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려, 김현지가 휘두르는 도끼를 막았다.
하지만 막았음에도 나는 뒤로 밀려났다.
“으윽.”
막았음에도 막은 거 같지가 않았다.
팔에 전해진 충격이 엄청났다.
‘무엇보다 지금 몸 상태가…….’
방금 그 공격을 고작 한 번 막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공격으로 내 몸에 더 많은 통증이 발생했다.
확실히 지금의 나는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이야야!”
“에라이.”
건물 위에서 김혜성이 도검을 휘두르며 내게 떨어졌다.
이에 나는 재빨리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챙―!
김혜성의 검과 내 자바니아가 부딪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번에도 내 몸에 엄청난 통증이 일어났다.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
“아주 충분했으니까, 좀 꺼지세요.”
“끄억?!”
나는 검을 쳐 낸 뒤, 김혜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런 후, 나는 바로 와이어를 꺼내 들었다.
여기서 바로 벗어날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김현지는 도끼를 휘두르며 다시 내게 돌진했다.
그로 인해 나는 와이어를 던질 틈이 없었다.
“쉴 틈을 안 주시네요.”
나는 재빨리 자바니아로 김현지의 도끼를 막은 뒤,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나는 다시 고지대로 도망치기 위해 와이어를 던지려고 했는데.
“저 새끼 도망 못 치게 해!”
“응!”
“가자!”
김현지를 제외한, 5팀의 나머지 네 명.
그 네 명 전부 내게 달려들었다.
딜러와 힐러 모두가 말이다.
나는 최대한 싸움을 피하기 위해 그들과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5팀은 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이속 마법인가?’
말했듯, 5팀은 김혜성을 제외하면 전부 기동성이 안 좋았다.
하지만 김현지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 안 해 둔 게 아니었다.
‘저 남자인가?’
이름은 기억 안 났지만, 5팀의 힐러 겸 서포터를 맡은 남자.
그가 이속 마법을 제공해, 5팀의 기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듯했다.
‘저 남자가 5팀의 핵심 중 하나겠네.’
쉽게 말해, 저 남자만 쓰러뜨리면 5팀에 아주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저 남자만을 어떻게 잡고 유유히 빠져나갔을 거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못 도망치게 해!”
“지금 바로 잡자!”
“…괜히 결승까지 온 게 아니네.”
공격을 막고 피하면서, 나는 5팀이 왜 강한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5팀은 근접전에서는 이 대회에서 최강이었다.
적들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이들은 어지간한 전투는 다 이겼다.
‘나라서 어느 정도 버텨 내는 거지, 일반적인 고연대 학생이라면 이거 절대 못 이겨.’
내 몸 상태가 온전했어도, 이들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아마 온전했으면 이들과의 전투는 최대한 피한 채, 내 기동성을 살려 비겁하게 싸웠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몸은 온전치 않았다.
그러니까 도망조차 제대로 못 치는 상태였다.
“아으, 더럽게 아프네.”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 덕에, 네 명의 공격을 어찌어찌 막거나 피했다.
하지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더 나아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었다.
‘버텨 내자.’
이 정도 고통은 참을 수 있었다.
5팀의 공세를 버텨 내고, 기회를 봐서 어떻게든 도망을…….
“잡았다.”
“으윽?”
내게 빠른 속도로 돌진해 온 김현지가 내가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나는 재빨리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으나, 김현지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로 인해, 나는 김현지의 공격을 맞고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밀려나, 근처의 건물 벽에 몸을 부딪쳤다.
“우욱. 허억, 헉.”
벽에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내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더욱더 심해졌다.
“겨우 잡았네, 저 개새끼.”
“잡히다니요. 저 아직 안 잡혔는데.”
나는 입가의 피를 소매로 닦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나저나 잘 싸우네요. 팀워크도 완벽하고, 공격도 빠르고 정확해요. 연습한 티가 많이 나네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전술적인 면에서나 실력적인 면에서나, 5팀은 꽤 강적이었다.
적어도 고연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만만찮은 건 맞았다.
‘나를 공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방금까지 5팀이 내게 행한 공격은 5초 내로 일어난 일이었다.
다시 말해, 5초라는 짧은 순간 사이에 그 수많은 공격들을 내게 욱여넣은 것이었다.
‘쉽지 않겠어.’
아무래도 변칙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상대해야 할 것 같았다.
아니면 여차하면 엔드리온의 조각을 활용해서…….
“크아아아!”
“음?”
“뭐, 뭐야?”
다음 수에 대해 생각하던 중, 갑자기 이민아가 나타나 5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5팀도, 나도 당황했다.
“야, 이민아! 내가 말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말라고…….”
“크르르!”
이민아는 내 말을 들은 채도 안 하며, 김현지에게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이에 김현지는 당황했으나, 그녀는 도끼로 이민아의 공격을 막으며 바로 반격했다.
“애들아! 이민아부터 잡아!”
김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5팀 모두가 이민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민아는 도망치지 않고, 그들에게 맞서 싸웠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민아가 내게 만들어 준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이민아에게 실례다.
나는 이 틈에 와이어를 던져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어딜 가려고?”
“…X발.”
나는 공격해 오는 김혜성의 검을 자바니아로 막으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그를 빠르게 쓰러뜨리고 자리를 떠야 할 듯했다.
‘시야가 오른쪽으로 쏠려 있네. 그렇다면…….’
나는 김혜성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평소처럼,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다리를 들려던 그 순간.
“우욱?”
또다시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숨이 안 쉬어지며, 엄청난 고통이 나를 급습했다.
“…X 같은 독이네.”
“몸이 진짜 안 좋나 보네.”
“윽.”
김혜성이 휘두른 검을 나는 또다시 막았다.
하지만 막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빠르게 끝내 줄게. 그 편이 너에게 더 편할 거 같은데.”
“…끝낼 수 있으면 끝내 보세요.”
몸이 이 꼴이라 평소의 속도가 안 나왔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학생 한 명쯤은 이길 수 있었다.
“어억? 크으윽?!”
“끝나는 건 김혜성 씨, 그쪽이에요.”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이 악물고 버텼다.
자바니아를 미친 듯이 휘둘러, 김혜성을 몰아붙였다.
이대로 빠르게 이 남자를 쓰러뜨린 후, 이 자리를 벗어나면 다시금 나와 이민아가 주도권을…….
“크아아악!”
“…이민아?”
근처에서 이민아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건물 쪽으로 밀려난 이민아가 보였다.
정황상 5팀의 총공격을 못 버틴 듯했다.
“이민아! 너는 잠시 빠져서…….”
“빠지기는 뭘 빠져.”
김현지는 내 말을 끊으며, 이민아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아니, 이민아를 향해 던진 게 아니었다.
이민아 바로 위쪽, 그러니까 건물의 거대한 기둥을 향해 던진 것이었다.
쩌쩍―!
도끼에 맞은 기둥은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그 파편들이 이민아의 머리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콰콰쾅―!
“이민아!”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이민아는 건물 파편들에 깔리게 되었다.
“으으으, X발. 이거 X나 무겁네…….”
파편에 깔린 이민아는 죽거나 정신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민아 위에 깔린 파편의 크기와 양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저 정도면 잠시 조용히 있겠지.”
김현지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팀과 함께, 내 쪽으로 다시 다가왔다.
“빨리 끝내자, 박유진. 너부터 잡아야, 이따 이민아 잡기 편하니까.”
“편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민아는 쉽게 쓰러질 녀석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리며 김현지를 바라봤다.
“저 또한 잡기 쉽지 않을 거예요.”
“하, 말은 잘하네.”
김현지는 이 말과 함께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자바니아로 그녀의 검을 막았다.
“그 입을 얼마나 더 털 수 있을지 보자고.”
“그러게요. 한 번 보도록 하죠.”
김현지에게 대꾸하며, 나는 내 뒤를 치려던 김혜성의 검을 피했다.
그런 후, 내게 다가오던 5팀의 여자 딜러의 머리를 걷어찼다.
‘기회를 노리자.’
나는 내 목에 걸린 엔드리온의 조각을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쓰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지금 내 몸 상태로 엔드리온의 힘을 썼다가, 나는 바로 쓰러지겠지.’
쉽게 말해, 엔드리온을 쓸 기회는 단 한 번.
단 한 번의 공격으로 5팀 전원을 쓰러뜨려야 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잘해 봤자 무승부겠지.’
엔드리온의 힘을 쓰면, 나는 무조건 쓰러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이민아에게 도움을 바랄 수 없으니까.’
나는 파편에 깔린 이민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조금씩 몸을 빼내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다.
사실상 나는 혼자나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더 버티자.’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후,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려 김현지에게 달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피를 토하고,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어떻게든 참아 냈다.
【 각성 】
“으으, X발, 이거 어떻게든…….”
이민아는 파편에서 몸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이민아의 힘으로도 파편들을 한 번에 치우지 못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못 할 건 아니야.’
다만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였다.
이민아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박유진.”
박유진은 혼자 5팀 전부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것도 피를 토하며, 상당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싸웠다.
“왜……. 나는 왜 이번에도 아무것도…….”
지난 경기와 다를 게 없었다.
그때도 이민아는 아무것도 못 했고, 박유진이 혼자 다 해결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민아는 혼자 당해, 박유진에게 전부 맡기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 박유진은 독에 당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유진은 자신의 몫까지 싸워 주고 있었다.
“대체 왜 아무것도 못 하는 거냐고…….”
이민아는 주먹을 세게 쥔 채, 건물 파편들을 치우려 했다.
하지만 상당한 무게 탓에 빠르게 못 치웠다.
‘나……. 왜 이렇게 약한 거야…….’
이민아는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했다.
그녀는 가족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증명하기는커녕, 자신의 추한 모습들만 보이고 있었다.
“…아니야. 나는 가족이고 뭐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민아는 다시금 박유진을 바라봤다.
그는 어떻게든 계속 버티고 있었지만,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박유진.”
이민아는 그를 돕고 싶었다.
이제 가족보다 그에게 인정을 받고, 그의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와 가장 가까이 있고 싶고, 그를 지키고 싶었다.
“나는 박유진을……. 내 주인을 지켜야만 해…….”
이민아는 힘겨워하는 박유진을 보며 중얼거리다,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나 방금 무슨 말 한 거지?”
이민아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방금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박유진을 주인이라고 칭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 이민아는 자신의 이유 모를 행동에 의문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가 이에 대해 무언가 더 생각하기도 전에 일이 일어났다.
“…어?”
이민아의 눈빛이 몽환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민아는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