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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58화 (58/240)

58화

* * *

“뭔 놈의 표가 이렇게 비싸냐?”

주말에 이민아와 놀이공원에 가자고 약속한 후, 그날 저녁.

나는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성수기에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가격이…….”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사실 푯값이 왜 비싼지는 알고 있었다.

주말에 이민아와 가기로 한 용인의 놀이공원, 그러니까 네버랜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놀이공원이라 비쌀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주말에 가는 거라 더 비쌀 수밖에 없겠지.’

나는 모니터에 비친 푯값을 보며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 돈이면 적어도 일주일 치 식재료를 살 텐데 말이다.

‘근데 가기로 했으니까 가야겠지.’

이민아에게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 번쯤은 가야 했다.

‘뭐, 엄밀히 따지면 그냥 늑대들이 있는 아무 동물원에 가도 상관은 없다만……’

내가 굳이 비싼 네버랜드에 가는 데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곳에 늑대를 직접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진짜 늑대인간을 만나는 게 더 효과적이겠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애초에 늑대인간을 찾는 것부터가 힘든데, 찾는다 해도 우리에게 협조적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래서 나는 그냥 평범한 늑대로 합의를 본 것이었다.

‘이민아가 강해지는 방법은 간단해.’

그건 바로 이민아 안에 내재된 늑대인간의 본능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이게 내가 전에 말한 이민아에게 알맞은 길이었다.

이민아에게 근력 훈련이라든지, 실전 훈련이라든지, 그런 건 큰 의미가 없었다.

뭐,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지만,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이민아에게 있어 이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그 본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진짜 늑대, 아니면 진짜 늑대인간을 만나야 되고.’

내가 회귀하기 전에 직접 목격했던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튼 진짜 늑대인간을 만날 수는 없으니 그 대신 늑대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놀이공원의 동물원과 푯값을 알아보고 있었다.

‘동물원만 쓸 수 없나? 애초에 놀이공원이 목적이 아닌데.’

나는 전부터 놀이공원에 그리 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높은 곳에 떨어지는 등의 스릴을 느끼는 거?

그건 헌터 일들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겪게 된다.

그러다 보니 놀이 기구는 내게 있어 그닥 재미가 없었다.

‘앞으로 놀이공원을 평생 안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게 되네.’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기로 했으니, 이번에 눈 딱 감고 표를…….

“오빠, 뭐 보고 있어?”

“아. 다 씻고 나왔어?”

“응.”

유나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거실로 나왔다.

“근데 뭔 일 있어? 오빠가 거실에 있는 저 컴퓨터를 쓰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거 같아서.”

“별것 아니야.”

나는 대충 대꾸하며, 보고 있던 놀이공원의 홈페이지를 끄려고 했다.

근데 유나는 이미 그 화면을 본 후였다.

“응? 뭐야? 놀이공원? 오빠 놀이공원 가려고?”

“아니, 그냥, 어어, 그냥 알아만 보고 있던…….”

“뭔가 이유가 있어서 알아보던 거겠지.”

유나는 다 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오빠가 혼자 놀이공원을 가지는 않을 거고? 누구랑 가기로 한 거야? 아니면 뭐, 학과에서 단체로 가기로 한 거?”

“학과에서 단체로 놀이공원을 왜 가냐?”

“그럼 여자랑 단둘이 데이트하러 가는 거구나? 그치?”

“왜 내가 여자랑 가는 거라고 단정 짓는 거냐?”

“남자들끼리 놀이공원을 갈 리가 없잖아.”

“…갈 수도 있지. 너, 그거 되게 고정 관념적인…….”

“오빠는 남자랑 안 갈 거잖아. 게다가 오빠는 친구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그중 남자는 아예 없지 않아?”

“…너 나에 대해 뭐 이리 잘 아는 거냐?”

“내가 오빠와 몇 년을 살았는데,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유나는 피식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그래서 누구랑 데이트하러 가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이야? 혹시 하나 언니?”

“아니, 주하나 씨는 아니다.”

“그럼 민아 언니구나, 맞지?”

“…바로 알아맞히네.”

“그야, 최근에 오빠가 친하게 지내는 여자는 그 두 언니들 말고 없었잖아.”

유나는 말하며, 내가 보던 놀이공원의 홈페이지를 슬쩍 바라봤다.

“자유 이용권 구매하고 있던 거야?”

“더럽게 비싸더라.”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차피 놀이 기구를 탈 목적이 아니라, 그냥 어떻게든 들어가기만 하면…….”

“근데 오빠, 오빠가 표 사겠다고 민아 언니에게 말했어?”

“음? 아니, 그런 이야기는 안 했는데, 보통 이런 건 각자 사는 게…….”

“어휴, 오빠.”

유나는 살짝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민아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걔가 왜?”

“민아 언니에게 지금 연락해 봐. 민아 언니는 이미 오빠 것까지 표 다 샀을걸?”

“…그래?”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납득이 되었다.

이민아, 이 녀석은 은근히 금수저라 경제 관념이 나랑 많이 달랐다.

그래서 배려랍시고 내 것까지 샀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랐기에, 나는 이민아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이민아. 주말에 놀이공원 가기로 한 거 있잖아. 그거 표 샀냐?]

이렇게 문자를 보냈고, 약 10초 뒤.

[응. 내 거 샀고, 네 것까지 다 샀어.]

이민아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자유 이용권 두 개 샀고, 식당들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용권? 그것도 두 개 샀어.]

[내 거까지? 그럼 돈은 내가 나중에 보내 줄게.]

[아니, 보내지 마. 이거 내가 사 주고 싶은 거니까.]

“…애도 참 특이해.”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그러면서 놀이공원 홈페이지 들어가, 이민아가 말한 식당 자유 이용권? 그것의 가격을 한 번 알아봤는데, 가격을 보자마자 입이 벌어졌다.

“역시 금수저들의 마인드는 이해 못 하겠다.”

저 돈이면 식비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데, 왜 이런 일개 유희에 쓰는…….

“오빠? 그래서 민아 언니가 뭐래?”

“이미 다 준비했다고 하더라. 그것도 과할 정도로.”

나는 피식 웃으며 내 여동생에게 대꾸했다.

“근데 나도 돈 많이 벌어 오든가 해야지. 이렇게 여유롭게 쓰는 걸 볼 때마다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 전에도 말한 거지만 돈에 목숨 걸다가 다치지 마, 알겠지?”

“걱정 마, 인마. 너 두고 다치고 올 생각 없으니까.”

“응, 알겠어. 그리고 있지.”

유나는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민아 언니가 오빠에게 이렇게 퍼 주는 거. 사실 금수저라서 그러는 것만은 아닐 거야.”

“뭔 소리냐?”

“민아 언니가 오빠에게 어떤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거 아닐까?”

“내게 마음? 뭐, 이민아가 내게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그래서 지금 내게 빚을 엄청 지게 해서 나중에 날 써먹으려는 거?”

“…오빠 방금 진심으로 그 말 한 거 아니지?”

“진심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하아, X신.”

“…뭐, 뭣? 야, 유나야. 그게 무슨 말버릇…….”

“됐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쪽에서는, 그냥 오빠에게 크게 기대 안 할게.”

유나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유나나 이민아나. 여자들은 가끔 이해가 안 된다니까.’

인생 2회차를 살게 됐지만, 여자 마음은 항상 쉽게 이해가 안 됐다.

* * *

한편 같은 시각.

“잘한 거겠지?”

이민아는 집에서 자신의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방금 박유진에게 답장을 보낸 후,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신나서 그냥 자유 이용권들을 있는 대로 다 샀는데, 괜찮겠지?”

이민아는 박유진이 부담을 안 느꼈으면 했다.

자신을 은근히 험하게 대하지만, 이민아에게 있어 박유진은 최초이자, 최고의 친구였다.

그녀는 그를 결코 잃고 싶지 않았다.

이민아는 박유진과 계속 웃고 떠들며 지내고 싶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민아는 잘 알고 있었다.

요즘 자기가 점점 심적으로 박유진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심하게 의존하는 게 좋지 않다고, 스스로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이민아는 박유진 같은 친구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놀이공원, 내가 드디어 친구와 같이…….”

이민아는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 여러 번 가기는 했었다.

하지만 친구가 없던 그녀는, 놀이공원에 가도 혼자였다.

그래서 갈 때마다 제대로 즐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 기회가 온 것이었다.

‘고마워, 박유진.’

놀이공원에 같이 가고 싶다고, 전에 흘러가듯 그에게 작게 말했었다.

하지만 박유진은 그걸 기억한 채, 그녀와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이민아는 이에 너무나도 고마웠다.

“친구를 갖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이민아는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친구와 웃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래서 이민아는 박유진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었다.

물론 막상 만나면 그걸 제대로 표현 못 했지만 말이다.

“친구, 친구…….”

이민아는 중얼거리다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박유진에게 친구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면, 이민아는 계속 박유진과 웃으며…….

똑똑―

이민아가 속으로 생각하던 중, 그녀의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야, 민아야. 들어간다.”

이 말과 함께 문이 열렸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이민아와 비슷한 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였다.

“어, 언니. 갑자기 왜?”

“그냥, 너 뭐 하나 해서.”

이민아보다 두 살 많은 언니인 이민주.

그녀는 이민아 방에 들어와, 벽에 몸을 살며시 기댔다.

“그리고 너 요즘 길드 훈련장에 모습을 잘 안 보이더라? 무슨 일 있어?”

“아,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친구랑…….”

“뭐? 그 E급 남자랑 어울려 다니는 거야?”

“그, 그건…….”

“모르는 척하지 마. 나 이미 아버지에게 어느 정도 들었으니까.”

이민주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게다가 너 토요일에도 훈련 빠진다며? 그것도 혹시 그 남자랑 연관된 거냐?”

“그렇기는 한데…….”

“민아야.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길드를 이어 나갈 의무가 있어.”

이민주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고, 이에 이민아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게, 이 이야기는 그녀가 질리도록 들은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여유를 부리거나 놀러 다닐 틈 따위는 없어. 다른 길드들은 항상 우리를 쫓아오고,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계속…….”

늘 듣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민아는 그저 익숙하게 자신의 언니의 말을 얌전히 들을 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랬을 거다.

하지만.

“그리고 그 E급 남자와는 솔직히 거리를 좀 둬라. B급이나 A급, 아니면 S급이면 모르겠는데, 솔직히 E급은 조금 아니잖아. 막말로 헌터 쪽 바닥에서 전혀 쓸모가 없을 인간인데, 네가 그 남자와 어울려 다녀 봤자…….”

“…언니.”

“물론 너를 이겼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E급은 해 봤자 E급에 불과한…….”

“언니.”

“…응?”

“나가.”

“뭐?”

“나가라고. 내 방에서 나가.”

이민주가 박유진의 욕을 하자, 이민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이민주를 노려봤다.

이민아가 이민주에게 처음으로 반항을 한 순간이었다.

“민아야? 너 왜…….”

“당장 나가. 당장.”

이민아의 양쪽 손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났고, 그녀의 양팔은 짐승의 것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민주는 당황을, 그리고 동시에 살짝 두려움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아, 알았어. 갈게, 간다고.”

이민주는 여동생의 이런 모습에 의문을 느꼈지만, 그녀는 일단 방 밖으로 나갔다.

지금 이민아를 피해야만 한다고, 자신의 본능이 말해 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민주가 문을 닫으며 사라진 후.

“…아아아.”

이민아는 다시금 침대에 누우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나 방금, 왜 그랬지?”

처음으로, 그것도 자기도 모르게 언니에게 보인 반항.

이에 이민아는 스스로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자신이 욕먹어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박유진에 대한 욕을 듣는 순간.

그 순간, 이민아는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났었다.

자신에 대한 욕은 몰라도, 자신의 친구에 대한 욕을 못 참은 것이었다.

“나 요즘, 왜 이러는 걸까?”

이민아는 침대에 누운 채 의문을 표했다.

물론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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