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 * *
강함만이 전부다.
이게 이민아의 가족이 따르는 신념이었다.
이민아의 아버지, 이진성은 강자는 존중하고 약자는 멸시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혜연이? 그게 누군데?’
‘제, 제 같은 반 친구…….’
‘이민아. 늘 말하는 거지만 너는 오직 강한 사람들, 힘 있는 사람들과 지내도록 해. 그 편이 미래의 너에게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네.’
이민아는 그 어떠한 의견도 못 보인 채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그녀는 이진성이 원하는 대로 강하게 자랐다.
‘넌 이제 곧 늑대인간의 힘을 부여받게 될 거다. 이 수술만 성공하면 너도 헌터가 될 수 있으니, 수술에서 죽지 말고 꼭 살아남거라. 알겠냐?’
아무런 능력 없이 평범하게 태어났던 이민아.
그런 이민아에게 강제로 능력이 주입된 순간, 이민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기는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강하게 자라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어서 일어나, 이민아. 너는 네 오빠와 언니들보다 늦게 능력을 얻은 거야. 따라잡으려면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해.’
‘으으으, 네.’
‘늑대인간의 힘을 제대로 발현할 때까지 계속한다. 그리고 기억하도록 해. 강함만이 전부야.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러니 오늘처럼, 어디 가서 쓸데없는 친구 놀이는 하지 마라. 알겠냐?’
이민아는 이진성이 원하는 대로 오직 힘만을 추구했다.
덕분에 이민아는 주위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성장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민아의 성장에 감탄하며, 그녀의 잠재력을 칭찬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은 아니었다.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나와 누나는 그 정도는 금방 끝냈는데?’
이민아의 가족은 전부 천재 소리를 기본적으로 들었고, 그 때문에 이민아는 가족 내에서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민아는 선천적으로 능력을 타고난 게 아닌, 억지로 몸에 능력이 주입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민아의 가족은 그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민아. 더 노력하도록 해. 이 집안에서 쫓겨나기 싫으면.’
‘이제야 B급? 하, 나는 그 나이 때 이미 A급이었어.’
‘성장이 지체되네. 계속 이 자리에서 머무르면, 너를 우리 가족으로 인정 못 할 거야.’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받는 멸시.
이민아는 멸시받았음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상생활을 하며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아니에요. 제발, 제발. 더 잘할게요. 저, 저를 버리면 안 되는…….”
그 모든 게 지금 드러나고 있었다.
“저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저, 저 혼자 남기 싫어요. 제발.”
이민아의 가장 큰 두려움.
그건 바로 가족에게 버림받는 것, 즉 혼자 남게 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헌터로서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한 이민아에게 제대로 된 친구가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가족이 거의 유일한 인간관계였다.
하지만 그 가족이, 이민아가 약하다는 이유로, 성장이 느리다는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쫓아낸다는 말을 했었다.
이민아에게 있어, 그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아, 안 돼. 나, 나 혼자 남으면…….”
계속해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목소리.
경멸하고, 버리겠다고 계속 말하는 목소리.
그 환각과 환청 때문에 이민아는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아니야. 이, 이건, 무슨, 으윽.”
그렇게 현실과 환각을 구분 못 하며 혼란스러워하던 중.
“야, 이민아. 정신 차려.”
“…어? 어어?”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각 때문에 눈이 흐려진 이민아는 그 모습이 안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바로 앞에 누가 다가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누, 누구인…….”
“정신 차리고 얼른 일어나. 지금 이럴 시간 없으니까.”
“하지만, 나, 나는…….”
이민아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의 가족들은 여전히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안 돼. 지금 움직이면 가족들에게…….”
“가족들에게 뭐? 버림받는다고?”
“으, 응. 나는 절대 내 가족을…….”
“그럼 그냥 버림받아, 인마.”
“…어?”
“널 전혀 소중히 대하지 않고 쉽게 쉽게 버리는 가족이면 그냥 거기서 나와. 오히려 버림받는 편이 나을걸?”
“그렇게,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이민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에게, 내 가족에게 버림받으면 나는 혼자가 된다고!”
“그럼 혼자가 되면 되잖아. 혼자가 되고, 그리고 거기서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해. 언제까지 가족에게 묶여 있으려고?”
“…아니야. 나는 혼자가 되면 못 버텨.”
이 와중에도 이민아는 가족들의 환각을 계속 보고 있었다.
“나는 강하지 않아. 나는 약해. 나,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할 수 있어, 인마. 너는 강하고, 잠재력이 엄청나니까.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아니야, 아니야. 너, 너도 혼자가 되면 아무것도 못 할 거잖아. 나, 나도, 어엇?”
그 순간, 이민아는 멱살을 잡힌 느낌이 들었다.
“나도 혼자가 된 적 있어, 이 개새끼야. 모든 걸 잃고, 아무것도 없이 혼자가 된 적 있다고. 너보다 더 약했고, 너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어. 하지만 X발, 나는 전부 이겨 냈어. 전부.”
“어, 어어?”
“어서 정신 차리기나 해. 그리고 혼자 남는 걸 두려워하지 마. 혼자 남아도, 정신만 차리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니까.”
멱살이 잡힌 채 흔들리는 이민아.
그러자 환각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되면,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그러니까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에라이. 사슬을 벌써……. 야, 됐고. 가족에게 버려져도 걱정하지 마. 왜냐고?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 테니까. 알겠냐?”
“어? 뭐, 뭐라고?”
“가족에게 버려져도 너는 절대 혼자가 되는 일이 없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친구로 남아 줄게. 알겠냐고?”
“…진짜로?”
“어, 진짜니까 얼른 정신 좀 차려라.”
* * *
- 키이이익!
“미치겠네.”
프리크를 붙잡고 있던 사슬이 어느새 풀리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이민아는 여전히 환각에서 못 빠져나오는 거 같았다.
‘결국 혼자서 쓰러뜨려야 되나?’
C급이었을 시절에 저 프리크를 겨우 이겼다.
아무리 회귀했다지만, E급인 지금의 내가 이기기에 벅찬 몬스터였다.
‘이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치명상 한두 대 맞는 걸 감수하면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진짜야?”
“음?”
내 손목을 붙잡은 채, 평소답지 않게 소심하게 말하는 이민아.
“진짜로 날 안 버릴 거야?”
“응. 가족에게 버려져도, 너는 절대 혼자가 되는 일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 키이이이익!
“에라이.”
사슬에서 완전히 풀려난 프리크.
이렇게 된 이상, 이민아는 놔두고 혼자서…….
“어? 어어어어? 뭐, 뭐야? 응? 바, 박유진? 나 방금 무슨 일이 있던 거야?”
프리크에게 달려들기 직전 들려온 이민아의 목소리.
아까와는 달리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눈에 서서히 생기가 돌아오는 이민아가 있었다.
“정신 차린 거냐?”
“어? 어어, 정신이야 차렸지. 근데 방금 나 환각에서 네 목소리를…….”
“정신 차렸으면 됐다.”
“우왁?!”
나는 재빨리 이민아를 땅바닥에서 일으켰다.
“잡담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 키아아악!
“저 새끼에게 집중하자고.”
나는 내게 달려드는 프리크를 피하며 말했다.
* * *
“가족에게 버려져도 너는 절대 혼자가 되는 일이 없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네 친구가 되어 줄 거니까. 알겠냐?”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민아의 감각을 흐릿하게 하던 환각들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어, 진짜니까 얼른 정신 좀 차려라.”
“진짜로 너는 날 안 버릴 거야?”
“응. 가족에게 버려져도, 너는 절대 혼자가 되는 일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박유진의 그 말에 이민아의 가장 큰 두려움이 해소되자.
“어? 바, 박유진? 나 방금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녀를 괴롭히던 환각이 전부 사라졌다.
“정신 차린 거냐?”
“어? 어어, 정신이야 차렸지. 근데 방금 나 환각에서 네 목소리를…….”
환각은 사라졌지만, 이민아는 기억하고 있었다.
환각으로 혼란스러워하던 중에 들려온 박유진의 목소리를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내 치, 친구로 남아 준다고 했었지?’
이민아는 그걸 박유진에게 확인하고 싶었다.
단순히 환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한 말이 아니었는지 말이다.
“정신 차렸으면 됐다.”
“우왁?!”
하지만 이민아가 무언가를 더 말할 틈도 없이, 박유진은 그녀를 재빨리 바닥에서 일으켰다.
“잡담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 키아아악!
“저 새끼에게 집중하자고.”
“어어? 아, 응. 알겠어.”
“그리고 다시 말하는 거지만, 프리크와 3초 이상 눈 마주치지 마. 물론 내게 더 추한 모습을 보일 생각이면 그래도 되고.”
“내가 언제 추한 모습을…….”
“됐고, 싸울 준비나 해. 나 오늘 저 몬스터 어떻게든 잡고 갈 생각이니까.”
박유진은 전류를 날리며, 다가오려는 프리크를 견제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놈이 입고 있는 코트를 어떻게든 벗, 아니. 벗길 필요까지는 없고 가슴 쪽에 틈만 만들어 줘.”
“그쪽에 프리크의 핵이 있으니까?”
“응. 하얀 보석이 있을 거고, 그것만 어떻게든 파괴하면 저놈은 죽을 거야.”
- 키아아악!
이민아에게 설명하던 중, 프리크가 달려들었다.
이에 박유진은 재빨리 옆으로 피했고.
쾅―!
“으으, 힘 X나 세네.”
이민아는 프리크의 돌진을 맨몸으로 받아쳤다.
“일루 와, 이 개새끼야.”
이민아는 회색 털로 뒤덮인 주먹을 들어, 그대로 프리크에게 날렸다.
프리크는 주먹을 맞고 뒤로 밀려났지만, 바로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박유진은 바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이민아, 시선을 계속 끌어.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알겠어.”
“좋아, 그럼…….”
박유진이 움직이려는 순간, 이민아가 그를 불러세웠다.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뭔데?”
“아까 네가 내 친구가 되어 주겠다는 거, 그거 혹시…….”
“왜? 지금까지 친구가 없었는데 새로 생겨서 좋은 거냐?”
“내가 언제 친구가 없다고…….”
“너의 친구쯤은 되어 줄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인마.”
박유진은 대꾸하며 프리크를 향해 자바니아를 던졌다.
“대답이 됐으면 이제 싸움에 집중해.”
- 키아아악!
자바니아는 프리크의 종아리에 명중했다.
하지만 프리크는 더 크게 포효할 뿐, 딱히 아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돌아와라.”
박유진의 말에 그의 오른손으로 자바니아가 돌아왔다.
그리고 박유진은 그대로 프리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대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프리크와 본격적으로 싸운 지 약 5분.
그 5분 동안 지하철이 몇 대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프리크와 정면에서 싸우면서, 이민아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오는 거야?’
이민아는 프리크의 공격들을 막고, 동시에 프리크에게 반격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박유진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 키이이익!?
프리크의 왼쪽에서 튀어나온 박유진.
그는 프리크의 목에 단검을 휘둘렀다.
이에 프리크는 바로 반응했지만.
- 킥?
박유진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프리크의 시야에서뿐만 아니라 이민아의 시야에서도 사라졌다.
그 후로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민아가 프리크의 정면에서 싸우고, 박유진이 사각에서 튀어나와 기습을 하는 형태로 말이다.
- 키이악?!
“우왁?! 뭐, 뭐야? 너 언제 그쪽으로 간…….”
“이민아.”
“어? 뭐야? 너 언제 내 뒤로…….”
“시선은 이번에 내가 끌게. 내가 끄는 동안, 코트의 저 단추들을 어떻게든 풀어 봐. 네 힘이라면 가능할 거야.”
“뭐? 그게 무슨, 에? 또 어디로 간…….”
할 말만 하고 사라진 박유진은 잠시 뒤.
- 키에에엑?!
프리크의 등 뒤에 나타나, 그 몬스터의 목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 키아아악!
앞에 있던 이민아를 옆으로 쳐 낸 뒤, 프리크는 뒤돌아서 박유진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박유진은 쉽게 잡혀 주지 않으며, 프리크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했다.
“시선을 끌 테니까, 코트의 단추들을 어떻게든 풀어 보라고?”
프리크를 요리조리 피하는 박유진을 바라보며, 이민아는 잠시 중얼거렸다.
그러다 이내 그녀는 상황 파악을 하고 몸을 움직였다.
- 키악!
프리크는 짜증 날 정도로 잘 피하는 박유진에게 모든 걸 집중하고 있었다.
이민아는 그 틈을 노려 프리크의 등 뒤에 몰래 다가가, 그대로 프리크를 뒤에서 끌어당겼다.
- 키아아아이익?!
프리크는 놀란 듯이 포효하며 이민아를 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민아는 날아오는 주먹들을 버티며, 프리크를 뒤에서 더 세게 끌어안았다.
“가만히! 좀! 있어 봐! 이 개새끼야!”
프리크의 주먹을 맞아 가며, 그녀는 프리크가 입은 코트의 가슴팍 부분을 잡아당겼다.
코트의 내구력이 상당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민아는 있는 힘을 다 쓰며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 결과.
뚜드득―!
프리크의 상체를 완전히 가리고 있던 코트에 틈이 생겼다.
작은 틈이었지만, 그 틈 사이로 하얀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박유진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이민아, 잘했어.”
박유진은 자바니아에 전류를 흘려보낸 채, 그걸 그대로 프리크의 가슴에 찔러넣었다.
쩌적―!
- 키아아악!
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지하철에 프리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박유진! 이긴 거야?”
“…아니.”
박유진 또한 처음에 승리를 직감했다.
전류를 두른 자바니아를 제대로 찔러 넣은 거라, 당연히 프리크의 핵이 단번에 부서질 거라 생각했다.
- 키아아악!
“우와왁?!”
“윽.”
프리크는 방심한 이민아를 들어 올려 박유진 쪽으로 던졌다.
이민아는 박유진을 향해 날아가면서, 프리크의 가슴에 있는 보석을 볼 수 있었다.
반쯤 깨져 있었지만, 보석은 여전히 형태를 유지했다.
“으윽.”
“아, 미, 미안!”
박유진은 자기 쪽으로 날아온 이민아를 받아 냈다.
“나 안 무거운, 어? 야! 저 새끼 도망간다!”
“알아. 그러니까 나와 봐.”
“우왁?!”
이민아를 바닥에 대충 내려놓으며, 박유진은 철도를 따라 도망치기 시작한 프리크를 바라봤다.
“내가 달려가서 잡을까? 지금 달려가면 아마 가능…….”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박유진은 근처에 놓여 있던 쇠사슬들을 바라봤다.
파지직―!
박유진의 손에서 청백색의 전류가 발생했고, 그와 동시에 사슬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어, 뭐, 뭐야? 박유진, 저거 네가 하는…….”
“나중에 얘기해 줄게.”
박유진은 달아나는 프리크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쇠사슬들이 빠른 속도로 프리크에게 날아가 다리를 붙잡았다.
- 키이익?!
프리크는 자리에서 그대로 넘어졌다.
프리크는 바로 몸을 일으켜 또다시 도망치려고 했지만, 상체를 일으킨 그 순간.
“이미 늦었어, 개새끼야.”
박유진은 이미 프리크의 코앞까지 달려온 후였다.
그는 전류로 무장된 자바니아를 다시 한번 프리크의 가슴을 향해 내리찍었다.
쩌적!
프리크, 아니.
정찬우의 가슴에 있던 하얀 보석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 키아아아악!
정찬우의 입에서 나온 고통스러운 비명.
그는 박유진을 붙잡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지만.
“좀 곱게 죽어라, 인마.”
박유진은 당연하게도 안 잡혔다.
- 키이, 크이이아악…….
괴상한 신음 소리와 함께, 정찬우의 몸에서 하얀색의 연기가 조금씩 빠져나왔다.
회귀하기 전에 프리크를 잡아 본 박유진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드디어 죽였네.’
하얀 보석, 그러니까 핵이 파괴된 프리크는 그 즉시 죽는다.
박유진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해, 해치운 거지?”
어느새 박유진의 곁에 다가온 이민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해치웠고, 이제 진짜 끝난 거 맞지?”
“…적을 잡자마자 굳이 그 대사를 해야겠냐?”
“음? 왜?”
“…모르면 됐다.”
박유진은 실소를 지으며 대꾸한 후, 바닥에 쓰러진 거구의 남자를 바라봤다.
“아무튼, 끝난 거 맞아. 프리크는 핵이 파괴된 순간 소멸하니까.”
“그렇구나.”
이민아는 그제야 안심한 표정으로 정찬우의 시체에 다가갔다.
“11년 전에 죽은 시체치고는 깔끔하네.”
“그야 프리크가 빙의했으니까. 평범한 시체처럼 썩지 않았을 거다.”
“으음, 근데 이분이 그 정찬우라면, 어?”
무언가에 붙잡힌 이민아의 손목.
이민아와 박유진은 무언가 싶었는데…….
“어?”
“…아.”
정찬우의 손이 이민아의 손목을 붙잡은 것이었다.
“…….”
“…….”
그렇게 지하철 선로 위에 잠시 침묵이 있었고.
“꺄아아아아악!”
이내 이민아의 비명이 크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