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2화 (22/240)

22화

* * *

“저거 이민아 아니야?”

“어어, 응, 맞는 거 같은데?”

고연대학교의 학생 식당 안, 이민아는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근데 오늘 이민아가 그 누구냐? 김유진?”

“박유진 말이야? 어, 오늘 이민아 걔한테 또 졌다며?”

멀리서 이민아의 귀에 들려오는 학생들의 말소리.

B급 헌터의 신체 능력 덕분에,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 대화였음에도 그녀의 귀에 잘만 들렸다.

“…X발.”

마음 같아서는 저 학생들에게 다가가 뭐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민아는 그럴 수 없었다.

저 학생들이 하는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유진, 대체 뭐 하는 새끼야?”

이민아는 식탁에 이마를 세게 내리치며 중얼거렸다.

E급 헌터, 박유진.

원래 그는 이민아에게 있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나를 대체 어떻게 이긴 거냐고?’

하지만 그 별 볼 일 없던 사람이 자신을 이겼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겼다.

“하아아아.”

이민아는 한숨과 함께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고연대학교 학생들이 쓰는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이민아 vs 박유진, 풀영상]

[이민아 그냥 가족 빽으로 B급 받은 거 아님?]

[근데 박유진 진짜 E급 맞음?]

커뮤니티에 접속하자마자 보이는 온갖 글들.

그 글들 중 대부분이 이민아와 박유진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하아아. X발, X발, X발.”

이민아는 커뮤니티의 글들을 보며 욕을 중얼거렸다.

이렇게까지 소문이 퍼졌으니, 오늘의 일이 이민아의 가족의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대련하자고 제안 안 했지. X발, 근데 오늘은 이길 줄 알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주에 박유진이 이민아를 이긴 건 순전히 우연이자 운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사람들에 이민아와 그녀의 가족도 포함됐다.

이민아의 가족 모두 이민아가 E급 따위에게 진 것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동시에, 다음에 싸우면 이민아가 반드시 이길 거라는 말도 했다.

“X발, 근데 아니었잖아.”

이민아는 지난주보다 더 꼴사납게, 더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대체 뭐 하다 온 녀석이지?”

이민아는 다시금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이민아 vs 박유진, 풀영상]이라는 글.

“…잘 싸우기는 하네.”

거기에 몇 시간 전, 이민아와 박유진의 대련 영상이 담겨 있었다.

이민아는 그 영상에 담긴 박유진을 유심히 살폈다.

“와, 지금 보니까 싸움 진짜 X같이 하네?”

박유진과 싸우면서 가장 거슬렸던 점.

그건 바로 박유진이 시야에서 사라지던 것이었다.

분명 눈앞에 있어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 순간 박유진은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마법이나 이능력을 쓴 게 아니었구나.’

자꾸만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민아는 박유진이 무슨 수작을 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상을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박유진은 그저 빠르고 깔끔하게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났던 것이었다.

‘대체 저걸 어떻게 하는 거지?’

박유진의 움직임이 영상에 전부 찍혀 있었지만, 이민아는 그걸 보면서도 박유진의 움직임을 파악 못 했다.

이민아는 그런 박유진의 움직임이 너무 신기해, 대련 영상을 더 집중해서…….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냐?”

“끼아아악!”

열심히 보려고 했다.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박유진이 아니었다면, 이민아는 분명 그랬을 터였다.

* * *

“끼아아악!”

“어우. 야, 고막 터지겠다. 목청도 좋네.”

“너, 너 언제 온 거야?!”

“방금 왔는데?”

“다가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내가 조용히 다니는 편이거든.”

암살자이자 척후로 활동했던 탓에 조용히 움직이는 게 습관이었다.

그래서 방금처럼 의도치 않게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보다 뭘 보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냐? 이상한 거라도 보고 있던…….”

“시끄러워. 그런 거 아니야.”

이민아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보다 너, 내게 고마운 줄 알아. 내가 누구를 위해 두 시간이나 기다린 건 네가 처음…….”

“아, 네. 거참 고맙네요.”

“너 반응이 그게 뭔…….”

내가 대충 대꾸하자 이민아는 여러모로 열받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에 나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근데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2시부터 4시까지?”

오늘 수업이 진작에 다 끝났던 이민아와는 달리, 나는 오늘 수업이 4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래서 오늘 내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이민아는 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어, 너 올 때까지 두 시간 동안 여기서 기다렸다. 왜? 불만 있어?”

“너 두 시간 동안 할 게 없었냐? 과제라거나, 공부라던가…….”

“나는 그런 거 안 해도 상관없으니까.”

“…아니면 친구랑 같이 카페라도 가 있지 그랬냐?”

“치, 친구? 아아, 치, 친구랑 같이 말이지? 물론 나, 나는 친구가 많아서 그럴 수 있었지만, 가끔은 혼자…….”

“…아.”

회귀하기 전에, 나는 이민아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민아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미안, 너 친구 없었지?”

이민아는 주로 혼자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진심을 담아 이민아에게 사과했는데…….

“나 친구 있어! 있다니까!”

이민아는 얼굴이 확 빨개지며 내게 소리쳤다.

“있다고!”

“어어어, 응, 그래. 알겠어.”

“아니! 너 죽을래? 그 못 믿겠다는 반응 뭐냐고?”

“어어, 으음, 뭐, 그거야…….”

굳이 따지자면 이민아에게 친구가 아예 없는 건, 으음.

‘친구라기보다는 지인에 가까웠지.’

이민아의 저 성격을 받아 줄 사람이 없던지라, 그녀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딱히 없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혼자 외롭게 지내던…….

“나 친구 있다니까!”

“알겠어, 인마. 누가 뭐래?”

“너 지금 전혀 못 믿는…….”

찔리는 게 있냐, 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참았다.

“야, 됐고. 너 오늘 더 이상 일정 없는 거 확실하지?”

“…없어.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할 게 아무것도 없어.”

“좋았어. 그럼 바로 출발하자.”

현재 시각 16시 10분.

지금 출발하면 퇴근 시간 직전쯤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 직전, 그러니까 그 몬스터가 막 나타날 즈음에 말이다.

“야, 잠깐만.”

“음? 왜?”

“최소한 어디 가는지는 말해 줘야지. 너에게 져서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건 맞지만, 적어도 네가 내게 뭘 부탁하려고 하는지 알려 주는 게…….”

“별것 아니니까 걱정 마.”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민아에게 대꾸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몬스터를 잡으러 갈 생각이야. 그 몬스터를 잡는 데 도움을 좀 줬으면 해.”

“몬스터라고? 어디에 있는 무슨 몬스터인데?”

* * *

“지하철에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다고요?”

역장은 내 말에 꽤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 지금도 있는 건가요?”

“지금은 없을 겁니다. 사람들이 많아져야 나타나는 몬스터라서요. 최근 출퇴근 시간에 승강장 앞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요?”

“최근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주기적으로 있었어요. 그래서 마법사와 헌터들을 불러서 확인했는데, 전부 몬스터의 흔적은 안 보인다고…….”

“저희가 몬스터를 잡아낼게요. 그럼 앞으로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쓰러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잡아 준다면야 저희야 좋기는 하죠. 근데…….”

역장은 조금 꺼림칙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헌터증에 나온 등급이 E급이신데, 몬스터를 잡으실 수…….”

“아, 저는 그냥 도우러 온 거고, 몬스터를 직접 잡을 친구는 이 녀석이에요.”

“그쪽은…….”

역장은 내 옆의 이민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에 이민아는 당당하고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B급 헌터, 이민아입니다.”

“B, B급이요? 이런 강하신 헌터 분이, 음? 그보다 이민아라면, 혹시…….”

“네, ‘용혈’ 길드장 이진성의 딸입니다.”

이민아는 익숙하다는 듯이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말했고, 이에 역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런 분이라면 제가 믿고 맡길 수 있죠. 그럼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요?”

“선로 쪽으로 안내해 줄 수 있을까요?”

나는 역장에게 부탁했다.

“몬스터는 아마 그쪽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거든요.”

“선로요? 으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역무원 한 명을 금방 데리고 오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역장은 지하철 관리실로 향했고, 덕분에 나와 이민아, 단둘이 남게 되었다.

“박유진, 그러니까 몬스터가 이곳에 있다는 거지?”

“정확히는 철도 쪽에 있지.”

“혜화역 4호선의 철도 쪽에 서식하는 몬스터라. 특이한 몬스터인가 보네.”

“특이하기는 하지.”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혜화역을 바라보며 대충 대꾸했다.

* * *

“그러니까 몬스터가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거죠?”

“네, 그렇죠.”

몇 분 뒤, 혜화역 내의 선로.

우리를 선로까지 안내해 준 역무원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한 시간 내에 나올 거에요. 그래서 지금부터 여기서 기다리려고요.”

“알겠어요. 하지만 지하철이 다닐 텐데, 그건…….”

“그건 저희가 알아서 조심할게요. 어차피 지하철이 와도 따로 피할 공간은 많으니까요.”

말 그대로, 지하철이 다니는 길 외에도 몸을 둘 곳이 많았다.

아마 그 공간을 중심으로 몬스터와 싸우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혹시 몬스터와 싸우다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제 곧 퇴근 시간인데 만에 하나 지하철이 막히면…….”

“없다고는 말 못 하죠.”

실제로 회귀하기 전, 내가 이 몬스터와 처음 접했을 당시.

그때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져 열차를 15분 정도 지연시켰다.

물론, 그건 회귀 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몬스터를 별 어려움 없이 잡을 자신이 있거든요.”

이미 한 차례 그 몬스터를 잡아 봤고, 그 몬스터의 능력과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던 그때와는 달랐으니, 생각보다 쉽게 잡을 듯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내게 지원군이 있으니까.’

나는 내 옆의 이민아를 슬쩍 바라봤다.

내가 이 몬스터를 혼자 잡을 당시에 C급이었다.

그리고 이민아는 현재 B급이었고.

B급과 C급의 차이가 작지는 않은 만큼, 분명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알겠어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저쪽의 비상 전화로 연락 주세요.”

“알겠어요. 또 알아야 할 게 있나요?”

“아니요. 지하철이 막히지만 않게 해 주면 고맙겠네요.”

“주의해서 싸우도록 할게요.”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역무원은 자리를 떴다.

그렇게 나와 이민아, 단둘이 어두운 지하철 선로에 남게 되었다.

“야, 박유진.”

역무원이 간 직후, 이민아가 입을 열었다.

“이런 곳에 몬스터가 살고 있다고?”

“왜? 안 믿기냐?”

“으음. 여기에 몬스터가 산다고 치자. 근데 네가 여기 몬스터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아낸 거냐?”

“…다 알 방법이 있어.”

회귀하기 전에 만나 봐서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 나는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그리고 매우 고맙게도, 이민아는 이것 갖고 더 캐묻지 않았다.

“그럼 네가 잡으러 왔다는 이 몬스터, 정확히 뭐 하는 몬스터냐?”

“아직 말 안 했구나.”

내가 깜박하고 그녀에게 정보 공유를 안 하고 있었다.

“잡을 몬스터의 이름은 ‘프리크.’ 들어 봤냐?”

“프리크? 그거 사람들에게 빙의하는 유령 형태의 몬스터 아니야?”

“잘 아네. 사람에게 빙의한 채 생활하는 유령. 그리고 프리크는 사람의 기를 양식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아, 그래서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건…….”

“프리크의 짓이지.”

나는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보이는, 스크린 도어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사람의 기를 흡수하기 위해 프리크는 굳이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없어. 대충 이 정도 거리에서도 충분히 흡수가 가능할 거야.”

“그러니까 프리크는 평소에 지하철 선로 쪽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나타나서…….”

“승강장 쪽의 사람들의 기를 흡수하는 거지.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흡수하지는 않았지만,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흡수했겠지.”

위이이이잉―!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나가는 지하철.

그렇게 지하철이 지나간 후, 이민아가 또다시 내게 물었다.

“근데 그 프리크라는 몬스터가 유령형 몬스터잖아? 그럼 어떻게 잡으려고? 우리는 물리적인 타격밖에 못 주잖아?”

“프리크의 핵, 그러니까 프리크의 몸 중앙에 하얀 보석이 있을 거야. 그걸 파괴하면 프리크는 죽어.”

“아, 그럼 쉽네. 프리크, 내 기억이 맞는다면 8급 위험도의 몬스터잖아. 그럼 너 없어도 나 혼자…….”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다.”

이민아의 말대로 프리크는 8급 위험도의 몬스터.

프리크의 본체는 E급 헌터인 지금의 나도 혼자서 이길 수 있었다.

그래, 본체는 말이다.

“프리크가 사람에게 빙의할 수 있다는 건 알지?”

“알지. 내가 방금 말했잖아.”

“그럼 이야기가 쉽겠네.”

“뭔데 그래?”

“지금 우리가 잡으려는 프리크는, 으음? 아, 잠깐만.”

내 스마트폰이 울리자, 나는 말을 끊으며 누구에게서 연락 온 건지 확인했다.

“아, 유나구나.”

내 여동생에게서 온 문자.

언제 올 건지, 저녁 먼저 준비하고 있어도 되는지 등의 질문들을 보낸 것이었다.

‘오늘은 늦게 들어가겠지.’

프리크를 잡고, 그 후의 처리까지 생각하면 일찍 들어가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유나에게 먼저 저녁 먹으라고 답장했다.

“…기분 좋아 보인다?”

“음?”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라는 유나의 답장을 확인하던 중, 옆에서 이민아가 내게 말했다.

“너 그렇게 웃는 거 처음 보거든.”

“하기야. 내가 아무에게나 이렇게 웃는 건 아니니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아무에게나 헤프게 웃지 않았다.

오직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만 이런 웃음을 보였다.

“혹시 여자친구냐?”

내 주머니로 돌아간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이민아가 물었다.

“네가 그렇게까지 웃는 거 보니까 여자친구가…….”

“여동생이야, 인마. 내 성격에 여자친구가 있을 거 같냐?”

“…여동생이라고?”

이민아는 살짝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여동생에게서 연락 온 것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웃었다고?”

“그게 왜?”

“…….”

잠시 나를 말없이 바라보는 이민아.

그녀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거 같았다.

‘이 녀석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게 아니니까.’

이민아의 가족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족 덕에 이리 웃는 건, 이민아의 눈에 이상하게 보일 터였다.

“이민아.”

“…왜?”

“네 가족에게 너무 목매지 마.”

“뭐라고?”

“너에게는…….”

“아까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

이민아는 내 말을 끊으며 내게서 눈을 돌렸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알겠다.”

회귀하기 전에 이민아와 같이 싸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날개가 고작 가족들에 의해 꺾이자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마음 같아서는 회귀한 김에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당장은 타이밍이 아니겠네.’

이민아는 내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녀를 돕는 건,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아까 하던 이야기 마저 하자면, 프리크가 사람에게 빙의하는 건 알고 있지?”

“그게 왜?”

“너 혹시 정찬우라는 헌터 들어 봤어?”

“정찬우? ‘격투가’ 정찬우? 탱커였던 A급 헌터?”

“잘 아네.”

“당연히 알지. 헌터들의 처우를 위해 엄청 노력하신 분이잖아. 근데 그분, 10년 전쯤에 돌아가시지 않았어?”

“그치. 돌아가셨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게이트 토벌 중에 사망했고, 시체조차 발견을 못 했어.”

“그게 왜?”

“정찬우가 어디의 게이트를 토벌하다가 사망했는지 아냐?”

“정찬우 님이라면 유령들이 가득한 게이트에서 사망하지 않았나? 유령들의 게이트라 그분이 힘을 못 쓰고…….”

“그 게이트가 한국의 어디에 나타났는지도 기억해?”

“내 기억이 맞는다면 서울의, 으음, 회현역? 아니, 회현이 아니라 혜화였던, 어어? 잠깐만. 혜화역이라면…….”

이민아는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여기가 혜화역이잖아?”

“그치.”

“설마 네가 정찬우 님의 이야기를 꺼낸 건…….”

“프리크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빙의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나는 자바니아를 단검집에서 뽑으며 말했다.

“프리크는 시체에도 빙의가 가능하고, 그 시체가 살아생전 썼던 힘을 70% 가까이 쓸 수 있어.”

지지, 지지직―

갑자기 상태가 불안정해진 근처의 전등들.

마치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등장하는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11년 전, 혜화역에서 게이트가 나타났고, 그 게이트는 토벌이 됐어. 토벌 과정에서 정찬우는 사망했지만, 토벌 자체는 성공했지. 언론에서도 그 게이트의 모든 몬스터를 사냥했다고 발표했었고.”

지지지직―

“하지만 사실 몬스터를 전부 잡은 건 아니었어. 그때 딱 한 마리를 놓쳤거든. 그리고…….”

“정찬우 님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 건…….”

“대충 눈치챘지?”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키가 2m 가까이 되는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상당한 근육질에, 검은색 코트를 걸치고 있는 남자.

하지만 그의 피부는 마치 시체처럼 창백했고, 눈에 초점이 없었다.

“내 소원을 다시,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말해 줄게.”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려 싸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민아 역시, 늑대인간의 형태로 변한 양팔을 올렸다.

“10년도 넘게 능욕당하는 저분을 편하게 해 주는 거. 그게 내 소원이야. 오케이?”

물론 진짜 목적은 저분의 코트를 얻는 거였지만, 나는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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