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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93화 (93/240)

93화

【 트라우마 】

“이런! 3번 팀! 결국 제한 시간 내에 슬레이프닐을 못 잡았습니다. 결국 몬스터를 잡은 팀은, 현재까지 2팀이 유일한…….”

대기실 안, 나는 이민와 같이 3번 팀의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3번 팀, 그러니까 일곱 명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그 팀은 다리가 여덟 개 달린 말을 결국 못 잡았다.

‘슬레이프닐. 5급 위험도이기는 한데, 쉽게 잡을만한 몬스터는 아니지.’

덩치도 문제였지만, 저 말은 힘이 무지막지했다.

탱커의 근력이 어지간히 뛰어나지 않는 이상, 슬레이프닐의 돌진 받아 내기란 어려웠다.

‘그런 탱커가 이 학교에 있을 리가 없지.’

헌터학과 학생들은 전부 헌터 자격증을 받은, 일단 정식적인 헌터는 맞았다.

하지만 아직 실전 경험이 다소 부족했다.

그런 학생들 사이에서 슬레이프닐의 돌진을 막을 학생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의 이민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한 달간 빡세게 구르고 온 참이라, 슬레이프닐의 돌진 정도는 받아 낼 법도 했다.

하지만 그건 이민아처럼, 그러니까 B급 헌터는 되어야 가능한 거지, 보통의 학생들에게 무리였다.

“이제 우리 차례네?”

“그러네.”

나는 내 옆에 있던 이민아에게 대꾸했다.

“근데 방금 안 사실인데, 각 팀이 싸워야 하는 몬스터가 전부 다른가 봐? 아까 1팀은 모스라, 2팀은 스킬라, 3팀은 방금 슬레이프닐을 상대했잖아.”

“맞아. 각 팀마다 싸워야 하는 몬스터가 전부 다르게, 랜덤으로 배정되는 거야.”

“그럼 10팀이니까, 몬스터를 열 마리나 준비한 거야?”

“듣기로는 이희나 교수님이 매년 인맥들을 동원해서 어찌어찌 준비한다더라.”

“…그분은 볼 때마다 대단하네.”

솔직히 이희나 정도면, 국내 교수가 아니라 세계에서 놀아야 될 인재인 듯싶었다.

“아무튼, 우리가 무슨 몬스터를 상대할지 모른다는 거지?”

“그치. 방금 말한 것처럼, 이건 팀마다 랜덤으로 정해 주는 거니까.”

“뭐, 그런 거라면 그냥 상황에 맞게 대처를…….”

이민아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대기실 안으로 대회 관계자가 들어왔다.

“4번 팀! 4번 팀 준비해 주세요! 박유진, 이민아. 두 분, 5분 뒤에 출전입니다!”

“네, 바로 준비할게요!”

나는 간단히 대꾸한 후, 다시금 이민아 쪽을 바라봤다.

“슬슬 출발하자. 준비됐지?”

“내가 뭐 준비할 게 있나? 나는 너처럼 무기니 장비니, 그런 거 안 쓰잖아. 그냥 맨몸 하나면 되는…….”

“그런 준비 말고. 마음의 준비가 됐냐는 거지.”

“아, 뭘 그런 걸 묻냐? 그런 거야, 진작에 준비됐지.”

이민아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나를 올려다봤다.

“너랑만 있으면, 나는 무슨 일에든 준비가 된 상태니까.”

“…준비됐으면 됐다.”

나는 이민아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내 물건들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단검 있고, 와이어 있고…….’

코트의 단추를 잠그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보자. 그리고 이민아.”

“응?”

“우리 우승 꼭 하는 거다, 알겠냐?”

“당연한 걸 말해, 새끼야.”

이민아는 행복하다는 미소와 함께 나를 따라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 * *

대기실을 나와, 경기장으로 가자,

“…사람들이 많기는 하네.”

관객석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대충 봐도 만 명은 넘는 듯했다.

“으으, 야. 박유진. 나 이제야 조금 긴장되는데?”

“긴장할 거 없어. 그리고 사람들에게 집중하지 마. 싸우는 것에만 집중해.”

나는 내 옆의 이민아에게 대충 대꾸하며, 관객석을 둘러봤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저 자리쯤에…….

‘아, 저깄네.’

나는 저 멀리 앉아 있는 유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내게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뭐라 외치는 거 같았는데, 거리가 있어 잘 안 들렸다.

유나에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맙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어 줬다.

그런 후, 계속해서 관객석을 둘러봤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광경이 있었다.

‘저 두 사람, 저렇게 친했었나?’

거구의 남자와 붉은 머리의 여자.

그러니까 이진성과 하세리가 같이 관객석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야 원래 서로 알고 있었겠지만, 저렇게 친할 거라고는 생각을…….

“4팀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장 중앙으로 가 주세요.”

“아, 네. 야, 이민아 가자.”

“응!”

이민아는 나와 함께 거대한 스타디움의 중앙으로 갔다.

“자, 이제 4번 팀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몬스터의 사냥에 성공한 팀은 2팀, 단 한 팀뿐. 과연 4팀은 두 번째로 성공한 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4팀은 헌터 대전 역사상 처음으로 단 두 명으로 이루어진…….”

스타디움 전체에 울려 퍼지는 사회자의 목소리.

거기다 주변의 관객석 때문에 많이 시끄러웠지만, 이 정도 소음은 전투에 큰 지장은 안 줄 듯했다.

“이민아.”

“어?”

“한 달 동안 연습한 거 기억하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동안 했던 대로만 하는 거야. 오케이?”

“야, 너무 걱정하지 마, 새끼야. 나 이제 1인분 하는 거, 너도 알잖아.”

“그래도 긴장은 하지 마. 평소의 실력이 안 나올 수도 있으니까.”

이 외에도 이민아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말들을 전부 해 줄 틈이 없었다.

“그럼 4팀의 경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우리 바로 앞의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그 마법진에서 몬스터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의 머리에, 사자의 몸, 드래곤의 날개, 그리고 전갈의 꼬리를 가진 기괴한 몬스터였다.

“박유진, 이건…….”

“만티코어. 4급 위험도의 몬스터야.”

아니, 근데 이건 말이 4급이지, 실전에서는 거의 3급에 맞먹는 몬스터였다.

대체 이딴 몬스터를 어떻게 데려왔고, 이걸 우리 보고 상대하라는 건 대체…….

- 끼에에에엑!

…그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후우우우. 자, 박유진. 나 이제 정면으로 들어갈 테니까, 너는 옆에서…….”

“긴장하지 마. 너무 깊게 생각하지도 말고.”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며, 이민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 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지 마. 적어도 나랑 있을 때는 실수해도 괜찮아. 네 실수를 내가 전부 커버 쳐 줄 테니까.”

“하지만…….”

“평소대로. 거기다 마음 편하게. 알겠지?”

“…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리며, 달려나갈 준비를 했다.

“파이팅이다.”

“…응! 알겠어!”

이민아는 여전히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아까 전보다는 한결 밝아진 분위기였다.

그렇게 이민아는 늑대인간 폼으로 변하며 먼저 만티코어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뒤따라갔다.

* * *

만티코어.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였고, 특히 그 전갈 꼬리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물론 사람을 죽일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코끼리 하나를 바로 마비시킬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만티코어는 어지간한 헌터들도 쉽게 상대할 만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와 이민아는 그 만티코어를 쉽게 상대하고 있었다.

“야! 내가 어그로 다 끌고 있어! 너는 어서 저놈 꼬리를…….”

“이미 하고 있어, 인마.”

나는 만티코어의 뒤를 급습해, 자바니아로 꼬리의 침을 베었다.

- 끼에에엑?!

고통스럽게 울려 퍼지는 만티코어의 비명.

일단 이걸로, 만티코어의 가장 큰 무기인 독을 제거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이 앞으로 쉬워질…….

“죽어! 이 새끼야!”

…아니, 더 쉬워질 것도 없이, 이미 일이 쉬웠다.

나는 뭐 특별히 하는 게 없는데, 이민아 혼자서 다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네.’

방학 동안 이민아를 빡세게 훈련시켜서, 그녀의 실력이 좋아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민아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요소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실력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몰랐는데…….

‘이 정도면……. 올해 안에 A급도 가능하겠는데?’

그때 놀이공원에서 늑대인간의 본능을 깨달은 덕인지, 이민아의 실력은 전과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힘과 속도 등,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상승한 건 기본.

거기다 전투에서 쓰는 기술들 하나하나가 전부 유연했다.

만약 내가 이민아와 지금 다시 싸우라 하면, 나는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는…….

- 끼에에엑!

“…에라이.”

너무 한눈팔고 있었다.

이민아가 싸우는 걸 지켜보다가, 만티코어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 걸 못 봤다.

- 끼아아아!

만티코어는 나를 물어뜯기 위해, 입을 벌리며 머리를 내밀었다.

치명상은 피할 수 있겠지만, 물리는 건 각오해야 할 거 같은…….

“야! 너 뭐 해?!”

“음?”

“아야야야! 아으. 야! 너 왜 한눈파는 거냐, 새끼야?”

공격당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민아가 내 앞으로 몸을 날려, 나 대신 공격을 맞아 줬다.

“이거 놔, 이 개새끼야!”

만티코어는 이민아의 팔을 세게 물었지만, 이민아는 늑대인간이었다.

겨우 그 정도 갖고, 늑대인간의 신체에 상처가 날 리 없었다.

“…그대로 있어 봐.”

나는 재빨리 움직여, 자바니아로 만티코어의 왼쪽 눈을 베었다.

그러자 만티코어는 비명과 함께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으으, 별것도 아닌 게. 야, 그보다 박유진. 너 괜찮아? 너 아까 갑자기 멍 때렸잖아. 뭔 일 있는 거…….”

“뭔 일 없어. 그냥 놀란 거였어. 네가 너무 잘 싸워서.”

“그, 그래?”

“그리고 방금도 놀랐어. 네가 와 줄 거라고 생각 못 했거든.”

“내가 탱커니까 당연히 대신 맞아 줘야지. 이런 상황을 위해 한 달 동안 나를 훈련시킨 거잖아.”

“연습했던 걸 실전에서 그대로 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 하지만 너는 방금 그걸 해냈어.”

엄청 잘한 거지, 라고 나는 진심으로 칭찬했다.

평소처럼 말했던 것이었다.

그랬던 것뿐인데.

“어, 어어. 고, 고마… 으읏.”

어째서인지 이민아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이민아?”

“하아, 하아.”

약간이지만 그녀의 눈빛에 야생 늑대인간의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어째 얼굴을 내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 끼아아아악!

그사이에 정신을 차린 건지, 만티코어는 다시금 포효를 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에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금 싸울 준비를 했다.

“이따 이야기하자.”

“…어?! 어엇? 어? 어… 아! 어, 그, 그래! 아, 알겠어!”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이민아는 내 말에 정신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내가 이번에도 먼저 들어갈게. 네가 측면에서 공격해 줘.”

“…알겠다.”

그나저나 방금 이민아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무언가 이상했다.

마치 회귀하기 전, 이민아가 내게 트라우마를 남겼던 그때와 비슷한…….

‘후우우. 아니다. 이런 건 지금 생각하지 말자.’

나는 먼저 달려나간 이민아의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당장은 저 만티코어를 잡는 게 먼저였으니 말이다.

* * *

한편, 그 시각 관객석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와, 저 코트 입은 놈 뭐냐?”

“그냥 날아다니는데?”

이민아의 엄청난 신체 능력도 감탄할 만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박유진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박유진의 현란한 움직임은 너무나도 이목을 끌었다.

“와이어로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 거지?”

“근데 와이어 쓰는 애, 아까 D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게 어딜 봐서 D급이야?”

“싸우는 것만 보면 절대 D급이 아니야.”

만티코어에게 단 한 번의 공격도 허락하지 않은 채, 와이어를 타고 움직이는 박유진.

그 광경을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고.

“진짜 두 명에서 저걸 잡는다고?”

“만티코어는 솔직히 우리 길드 애들 몇 명 데려와도 잡기 힘들지 않냐?”

“이민아였나? 쟤는 이진성 딸이라 못 건든다고 쳐도, 저 남학생은 한 번 연락해 볼 만한…….”

그 사람들 중, 길드 관계자들도 다수가 있었다.

항상 인원이 부족한 헌터 바닥이었기에, 박유진이라는 인재의 등장에 다들 눈에 불을 켰다.

“하, 거 참. 박유진 씨 데려가는 거 이미 늦었는데.”

그리고 하세리는 그 광경에 피식 웃었다.

“사람들은 그걸 모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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