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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8화 (28/240)

28화

* * *

“그러니까 3일 뒤에 게이트가 나타날 예정이라는 거죠?”

“관악산 근처에 나타날 거에요.”

고연대학교 근처의 카페.

나는 하세리와 같이 카페 안에 자리를 잡아, 각자의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4급 위험도의 게이트고, 저 혼자서 토벌하겠다고 헌터 협회에 말해 놓은 상태에요.”

“하기야, 4급 위험도면 하세리 헌터님께서 혼자서도 토벌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는 짓은 저래도, 하세리는 A급 헌터였다.

세계 최강의 화염술사가 될 인재라 불리는 만큼, 4급 위험도의 게이트쯤은 혼자서 정리 가능했다.

뭐, 그건 그렇다 쳐도 문제는…….

“근데 거기 가는데 저를 데려가고 싶다고요?”

“네, 3일 뒤에 있을 그 게이트 토벌을 박유진 씨와 함께 가고 싶어요.”

이 간단한 걸 말하기 위해 이민아와 아까 기 싸움을 한 거였냐?

이걸 묻고 싶었지만, 나는 그저 속으로 한숨만 쉬었다.

“안 될까요? 저는 박유진 씨와 단둘이 그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거든요.”

“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네. 이유를 말씀드려야죠. 그걸 말씀드리기 위해 카페에 온 거니까요.”

하세리는 여유롭게, 동시에 매혹적이게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박유진 씨를 헌터 협회에, 아니. 정확히는 제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요.”

“네, 지난번에 들었죠. 근데 그거랑 3일 뒤에 게이트에 같이 가는 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박유진 씨가 실전에서는 어떨지,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요.”

…이건 또 뭔 소리야?

나는 고개를 갸웃한 채 하세리를 바라봤다.

“질문을 다시 드릴게요. 실전에서의 제 실력을 보는 거와, 제가 하세리 헌터님의 편이 되는 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상관있죠. 이제 곧 저와 함께하실 텐데, 박유진 씨의 실전 실력을 미리 보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왜 제가 하세리 헌터님과 함께하게 될 거라고 확신하시는 거냐고요?”

“모두가 그렇게 됐거든요.”

하세리는 여유롭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박유진 씨처럼 처음에 제 권유를 거절한 사람들은 많았어요. 하지만 전부 결국에 제 편이 됐죠. 전부.”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후훗. 그쵸. 두고 보면 알겠죠.”

하세리는 본인이 시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대꾸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시킨 스무디를 마시며 하세리를 바라봤다.

‘뭐,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기는 하지.’

모두 자기편으로 만들었다는 하세리의 저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끌어들이기로 마음먹은 사람을 전부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건 맞았으니 말이다.

‘물론 나라는 예외는 있었지.’

회귀하기 전, 하세리가 아무리 집요하게 굴어도 나는 그저 내 갈 길을 갔다.

뭐, 그것 때문에 나에 대한 하세리의 집착이 조금 심해지기는 했었지만, 어찌어찌 버텨 내어 결국 하세리는 나의 훌륭한 동료가 됐었다.

‘이번에도 그 집착을 이겨 내든가 해야지.’

현재 E급이 된 내가 하세리의 공세를 버텨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지만, 일단 이겨 내야 했다.

못 이겨 내고 그녀에게 넘어간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해졌으니 말이다.

“쉽게 못 정하시나 보네요.”

하세리는 미소를 유지한 채,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일단 3일 뒤에 저와 함께 게이트를 토벌하죠. 그리고 같이 한 번 싸워 보고, 앞으로 저와 함께할지 박유진 씨가 결정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3일 뒤에 같이 게이트를 토벌하고, 그 후에 결정하라는 건가요?”

“네.”

하세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고,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간단하지.’

그냥 한 번 같이 갔다 온 후, 하세리에게 같이 하기 힘들 거 같다고 거절하면 됐다.

‘그래도 다시는 안 볼 것처럼 거절하지는 말아야지. 그냥 대충, 지금은 내 실력이 부족한 거 같다. 그러니 대학교 졸업 전까지 실력을 키운 다음, 졸업 후에 찾아가겠다. 이런 식으로 해야지.’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계획들을 세웠다.

사실 이렇게 복잡하게 할 것 없이, 그냥 간단히 하세리에게 거절의 의사를 처음부터 표하는 것도 방법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앞으로 하세리와의 접점이 사라질지도 몰랐다.

하세리가 차후에 어떤 거물이 되는지 알기에,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 외에도, 하세리의 부탁을 거절 못 하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알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하세리 헌터님?”

“네?”

“제가 한 부탁, 그러니까 같이 게이트 토벌을 가는 대신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기로 한 거 말이에요.”

“아, 민수 아저씨 만나고 싶다는 거요?”

“네, 그거요.”

하세리의 부탁을 거절 못 한 가장 큰 이유.

바로 고민수를 빠르게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고민수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니까.’

회귀하기 전의 나도 B급을 달성하고 겨우겨우 만났다.

그것도 상당한 운이 따라 준 덕에 만난 것.

지금의 나로서는 혼자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그래, 혼자라면 말이다.

‘하세리와 함께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르지.’

A급 헌터가 된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하세리와 고민수는 서로를 아는 사이였다.

그것도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닌, 매우 친한 사이라고 했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하세리를 통해서라면 고민수를 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3일 뒤에 게이트에 같이 가도록 하죠. 대신 오늘 바로 고민수 씨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요?”

“…한 번 물어볼게요.”

하세리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며 말했다.

“근데 박유진 씨께서 민수 아저씨를 어떻게 알고 계셨나요? 민수 아저씨는 그렇게 유명한 분이 아닐 텐데?”

“그 이유는 하세리 헌터님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

“…그게 무슨 의미죠?”

“으음, 뭐. 총기 제작자인 고민수는 잘 안 알려졌죠.”

하지만, 이라고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도구 제작자 ‘바렐’은 헌터 업계에서 꽤 유명하죠.”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하세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민수 아저씨가 바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일 텐데, 어떻게…….”

“다 알 방법이 있어요.”

나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오늘 고민수 씨를 만날 수 있는 거죠?”

“…가능은 할 거에요.”

하세리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대답했다.

“하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민수 아저씨는 지인들 외의 사람들을 만나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만났으면 좋겠네요.”

“그게 박유진 씨가 원하는 거면, 못 들어줄 부탁은 아니죠. 근데 왜 민수 아저씨를 만나고 싶은지 여쭤도 될까요?”

“대한민국 최고의 마도구 제작자를 만나고자 하는 이유는 딱 하나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분에게서 얻고자 하는 아이템이 있거든요.”

고민수, 아니.

아이템 제작자 바렐이 만든 아이템, ‘무한 와이어.’

회귀하기 전, 내 기동성을 책임지던 아이템이었다.

‘원래는 맨 마지막에, 그리고 최대한 천천히 얻을 예정인 아이템이었지.’

여차하면 몇 년 후에 얻을까 고민하던 장비였다.

하지만 하세리 덕에 당장 오늘 고민수를 만나게 될 예정이었으니…….

‘오늘 어떻게든 얻어 와야지.’

무한 와이어.

그 아이템은 빠르게 얻을수록 좋았으니 말이다.

* * *

“부천에 이런 빌딩이 있었네요.”

약 한 시간 뒤, 나와 하세리는 같이 부천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해, 부천의 주요 시내와 떨어진 곳.

공사장 공터와 같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위치한 빌딩 앞이었다.

“10층 정도 될 거 같네요.”

“12층이에요. 그리고 민수 아저씨가 직접 지은 건물이고요.”

“대단하네요.”

나는 이 건물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신기하게 올려다봤다.

하지만 사실 이 건물을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회귀하기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가죠, 박유진 씨.”

나는 하세리를 따라 빌딩 안으로 들어갔는데, 1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보이는 특징이라면 천장이 매우 높다는 점이었다.

아마 대충 2층까지 이어지는 듯한 천장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하세리는 근처에 보이는 계단으로 향하며 말했다.

“제가 민수 아저씨를 데리고 올게요.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잠시만…….”

- 올라올 필요 없다, 세리야.

1층에 갑자기 울려 퍼진 한 남자의 목소리.

이에 하세리는 놀란 듯했지만, 나는 평온했다.

그도 그럴 게, 전에도 이런 일을 한 번 겪었기 때문이었다.

- 근데 생각보다 일찍 왔네? 조금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일찍 왔네요. 그건 그렇고, 아저씨. 제가 아까 연락 드린 거 봤죠. 아저씨를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있는데…….”

- 그 사람이 너랑 같이 온 이 젊은이?

“네, 박유진 씨라고 제가 최근에…….”

- 세리야. 조용히 있거라. 내가 직접 물어볼 테니까.

하세리의 말을 끊은 남자의 목소리는 이내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젊은이, 이름이 박유진이라고?

“네, 박유진이에요.”

- 꽤 어려 보이네. 세리도 능력이 대단한데? 자기보다 연하인 남자까지 물어 오고 말이야.

“하아아. 아저씨, 그런 이상한 주접은 제발…….”

- 조용히 있거라, 세리야. 이 박유진이라는 젊은이와 이야기 중이잖니.

1층에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 아무튼, 젊은이. 나는 갑자기 왜 찾아온 건가? 나는 그저 하찮은 총기 제작자일 뿐인데, 어째서…….

“받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왔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마도구 제작자, ‘바렐’님.”

- …그걸 어떻게 안 거냐? 세리가 알려 줬을 리는 없고, 내가 바렐이라는 건 대체 어떻게…….

“어쩌다 보니 알아낸 거예요. 그리고 바렐 님이 만드신 아이템들 중, 제가 원하는 물건이 하나 있다는 것도,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죠.”

- …허. 이렇게 당돌한 젊은이는 처음 보네.

고민수는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

- 나에게, 이 ‘바렐’에게 대놓고 아이템을 달라고 하는 건 젊은이, 자네가 처음이야.

“속마음을 숨기고 접근하는 것보다, 이 편이 더 낫지 않나요?”

- 그래. 그건 인정한다. 차라리 당당한 게 훨씬 낫지.

그래, 그렇겠지.

내가 아는 고민수는 그런 성격이었으니까.

- 좋아. 당당한 건 마음에 들어.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지만, 그건 넘어가 주도록 하지. 아무튼, 내가 만든 아이템을 받아 가고 싶다고?

우우우웅!

고민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이 하나 나타났다.

- 방금 말한 것처럼, 자네의 그 당당함은 인정할게. 자네 같은 당당한 젊은이에게 내 아이템 하나쯤은 공짜로 줄 의향이 있으니까.

우우웅! 위이이잉―!

마법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무언가.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던 터라, 이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 하지만 당당하기만 해서는 내가 직접 제작한 아이템을 받아 갈 수 없어. 내가 만든 아이템을 다룰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거야.

“그러니까 실력을 증명하라는 거죠?”

- 그렇다.

고민수는 이 상황을 어째 조금 즐기는 듯한 목소리였다.

- 네가 내 아이템을 소유할 실력이, 그 자격이 있다는 걸 내게 보여 주거라.

“뭐, 그거라면 어렵지 않죠.”

나는 코트 안에 있던 자바니아를 꺼내 들며 대꾸했다.

“애초에 그 ‘바렐’의 아이템을 쉽게 얻을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거든요.”

회귀하기 전에도 꽤 애를 먹었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진작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럼 제 실력, 똑똑히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말과 함께 나는 자바니아를 든 채 달려들었다.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키가 약 3m가 되는 거대한 인간형 로봇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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