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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78화 (78/240)

78화

- 마하발 님. 동쪽, 서쪽, 북쪽 경계선에서는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 알겠다. 거기는 혹시 몰라 확인하라고 했을 뿐. 아무 이상 없으면 됐다.

-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하발 님? 남쪽 경계에 무언가 감지해 거기를 직접 갔다 오시는 길 아닙니까? 거기서 뭐라도…….

- 인간이 접근했을 뿐이었다. 내가 쫓아냈으니 걱정할 거 없다.

- 알겠습니다.

- 알겠으면 이만 가 봐라. 경계 소홀히 하지 말도록.

-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 지으며, 세 천둥새들은 다시 갈 길을 갔다.

그리고 그 모든 대화를 듣던 나는 마하발에게 넌지시 물었다.

“마하발. 혹시 부족에서 너의 위치가 어디쯤…….”

- 경계 대장이다. 영토의 경계선을 지키는 부족원들을 총괄하는 거지.

“아, 경계 대장.”

이미 알고 있던 것이기는 했지만, 나는 처음 듣는 척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러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천둥새들 사이에서 경계 대장은 상당히 높은 지위였다.

‘근데 그 엄청 높으신 천둥새와 이러고 있네.’

뭐, 근데 회귀하기 전에는 마하발과 더한 짓도 했었다.

아무래도 너무 자주 싸워서 정이라도 들었던 건지, 회귀 전에는 마하발과 나는 많이 친한 편이었다.

‘그나저나 천둥새들의 부족 체계 구성은 분명…….’

나는 내 기억들을 정리해 봤다.

부족에서 가장 높은 자리는 족장, 그다음이 여섯 마리의 원로들.

그리고 그 원로들 다음이 바로 경계 대장이었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너 대장이나 되는 거잖아? 근데 왜 직접 나서서 아까 나를…….”

- 그냥 순찰 중이었던 거다. 네놈을 거기서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지.

“그러니까 대장이나 되면서 왜 직접 순찰을…….”

- 모범을 보여야 다른 천둥새들이 나를 따른다. 그렇기에 대장이어도 직접 순찰을 도는 거지.

“으음, 그러냐?”

나는 대충 대꾸하며 피식 웃었다.

이 녀석은 지금이나 그때나, 성격이 참 한결같았다.

‘회귀 전에 안 죽이기 참 잘한 친구지.’

회귀하기 전의 내가 천둥새들을 토벌할 당시.

마하발은 가장 선두에 서서 나를 공격했고, 나는 당시에 마하발을 매우 쉽게 제압했다.

하지만 죽일 수 있었음에도 죽이지 않았다.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웠으니까.’

생각이 있고, 나름 융통성이 있었다.

나중에 도움이 될 듯해서 일단은 살렸고, 당시의 내 결정이 옳았다.

그 이후로 마하발에게 도움을 꽤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비슷할 듯했다.

지금 마하발과 친해져 놓으면,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뭐, 오늘 일이 잘 해결되면 앞으로 마하발을 또 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

회귀 전의 내가 천둥새들을 토벌하러 간 건, 천둥새들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인간들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공격을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루프티카의 병.

내가 루프티카의 병을 오늘 치료하면, 그런 사태 자체가 안 일어날 것이다.

즉, 내가 마하발을 또 보러 올 일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루프티카에게 접근을 해야 되는데, 그것부터가 쉽지 않네.’

루프티카는 인간에게 호의적이었지만, 여섯 원로들 중 몇 마리는 아니었다.

마하발까지는 어찌어찌 설득했지만, 그들을 설득하는 건 많이 귀찮을 터였다.

- 다시 꽉 잡아라. 바로 족장님의 거처로 가겠다.

이 말과 함께, 마하발은 저 높은 곳에 있는 바위산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천둥새들의 집들을 지나치며 날아갔고, 어느새 나와 마하발은 바위의 커다란 구멍 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바위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엄청난 넓이의 광장.

그리고 그 광장의 중앙에 푸른 빛을 내는 바위가 있었다.

‘저게 엔드리온이었지?’

천둥새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바위.

천둥새들이 나아갈 길을 보여 주는 바위라던데, 사실 그것까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중요한 건 저 바위보다, 그 바위 주위에 앉아 있는 천둥새들이었다.

‘저게 원로들이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섯 마리의 천둥새들.

그들은 열심히 전류를 뿜어내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하발의 위에 숨은 채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들려온 대화는 아래와 같았다.

- 그러니까 지금 인간들의 거주지를 습격해야지! 언제까지 기다릴 생각인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간들을 공격하는 순간, 우리 부족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이오.

- 그럼 족장님이 저 모양인데, 그냥 손 놓고 있자는 거요? 인간들에게 치료제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적어도 시도를…….

- 족장님을 살리기 위해 부족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 그걸 다들 잘 알지 않냐?

- 그럼 족장님은 죽게 내버려 둔다 말이오?

- 저울질을 잘 해야지. 어느 쪽의 무게가 더 큰지, 확실하고 신중하게 저울질을…….

여섯 원로들은 인간들을 습격할지 말지에 대해 회의를 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원로들 사이에 껴서, 말없이 앉아 있는 천둥새가 한 마리 있었다.

다른 천둥새들과 달리 화려한 장신구들을 몇 가지 장착한, 묘한 이질감을 주는 천둥새였다.

‘루프티카.’

이 천둥새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었다.

- …….

아무 말이 없던 루프티카는 갑자기 들어온 마하발을 놀란 눈으로 잠시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힘겹게 고개를 들며 전류를 내뿜었다.

- 다들, 잠시 이야기를 멈추도록 하세요.

족장의 말에 원로들은 일제히 대화를 멈추었다.

원로들 모두, 루프티카의 말에 경청하려는 분위기였다.

- 지금 예상치 못한 분이 온 거 같으니까요.

루프티카는 이 말과 함께 마하발을 가리켰다.

이에 원로들은 그제야 마하발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마하발?

- 마하발, 자네가 왜 여기에?

- 마하발. 자네가 아무리 경계 대장이지만, 회의 도중에 이렇게 들어오는 건…….

- 실례를 범한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한 사안이었기에, 무례를 무릅쓰고 이곳에 왔습니다.

마하발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에 루프티카는 괜찮다는 듯, 부드럽게 의사를 전했다.

- 괜찮아요, 마하발. 오히려 마하발이 여기를 왔다는 건, 그만큼 급한 일이라는 거겠죠.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후후. 그래서 무슨 일이죠?

- 족장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는 자가 있어, 데려왔습니다.

마하발은 고개를 돌려, 깃털 사이에 숨어 있던 나를 바라봤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루프티카와 원로들은 상당히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 마하발! 이게 무슨 짓인가?!

- 감히 인간을 이곳에 들이다니, 자네는 경계 대장 아닌가?

- 어떻게 루프티카 님 앞에 인간을!

원로들은 날개를 펼치며 나를 위협적으로 내려다봤다.

그리고 몇몇 원로들은 재빨리 루프티카 옆으로 가, 그녀를 지켰다.

다들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루프티카는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은 듯했다.

- 마하발.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 족장님! 들을 것도 없습니다! 마하발은 감히 인간을 이곳에…….

- 마하발은 이상한 생각을 하실 분이 아니에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저 인간을 데려온 것이겠죠.

루프티카는 이 말과 함께 마하발에게 다시 말했다.

- 그래서 마하발. 저 인간을 왜 데려온 거죠?

- 이 인간은 자기가 족장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례를 무릅쓰고 저는 이 인간을 족장님의 거처에 데리고 왔습니다.

마하발은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 원로들은 날개를 펄럭이며 나와 마하발을 노려봤다.

- 헛소리를 하는군! 저 인간이 어떻게 루프티카 님을 치료할 수 있다고!

- 그보다 인간 따위가 루프티카 님의 상태를 어떻게 아는 거냐? 딱 봐도 수상하지 않냐?

- 이런 인간이 루프티카 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건 누가 봐도 거짓인데, 마하발, 자네는 그런 거짓말에…….

아무리 봐도 원로들은 마하발의 말을 믿지 못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거짓말 아니에요.”

나는 전류를 불러내, 천둥새들의 언어로 말했다.

그러자 루프티카와 원로들은 아까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인간이 우리의 언어를?

-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인간 따위가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을…….

- …마하발. 설명해 보세요.

루프티카가 입을 열자, 다른 원로들은 바로 입을 닫았다.

- 대체 어떻게 이 인간이 우리들의 언어를 알고 있는 거죠?

- 이 인간의 말에 따르면, 가우타르 님께 배웠다고 했습니다.

- 가우타르 님이라. 확실히, 그분은 인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죠.

루프티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나를 바라봤다.

- 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군요. 우리들의 의사소통 체계는 인간이 이해할 만한 것이 아니에요. 이건 배운다고 인간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닐 텐데, 대체 어떻게…….

“제가 전류를 쓰는 것에 재능이 있는 인간이거든요.”

나는 피식 웃으며 루프티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에 원로들은 날개를 펼치며 나를 위협하려고 했지만.

- 괜찮아요. 이 인간에게, 흥미가 조금 생기네요.

루프티카는 힘겹게 몸을 이끌며 한 발자국 움직였다.

그러나 원로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인간이여.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 그보다 네놈이 어떻게 루프티카 님의 상태를 알고 있는 것이냐? 루프티카 님의 상태는 인간들이 알고 있을 정보가 절대 아니다.

“개인적인 비밀이니, 이해해 주면 고맙겠네요.”

- 뭐라고? 이 인간이 감히!

- 우리를 상대로 비밀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놔도 네놈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마당에…….

- 여러분, 괜찮아요. 진정하세요.

몇몇 천둥새 원로들이 진짜 나를 공격하려는 듯했지만, 루프티카가 빠르게 그들을 진정시켰다.

-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는 법이죠. 저희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죠.

- 하지만 루프티카 님, 이 인간은…….

- 괜찮아요. 말했듯이, 이 인간에게 흥미가 생기네요.

이 말과 함께 루프티카는 다시금 나를 바라봤다.

- 인간이여. 이름이 뭔가요?

“유진이라고 부르세요.”

- 유진. 좋은 이름이네요. 그래서 유진이여. 저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요?

“네, 가능해요. 그런 의미에서 루프티카 님.”

- 네?

“제가 감히 루프티카 님을 치료해 드려도 괜찮은지, 여쭙고 싶네요.”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천둥새들의 족장에게 말했다.

뭔가 지금 상당히 잘 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듯했다.

- 그건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

내 말에, 원로들 중 하나가 격노하며 외쳤다.

- 인간 따위가 감히 루프티카 님의 몸에 손을 대겠다고? 그게 무슨 망언인지 네놈은 아는 거냐?

“그럼 루프티카 님의 건강이 더 나빠지게끔 방치할 생각인가요?”

- 방치할 생각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방법을 찾을 거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에게 맡기는 짓은 절대 할 생각이 없다!

“…그런가요?”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 예상대로, 역시 일이 쉽게 진행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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