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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73화 (73/240)

73화

일렉트로 마스터들의 훈련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파지지직—!

파지직—!

나는 몇 분 동안 끊임없이 내 안의 전류를 방출했다.

그러니까 내 한계까지 전류를 끌어모아 내보내는 중이었다.

“더럽게 힘드네.”

어느새 전류가 더 안 나오자, 나는 그제야 숨을 돌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게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기는 한데, 할 때마다 힘들단 말이지.’

일렉트로 마스터들이 자신의 능력을 올리는 방법.

바로 자기 안의 전류를 완전히 내보내는 것이었다.

보통 일렉트로 마스터들은 평상시에 전류를 자기 몸 안에 지니고 다닌다.

그 전류를 소모하여 능력을 발휘하고, 이때 소모된 전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시 충전됐다.

‘전류의 수용량은 등급마다 다른 법이고.’

지금의 나는 D급.

보다 정확히는 D급 중에서 상위 98%.

지금의 내 전류 수용량을 100이라고 치면.

‘C급은 대충 300, B급은 900? 아니, 1,000쯤이겠네. 그리고 A급은 대충 4,000에서 5,000 사이였고, S급은…….’

나는 잠시 턱을 매만졌다.

A급까지야 내가 전부 직접 겪어 본 거라 잘 알았지만, S급만큼은 나 또한 몰랐다.

하지만 전에 S급 일렉트로 마스터가 내뿜은 전류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본 거에 의하면…….

“거의 무한에 가까웠지.”

회귀하기 전에 만났던 한국의 S급 일렉트로 마스터, 최서희.

그녀가 내뿜던 전류들은 매번 인상 깊었다.

‘그 누님과도 은근히 자주 만났는데 말이야.’

회귀하기 전.

최서희는 나와 함께 한국에서 쌍벽을 이루던 일렉트로 마스터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녀와 접점이 꽤 있던 편이었다.

‘재밌는 누나였지. A급인 내가 자기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게 싫다고, 허구한 날 내게 징징댔고.’

근데 전에 말했듯, 나는 A급이었지만 S급에 준하던 일렉트로 마스터였다.

게다가 나와 최서희 사이에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진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내가 전류의 활용에 있어 정점이었다면, 그 누나는 위력 면에서 정점이었으니까.’

나는 A급치고 전류의 위력이 매우 약했지만, 그 약점은 전류의 활용으로 메꾸었다.

약간 과신일 수도 있었지만, 전류의 활용에 있어 당시의 나를 따라올 사람은 전 세계를 뒤져 봐도 없었을 터였다.

‘근데 그건 최서희도 마찬가지였지.’

전 세계의 다른 S급 일렉트로 마스터들과 비교해 봐도, 최서희의 전류를 따라올 헌터는 없었다.

그녀가 지닌 전류의 위력 하나만큼은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위력만 압도적이었다는 거지. 위력에 비해 컨트롤이 너무 부족했어.’

덕분에 그 누나는 허구한 날 전류로 아군을 지지는 등, 여러모로 사건과 사고를 저질렀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재밌는 누나였다니까.”

그나저나 최서희.

지금쯤 아마 부산에 있으려나?

이 시기의 최서희는 아마 부산의 길드에서 열심히 게이트 토벌하는 중일 터였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한창 B급에서 A급으로 올라가려는…….

‘됐다.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냐?’

지금 중요한 건 나의 성장.

그리고 내 성장에서 중요한 건, 아까 말한 전류의 최대 수용량.

일렉트로 마스터에게 있어 전류의 수용량은 일종의 척도였다.

전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싸울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전격계 계열 헌터들의 등급들은 이 전류 수용량에서 갈리다 보니, 이걸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좋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짓거리를 하는 거지.’

나는 내 손끝을 바라봤다.

완전히 방전된 건지, 전류를 불러내고 싶어도 못 불러냈다.

그래도 방금의 그 짓을 한 덕에, 내 전류 수용량이 아주 약간이지만 증가한 듯했다.

‘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지.’

이 방식의 훈련을 꾸준히 하다 보면 나의 전류 수용량은 분명 늘어날 터였다.

그러니 전류의 수용량은 그렇다 치고.

‘전류의 활용에 관한 지식은 이미 머릿속에 다 있으니 이것도 그렇다 쳐. 그럼 남은 건… 전류의 위력이지.’

하지만 문제 몇 가지 있었다.

“돈이 많이 든다는 거지.”

전류의 위력을 올리는 방법 또한 매우 간단했다.

바로 고압의 전류를 온몸으로 맞는 것.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압의 전류를 맞은 뒤, 그걸 그대로 방출하는 식의 훈련을 해야 했다.

‘최서희 같은 경우에는 그냥 아예 공장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고압의 전류를 맞았지.’

그 외에도 피뢰침 위에서 번개를 맞거나, 고전압 배터리를 쓰는 등, 일렉트로 마스터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위력을 올렸다.

이게 가장 확실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의 문제는 아까 말했듯 돈이 많이 들었다.

‘고압의 전류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

최서희 같은 경우에는 집안에 나름 돈이 있었다.

그래서 그 돈을 이용해, 공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 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러지 못했다.

물론 B급에 오른 후부터는 돈방석에 앉았지만, 그전까지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성장의 초반에 제대로 된 기초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탓에 후반에 가서 훈련을 해도, 위력을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했어.’

그걸 전부 겪었기에, 나는 지금부터 그 기초를 탄탄히 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고압의 전류를 어떻게 구하냐.’

게이트 토벌을 몇 번 하면 돈이야 벌리겠지만, 그걸 전부 훈련하는 데 투자하면 곤란했다.

앞으로 유나에게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 이걸 여기다 전부 쓸 수 없었다.

‘근데 위력을 올리려는 시도가 의미 있으려나?’

나는 내 손끝을 바라봤다.

E급으로 태어난 탓인지, 내 전류는 태생적으로 약했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전생의 나는 위력보다 활용에 집중했다.

‘기초부터 다진다 해도, 위력이 과연 강해질까?’

아까 훈련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니, 이 방식이 내게 맞나 싶었다.

‘아니, 이 방식 자체는 틀리지 않았어. 위력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게 맞으니까.’

다만 역시 돈이 문제였다.

제대로 된 기초를 다지기 위해 고압의 전류를 꾸준히 공급받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그걸 대체 어떻게…….

“박유진? 너 무슨 일 있어?”

“음? 아, 너구나.”

언제 다가온 건지, 이민아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훈련하는 거 아니었냐?”

“하고 있었지. 근데 네가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서 뭔가 싶어서 온 거야.”

“별 것 아니야, 인마.”

나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일이 잘 안 풀리는 것뿐이거든.”

“일이 잘 안 풀리는 게 별일 있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나는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민아는 나름 진지하게 나를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 말만 해. 내가 도와줄게.”

“됐어. 네가 도와줄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다.”

“일단 말해 봐. 뭔데?”

이민아는 끈질기게 내게 물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돕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고압의 전류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방법이 있을까?”

“고압의 전류?”

“내 성장을 위해 필요하거든.”

“고압의 전류라. 으음, 글쎄. 내가 돈 좀 쓰면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을 텐데, 문제는…….”

“지속적으로는 힘들겠지.”

“으, 응. 내가 용돈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그걸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데에 쓰는 건 힘들 거야.”

“그렇겠지.”

예상하고 있었기에 실망은 하지 않았다.

“그럼 이민아. 혹시 너희 아버지 길드에 일렉트로 마스터 전용 훈련장 같은 거라도 있냐?”

“…잘 모르겠네.”

이민아는 잠시 속으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길드에 일렉트로 마스터 분들이 몇 분 계시기는 하는데, 그분들을 위한 전용 훈련장은 들은 적이 없어.”

“뭐,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이진성 성격상, 일렉트로 마스터들만을 위한 훈련장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되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중 하나가 부산에 있는 최서희를 찾아가는 것.

잘만하면 방학 동안 최서희에게 신세 져, 그녀와 함께 훈련을…….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최서희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구나.’

내가 갑자기 찾아가 아는 척을 하면, 최서희 입장에서는 어이없을 터였다.

그럼 이 방법 말고, 내 전류의 위력을 키울 방법이…….

‘…아, 하나 있구나.’

지속적으로 고압의 전류를 공급받는 것.

무슨 공장이니 발전소니, 그런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하나 있었다.

사실상 그 물건만 손에 넣으면, 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될 터였다.

‘근데 그거 해외에 있고, 그 원석은 분명 천둥새들이…….’

문제가 있다면, 그 물건을 얻기 위해 상당한 고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고생을 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일단 손에 넣으면, 여러 방면으로 써먹을 수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야, 이민아.”

“응?”

“이민아. 요즘 해외여행 가는 데 얼마 정도 드냐?”

“해외여행? 갑자기?”

이민아는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그녀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질문에 답했다.

“어디에 가냐에 따라 달라지지. 일본이나 동남아면 그렇게 안 비싸지만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미국까지 가는 데 얼마 필요할까?”

“으음, 글쎄? 그래도 요즘 디맨션 도어 비용이 많이 싸서, 왕복으로 대충 30만 원이면 될걸?”

“30만 원이라.”

적당한 가격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한 뒤, 주말 동안의 계획을 세우기…….

“박유진? 갑자기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왜 물은 거야? 그리고 미국이라면…….”

“아, 별 것 아니고. 미국에 하루만 다녀오려고. 거기서 얻고 와야 할 물건이 있거든.”

“뭔 물건인데 미국까지 가서 가져오겠다는 거야? 요즘 같은 시대에 해외 배송으로…….”

“배송 불가능한 물건이거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몬스터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물건인데, 그들이 퍽이나 택배를 붙여 줄 듯했다.

“미국 어디 가는데? 다, 다른 게 아니라, 미국은 넓잖아. 그래서 그냥 궁금해서 묻는…….”

“애리조나주. 거기 어딘지 알아?”

“미국? 애리조나? 야, 박유진. 그곳은 왜…….”

“애리조나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몬스터, 혹시 알아?”

“몬스터? 애리조나라면…….”

“천둥새는 들어 봤지?”

미국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몬스터 중 하나인 천둥새.

그들이 신성시하는 바위, 엔드리온의 일부를 받아 올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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