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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91화 (91/240)

91화

* * *

상당히 더운 7월 중순의 아침.

나는 뜨거운 아침 햇살과 함께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오빠, 내일부터 일주일간 헌터 대전인가 뭔가, 그거 한다고 했지?”

“응, 내일부터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헌터 대전.

전날이니만큼, 최종적인 준비를 하러 나갈 생각이었다.

“그럼 내일 나 구경하러 가도 괜찮아? 참가자 가족이면 공짜로 구경하러 가도 된다며?”

“상관없기는 한데, 굳이? 게다가 그 막 피 튀고 난리도 아닐 텐데, 괜찮겠냐? 좀 징그러울 수도 있거든.”

“에이, 괜찮아. 나 이제 애도 아닌데, 그런 걸로 겁 안 먹어.”

“말은 잘해요. 그리고 너 애 맞아. 중1이면 아직 어린애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방학은 보낼 만하냐? 너 방학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됐나?”

“일주일도 안 됐어. 그리고 방학에 뭐 특별한 게 있겠어? 그냥 공부나 하면서 시간 보내야지.”

“그러고 보니 너 무슨 화학 공부한다고 했나?”

“포션 제조학. 공부까지는 아니고,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야.”

“포션 제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회귀하기 전의 유나는 그런 것에 관심을 아예 보인 적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회귀 전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의 내가 워낙 바빠서 몰랐던 것일지도 몰랐다.

“혹시 진로를 아예 그쪽으로 잡아 보게?”

“글쎄.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 봤는데… 아마 힘들지 않을까? 포션 제조학, 그거 한국에서 최상위권 대학들에서밖에 안 가르치거든.”

“그러냐? 으음,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 학교에도 포션 제조학과가 있던 거 같은데.”

“고연대는 당연히 있겠지. 거기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인데.”

“그럼 너도 여기 입학해라. 나도 입학했는데, 너라고 못 할 것도…….”

“나 오빠보다 머리가 안 좋아.”

유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이건 오빠가 이상한 거야. 고등학교 때 알바하는 데 시간 다 썼을 텐데, 어떻게 내신과 수능에서 죄다 1등급을 맞은 거야?”

“다 1등급은 아니었어. 나 수능 볼 때 사탐에서 하나 틀려서 2등급 맞았을걸?”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여러모로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 말에 유나는 나를 째려봤다.

“기만자. X나 비틱하네.”

“…유나야.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니?”

“하아아. 됐어. 그냥 오빠 X나 부럽다고.”

“별것 아니라니까. 아니면 뭐, 학원이라도 알아봐 줄까? 아니면 인강? 그거 듣게 노트북이라도…….”

“됐어. 돈도 없는데, 그런 걸 어떻게 해.”

“아니면 내가 직접 과외라도 해 줘? 수능 본 지 좀 됐지만, 다시 공부하면 너 가르치는 것쯤은 가능할걸?”

“음, 그건 나쁘지 않을지도.”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학원이니 노트북이니, 그런 거에 돈 쓰지 마. 차라리 그 돈으로 에어컨이나 새로 사자. 솔직히 요즘 밤에 더워 뒤질 거 같아.”

“하기야, 요즘 많이 덥기는 하더라.”

“그러니까. 나 어젯밤에도 더워서 잠 깼다니까.”

유나는 선풍기 앞에 앉으며, 바람 세기를 약풍에서 강풍으로 바꾸었다.

“됐고, 오빠 오늘도 잘 갔다 오고 이따 저녁에 보자.”

“알겠어.”

나는 대답과 함께 외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외출 준비를 하던 중, 유나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근데 오빠 오늘 민아 언니 11시에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 거치고는 되게 일찍 나가는 거 같은데?”

“아. 걔 만나기 전에 만날 사람이 있거든.”

“응? 누구?”

“너도 아는 사람이야. 전에 우리 집에서 요리해 줬던 분, 기억나냐?”

* * *

“박유진 씨를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 같네요.”

“오랜만에 보는 거 맞죠. 제가 방학 동안 좀 바빴거든요.”

고연대학교 근처의 카페 안.

나는 주하나와 함께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박유진 씨.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저를 부른 이유가 혹시 있나요?”

“그냥 말 그대로 오랜만에 주하나 씨 얼굴 좀 보고 싶었거든요.”

나는 피식 웃으며, 하얀 머리의 힐러에게 대꾸했다.

“암시장에 가서 나름 생사를 같이한 사이인데, 못 만난 지 꽤 된 거 같아서요.”

“그쵸. 저희 나름, 생사를 함께했죠.”

주하나는 어째서인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아마 더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건 그렇고, 방학 동안 바쁘셨다고 했는데, 역시 헌터 대전 준비 때문에 바빴던 거죠?”

“네, 그것 때문에 거의 한 달 가까이 고연대 훈련장에서 살다시피 했죠.”

“성과는 있었나요?”

“으음, 없지는 않았죠.”

나도 강해지고, 이민아도 탱커로서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래서 반쯤 농담으로 했던, 헌터 대전의 우승을 진짜 노려볼 법도 했다.

“잘됐네요. 그나저나 헌터 대전이 내일이라니. 시간이 참 빠른 거 같아요.”

“그렇기는 하죠. 혹시 내일부터 주하나 씨도 바빠지는 건가요?”

“네. 내일부터 이 학교 의료팀에서 일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저뿐만 아니라, 저희 길드도 바빠질 거예요.”

“헌터 대전에서 학생들 스카우트한다고 했죠?”

“네. 근데 스카우트를 저희 길드만 하는 게 아니라, 전국 곳곳의 길드들이 와서 할 거라. 아무래도 신생 길드인 저희가 뭘 하기에 힘들겠죠.”

“잘 될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고마워요.”

주하나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런 의미에서, 박유진 씨도 이번 헌터 대전, 잘 될 거예요.”

“잘 돼야죠. 한 달 동안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아쉽겠죠.”

“에이, 박유진 씨 정도면 우승은 쉽죠. 열심히만 하면 될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열심히 하다가 다치면 안 돼요. 저번처럼 다친 채로 의료실에 오면 저 놀란다고요.”

“그럴 일은 또다시는 없을 거예요. 아마도.”

지난번 예선 때 탈진했던 건, 이민아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이민아의 부족한 부분들을 메꾸기 위해, 내가 무리해서 힘을 썼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지.’

한 달 동안 나와 훈련한 결과, 이민아의 실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전투에서 1인분 이상을 확실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는 건…….

‘나도 마음 편히 내 전력을 낼 수 있다는 거지.’

예선전 때의 나는 내 전력을 못 냈다.

하지만 이민아가 더 이상 내 발목을 안 붙잡을 예정이었다.

즉, 이번 헌터 대전 때, 나는 내 온 힘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아무튼, 주하나 씨. 내일부터 저희 둘 다 파이팅 하는 걸로 하죠.”

“네, 같이 힘내도록 해요.”

주하나는 하얀 머리카락을 목 뒤로 넘기며, 내게 미소를 지어 줬다.

* * *

주하나와 이야기를 마치고 헤어진 뒤.

나는 바로 고연대학교의 훈련장에 갔다.

11시에 맞춰 딱 도착했고,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던 이민아는…….

“좋았어! 빨리 시작하고 끝내자! 오늘 마지막 훈련이지? 내일부터 헌터 대전이니까, 이거 안 해도 되는 거지? 그치?”

“그렇기는 한데, 나랑 같이하는 훈련이 그렇게 싫었냐? 너무 좋아하는 거 같은데.”

“너 같으면 매일 같이 맞고 구르는 게 좋겠냐? 무, 물론 너랑 같이 있는 건 싫지 않았어! 그냥 네가 내게 시키는 것들이 너무 빡셌던 거야.”

“그래도 네 실력은 많이 늘었잖아, 안 그래?”

“…그건 부정 못 하겠네.”

이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다리를 늑대인간의 것으로 변신시켰다.

그러면서 그녀는 주먹과 다리를 휘둘렀는데, 한 달 전보다 훨씬 유연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1년 동안 길드에서 훈련받은 것보다… 지난 한 달 동안 너에게 훈련받아서 더 많이 성장한 거 같아.”

“그러냐?”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실전 위주로, 그리고 속성으로 이민아를 훈련시켰다.

그러다 보니 짧은 기간 동안 실력이 빠르게 늘었을 것이었다.

“뭐, 됐고. 오늘은 훈련 빡세게 안 할 거니까 걱정 마. 그냥 간단히 몸만 풀고, 나머지 시간은 최종적인 작전 회의를 할 거니까.”

“작전 회의라면…….”

“몬스터 잡는 것과 팀전. 거기서 우리가 준비한 전략 있잖아. 그거 최종적으로 점검하자는 거지.”

“으음, 알겠어. 하지만 어쨌든, 훈련을 먼저 하자는 거지?”

“그치.”

나는 대꾸한 뒤, 훈련장에 과녁 하나를 불러냈다.

파지지직—!

그리고 그 과녁을 향해 내 전류를 날렸다.

쾅—!

과녁은 박살 나지는 않았지만, 한 달 전보다 더 큰 금이 생겼… 아니, 사실상 두 동강 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전류의 위력도 착실히 강해지고 있네.’

이민아뿐만 아니라, 나 또한 강해졌다.

엔드리온의 조각과 이 검은 보석이 박힌 반지.

그 두 아이템 덕이 꽤 컸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아마 이번 헌터 대전에서 확실히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좋아. 이민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 지금까지 했던 것들, 한 번씩 간단히 하는 걸로, 오케이?”

“응, 골렘들 소환해?”

“가장 큰 놈 한 마리로.”

나는 피식 웃으며 자바니아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나와 이민아는, 헌터 대전을 위한 마지막 훈련 시작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다음 날이 되었다.

다음 날, 그러니까 헌터 대전이 개막하는 날이 되었다.

“올해도 고연대학교의 헌터 대전을 보러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대전에 참가하는 자랑스러운 고연대학교의 학생들을 소개…….”

고연대학교에 위치한 엄청난 크기의 스타디움.

어지간한 축구장보다 훨씬 넓은 건축물이었다.

“이쯤 되면… 대체 이 학교에는 없는 게 뭘까?”

“어지간한 건 다 있을걸?”

스타디움의 대기실 안에서, 내 옆에 있던 이민아가 말했다.

“우리나라에 헌터학과가 별로 없잖아. 그래서 아마 우리 학교는 정부에서 지원금 엄청 받았을걸? 그 돈으로 학교에 별것 다 짓고.”

“지원금을 얼마나 받았으면 이런 스타디움까지 짓는 거냐?”

나는 헛웃음과 함께, 대기실의 중계 화면으로 보이는 스타디움을 바라봤다.

수천에 가까운 사람들이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으으. 뭔가 긴장되네. 박유진, 너는 긴장 안 되냐?”

“으음, 딱히?”

이미 더한 것도 겪어서 그런지, 이런 것 갖고는 긴장이 전혀 안 됐다.

그리고 지금 그것보다.

“야, 저기에 앉은 분. 네 아버지 아니냐?”

“어? 어어어, 마, 맞는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이 오늘 온다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마 당연히 왔을 거다.”

이민아의 가족은 이런 경쟁에 나름 진심이었다.

그래서 막내딸의 이런 대회를 당연히 보러 왔을 터였다.

‘그나저나 이진성이라…….’

덩치가 커, 관객석에서 상당히 눈에 띄는 남자.

이 남자 앞에서 재주를 부리자니, 뭔가 마음이 걸렸다.

‘뭐, 이진성은 그렇다 치고. 유나도 오늘 온다고 했으니 관객석 어딘가에 있겠지. 그리고…….’

나는 다시금 중계 화면을 살폈다.

이진성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는 곳.

거기서 별로 안 떨어진 곳에 익숙한 붉은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여유롭고 태연히, 캔 맥주를 마시는 붉은 머리의 여인이 말이다.

‘저 누님은 또 왜 온 거냐?’

나는 하세리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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