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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39화 (39/240)

39화

* * *

“흐에에에. 오, 오빠. 나, 아니. 우리 이거 먹어도 되는 거 맞아?”

“나한테 묻지 말고 이 녀석에게 물어라.”

나는 내 옆 의자에 앉아 있는 이민아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민아, 내 여동생이 이거 먹어도 되냐고 묻는데, 먹어도 되는 거지?”

“그럼 너희 먹으라고 여기를 데려왔지, 내가 너희 음식 구경만 시켜 주려고 여기를 데려왔겠냐?”

이민아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평소대로 나를 사납게 노려보며 대꾸한 것이었지만.

“히, 히익!”

이민아의 그런 사나운 눈빛이 유나에게는 많이 자극적이었던 모양이다.

“야, 이민아. 눈에 힘 좀 풀어라. 유나 겁먹었잖아.”

“뭐, 뭣? 내가 왜? 야, 친구야, 내가 무섭냐?”

“힉!”

“하아, 가만히 좀 있어라, 인마.”

나는 한숨을 쉬며 이민아에게 핀잔을 준 후, 유나에게 다가갔다.

“유나야.”

“응?”

“걱정하지 마. 저 녀석 생긴 건 저래도, 알고 보면 찐따야.”

“그, 그래?”

“야! 박유진! 찐따라니?! 뒤질래?!”

“맞잖아, 인마.”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친구가 나밖에 없는 찐따. 맞잖아?”

“너, 너, 야! 너 자꾸 이러면 밥 안 사 준다?”

“안 사 준다면 어쩔 수 없지. 유나야, 근처에 국밥집 있던데 거기 가서 점심을…….”

“아아아! 미안해! 이상한 소리 안 할 테니까 먹고 가 줘! 기껏 예약했는데, 게다가 지금 예약 취소하면 나 여기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봤지, 유나야? 애 이런 녀석이니까 겁먹지 마.”

“야, 박유진! 너 자꾸 나 놀리면…….”

“푸흡.”

작게 웃는 내 여동생.

작은 웃음소리였지만, 나와 이민아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하핫, 아. 미안, 오빠. 이분과 사이가 너무 좋아 보여서.”

유나는 웃으며 내게 말한 후, 이내 이민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민아 씨였죠? 오빠에게 들었어요.”

“아아, 그, 그래…요?”

“말 편하게 해요. 저보다 언니시잖아요.”

“그, 그치! 내가 언니지!”

이민아가 자신만만하게,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어색한 투로 말했다.

“너도 말 편하게 해. 그니까 민아 언니라고 불러.”

“알겠어, 민아 언니.”

유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고, 이에 이민아의 입꼬리가 조금씩 씰룩였다.

“너 되게, 귀여운 친구구나. 유나였지? 유나야, 앞으로 언니와… 아야야야! 야, 박유진 내 머리 잡아당기면…….”

“너 지금 눈 돌아갔어, 인마.”

나는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유나가 귀여운 건 맞지만, 그렇게 범죄자처럼 다가가지 마. 유나 겁먹는…….”

“괜찮아, 오빠. 민아 언니 좋은 분 같거든.”

내게 말한 뒤, 유나는 이민아에게 다시 말했다.

“오빠와 친하게 지내 줘서 고마워, 민아 언니. 오빠 맨날 혼자 다녀서 걱정했거든요.”

“아, 뭐야?”

이민아는 갑자기 능글스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박유진, 너도 친구 없었구나? 말을 하지 그랬냐? 그럼 내가 특별히 네 친구가…….”

“나는 친구를 안 사귀는 거야, 인마. 못 사귀는 너와는 다르다고.”

“야, 그런 비겁한 변명이…….”

“됐고, 밥 안 먹냐? 우리 들어가도 되는 거 아니야?”

나는 뒤쪽의 식당, 그러니까 엄청난 뷔페가 차려진 레스토랑을 가리켰다.

“밥 사 주는 사람을 재촉하는 건 좀 그렇지만, 나 슬슬 배고프거든?”

“이제 갈 거야, 새꺄. 예약 확인만 끝나면…….”

“그, 민아 언니?”

유나가 이민아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비싸 보이는데, 진짜로 사 주는 거야? 나와 오빠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걱정 마. 내가 네 오빠에게 진 빚이 있어서 사 주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마음 펀하게, 마음껏 먹어.”

“지, 진짜? 고마워!”

미소를 지으면 이민아를 올려다보는 유나.

내 여동생의 그런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고.

“귀, 귀여워.”

유나의 시선을 피한 채 작게 중얼거리는 이민아.

그녀의 눈에도 유나가 꽤 귀엽게 보인 듯했다.

뭐, 내 여동생이 꽤 예쁘고 귀엽기는 했다.

* * *

“이거 다 먹어도 되는 거야? 그냥 골라와서 먹는 거야?”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 빨리 먹다 체하지 말고.”

“아, 알겠어.”

“아, 그리고 접시 하나 계속 쓸 필요 없어. 한 번 먹고, 새것 써.”

“그, 그래도 되는 거야?”

“접시 여기 놔두면 직원분들이 가져갈 거야.”

“그렇구나. 우와.”

유나는 식사를 하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뷔페를 둘러봤다.

사실 유나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게.

“네 여동생.”

음식을 다시 가지러 가는 유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민아는 내게 물었다.

“뷔페 처음 온 거냐?”

“뷔페는 우리 남매에게 사치거든.”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에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돈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야.”

“으음, 그러냐?”

이민아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내게 메뉴판을 건넸다.

“됐고, 뭐 시킬래? 뷔페 음식들만 먹어도 상관없는데, 여기는 따로 시키는 음식들이 진짜거든. 특히 여기 스테이크가 최고야.”

“일단 유나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자.”

나는 이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한 번 훑어보며 대꾸했다.

“이것저것 다 시키면 너에게 미안하거든. 그러니까 유나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 위주로…….”

“신경 안 써도 되니까 그냥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새끼야.”

이민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이 메뉴판에 있는 거 다 시켜도 내 카드에 돈 남거든.”

“뭐, 그렇게 말해 주면 고맙기는 한데…….”

“그리고 네 여동생만 챙기지 말고, 네 스스로도 좀 챙겨라.”

이민아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너 자신보다 유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편이지?”

“유일하게 남은 내 가족이니까. 유나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게 내 목표지.”

“네 목표에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너 자신도 어느 정도 생각해라. 장담하는데, 네가 상처받으면 유나는 분명 마음 아파할걸?”

“그렇겠지. 그래서 나는 유나를 위해서라도 다치지 않고, 죽지도 않을 거야.”

“옛날이었으면 E급 주제에 나대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가 말하니까 뭔가 그럴듯하네.”

“내가 조금 잘나기는 했잖아.”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고, 이에 이민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네네, 잘나셔서 좋겠어요. 그리고 잘났으니까, 돈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

“나중에 가면 많이 벌게 될 거니까?”

“너라면 나중에 헌터로 활약하면서 돈방석에 앉을 거다. 솔직히 지금 당장 아무 길드에 들어가서 헌터 일들 하면, 너 아마 공무원 월급 정도까지는 쉽게 받을걸?”

“하기야, 그렇기는 하겠다.”

뭐, 공무원 월급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유나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그 정도면 충분할 테니까.

‘근데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찰 거 같단 말이지.’

회귀하기 전에 A급 헌터로서 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벌었다.

어지간한 재벌 부럽지 않을 정도로.

그 탓인지, 재산 규모에 대한 내 눈이 조금 높아진 거 같았다.

‘그래도 이민아 말대로, 나중에 다시 A급 헌터가 되어서 활약하면 돈방석에 앉겠지.’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 없었다.

이미 한 번 A급 헌터까지 올라갔었다.

내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거기까지 성장할 방법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앞으로의 성장에 대해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나저나 별일이네.”

“음? 뭐가?”

“네가 이런 낯간지러운, 사람을 위하는 말을 하다니. 참 별일이야.”

“뭐, 이 새끼야?”

이민아는 주먹을 들며 나를 때리는 시늉을 했으나, 나는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내가 아는 이민아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거든.”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는데?”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지.”

이민아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와 시간을 꽤 보낸 적이 있었다.

덕분에 이민아에 대해 말 그대로 이것저것 많이 알았다.

“예를 들어, 네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엄청 마음이 여리다는 거?”

“뭔 개소리냐? 게다가 내 생긴 거 뭐? 나 생긴 거에 불만 있냐, 개새끼야?”

“아니, 불만은 없지. 너 은근히 예쁘게 생겼잖아?”

“어어어, 그, 그래? 하, 하긴. 내, 나도 꽤 괜찮게 생기기는…….”

“그리고 너 사실 욕할 때마다 내심 조마조마해 하는 편이잖아. 욕했지만, 속으로는 상대가 진짜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나, 나 안 그런다고, 새끼야!”

“얼굴 빨개진 채로 그렇게 말해 봤자 설득력 없어, 인마.”

그렇게 이민아의 재밌는 반응들을 보며 작은 소리로 웃던 중.

“오빠? 민아 언니랑 뭐 하는 거야?”

“아, 왔구나?”

유나가 음식을 접시에 가득 채운 채 돌아온 것이었다.

“먹고 싶은 거 다 챙겨 왔어?”

“어,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오빠 뭐 하고 있던 거야?”

“별 것 아니야. 그냥 얘랑 장난치고 있던 거야.”

“방금 민아 언니가 오빠 손등을 포크로 찍으려고 했던…….”

“유, 유나야. 그런 게 아니라.”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이민아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냥 장난 좀 치고 있던 거야.”

“아아, 그래요?”

“으, 응! 포크 갖고 장난 좀 쳐 봤어.”

이민아는 누가 봐도 어색하게 말했지만, 유나는 그냥 대충 넘어가 주었다.

“근데 민아 언니는 안 드세요? 그리고 오빠는? 오빠는 안 먹어?”

“일단 주문부터 할 생각이었거든.”

나는 아까 이민아가 내게 줬던 메뉴판을 유나에게 건넸다.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어차피 우리가 돈 내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마음껏 골라.”

“야, 박유진. 내가 내 주기로 한 건 맞는데, 네가 그딴 식으로 말하면 내가…….”

“민아 언니.”

나를 째려보며 한마디 하던 이민아.

유나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고마워요. 언니 덕분에 오늘 뷔페 처음 와 보고, 스테이크도 처음 먹어 보고. 진짜 고마워요. 진짜로.”

“…….”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민아를 올려다보는 유나.

이민아는 그런 유나를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의 웨이터를 불렀다.

“여기 메뉴판에 있는 거 다 주세요.”

“전부 다요?”

“네. 그리고 여기 이 애가 먹기 쉬운 크기로 잘라서 주세요.”

“어, 언니?”

유나는 당황한 눈빛으로 이민아를 바라봤다.

“이거 다 사면 언니가 돈을…….”

“언니가 사 주고 싶어서 그래.”

이민아는 평소답지 않게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으니까 마음껏 먹어. 알겠지?”

갈색 단발머리 녀석은 내 여동생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유나가 귀엽게 생기기는 했지.’

내게 그런 모습을 잘 안 보여 줬을 뿐.

생긴 것만 보면, 참으로 귀여운 내 여동생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이민아.”

“응? 왜?”

“오늘 밥 사 줘서 고마워.”

나는 주문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유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덕분에 유나를 처음으로 이런 곳에 데려올 수 있었다.”

“고마우면 나한테 잘해, 새꺄.”

이민아는 육즙, 아니.

핏물 흐르는 고기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이렇게 해 주는 친구는 나밖에 없을 테니까.”

“그치. 이렇게까지 해 주는 녀석은 너밖에 없지.”

“…알면 잘하라고.”

이민아는 살짝 얼굴이 붉어진 채로 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이민아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민아에게 잘해 줄 생각이었다.

이민아가 자신의 잠재력을 다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말이다.

“근데 너, 이거 진짜 다 사도 괜찮은 거냐?”

나는 우리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 음식들을 보며 물었다.

“이거 가격 꽤 나갈 텐데, 아무리 너라도…….”

“괜찮다니까. 물론 이번 달을 버티기 조금 빡세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뭐, 그래도 혹시라도 뭔 일 생기면 불러.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 테니까.”

“으음, 그럼 아무 부탁이나 들어줄 수 있어?”

이민아는 살짝 망설이며 내게 물었다.

“아무 부탁이나?”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왜? 내게 뭐 부탁할 거 있어?”

“그, 혹시, 내 로망 중 하나가, 그, 친구랑 같이 놀이공원을 가는…….”

내게 무언가 말하려던 이민아.

하지만 그녀의 말은 유나에 의해 끊겼다.

“언니. 근데 아까부터 덜 익은 고기만 먹던데, 괜찮은 거야? 나 때문에 일부러 그런 고기를 먹는 거면…….”

“아, 아니야, 유나야. 괜찮아.”

이민아는 재빨리 말했다.

“나 늑대인간 유전자 때문에, 아니. 그러니까 내 입맛이 날고기를 먹어야 되는…….”

“응? 늑대인간? 그게 뭐야, 언니?”

“어어어, 그, 그러니까…….”

“크큭.”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유나, 허겁지겁 대답하는 이민아, 그리고 그걸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는 나.

우리 셋은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여기 있었구나, 민아야.”

뒤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

“어? 누구세요?”

이에 유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어어, 아, 아버지?”

“에라이.”

나와 이민아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특히 이민아는,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민아야. 여기서 이 두 사람과 뭐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우리 뒤에 나타난 거구의 남자, 그러니까 이민아의 아버지, 이진성.

이진성은 우리를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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