것.

그게 회귀한 지금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바니아는 얻었으니, 이제 코트를 얻으러 가자.’

유나와 함께 치킨을 먹으며, 나는 내 2회차 인생의 계획을 구체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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