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82화 (82/240)

82화

전에 말했듯, 전류의 위력을 올리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그건 바로 고압의 전류를 온몸으로 맞아, 그걸 그대로 방출하면 됐다.

그걸 반복함으로써, 낼 수 있는 전류의 위력을 점차 높이면 됐다.

“…생각보다 힘드네.”

나는 현재 그걸 그대로 하고 있었다.

엔드리온이 날리는 고압의 전류를 온몸으로 흡수한 뒤, 그 위력 그대로 방출했다.

물론…….

“으윽?”

조금 많이 힘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 힘들다기보다는 아픈 것에 가까웠다.

‘엔드리온의 전류가 많이 강하기는 하네.’

일렉트로 마스터들에게 어지간한 전류는 안 통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전류는 통했다.

본인이 감당할 수준 이상의 고전압이면 아무리 일렉트로 마스터라도 전류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지금 엔드리온의 전류가 딱 그런 것이었다.

“더럽게 아프네.”

피부가 따끔거렸고, 두 다리가 흔들렸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중단하고 싶었지만, 이 정도는 버텨야 했다.

이걸 버텨 내야만,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말했듯, 나는 더한 것들도 겪었다.

파지지직—

나는 두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엔드리온은 고압의 전류를 계속 내 몸에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덕분에 상당한 고통이 수반됐지만, 나는 이 악물고 참았다.

그 상태로, 전류를 흡수하는 데 최대한 집중했다.

“…할 수 있어.”

아직 D급밖에 안 돼서 그런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전류는 그리 많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당장에 중요하지 않았다.

‘…됐다.’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전류의 최대량에 도달하자, 나는 내 안의 전류를 빠르게 모았다.

그런 후, 그 전류를 내 몸 밖으로 그대로 내보냈다.

원래의 위력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말이다.

파지지직—!

내가 날린 전류는 그대로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몇 분 전, 엔드리온이 사방에 날린 전류의 일부는 과녁을 일격에 파괴했다.

하지만 내 전류는 그러지 못했다.

이번에도 과녁에 커다란 금 하나를 낸 게 끝이었다.

‘…갈 길이 머네.’

내가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가려면, 앞으로 이런 훈련을 몇 년이나 더 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단시간에 강해질 거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알맞은 길을 가고 있냐는 것이었고…….

‘적어도 틀린 길은 아닌 거 같네.’

방금 전류를 날렸을 때 느꼈다.

내 전류가 평소의 위력보다 더 강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미약하지만, 더 강하기는 했다.

‘다시 해 보자.’

엔드리온은 계속 내게 고압의 전류를 내뿜고 있었다.

나는 다시금 그 전류를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흡수한 전류를 원본의 위력 그대로 과녁을 향해 날렸다.

쾅—!

큰 폭발음과 함께, 과녁의 금이 더 벌어졌다.

이번에도 과녁을 부수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번에도 확실히 느꼈다.

‘조금씩 강해지고 있어.’

내 예상대로 이 방법이 내가 강해지는 길이 맞았다.

이 훈련을 반복하면, 나는 분명 회귀 전보다 더 강해질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이 훈련을 반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효율적이지 않았다.

이것과 관련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야, 이민아. 준비됐냐?”

“준비되기는 했는데……. 솔직히 이거 굳이 해야 되냐?”

이민아는 긴가민가하다는 표정이었다.

“너랑 또 대련해 봤자 어차피 또 내가 질 거 아니야?”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내 목에 걸려 있던 엔드리온의 조각을 꺼내 들며 말했다.

“왜냐하면 이걸 이용하면서 싸울 것이거든.”

“…그럼 더 의미 없는 거 아니냐? 너 아까 저걸로 백만 볼트 같은 날리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솔직히 그거 제대로 맞았다간 나 바로 쓰러질 거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지.”

나는 엔드리온이 뿜어내는 전류들을 다시 흡수했다.

그러자 온몸의 근육들이 아려 오기 시작했다.

“이거 쓰면 내 몸이 많이 둔해지거든.”

“둔해진다니?”

“말 그대로야. 이걸 쓰면 평소 속도의 절반밖에 못 내거든.”

엔드리온의 힘이 너무 강력해 생긴 부작용이었다.

보통의 일렉트로 마스터조차 못 버티는 고압 전류인데, D급 헌터인 내가 그 힘을 온전히 받아 내기 힘들었다.

“이걸 내가 전투에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궁금하거든. 그런 의미에서 한번 붙어 보자고.”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저 전기에 맞을 나도 걱정되지만, 너도 괜히 그거 쓰다가 다치는…….”

“그러니까 진짜 괜찮은지 확인해 보자는 거지. 너에게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테니까, 어서 들어와 봐.”

“하아아아, 그래. 그럼 누가 다치든 간에, 네가 책임지는 거다. 알겠지, 새끼야?”

“야, 왜 내가 모든 책임을…….”

“이야야야야!”

이민아는 내게 말할 틈도 안 준 채, 바로 늑대인간 형태로 변신해 돌진해 왔다.

‘그사이에 더 빨라졌네.’

더 이상 B급 헌터라 보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나는 더 빠른 적들도 많이 상대했기에, 저 정도의 속도는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다.

…평소라면 그랬을 터였다.

“으윽?”

내가 움직이려고 하자, 온몸의 근육들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아니, 아프다기보다는 근육들이 굳어 버린 느낌이었다.

‘엔드리온……. 이거 실전에서 쓰기 힘들겠네.’

못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나도 느렸고, 심지어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아팠다.

‘엔드리온의 전류를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방법을 아직 모르네.’

전류를 쓰거나 쓰지 않는다.

중간이 없던 탓에, 이 돌멩이를 쓰는 것도 극단적인 선택지들밖에 없었다.

그래도 당장은 쓰는 쪽을 선택했다.

어차피 지금은 이 돌멩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민아는 지금 어떻게 상대해야 되냐?’

어느새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이민아를 바라봤다.

지금의 이 몸으로 평소처럼 피하는 건 무리였다.

아무래도 전투 스타일을 조금 다르게 해 볼 필요가 있었다.

파지지직—!

엔드리온 덕에 내 안에 쌓인 엄청난 양의 전류.

그 전류의 일부를 방출해, 내 몸 주위에 둘렀다.

진짜 말 그대로 일부만 방출한 것이었는데.

“우와왁?! 야! 가, 갑자기 뭐냐고?!”

이민아를 뒤로 물러나게 할 수 있었다.

아니, 물러나게 한 정도가 아니었다.

“아으으, X발. 이거 X나 아픈데?”

이민아의 양팔에 약한 화상이 입혀져 있었다.

늑대인간의 유전자 덕에 이민아는 어지간한 전류로는 화상을 못 입히는 편이었다.

그러나 방금, 엔드리온이 제공한 전류의 극히 일부만을 썼는데 이민아에게 화상을 입혔다.

‘엔드리온이 세기는 세구나.’

이 작은 돌멩이가 지닌 위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나는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다.

그나저나 이민아는 괜찮은…….

“X발. 뭔가 오기가 생기네. 야, 박유진! 이제부터 제대로 할 거니까 각오해라!”

…아주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생기와 열정이 넘치는 듯했다.

‘흠, 회귀 전의 스타일로 한 번 싸워 볼까?’

회귀 전, A급 시절.

나름 전류를 넘치게 쓰던 당시, 내가 싸우던 스타일이 하나 있었다.

…사실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싸우기 귀찮을 때 대충 처리하기 위해 쓰던 방식이었다.

파지지직! 파직!

“아아악!? 야! 갑자기 전기를 날리면…….”

“뭘 이 정도 가지고.”

나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이민아에게 전류를 날렸다.

평소라면 내 전류쯤은 이민아가 그냥 맞으며 돌격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엔드리온으로 강화된 내 전류는 이민아가 무시 못 할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X발! 우왓?! 야! 박유진! 너 움직이는 척이라도 해, 새끼야!”

“못 움직이는데 어떻게 움직이냐?”

“아니, 그러니까 움직이는 척이라도 해! 너 대충 싸우니까 뭔가 기분 나쁘다고!”

자리에 고정된 채, 손만 대충 휘두르며 전류를 날렸다.

나의 이 모습을, 이민아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듯했다.

그리고 솔직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이건 잡졸들을 대충 날려 버릴 때 쓰던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뭐, 그건 그렇고. 앞으로 고정 포대 같은 역할도 맡을 수 있겠네.’

엔드리온의 힘과 함께라면, 엄청난 화력의 원거리 딜러 역할도 수행 가능할 듯했다.

물론 나는 암살자라 앞으로도 근접 딜러를 더 선호하겠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다양한 건 좋았다.

‘흐음, 근데 굳이 고정 포대가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고, 나는 그걸 바로 실행에 옮겼다.

“엔드리온. 잠깐만 멈춰 봐.”

우웅.

내 말에 엔드리온은 진동과 함께 전류의 방출을 멈췄다.

“내가 다시 신호를 보내면 그때 다시 움직여, 알겠지?”

우웅—

푸른 돌멩이는 진동을 통해 긍정의 의미를 내게 보였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금 이민아를 바라봤다.

“해 보자.”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이민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엇?”

제자리에서 전류만 쏘던 내가 갑자기 움직이자 이민아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민아를 향해 자바니아를 휘둘렀다.

물론 이민아는 놀란 와중에도 내 공격을 막았지만 말이다.

“야! 갑자기 움직이는 거 뭔데?!”

“아까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지 않았냐?”

나는 이민아에게 자바니아를 또다시 휘둘렀다.

하지만 그 공격도 실패하자, 나는 재빨리 이민아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 이민아를 향해 와이어를 날렸다.

“읏? 내 팔을…….”

와이어는 이민아의 왼팔을 휘감았다.

하지만 이민아는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야, 박유진. 네가 힘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이민아는 이 말과 함께 와이어를 끌어당겼다.

그녀보다 힘이 약한 나는 당연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걸 노리고 있었다.

“이민아.”

“에?”

“적도 봐 가면서 끌고 오는 게 좋아.”

이민아가 내게 날리는 주먹을 피하며, 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후, 내 목에 걸린 푸른 돌멩이를 바라봤다.

“엔드리온. 지금.”

엔드리온의 조각에 다시금 전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엔드리온은 바로 고압의 전류를 내 몸 안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엇?”

“좀 많이 아플 거다.”

나는 전류를 오른손에 모으기 시작했다.

‘이 방법도 나쁘지 않네.’

엔드리온의 힘없이, 평소처럼 암살자 스타일로 싸운다.

그리고 적을 마무리하는 용도로 엔드리온의 힘을 잠깐만 쓴다.

나쁜 방법이 아닌 듯했고, 실제로 지금 이민아에게 먹혔다.

그걸 그대로 이민아를 향해 날릴…….

“어억?”

날리지 못했다.

도중에 엄청난 현기증과 함께, 내 온몸의 힘이 풀렸다.

“으으, 이건 또 뭔…….”

“야! 괜찮아?!”

내가 휘청거리자 이민아는 바로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손을 들어, 그녀를 멈춰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 봐. 이 전류들만 없애고. 야, 엔드리온. 다시 멈춰.”

내 몸을 감싸는 엔드리온의 전류들을 없앤 후, 다시 다가와도 된다고 이민아에게 손짓했다.

“너 일단 자리에 앉고, 자. 혹시 앞이 잘 안 보이던가 하는…….”

이민아는 내 곁에 다가와 몸을 낮추었다.

“너 몸 많이 아파? 지금 바로 병원에…….”

“나 괜찮아. 인마.”

나는 천천히 몸을 다시 일으키며 대꾸했다.

“오랜만에 무리한 것뿐이니까.”

“애초에 몸을 왜 무리하게 굴리는 건데? 너 그러다가 큰일 날 수도 있는 거 몰라?”

이민아는 나를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저 피식 웃었다.

“원래 강해지려면 무리를 해야 하는 법이야.”

“너 그러다 골로 간다, 새끼야.”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무리를 자주 하다 보면, 골로 가는 건 순식간일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체력적인 문제가 크기는 하네.’

엔드리온의 조각이라는, 고압 전류 공급원을 얻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 몸이 엔드리온의 힘을 감당 못 하는 듯했다.

정확히 말해, 약 5분 정도까지는 버틸만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내 체력이 엔드리온을 못 버텼다.

‘이번에는 체력을 늘릴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엔드리온을 활용해 보다 더 강해지려면, 그걸 반드시 해야 할 듯했다.

다만 문제는 체력을 단기간에 늘릴 방법이 확실치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회귀하기 전의 기억들을 뒤져 보면 몇 개는 나오겠지만, 세세한 기억들은…….

우웅.

“음?”

속으로 고민하던 중, 내 목의 푸른 돌멩이가 다시금 진동했다.

이번에는 뭔가 싶어서 그 작은 돌멩이를 바라봤는데, 그 순간.

“…어?”

내 눈앞에 환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