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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15화 (115/240)

115화

뭐, 그 이후로 크게 특별한 일은 없었다.

이지현은 바로 병원에 실려 갔고, 이민아는 폭행 때문에 경찰서에 가야 했다.

하지만 이민아는 경찰서에서 빠르게 풀려났다.

‘이래서 빽이 중요하다니까.’

이민아가 경찰서에 가자, 하세리가 바로 나타나 경찰들에게 몇 마디를 했다.

게다가 잠시 뒤에 이진성, 그 거구의 남자까지 나타나자 이민아는 거의 즉시 풀려났다.

‘그나저나 저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

이민아가 풀려난 후, 이진성은 이민아를 근처 골목 안으로 데려가,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뭔 내용인지 유추하려고 했지만, 이민아의 표정이 묘해 쉽지가 않았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런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내 옆에 있던 하세리가 입을 열었다.

“이진성 씨 성격상 이민아 양에게 크게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건 모르는 거죠.”

지금의 하세리는 이진성의 진짜 성격을 잘 몰랐다.

반면, 나는 이진성이 어떤 아저씨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진성이 이민아에게 또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을까, 여러모로 걱정되었다.

그래도 그건 나중에 이민아에게 따로 물어보면 될 듯했으니…….

“그건 그렇고, 하세리 헌터님.”

“네?”

“아까 이민아를 두둔해 줘서 고마워요. 하세리 헌터님 아니었으면, 이민아는 아직도 경찰서에 있었겠죠.”

“이 정도 갖고 고마워할 건 없어요. 박유진 씨는 제 사람이잖아요. 제 편에게 이런 도움은 당연히 줘야죠.”

게다가, 라고 하세리는 이진성 쪽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안 나타났어도, 이진성 씨가 알아서 이민아 양을 빼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네, 뭐. 그것도 맞는 말씀이네요.”

“네. 그보다 박유진 씨. 몸은 좀 괜찮나요? 프로기의 피 때문에 몸이 계속 망가진다고 들었는데.”

“…어찌어찌해서 괜찮아졌죠.”

나는 내 왼손에 끼워진 반지를 슬쩍 바라봤다.

이민아 따라 경찰서에 가기 전, 주하나가 분석을 위해 내 피를 몇 방울 채취해 갔다.

그리고 곧바로 결과가 나왔었는데.

‘독이 아직 남아 있는데, 그 독이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어요.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프로기의 피는 자체적인 해독제가 아니면 해독이 불가능한데…….’

주하나는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내게 말했었다.

아니, 정확히는 전혀 이해를 못 하는 표정에 가까웠다.

‘뭐, 그럴 수밖에 없지.’

프로기의 피는 자체적인 해독제 아니면 해결을 못 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 프로기의 피를 이겨 냈다.

상식을 깨는 일이라, 주하나가 놀랐던 건 당연했다.

‘독을 해독하는 힘을 가진 건가?’

나는 검은 보석의 반지를 매만졌다.

프로기의 피를 해독한 걸 보면, 이 반지가 지닌 해독 효과는 꽤 강력한 듯했다.

‘그래도 나중에 주하나를 다시 찾아가서, 다시 내 몸을 분석해 달라고 하자. 완전히 해독 안 됐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반지가 독을 완전히 해독했다고, 내 감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주하나에게 요즘 신세를 많이 지네. 아무래도 다음에 만나면 감사의 선물이라도…….’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중, 내 옆에 있던 하세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으음, 이민아 양은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거 같네요.”

“아, 그런가요?”

“네. 이민아 양이 이지현을 폭행하는 영상과 사진들이 인터넷에 퍼졌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이민아 양 편이에요. 아무래도 이지현이 박유진 씨에게 독을 먹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거 같고요.”

“그렇군요. 근데 이지현이 제게 독을 먹인 거 맞죠? 알고 보니 생사람 잡은 거면…….”

“뭐, CCTV를 복구해야 확실해지겠지만, 아마 이지현이 아닐 가능성이 낮아요. 이지현이 프로기의 피를 가져가는 걸 봤다는 사람들이 많고, 무엇보다 아까 이민아 양이 이지현을 폭행할 때…….”

“이지현이 자기가 CCTV 조작했다는 걸 인정했다면서요?”

“CCTV 영상이 복구되고 증거가 확실해지면, 이지현은 경찰 조사를 받겠죠.”

하세리는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프로기의 피는 사람을 죽이는 용도의 독은 아니라, 살인 관련으로 체포되지는 않겠죠.”

“네. 게다가 아까 이지현 말을 들어 보니까, 진짜로 저를 죽일 생각은 없고, 그냥 방해만 하려던 것 같더라고요.”

“프로기의 피를 이용한 방해. 하, 다른 의미로 대단한 여자네요.”

하세리는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게다가 참 멍청한 여자기도 해요. CCTV 영상을 지운다고 안 걸릴 줄 알고. 아무리 진 것이 분해도 그렇지, 독을 먹이다니. 사람 죽이는 독은 아니라지만…….”

“넓은 세상이에요. 다양한 인간들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쵸. 다양한 사람들이 있죠.”

하세리는 이 말과 함께 이민아 쪽을 바라봤다.

“이민아 양 같은 사람도 있고 말이에요.”

“이민아가 왜요?”

“아까 갑자기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을 때 엄청 놀랐거든요. 눈이 노랗게 변하면서 뛰어나갈 때 뭔 사고가 터지지 않나 싶었는데…….”

“실제로 터졌네요.”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근데 어쩔 수 없는 게, 이민아는 늑대인간이에요. 게다가 아까 팀전 결승을 보셨으면 알겠지만, 이민아는 오늘 한 단계 더 성장했어요.”

“네. 꼬리도 생기고 힘도 세지고……. 달라진 게 보이더라고요.”

“진정한 늑대인간에 한층 더 가까워진 거죠. 그래서 앞으로 이민아가 본능을 통제 못 하는 경우가 더 자주 있을 거예요.”

“그럼 앞으로 이민아 양이 사람을 더 패고 다니는 건가요?”

“그럴 일이 없도록 제가 최대한 주의해야죠.”

하지만 의외로 그럴 일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이민아는 어째서인지 나를 주인, 정확히는 우두머리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마 이 요소를 이용하면, 앞으로 이민아를 통제하기 더 수월할 거 같았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저 두 사람이 대화를 얼추 마무리하는 분위기네요. 저희도 슬슬 움직일 준비 할까요?”

“네. 그러죠. 근데 가기 전에, 박유진 씨께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무엇이죠?”

“아까 고연대 의료실에서, 박유진 씨가 저를 누나라고 불렀었죠?”

“…아. 그랬었죠.”

예상치 못한 하세리의 질문에 나는 잠시 당황했으나, 어떻게든 표정 관리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제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보네요. 하세리 헌터님에게 반말을…….”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그보다, 박유진 씨.”

하세리는 의미심장한 눈빛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혹시 저를 누나라고 부르고 싶나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까 보니까 박유진 씨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던 거 같은데, 그때 저를 누나라고 불렀죠. 그래서 혹시, 박유진 씨가 무의식적으로 저를 누나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건 아니지 않은가 싶네요.”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말을 놓는 건 하세리와 어느 정도 친해진 후의 문제였다.

‘뭐, 지금부터 말 놓아도 상관은 없겠다만…….’

하세리를 회귀 전처럼 누나라 부르는 건, 아무래도 하윤경 관련 문제를 끝낸 후에 하는 게 맞았다.

그도 그럴 게, 만에 하나 내가 하세리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되면…….

‘나와 내 주변인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물론 지금도 내가 꽤 하세리에게 의미가 큰 것 같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 말이다.

“후훗, 그렇게 단호하시면 제 입장에서 아쉽네요.”

“아쉽다니요?”

“박유진 씨에게 누나라 불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서요.”

하세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누나라 불리면 뭔가 어려진 기분일 거 같고……. 거기다 남동생이 생긴 기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저 같은 남동생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쉽지 않을 텐데요.”

“후훗, 유진아.”

하세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손을 위로 뻗었다.

정확히 말해, 하세리가 내 머리를 쓰다듬은 것이었다.

“너야말로 나 같은 누나 감당 가능하겠어?”

“…하세리 헌터님이 이렇게 장난스러운 분인지 몰랐네요.”

“맞아요. 제가 이런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니기는 하죠.”

하세리는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박유진 씨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라, 제가 특별히 이런 장난을 쳐 본 거예요.”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칭찬 맞아요.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박유진 씨가 제게 꽤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렇군요.”

회귀 전에도 우리 둘은 이렇게 친해졌다.

어떤 때도 상관없이, 나와 하세리는 이런 식으로 가까워질 운명인 듯했다.

‘그나저나 헌터 대전을 마무리하고, 이 누나의 문제도 도와줘야겠네.’

하세리와 하윤경의 가족 문제.

이건 좋든 싫든 해결해야 했고, 할 거면 빨리 끝내는 게 나았다.

아마 이번 여름 방학 때 승부를 보는 편이…….

“뭐야? 둘이 분위기 왜 이래? 나 빼고 뭐 하던 거야?”

“음?”

“아니, 네가 하세리 헌터님과 언제부터 이렇게 사이가 좋았어? 내게도 이런 분위기를……. 아악?!”

“너는 오자마자 헛소리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이민아의 정수리를 때렸다.

이에 아직도 늑대인간 모습을 한 이민아는 울상을 지었다.

“야, 너 이거 차별이야? 맨날 나만 때리지 말고, 옆의 하세리 헌터님도… 악?”

“매를 벌어요, 진짜.”

나는 한숨을 쉬며 이민아의 정수리를 또 때렸다.

그런 후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보다 네 아버지는 어디 갔냐?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지 않았냐?”

“말씀 끝내시고 바로 가시더라.”

“뭐, 그 아저씨답네.”

이진성은 나와 하세리에게 따로 인사하고 갈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특별한 말씀은 안 하셨고?”

“그냥 잔소리 좀 듣고 온 거야. 아무리 화나도 무차별적인 폭행은 답이 아니다. 남을 깔볼 거면 정석적인 방법으로 승부를…….”

“그것도 그 아저씨답네.”

정정당당하게 이겨서 남을 깔본다.

이진성은 비겁한 승부 등의 방식을 안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럼 잔소리만 듣고 온 거냐?”

“으음, 그것 말고도……. 나보고 이 늑대인간 모습을 풀고 집에 들어오라고 하더라. 게다가, 그, 네가 그 방법을 알 거 같으니까, 그 방법을 너에게 물어보라고 하시더라.”

“…감도 좋으시네.”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이민아를 상당히 성장시켰다.

아마 그것 때문에, 이진성은 나를 무슨 늑대인간 전문가로 보게 된 듯했다.

‘근데 또 틀린 말은 아니네.’

회귀 전에 이민아 덕에 진짜 늑대인간 전문가가 됐으니 말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내 집으로 따라와. 거기서 알려 줄 테니까.”

“뭐야? 진짜 알고 있던 거야? 게다가 너희 집이라면…….”

“싫으면 오지 말고.”

“아, 아니야! 가야지! 나 얼른 인간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계속 늑대인간 모습이라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는…….”

“그렇겠지. 특히 그 꼬리가 엄청 눈에 띄니까.”

나는 양옆으로 흔들리는 이민아의 꼬리를 바라보다, 이내 옆에 있던 하세리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먼저 가 봐도 괜찮…….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이지현 문제가 있네요. 그럼 빨리 마무리를…….”

“먼저 들어가세요. 그 문제는 제가 혼자 해결할게요.”

“네? 하지만 너무 하세리 헌터님께 맡기면…….”

“괜찮아요. 오늘 박유진 씨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얼른 가서 쉬세요. 가시는 길에 병원도 들리시고.”

하세리는 진짜 괜찮다는 투로 말했다.

“게다가 제가 준비한 포션에 이지현이 독을 탄 거예요. 저와 관련이 아예 없는 일이 아니죠.”

“그래도 제가 있는 편이…….”

“들어가세요. 오히려 저 혼자 일을 진행하는 편이 더 편할 수도 있어요.”

“뭐… 그렇다면 알겠어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이런 일의 뒷정리는 하세리에게 맡기는 편이 더 깔끔할 수도 있었다.

“맡겨 주세요. 박유진 씨는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오늘 독 때문에 고생했잖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민아. 가자. 집 가서 늑대인간 모습 해제해야지.”

“으, 응. 가자.”

하세리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나는 이민아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잠시 뒤, 나는 나도 모르게 하세리 쪽을 돌아봤다.

“음?”

“네? 박유진 씨, 왜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 볼게요.”

“네, 다음에 봬요.”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가던 길을 향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같은 시각.

서울 도심의 지하 어딘가.

하윤경은 부하가 보낸 자료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지현이라… 나쁘지 않겠어.”

붉은 머리의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증오로 가득 찬 인간이야말로 좋은 실험체니까.”

이 말과 함께, 하윤경은 지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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