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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63화 (63/240)

63화

“크으. 크르르르.”

크르릉! 아우우우!

이민아와 우두머리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대화했다.

그 모습에, 나는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파지직―

‘일단 기절시키자.’

나는 이민아를 늑대들에게서 떨어뜨릴 목적으로 전류를 준비…….

“크아아아!”

“어? 야, 이민아!”

나보다 이민아가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펜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내 아예 펜스를 넘어 늑대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크으으으?”

늑대 우리 안으로 들어간 이민아.

그녀는 어색한 듯, 주위의 다른 늑대들을 둘러봤다.

아우우우우!

이에 우두머리 늑대는 크게 포효했고, 이에 다른 늑대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그리고 이민아는 그 늑대들과 함께, 우리 안의 어딘가로 향했다.

“…에라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

하지만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내가 어떻게든 하는 게 맞았다.

“하아아, X발.”

나는 한숨과 함께, 이민아가 방금 한 것처럼 펜스를 빠르게 넘었다.

그렇게 늑대 우리 안에 들어온 나는 이민아가 향한 곳으로 뛰어갔다.

“일이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이야.”

이민아가 이성을 잃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본능에 집어삼켜져, 이민아는 여러 번 짐승과도 같이 싸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전부 전투 중에 일어났던 일이야.’

회귀하기 전, 게이트 토벌 당시.

당시에 늑대인간의 본능에 먹힌 이민아는 자주 봤었다.

전투를 치를 때는 대체로 이성보다는 본능에 의존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이민아를 진정시키러 간 것도 매번 나였지.’

이것도 그럴 수밖에 없던 게, 당시에 이민아를 말릴 만한 강자는 나 말고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야생의 늑대인간과 다를 바가 없던, 그러니까 몬스터와 다를 바가 없던 이민아를 거의 매번 내가 진정시켰다.

“근데 그 짓을 벌써 하게 될 줄이야.”

나는 한숨을 쉬며 늑대 우리를 둘러봤다.

일단 이곳에 들어오기는 했는데, 이민아가 어디로 갔는지 확실하게 파악이 안 됐다.

“하아아. 옛날 생각나네, X발.”

이와 비슷한 짓을 많이 했었다.

이성을 잃은 이민아는 어딘가 멀리 튀어 버렸고, 그녀를 찾기 위해 나는 이곳저곳 다 돌아다녔어야 했다.

솔직히 이번 생에도 똑같은 일을 할 거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민아가 성장하면 할수록 이런 일들이 더욱 빈번히 일어날 터였으니까.

‘물론 이렇게까지 빨리 할 줄은 몰랐지만.’

해도 몇 개월 뒤, 아니.

아마 넉넉잡아 몇 년 뒤에야 이 짓을 다시 할 줄 알았다.

회귀한 지 약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에 이럴 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 했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저 꼴 난 이민아를 당장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내가 망설이다가 놀이공원 직원들이 사태를 눈치채, 그 사람들이 먼저 나서면…….

‘그러면 일이 더 복잡해지지.’

일반인인 직원들은 팔다리 하나쯤은 날아갈 테고, 그러면 이민아의 입장이 많이 곤란해진다.

적어도 그런 일이 없도록, 내 선에서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나저나 대체 어디 간 거야?’

이 늑대 우리, 직접 들어와서 보니 상당히 넓었다.

‘분명 이 근처로 갔었는데.’

나무들과 다양한 식물들이 울창하게 심어진 늑대 우리.

안 그래도 이 식물들 때문에 잘 안 보였는데, 어두워서 더 잘 안 보이는…….

크워워워!

내 왼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늑대 한 마리.

기습이었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피했다.

크르르르.

아우우우!

이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다른 늑대들.

일곱 마리 전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더니,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기 위해 습관적으로 허리에 손을 가져갔으나.

“…아, 맞다. 안 들고 왔지.”

아침에 유나가 그냥 평범하게 입고 가라고 해서, 코트와 단검을 포함한 내 장비들 대부분을 놓고 왔다.

“…자바니아는 들고 올 걸 그랬나.”

유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내 자신이 아주 약간이지만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당장은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침착하자.”

자바니아는 없었다.

거기다 내가 평소에 입던 코트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비가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나는 벨트에 메고 있던 작은 철통, 그러니까 무한와이어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와이어, 그리고 내 전류.

이 두 가지면 늑대 몇 마리 정도는 손쉽게 처리할 수….

“크아아아!”

“…에라이.”

갑자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바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쾅!

내게 달려와, 내가 있던 자리에 주먹을 내리찍은 이민아.

이민아가 주먹을 내리찍자, 땅바닥이 깊게 파였다.

“크으으. 으읏? 으으.”

“야, 이민아.”

나는 와이어를 빼 들며 이민아, 그리고 주변의 늑대들을 경계했다.

“진정해. 너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야. 저 늑대들이 아니라, 내 말을 듣고…….”

“크아아악!”

“아, 그래. 알아서 해라.”

나는 한숨을 쉬며 내게 돌진해 오는 이민아를 피했다.

그러면서 와이어를 주변의 나무를 향해 던져, 고지대를 확보…….

크르르르!

확보하지 못했다.

늑대 세 마리가 동시에 내게 달려들어, 나는 몸을 반대쪽으로 틀어야 했다.

“후우우. 일단은…….”

파지지직―

나는 손에 전류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 전류들을 주변의 늑대들을 향해 날렸다.

케에에엥!

크아아아아!

내 전류를 맞은 늑대들은 놀란 눈을 한 채로 바로 뒤로 물러섰다.

마음 같아서는 단번에 기절시키고 싶었지만, 그러기도 애매했다.

‘야생의 늑대면 모르겠는데, 이 늑대들은 놀이공원의 소유니까.’

만에 하나 기절시키려다 죽이기라도 하면 일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 늑대들은 적당히 견제만 해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당장에 충분했다.

“이민아, 내 말을 들어 봐.”

늑대들이 내게 다가오지 않는 걸 확인한 후, 나는 다시금 이민아 쪽을 바라봤다.

“너는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자주 겪을 거야. 근데 벌써 이런 짓거리를 하면 너도, 나도 곤란한…….”

“으아아아!”

“X발, 내 말 좀 들어 보라고.”

이민아는 내게 달려와, 날카로운 손톱들을 내게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 공격들을 쉽게 피했다.

이민아가 이성을 유지할 때도, 나는 그녀의 공격을 쉽게 피했다.

그렇기에 이성을 잃고 본능만 남은 이민아는 쉬운 상대였다.

“너 자꾸 이러면 내가 너를 다치게 할 수밖에…….”

“크르르르.”

“그래, 그럼 앞으로 내 마음대로 할게, 인마.”

대화가 안 통하는 걸 확인하자, 나는 바로 계획을 바꾸었다.

휘리리릭.

우선, 와이어를 근처 나무를 향해 날려, 와이어를 타고 그대로 나무 위에 올라갔다.

그런 후, 이민아가 뭘 더 반응하기 전에, 나는 와이어를 이민아의 목을 향해 날렸다.

“크으읏?”

“좀 아플 거다.”

파지지직―!

“크아아악!”

나는 와이어에 전류를 흘려보냈다.

그것도 그냥 전류가 아닌,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강도의 전류였다.

‘이걸로 이민아를 기절시키지는 못할 거다.’

이민아는 저래 보여도 B급 헌터.

아직 E급에 불과한 내 전류로는 이민아를 기절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힘을 충분히 빼 놓을 수 있지.’

이 공격으로 이민아의 체력을 소진시킨 뒤, 나는 이민아를 빠르게 기절시킬 생각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일이 수월히…….

“크르르르.”

“아, 이런.”

이민아가 와이어를 붙잡아 나를 역으로 끌어내리려 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와이어를 회수해,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도 타격은 어느 정도 줬어.’

나는 와이어를 회수하며 빠르게 생각했다.

이대로 체력을 소진시키다가 기회를 봐서 단번에 기절을…….

“…어?”

“크으. 크르르.”

이민아는 분명 나무 밑에, 그러니까 나와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민아가 지금 내 코앞에 있었다.

“언제…….”

“크아아아!”

빨랐다.

아니, 원래 이민아는 빨랐다.

하지만 그동안은 내가 어떻게든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으윽?”

이민아의 손에 목이 붙잡힌 나는 그대로 나무 아래로 끌려왔다.

‘뭐 이리, 아니. 뭔 놈의 속도가…….’

이건 내가 반응을 못 할 속도였다.

어쩌면 전성기의 나, 그러니까 A급 시절의 나도 반응하기 힘들었을 속도.

“아악?”

“크르르르.”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이민아는 내게 틈을 주지 않은 채 바로 내 위에 올라탔다.

나는 뭐라도 하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지만, 이민아는 한 손만 이용해 내 양손 모두를 붙잡았다.

“크으으으. 크르.”

“…하, 미치겠네.”

전성기의 나도 놓칠 법한 속도.

지금 보니까 속도만이 아니라, 힘 또한 밀렸을 거 같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의 이민아는,

회귀하기 전에 본, 전성기 시절의 이민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크워워워!

아우우우!

어느새 우리 주변에 다시 몰려든 늑대들.

하지만 그 늑대들은 어째서인지 내게 달려들지 않았다.

‘아니, 못 달려드는 거겠네.’

지금 늑대들 전부 이민아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민아. 너 잘 생각해. 이러는 거 너에게 결코…….”

“크아아아.”

“하, X발.”

이민아는 내 말을 들은 채도 안 하고, 몸을 낮췄다.

정확히 말해, 그녀는 입을 내 목 쪽을 향해 가져갔다.

파지직―!

나는 일단 전류를 불러내 이민아에게 날려 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늑대인간 신체의 내구도는, 지금이나 그때나 꽤 단단했다.

“크르르.”

이민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 그녀는 이내 내 쇄골 근처를 물었다.

“윽.”

약하게 물렸음에도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내 피는 이민아의 입 주변을 물들였다.

이민아는 그러면서 나를 슬쩍 바라봤다.

지금 그녀의 눈빛은, 영락없는 늑대인간.

그러니까 몬스터로 취급되는 야생의 늑대인간이었다.

“…너 진짜 이럴 거냐?”

통증을 참으며, 나는 일단 계속 말을 이었다.

“정신 차려, 이민아. 너는 이 정도밖에 되는 녀석이 아니었, 윽.”

내 말을 완벽히 무시한 채, 이민아는 또다시 내 쇄골 쪽을 물었다.

근데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세게 물렸다.

마치 내 살점을 뜯어내려는 듯한, 내 숨통을 끊어 내려는 듯했다.

“…너 진짜 후회할 거다. 네 첫 친구를 이런 식으로 죽이면, 너는 너대로…….”

나는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말하며 방법을 모색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 일단 최후의 수단을 쓸까 고민했다.

‘그걸 쓰면 나도 다치고, 이민아도 다치고, 주변의 늑대들은 다 죽겠지만. 그래도 내가 죽는 것보다는 낫지.’

결론을 내린 나는 내 안의 전류를 끌어모았다.

위험한 방법이었지만, 죽는 것보다는 몇백 배는 나은…….

“…친구?”

“음?”

“친구? 친구?”

“…아.”

그러고 보니 이민아.

이 녀석에게 있어 친구가 갖는 의미가 컸다.

그럼 이 점을 잘만 이용하면, 어쩌면 이번 일을 평화롭게 끝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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