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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41화 (41/240)

41화

“으윽.”

이진성의 목에 자바니아를 가져갔으나, 이진성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미소를 유지했다.

미소를 지은 채, 내 멱살을 더욱 세게 잡았다.

‘이 아저씨는 갑자기 왜 이래?’

내가 아는 이진성은 냉정하고 차분한 인간이었다.

필요 없는 전투를 하지 않는, 냉정한 판단 후에 싸우는 남자였다.

쉽게 말해,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갑자기 내 멱살을 잡을 사람이 아니었다.

근데 대체 지금 왜 내게 이런 짓을…….

“…음?”

내 멱살을 잡은 이진성.

나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붉은색?’

이진성의 검은 눈동자에 약간이지만 붉은색이 보였다.

‘잠깐만. 이진성의 능력이 발동된 건가?’

이진성의 능력, 광화.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대가로 이성적인 판단력이 많이 떨어졌다.

신체가 강해지지만 정신력이 갉아 먹히는, 말 그대로 광전사와도 같은 능력이었다.

‘눈에 붉은색이 있다는 건, 광화가 발동됐다는 거야.’

회귀하기 전에 이진성과 몇 번 싸워 보기도 하고, 같은 팀으로서 힘을 합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진성의 저 붉은 눈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근데 이진성은 광화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지 않았나?’

이진성은 능동적으로 광화를 발동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내가 아는 이진성은 이런 타이밍에 광화를 쓸 리가 없었다.

일단 이진성이 일부러 광화를 쓴 건 확실한데, 대체 왜…….

‘잠깐. 일부러?’

나는 다시금 생각을 정리했다.

이진성은 아까 말한 것처럼 냉정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

즉, 그가 이러는데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렇게 차분히 결론을 내린 후, 나는 다시금 이진성을 바라봤다.

“재밌어. 재밌는 녀석이야.”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은 채, 이진성은 나를 내려다봤다.

약간의 붉은색이 있는 이진성의 두 눈은 내가 기억하던 것과 똑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약간만 붉게 변했다는 것,

즉, 이진성은 일부러 광화를 조절하는 중이었다.

조절을 안 했으면 완전히 붉게 변했을 테니까.

“…이진성 씨.”

나는 자바니아를 이진성의 목에서 천천히 떨어뜨렸다.

“갑자기 저를 공격한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이진성의 거대한 손에 의해 여전히 멱살이 잡혀 있었지만, 나는 최대한 또박또박 말했다.

“제가 아는 이진성 씨는 이러실 분이 아니거든요.”

나는 말하면서 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레스토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현재 나와 이진성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뒤에 있던 유나는 완전히 겁먹은 얼굴로 떨고 있었고…….

“아, 아버지? 왜 갑자기…….”

옆에 있던 이민아는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상태였다.

하지만 일어나기만 했을 뿐, 그 이상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민아는 감히 이진성을 상대로 무언가 할 엄두를 내지 못할 터이니까.

아무튼,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진성에게 쏠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진성은 계속 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약 10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반응 속도가 대단하네.”

이진성은 천천히 미소를 지우며 입을 열었다.

“약간이지만 ‘광화’로 신체 능력을 올렸는데, 그에 반응하다니. 보통 E급은 그걸 못 할 텐데.”

붉은색이 약간 감돌던 이진성의 눈이 점차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금의 섬뜩한 표정도 사라져, 어느새 이진성은 특유의 차가운 표정을 다시 짓고 있었다.

“너, 뭐 하는 놈이냐?”

“저에 대해 따로 알아보셨다면 아시지 않나요?”

이진성의 눈이 검은색으로 돌아오는 걸 확인하며, 나는 자바니아를 다시금 칼집에 넣었다.

“저는 그저 흔한 E급 헌터예요.”

“흔한 건 아니지. 애초에 E급 헌터 자체가 흔한 게 아니니까.”

“틀린 말씀은 아니네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지만, 이진성은 아니나 다를까 웃지를 않았다.

그는 그저 차갑게 나를 계속 바라볼 뿐이었다.

“편법으로 민아를 두 번 이긴 건 아니구나. 방금 너의 반응 속도를 보고 알았다.”

이진성은 내 멱살을 천천히 풀었다.

“광화를 쓴 나의 공격에 반응할 정도의 속도면, 민아가 밀리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지.”

“그건…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게 아닐까 싶네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그저 조금 빠른 헌터일 뿐이거든요.”

이진성에게 밉보여서 좋을 건 없었지만, 동시에 너무 좋게 보여도 좋을 건 없었다.

회귀하기 전의 내 경험 덕에, 이 사실만큼은 장담했다.

“아니, 내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인다.”

하지만 그런 내 바람이 무색하게, 이진성은 흥미를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E급에 불과한 쓰레기 헌터지만, 그냥 쓰레기가 아니야.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쓰레기야.”

초면에 사람 보고 쓰레기라 부르는 건 상당한 실례였지만, 나는 그냥 대충 넘겼다.

애초에 이진성이 이런 사람이라 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갑자기 공격한 건 사과하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거든.”

“궁금했다고요?”

“E급 헌터 주제에 민아를 두 번이나 이겼지. 게다가 나를 상대로 전혀 겁먹지를 않았어. 아니, 겁먹기는커녕 내 제안을 거절했지. 내 딸에게서 떨어지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어. 내 말에 아니라고 대답한 사람은 몇십 년 만이었거든.”

“그래서 저를 공격한 건가요?”

“근거가 있는 자신감인지 확인하고 싶었어. 보통은 감히 나를 상대로 대들 생각을 못 하는데, E급이 내게 대들었으니까.”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진성의 눈에 아주 약간이지만 즐거움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공격해서 확인해 보니, 근거가 아예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구나. 내 공격에 반응하고, 거기다 반격까지 한 정도면 인정해 줄 수밖에 없지.”

이진성은 이 말과 함께 이민아 쪽을 바라봤다.

“아무튼, 내 딸과 계속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내가 돈을 얼마나 주든 상관없이?”

“네, 그렇습니다.”

“후훗.”

아주 작은 소리로 웃는 이진성.

그 모습에 나는 놀랐다.

왜냐하면 ‘광화’를 발동하지 않은 이진성이 웃는 걸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내 막내딸에게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네. 해 봤자 B급, 아니. 잘만하면 A급을 턱걸이로 넘길 아이기는 하다만, 자네가 그렇게까지 고평가할만한 사람이…….”

“감히 한마디 해도 될까요?”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이진성 씨의 그 말은 틀렸어요.”

“내가 틀렸다고?”

“네. 이민아는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강해질 녀석이에요. 저보다도 강해질 거고, 아마 이진성 씨보다도 강해지겠죠.”

“…허.”

이진성은 재밌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봤다.

“야, 박유진. 너 갑자기 왜 이러는…….”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이민아는 안절부절못하며 나와 이진성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이진성은 서로를 계속 바라봤다.

그것도 똑같이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민아는 후천적으로 능력을 얻게 된 반쪽짜리야. B급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기적인데, 그 이상으로 강해질 거라고?”

“이민아라면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이민아가 그럴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줄 생각이에요.”

“어이가 없네.”

이진성은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재밌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진성은 무언가에 쉽게 흥미나 재미를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흐음, 좋아.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내 자식이 잘못된 인간관계를 만드는 걸 원치 않아. 그래서 원래 같았으면 E급 헌터에 불과한 자네를 민아에게서 떨어뜨려 놓을 생각이었어.”

“원래 그랬다는 건, 생각이 바뀌었다는 뜻인가요?”

“내 기습에 바로 반응했잖아. 그거 하나만으로도 자네에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건 증명이 된 거지. 게다가.”

이진성은 내 옆에 있던 이민아를 바라봤다.

“궁금해졌어. 자네가 민아를 어떻게 키울지. 내 막내딸이 나보다 더 강해질 거라고?”

“길만 잘 잡아 주면 그렇게 될 거에요.”

“그럼 그 길을 자네가 한번 잘 잡아 보게.”

이 말을 끝으로 이진성은 이민아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민아야.”

“네, 아버지.”

“박유진은 네가 처음으로 제대로 사귀게 된 친구 맞지?”

“…네.”

차갑게 말하는 이진성과 작고 소심하게 대답하는 이민아.

참으로 살가운 부녀지간이었다.

“방금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원래 저런 E급 따위는 바로 쫓아냈을 거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로 둘게. 저 친구는 E급임에도 나름 실력이 있는 거 같고, 무엇보다 너를 나보다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잖니?”

이진성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슬쩍 바라봤다.

“너의 친구가 너를 얼마나 강하게 키울지 궁금하니, 둘이서 잘 해 보거라. 아, 물론 너의 성장에 성과가 없으면 박유진을 바로 너에게서 떨어뜨려 놓을 거야. 알겠니?”

“네, 아, 알겠어요.”

“알아들었으면 됐다. 그럼 이따 집에 천천히 들어오거라. 아,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훈련하는 건 빼먹지 마. 이것도 알겠지?”

“…네.”

이민아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이에 이진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그는 다시금 나를 바라봤다.

“식사를 방해한 건 미안하네. 나는 이만 갈 테니까, 남은 식사는 편하게 하거라.”

이 말을 끝으로 이진성은 우리의 테이블에서 등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는 근처에 있던 웨이터에게 다가갔다.

“이 레스토랑을 관리하는 분, 지금 여기 있나?”

“어어, 그, 그게…….”

“저, 저입니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이진성 곁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이, 이진성 님 맞으시죠? 여기는 대체 무슨 일로, 아니, 그보다 저는 왜 찾으신…….”

“사과를 하고 싶어서 불렀네. 내가 갑자기 나타난 것 때문에 식당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진 거 같아서 말일세.”

이진성은 레스토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진성의 등장 탓에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여러모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아아, 그거는 괜찮습…….”

“이거 받게.”

이진성은 지갑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영업 방해를 한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받아 줬으면 하네.”

“어어,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어어? 이, 이진성 님? 이거는 대체…….”

“남은 장사 잘하도록 하게.”

이진성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의 출구로 향했다.

그리고 나가기 전, 그는 나를 슬쩍 바라봤으나 말 그대로 잠깐 바라봤을 뿐.

‘용혈’의 길드장은 엄청난 위압감을 뿜으며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 * *

레스토랑의 바로 바깥에 주차된 자동차.

건물에서 나온 이진성은 그 자동차 뒷자리에 자연스럽게 탑승했다.

“오셨습니까, 길드장님?”

“그래, 이 비서. 바로 길드 본부로 출발하게. 여기서 생각보다 너무 지체했어.”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 아니, 가기 전에 말입니다. 길드장님이 저 건물에 들어가신 동안 알아보라고 한 것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는데, 먼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게.”

이진성은 뒷자리에 앉아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특별한 거라도 있었나?”

“길드원들이 알아본 결과, 최근 이민아 양이 하세리와 박유진과 같이 게이트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세리? 박유진과 같이 간 건 알고 있었다만, 하세리는 뜬금없군.”

“네, 저희도 의외라서 조금 더 알아봤는데 지금 말씀을…….”

“그건 나중에 길드 본부에 도착한 뒤에 말해 주게. 일단은 출발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시동이 걸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자동차.

이진성은 뒷자리에 편히 앉은 채, 속으로 천천히 생각했다.

‘하세리라.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까이하기에는 무언가 꺼림칙했지.’

이진성은 하세리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세리와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고, 그의 본능이 말해 줬었다.

‘근데 하세리는 그렇다 쳐도, 박유진이라.’

이진성은 ‘광화’를 발동한 채 박유진을 공격했었다.

원래는 적당히 겁을 주기 위해, 기어오르지 말라고 경고를 하기 위해 한 공격이었다.

광화를 약간 발동한 거지만, 이진성은 당연히 박유진이 이에 반응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설마 내 공격을 막을 줄이야.’

어지간한 B급 헌터도 못 막을 공격이었지만, 박유진은 그에 반응을 했다.

아니, 반응한 것뿐만 하니라 단검까지 꺼내 반격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민아가 나보다 더 강해진다고? 허, 어이가 없군.’

다시 생각해도 이진성은 어이가 없었다.

가족 중에 아픈 손가락이나 마찬가지인 이민아.

이진성은 한국 최강의 탱커인 자신보다 그녀가 강해질 거라고는 단 한 순간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보통이었으면 그냥 헛소리로 치부했을 터였지만.

‘자신만만했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어.’

이진성은 평소에 즐거움을 잘 못 느끼는 편이었다.

해 봤자 ‘광화’를 발동했을 때 전투를 치르는 것에 대한 즐거움뿐.

그 외의 즐거움은 이진성에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재밌겠군.”

‘광화’를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이진성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박유진. 그 녀석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몇십 년 만에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남자.

박유진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진성은 이에 오랜만에 ‘재미’라는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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