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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42화 (42/240)

42화

* * *

“유나야.”

“응? 왜 오빠?”

“밥 맛있게 먹었지?”

이진성과 만난 지 약 한 시간이 지난 후.

레스토랑을 나온 나와 유나, 그리고 이민아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응? 어, 당연하지. 엄청 맛있게 먹었는데?”

“잘 먹었으면 됐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봐?”

“으음, 그냥.”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까 먹을 때 그 덩치 큰 아저씨가 나타났잖아. 너 그때 표정이 안 좋았는데 혹시나 해서.”

“아아, 그거라면 괜찮아.”

유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충격받았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물론, 그 아저씨가 오빠를 공격했을 때는 많이 놀랐어.”

“뭐, 그건 나도 많이 놀랐지.”

‘광화’를 발동하지 않은 이진성은 상당히 냉철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나를 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방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고, 덕분에 아까 나도 상당히 놀랐었다.

“근데 오빠, 그 아저씨 이진성 맞지? ‘용혈’의 길드장?”

“알고 있었어?”

“오빠가 헌터잖아. 그래서 헌터 쪽에 대해서 들은 게 조금 있거든.”

“아, 그러냐?”

“응. 아무튼 그 아저씨가 오빠를 왜 찾아온 거야? ‘용혈’ 길드면 대한민국에서 최상위권에 랭크한 길드잖아? 그 길드의 길드장이 왜 오빠를…….”

“으음,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최근 그분 딸과 어울리고 다녔거든. 그래서 내가 아니꼽게 보였나 봐.”

“딸? 이진성의 딸 말하는 거야?”

“응.”

“그게 누군데? 오빠 최근에 어울려 다닌 여자라면 민아 언니 말고는 없다고 하지 않았어?”

“이 녀석이 그 아저씨의 딸이야.”

“뭐? 그러니까…….”

“어, 이민아가 이진성의 딸이라고. 아까 식당에서 이진성 씨가 말하는 거 못 들었어? 자기 막내딸이 이민아라고 여러 번 말했을 텐데?”

“나 그때 쫄아 있어서 귀에 제대로 들리는 게 없었거든.”

유나는 내게 대꾸한 뒤, 내 옆에 있던 이민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민아 언니가 그분의 딸이었어?”

“으, 응. 내가 아버지의 막내딸이기는…….”

“그분의 딸이면, 언니가 돈이 많은 이유가 있었구나.”

“어, 어어. 그, 그치.”

이민아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고, 유나는 이내 무언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아 이민아를 번갈아 바라봤다.

“근데 방금 오빠가, 그, 이진성 씨가 오빠를 찾아온 이유가 오빠가 최근 그분 딸이랑 어울리고 다녀서라고 하지 않았어?”

“어, 그랬지? 왜?”

“어울려 다녔다던 사람이 민아 언니고?”

“그치?”

“어어어.”

유나는 나와 이민아를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내 여동생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오빠. 민아 언니에게 잘해 줘. 돈 많은 여자가 오빠 여자 친구 노릇 해 주는 건데, 이건 반드시 붙잡아야 장기적으로…….”

“유나야. 나랑 이민아는 그런 사이가…….”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유나에게 차분히 말했, 아니, 말하려고 했다.

“유, 유나야. 나, 나랑 박유진은 그, 그런 사이가 아니야!”

온갖 호들갑을 떠는 이민아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말이다.

“우리는 그냥 친구야, 친구. 네가 뭘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케윽? 바, 박유진?”

“넌 진정 좀 해라, 인마.”

이민아의 뒷목을 잡아 유나에게서 떨어뜨렸다.

그 후, 나는 피식 웃으며 유나에게 말했다.

“우리 전혀 이상한 사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인마. 알겠냐?”

“진짜로? 지금 다시 보니까 오빠랑 민아 언니가 생각 이상으로 많이 친한 거 같은…….”

“우린 그냥 친구야. 그치, 이민아?”

“어? 어어, 마, 맞아. 우리는 그냥 친구지, 으응.”

이민아는 내 시선을 피한 채, 무언가 망설이듯 말했다.

이 녀석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지만, 처음 이런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보다 이민아. 너 언제까지 우리 따라올 거냐?”

“응? 왜?”

“아니, 왜가 아니라 너 아까부터 계속 우리 따라왔잖아. 너희 집은 여기서 반대 방향이지 않았냐?”

“…네가 우리 집 위치를 어떻게 알아?”

“으음? 아아, 그거야, 뭐. ‘용혈’이 그쪽에 있어서, 너희 집도 그 근처이지 않을까 싶었거든.”

사실 회귀하기 전에 한 번 방문해 봐서 알고 있던 거지만, 나는 굳이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아, 그게 그렇게 되나?”

“그냥 그러려니 해라. 아무튼, 언제까지 우리 따라올 거냐? 아니면 우리 집 근처에 어디 들를 곳이라도 있는…….”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너와 유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어서 따라온 거야.”

“별일이네.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착했다고.”

“뭐? 야, 나 오늘 너 비싼 밥 사 준 건 잊은…….”

“농담이야, 인마.”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 덕분에 집 오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았어.”

“그걸 알면 나에게 좀 잘해 줘, 새끼야. 맨날 날 무시하는 주제에 대체 뭔…….”

“됐고, 이제 가 보기나 해.”

“…뭐?”

이민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건 또 뭔 소리야? 바래다준다고 방금 말했잖아.”

“어, 알아. 그러니까 가 보라고.”

나는 내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착했거든.”

내 옆, 그러니까 나와 유나가 사는 작은 아파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아아, 여기가 네 집이야?”

“엄밀히 따지면 내 집은 아니지. 전세 내면서 지내고 있거든.”

“아, 여기를 전세 내면서…….”

“안 믿기지?”

나는 또다시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기야, 네 눈에는 이렇게 작고 낡은 아파트가 도저히 사람 살만한 곳으로 안 보일 테니까, 그치?”

“뭣? 야! 나 그런 생각한 적 없어, 새끼야!”

“알아, 인마. 알아.”

나는 이민아의 어깨를 툭툭 건들며 웃었다.

“너 그런 생각 안 할 거라는 거 잘 알거든.”

“으흠. 느, 늘 말하는 거지만,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나도 늘 말하는 거지만, 너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어.”

“…재수 없는 새끼.”

“그래, 그래, 인마.”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던 나와 이민아.

옆에 있던 유나는 그런 우리를 수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오빠. 민아 언니와 진짜 아무 사이 아닌 거, 맞지?”

“어, 맞아, 이 녀석아. 뭐, 됐고. 이제 들어가자.”

“알았어. 그럼 민아 언니. 오늘 밥 사 줘서 진짜 고마웠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서…….”

“자, 잠깐만! 가기 전에.”

이민아는 유나의 말을 끊더니,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너랑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너랑 단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뭐, 나는 상관은 없다만…….”

나는 옆에 있던 유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유나는 별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먼저 들어가 있을게, 오빠. 민아 언니와 이야기하고 와.”

“알았다.”

“아무튼, 언니. 오늘 밥 사 줘서 고마웠어요.”

“또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바로 사 줄게, 알겠지?”

“고마워요, 언니.”

유나는 간단히 이민아에게 인사한 후, 천천히 아파트 안으로 향했다.

근데 들어가기 직전, 유나는 뒤돌아서 우리에게 물었다.

“근데 둘, 진짜 아무 사이 아닌 거 맞지? 이래 놓고 만약 무슨 사이라고 하면 나 상처받을…….”

“들어가기나 해, 인마.”

“칫, 알았어.”

그렇게 유나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아파트 앞에 나와 이민아.

단둘이 남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이민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사과하고 싶었거든.”

“사과라니?”

“아까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서 너 공격한 거. 아버지 대신에 내가 사과할게.”

이민아는 내 시선을 피한 채 소심히 말했다.

“혹시 화났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니면 아까 아버지 때문에 다친 곳이라도 있으면…….”

“화 안 났고, 다친 곳도 없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외네. 네가 사과도 다 하고 말이야.”

“내가 사과하는 게 뭐 어때서, 새끼야.”

“내가 아는 너라면 남에게 사과를 잘 안 했을 거 같거든.”

“그, 그거야, 으음. 하,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민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네가 화났으면 나랑 절교하자고 할지도 모르는데, 사과를 하는 편이…….”

“아, 뭐야? 나랑 절교하는 게 무서워서 사과한 거냐?”

“그, 그래! 왜? 불만 있어?”

“…푸흡.”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회귀하기 전에 이민아를 몇 번 만나 봐서,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내 기억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이민아의 이런 귀여운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왜 웃는데, 개새끼야?! 뭐가 웃긴데?!”

“미안. 그냥 네가 너무 귀여워서.”

“뭣?! 내가 어디가…….”

“알아서 생각해. 뭐, 됐고. 내가 절교 선언할까 봐 무섭다고?”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

“걱정하지 마.”

나는 이민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잘 들어. 네가 먼저 내 뒤통수를 치지 않는 이상, 나는 널 절대 먼저 안 버릴 거야. 알겠지?”

“…박유진.”

“음?”

“내게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야?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너에게 내 첫인상이 최악이었을 텐데, 대체 왜…….”

“아까 내가 네 아버지에게 한 말 기억 나?”

“응? 무슨 말?”

“너는 우리 중에서 제일 강해질 거라고, 네가 네 아버지를 뛰어넘을 거라고 말했던 거. 기억나지?”

“기억은 나는데…….”

“그거 그냥 한 말 아니야. 그거 진심이야.”

나는 나름 진지하게 이민아에게 말했다.

“길만 잘 잡고,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만 잘 나아가면 그 재능을 펼칠 수 있을 거야.”

“내가, 아버지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근거는, 음, 사실 없지.”

내가 회귀한 덕에 알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하고 있어. 너는 한국 최강의 탱커가 될 거야. 그러니 날 믿고 노력해 줘.”

“그렇지만…….”

“그리고 노력하는 편이 좋을걸?”

나는 살짝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까 네 아버지가 말했잖아. 네가 성장의 성과를 안 보이면, 나를 너에게서 떨어뜨려 놓겠다고.”

“어어? 자, 잠만. 그러고 보니 그런 말씀을…….”

“네가 좋든 싫든 강해지기는 해야 할 거야. 뭐, 물론 네가 나랑 떨어지고 싶으면 그냥 내 말을 무시하고…….”

“너랑 떨어지기 싫거든!”

갈색 단발머리의 여학생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내게 소리쳤다.

“하, 하지만 나는 여기서 어떻게 더 강해져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는…….”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해 줄게. 그러니까 나만 믿고 따라와. 알겠지?”

“…응, 알겠어.”

이민아는 잠시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박유진. 네가 나를 왜 이렇게 도와주는지 모르겠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나는 그냥 최강의 탱커가 될 분과 미리 연을 만들어 두려는 것뿐이니까.”

피식 웃으며 대꾸한 뒤, 나는 잠시 속으로 생각들을 정리했다.

‘으음, 뭐. 과정이 조금 길겠지만, 이민아는 어찌어찌하면 잠재력을 전부 끌어낼 수 있겠어.’

이민아가 내게 마음을 얼마나 열고, 내 말을 얼마나 따를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내게 보인 모습들만 봤을 때, 잘 해낼 듯했다.

‘그럼 최강의 아군은 손에 넣었으니, 이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역시 하세리겠지.’

나는 붉은 머리의 화염술사를 떠올리며,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조만간 뭐라도 해야겠네.’

나는 속으로 생각을 빠르게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너 안 돌아가냐? 언제까지 여기 있으려고?”

“말 안 해도 갈 거였어, 새끼야!”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민아를 또 한 번 놀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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