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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07화 (107/240)

107화

“그러니까 우리가 결승에서 붙을 팀이 5팀이라는 거지?”

“응, 5팀. 걔네들이 결승이 올라왔다더라.”

선수 대기실에서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이제 슬슬 다음 경기, 그러니까 결승이 시작된다고 했다.

“5팀이라면……. 그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 맞지?”

“걔네 맞아. 우리 다음으로 인원수가 가장 적은 팀이었거든.”

“그 팀이라면…….”

나는 내 기억을 빠르게 뒤져 봤다.

“탱커 하나, 딜러 둘, 힐러 둘. 이런 구성이었지?”

“으음, 맞을걸?”

“맞을 거다. 특이한 전술을 쓰던 팀으로 기억하고 있었거든.”

5팀.

그 팀의 전술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했다.

‘그냥 다 같이 몰려다녀서 적을 패는 거였지.’

5팀은 탱커, 딜러, 힐러에 관계없이, 전부 근접전에 특화된 헌터들이었다.

그들의 전술은 하나.

바로 다 같이 돌진해, 적들을 하나씩 패서 잡는 것이었다.

‘원거리 딜러가 없다는 게 약점이지만, 그걸 진영 유지력 하나로 커버하고 있었지.’

5팀의 가장 핵심은 힐러 두 명이었다.

그 둘은 광역으로 아군으로 치료할 수 있었고, 동시에 근접전 능력이 어지간한 딜러들 못지않았다.

5팀의 파훼 방법은 그 힐러 두 명을 잡는 거였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힐러를 잡으려고 하면, 나머지 세 명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어떻게 보면 5팀은 나와 이민아 전술의 카운터이기도 했다.

우리의 전술은 엄청난 기동력을 이용해, 본대와 떨어져 있는 적을 하나씩 잡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5팀은 본대와 떨어져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 같이 몰려다니는 팀이니까.’

5팀의 전술은 말했듯, 간단하면서도 강했다.

동시에 나와 이민아의 전술이 잘 안 통할 팀이었고.

그래서 내심 5팀을 최대한 안 만났으면 했는데, 결국 이렇게 결승에서 만나게 되었다.

“박유진. 무슨 생각하는 중?”

“5팀을 어떻게 상대할까 생각하는 중이지.”

“생각할 게 있나? 그냥 우리가 준비한 대로 각개 격파를……. 아얏?”

“그게 안 통하는 팀이니까 이러는 거다, 인마.”

나는 이민아의 정수리를 살짝 때리며 말했다.

원래는 이마를 때리는 편이었지만, 이민아는 방금 경기에서 이마를 다치고 온 터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민아는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 씨. 맨날 나만 때려. 야, 그리고 이게 그렇게까지 고민할 일이야?”

“고민할 일이지, 인마. 이거 결승이야, 여기서 이겨야 우리가…….”

“결승인 건 나도 알아, 새끼야.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평소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방금 말했잖아. 평소의 전술이 안 통할 팀이야.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윽?”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 새끼야.”

이민아는 피식 웃으며 내 이마를 살짝 때렸다.

힘 조절을 한 건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라 조금 놀랐다.

“가끔은 생각 안 하는 편이 더 좋을 때가 있다고.”

“야, 아무것도 준비 안 하면…….”

“어차피 너도 지금 막상 좋은 생각 안 떠오르고 있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기는 한데.”

“내 경험상, 이럴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싸우는 편이 좋아. 왜냐하면, 싸우는 과정에서 해결책이 보일 때가 있거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

답이 없으면, 그냥 일단 부딪혀 본다.

그러다 보면 답이 언젠가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게다가 잘 안 풀려도 걱정 마. 여차하면 이 누나가 혼자서 전부…….”

“누나 같은 소리 하네. 그리고 너 아까 경기에서 아무것도 못 한 건 잊은…….”

“이, 이번에는 내가 캐리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네, 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방금 이민아의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게, 5팀과의 전투에서 이민아의 맷집에 여러모로 의존해야 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으흠. 아, 아무튼! 너 이제야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네. 아까 표정이 어두워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확실히 네 덕에 머리가 좀 맑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이민아.”

“응?”

“네가 감히 내 머리를 때려?”

“아니, 왜애애?! 너도 맨날 내 머리 때리잖아!”

“그건 나니까 가능한 거지.”

“뭔 논리야? 그리고 솔직히 네가 내 머리 왜 때리는지 조금 알 거 같더라. 뭔가 때리는 맛이……. 아악?!”

“나는 때리고 너는 맞고. 이 관계를 역전할 생각하지 마라, 알겠냐?”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고, 이에 이민아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왜 내가 맞는 역할인데, 새끼야?”

“싫냐? 너 솔직히 내게 머리 맞는 거 좋아하던 거 같던데. 맞을 때마다 조금씩 웃지 않았냐?”

“내, 내, 내가 언제…….”

그렇게 나는 이민아와 장난치며 시간을 보냈다.

이민아가 의도한 건지는 몰랐지만, 확실히 그녀 덕분에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졌다.

덕분에 5팀과의 결승에서 내가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힌…….

“박유진 씨. 쉬고 계셨어요?”

“음? 아, 주하나 씨.”

웃으면서 이민아를 또 놀리던 중, 뒤에서 하얀 머리의 힐러가 나타나 있었다.

“또 뵙네요. 여기는 무슨…….”

“여기는 또 왜 왔어요?”

이민아는 주하나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저와 박유진은 지금 아픈 곳도 없는데 왜…….”

“경기 시작 전에 선물을 하나 드리러 왔죠.”

주하나는 이 말과 함께, 나와 이민아에게 작은 유리병을 하나씩 건넸다.

“자, 받으세요.”

“이게 뭐죠?”

“체력 회복용 포션이에요.”

주하나는 웃으며 내게 설명했다.

“결승까지 싸우느라 체력이 소진됐을 거 같아서 준비했어요. 그리고 두 분에게만 드리는 게 아니고, 5팀에게도 준 거예요.”

“아, 그렇군요.”

선수 대기실의 반대편을 보니, 5팀의 인원들 또한 같은 포션을 마시고 있었다.

“고마워요. 이런 걸 또 준비해 주실 줄 몰랐는데.”

“으음, 사실 제가 준비한 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숟가락만 얹은 거고, 이걸 준비하신 건…….”

“저죠.”

근처에서 들려온 또 다른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익숙한 붉은 머리가 있었다.

“팀전의 결승이잖아요. 저는 두 팀 모두 최상의 컨디션에서 싸웠으면 하거든요.”

“그러니까 하세리 헌터님께서 이 포션을 준비하신 건가요?”

“그렇죠. 그리고 저건 평범한 체력 회복 포션이 아니에요.”

“그런가요? 음, 확실히…….”

나는 갈색 액체가 담겨 있는 유리병을 살폈다.

나름 포션에 대한 지식이 있던 터였고, 기억상 이 색의 액체는 분명…….

“혹시 만드레이크를 쓴 건가요? 색깔이 딱 그건데.”

“네, 맞아요. 박유진 씨는 포션 쪽에도 아는 게 많나 봐요?”

“얕게나마 알고 있죠.”

나는 피식 웃으며 하세리에게 말했다.

“근데 만드레이크로 만든 포션이라. 이거 엄청 비싼 물건 아닌가요?”

“객관적으로 비싼 건 맞죠. 하지만 제 재산에 비하자면 싼 편이죠.”

하세리는 대답한 뒤, 선수 대기실 반대편에 있던 5팀을 바라봤다.

“아무튼 5팀과 함께 이 포션을 먹고, 방금 말한 것처럼 최상의 경기를 보여 주세요. 알겠죠?”

“이렇게 비싼 걸 받았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한 뒤, 다시금 갈색 포션을 바라봤다.

근데 지금 보니까 이 포션, 묘하게 색깔이 이상했다.

“하세리 헌터님. 혹시 이 포션에 다른 약재들을 섞었나요?”

“아, 그건…….”

“네, 제가 조금 손봤어요.”

이번에는 주하나가 입을 열어 설명했다.

“만드레이크의 즙을 그대로 마시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여기 포션들을 전부 한 번 손봤어요.”

“아, 그렇군요.”

“네, 하세리 헌터님이 제게 부탁했거든요.”

주하나는 하세리를 보며 말했고, 이에 하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하나 씨가 제 생각 이상으로 유능하시더라고요. 힐러로서도 최고고, 거기다 포션 제조학의 지식까지 있으시고.”

“아, 아니에요, 하세리 헌터님. 저는 그냥…….”

“주하나 씨는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기는 하죠.”

나는 대충 맞장구친 뒤, 포션의 뚜껑을 열었다.

“야, 이민아. 너도 이거 마셔라. 이거 엄청 좋은 거라 마시면 바로…….”

“잠깐만.”

이민아는 내 손에 들린 포션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가 주하나가 들고 있던 나머지 하나도 살폈다.

“…이거 마시지 마.”

“음?”

“이거 마시지 말라고. 뭔가 위험한 거 같아.”

이민아는 장난기 없이,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 위험해? 여기에 뭐, 독이라도 있어?”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마시면 안 된다고, 지금 내 본능이 경고하고 있어.”

“으음, 그래?”

늑대인간의 본능은 무시할 게 아니었다.

그들의 직감은 꽤 정확한 편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맞는 건 또 아니었다.

“근데 저기 5팀도 같은 포션을 마셨는데, 괜찮은 걸 보면…….”

“알아.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게 맞는데……. 내 본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그렇단 말이지?”

이민아의 이 경고는 귀담아들을 만했다.

나는 유리병의 뚜껑을 열어, 포션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포션에서 이질적인 냄새가 느껴졌다.

“주하나 씨. 혹시 이 포션에 독을 섞었나요? 포션에서 프로기 계열의 독 냄새가…….”

“아, 네. 만드레이크의 즙을 그대로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그걸 중화하기 위해 프로기의 간을 일부 섞었죠.”

“아, 그렇군요.”

프로기.

존재 자체가, 그리고 모든 신체 부위가 독인 몬스터였다.

하지만 그 독의 일부는 잘만 이용하면 약이 되었다.

“이민아, 너무 걱정하지 마. 포션에 독은 있지만, 프로기의 간은 사람에게 유해한…….”

“그런 게 아니라고. 저 포션, 뭔가 위험할 거 같아.”

“…그러냐?”

솔직히 이민아의 이런 반응이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도 그럴 게, 같은 포션을 5팀 전원이 아무렇지 않게 마셨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이유가 있겠지.’

돌다리를 두드려 건너도 나쁠 건 없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유리병 안에 손가락을 넣었다.

‘일단 극소량만 맛보자.’

나는 독과 관련해 지식이 꽤 있었다.

포션의 맛만 보면, 이게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포션이 묻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 확인했는데…….

“…X발, 잠깐만…….”

나는 손가락을 바로 떼었다.

그러면서 재빨리 침을 뱉었다.

“박유진? 왜 그래?”

“박유진 씨? 무슨 일…….”

“물. 어서 물을 주세요. 어서.”

이 맛, 내가 매우 잘 알았다.

전에 내가 자주 쓰고, 몇 번 당했던 독이었다.

‘X발, 프로기의 피라고?’

원래라면 냄새만 맡고 바로 눈치챘을 거다.

하지만 이 포션은 프로기의 간이 섞여 있었다.

같은 프로기에게 나온 거라, 냄새로 못 알아차렸다.

‘이거 진짜 X될 수도 있어.’

프로기의 피는, 간과 달리 엄청난 독이었다.

물론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독은 아니었다.

하지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는 독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 독은 소량만 섭취, 아니, 섭취가 아니라 신체에 닿기만 해도 효과가 나오는 독이었다.

해독제를 만들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당장은 물로 몸에서 씻어내야…….

“으윽?”

이미 늦은 듯했다.

나는 어느새 휘청이며 바닥에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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