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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16화 (116/240)

116화

【 전야 】

“박유진. 박유진, 그 개새끼. 이민아도. 이민아, 그년이 어떻게…….”

작은 자취방 안.

구석에서 이지현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떨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야. 대체 어떻게, CCTV는 분명 지웠는데, 그걸 어떻게 복구를……. 거짓말. 거짓말이겠지? 나, 나, 내가 했다는 거 안 들킬 거야. 부, 분명 그럴 거야, 응, 반드시…….”

이지현은 손톱을 물며, 극도의 불안함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범죄를 저질렀고, 이지현은 자신이 그 대가를 곧 치르게 될 걸 직감하고 있었다.

“이럴 수 없어, 없다고. 도, 도망칠까? 내가 도망칠 수…….”

뒤늦게 후회했다.

하지만 동시에, 박유진에 대한 증오심이 커져 갔다.

“박유진,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 그 새끼만 내 앞에 안 나타났으면…….”

이지현은 후회와 증오, 이 모순된 감정과 함께 불안에 떨었다.

그러고 있었는데.

똑똑똑―

갑작스레 현관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노크 소리에 이지현은 흠칫 놀라며 숨을 죽였다.

‘경찰들? 벌써? 도, 도망을 지금이라도…….’

이지현은 혼란에 빠졌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못 잡았다.

이지현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현관문의 도어락이 열렸다.

“…어?”

이내 문이 열리고, 사람이 한 명 들어왔다.

한 명뿐이었지만, 이지현은 더 떨기 시작했다.

이지현은 이불을 뒤집어써, 자신의 모습이 안 들켰으면 했다.

하지만 안 들킬 리가 없었다.

“거기 있는 거 알아요, 이지현 씨. 어서 나오세요.”

“…한 번만 봐주세요.”

이지현은 심하게 떨며 고개를 내밀었다.

“제가 잘못한 건 알아요. 하지만 한 번만…….”

“저는 이지현 씨의 잘못을 벌하러 온 거 아니에요.”

“네?”

“저는 경찰이라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무슨 말씀이시죠?”

이지현은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봤다.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였다.

그것도 피처럼 붉은 머리였다.

“보니까 박유진, 그 남자를 증오하는 거 같던데, 맞나요?”

“마, 맞아요! 그 개새끼.”

이지현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이 모든 일이 박유진 때문이다.

논리적인 생각이 불가능한 이지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잘됐네요.”

이지현 앞에 선 여자, 하윤경은 미소를 지었다.

소름 끼치는 미소였다.

“이지현 씨. 저는 박유진에게 복수할 기회를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저와 함께하실래요?”

하윤경은 이지현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지현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 * *

“음?”

“오빠?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순간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

게다가 지금 그것보다 신경 쓸 게 따로 있었다.

“아니, 오빠 진짜 괜찮은 거지? 방금도 몸 떨었잖아.”

“진짜 괜찮다니까.”

“괜찮은 거 맞지? 아까 경기에서 피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괜찮다니까 그러네.”

집에 온 후, 내 여동생은 아까부터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아까 팀전 결승에서 구르고 온 걸 보고 많이 걱정한 듯했다.

“그냥 병원 갈래? 지금이라도 가서 검사받자고.”

“오늘 경기 끝나고 몇 시간 동안 치료받았어.”

“그래도 그냥 가서……. 아니, 그보다 민아 언니는 아까부터 왜 저러는 거야?”

유나는 이민아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으음, 히이이.”

이민아는 내 옆에 앉아, 얼굴을 내 상체에 비비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말이다.

“게다가 저 언니는 집에 들어올 때부터 늑대인간 모습이었잖아. 저 언니도 어디 문제 생긴 거야?”

“뭐, 문제라면 문제라고 볼 수 있지.”

나는 이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별생각 없이, 회귀 전 습관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

“히힛? 히이이, 으으음.”

내 손길에 이민아는 더 크게 미소 지으며, 행복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야, 회귀 전에도 이런 이민아의 모습을 자주 봐서 익숙했지만.

“오빠? 민아 언니 진짜 왜 저러는 거야?”

“…그냥 모른 척해 줘라.”

“지금 민아 언니 완전히 개 같잖아.”

“…그거 어감이 좀 그러니까, 이민아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 마라.”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한 뒤, 지갑에서 내 체크카드를 유나에게 던져 줬다.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거 먹자. 너 먹고 싶은 거 다 사 와라.”

“응? 하지만…….”

“나 맛있는 거 먹으면 힘날 거 같은데, 지금 뭘 할 일이 없…….”

“기다리고 있어. 오빠 좋아하는 거 다 사 올 테니까.”

내가 힘이 없다고 하자, 유나는 바로 집 밖으로 나갔다.

솔직히 힘없다는 건 거짓말이었는데 말이다.

‘미안하다, 유나야.’

하지만 지금은 유나가 집에 없는 편이 더 안전했다.

이민아의 본능을 건드는 작업은, 나와 이민아, 단둘이 있을 때 해야 했다.

“자, 이민아.”

“헤에?”

“그래. 이쪽 바라봐.”

나는 이민아의 눈을 살폈다.

‘본능에 조금 먹혔네.’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늑대인간의 본능이 시도 때도 없이, 조금씩 표면에 드러날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민아는 오늘 늑대인간의 진정한 본능을 받아들였다.

‘이 본능을 통제하기 전까지, 자기도 모르게 본능이 튀어나오겠지.’

이민아가 자신의 변화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내가 이민아의 이런 면들을 잘 봐 줘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 이민아. 이쪽으로 와 봐.”

“히이이?”

“옳지. 자, 손 이리 주고. 꼬리. 꼬리 가만히 놔둬 봐.”

나는 이 말과 함께 이민아의 턱과 꼬리를 만져 줬다.

거대한 개를 다루는 느낌으로 말이다.

‘이상하겠지만,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지.’

일단 이민아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야 했다.

그래야지만 이민아 내의 본능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편하지. 자, 이렇게……. 윽? 어, 그, 그래. 편하게 누워.”

내 다리 위에 머리를 베고 누운 이민아.

나는 그런 이민아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고.

“으흣. 히힛.”

이민아는 행복하게 웃으며, 내게 계속 머리를 비볐다.

마치 강아지가 애교 부리듯이 말이다.

그렇게 이민아는 내 손길을 받으며 몇 분간 애교를 부렸고,

“으으음, 흐으으…….”

이민아는 이내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몸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잠시 뒤, 이민아는 이내 두 눈을 감았다.

“좋아. 이렇게 몇 분만 기다린 다음에…….”

내 다리에 머리를 놓은 채 잠든 이민아.

그녀의 갈색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

“…5분 지났네.”

시간을 확인한 후, 나는 이민아를 가볍게 흔들기 시작했다.

“이민아. 일어나 봐. 어서.”

“으, 으음? 뭐, 뭐야?”

내가 흔들자 이민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나는 이민아의 눈을 바로 확인했다.

‘검은색이네.’

약간의 노란색도 없었다.

늑대인간이 아닌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나 또 뭔 짓 한 거 아니지?”

“잘 생각해 봐. 기억은 다 날 테니까.”

본능에 먹히면 몸의 통제권을 잃는 것뿐.

자기가 뭔 짓을 했는지 다 기억한다고 했다.

회귀 전에 이민아가 내게 말해 준 거라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아아아악! 아아아! 야, 나 방금 뭐 한 거야? 나, 나 진짜로 너에게 막 얼굴 비비고, 배 까면서 드러누운…….”

“뭘 또 새삼스럽게 그러냐?”

“X발! 네가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 네가 막 애교 부리거나 그러면…….”

“그런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민아에게 대꾸했다.

이에 이민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머리를 벽에 박았다.

“야, 야. 여기 내 집이다. 벽 부수지 마.”

“…X발. 나 이성 잃을 때마다 요즘 왜 이러는 거야? 왜 내가 무슨 개처럼 되냐고?”

“개는 어감이 이상하니까 강아지라고 하자.”

“강아지나 개새끼나, 그게 그거지.”

이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본능에 먹혀서 다 때려 부수고 싸우는 거야 그렇다 쳐. 근데 너에게 이렇게 달라붙고 애교 부리는 건 대체 뭔…….”

“아까 결승에서, 너 나를 뭐라 불렀는지 기억나?”

“…주인님?”

“그거 말고. 너 나를 우두머리라고 불렀잖아.”

“으음, 그랬었나?”

“응, 그랬어. 그리고 늑대들의 습성을 생각하면…….”

“아아, 그런 거구나.”

이민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늑대들은 집단 생활하잖아. 거기서 우두머리가 있고.”

“잘 아네. 맞아.”

“그럼 내가 너를 우두머리라 인식하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내 대장이니까, 내가 막 애교 부리고 그랬던 거고?”

“아마 그렇지 않을까?”

“…아니, 잠깐. 이건 이거대로 이해가 안 되는데? 일단 네가 왜 내 우두머리가 된 건데? 그리고 늑대들은 자기네들 리더에게 막 얼굴 비비거나 애교 같은 거 안 부리지 않냐?”

“그것도 맞지.”

늑대들은 소문과는 달리, 상당히 민주적인 집단이었다.

쉽게 말해, 늑대 집단의 우두머리는 모든 구성원을 평등하게 대하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늑대들은 다수결까지 진행한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이민아의 이런 행동은 여러모로 이상했다.

‘나를 우두머리라고 인식했다 해도, 늑대라면 내게 이렇게 달라붙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나름대로의 가설들을 생각해 봤는데, 그중 그나마 논리적인 건…….

“늑대인간만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 늑대인간 중에서도 집단 생활하는 개체가 있는데, 거기서도 우두머리가 있거든.”

“그러니까 내가 우두머리인 너에게 이러는 건, 늑대인간의 특성이라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집단 생활하는 늑대인간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아서, 확답은 못 하겠다.”

“으음, 네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됐고, 그냥 이런 거에 익숙해지도록 해. 앞으로 이런 일 자주 있을 테니까.”

내 말에 이민아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생각해 보니까 나 앞으로도 이럴 거 아니야. 본능에 먹힐 때마다 너에게 달라붙어서 막 얼굴을 비비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야. 몇 번 그러다 보면 익숙해질 거다.”

“아니, 이건 전혀 못 익숙해질 거 같다고! 솔직히 내가 막 애교 부리고 그러는 성격 아니라는 거…….”

“장담하는데, 올해 말에 너는 적응 완료했을 거다.”

나는 피식 웃으며, 습관적으로 이민아의 꼬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이민아는 몸을 움찔했다.

“야! 뭐, 뭐, 뭐 해?!”

“아, 미안. 나도 모르게…….”

“마, 만지지 마. 아니, 그, 그러니까……. 싫지는 않은데, 그, 가, 갑자기 만지지는 마.”

“그치. 너 꼬리 만져지는 거 좋아하잖아.”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다 알 방법이 있어. 뭐, 아무튼.”

나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너 슬슬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자.”

“내 원래 모습은 뭔……. 아.”

이민아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아직까지 늑대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자신을 말이다.

“근데 이거 진짜 어떻게 되돌리는 거야? 나 암만해도 원래 모습으로 안 돌아가던데.”

“늑대인간의 진정한 본능을 받아들인 거라, 아직 감이 안 잡힐 거다. 그래도 걱정 마. 내 말만 따르면 되돌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 하지만 너 대체 어떻게 이런 거 어떻게 아는 거야? 진짜 무슨 늑대인간 전문가야?”

“…그렇다 치자.”

정확히는 늑대인간 전문가가 아닌 이민아 전문가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아무튼,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해 봐. 아마 이제는 목소리가 들릴 텐데, 그 목소리를 최대한 밀어내고, 너의 목소리를…….”

나는 내가 알던 지식들을 그대로 이민아에게 말해 줬다.

회귀 전, 이민아와 지내면서 알게 된 지식들이었다.

이민아가 내 말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지만.

“어? 돼, 됐다!”

“오, 한 번에 했네?”

회귀 전이나 회귀 후나.

이민아는 이민아인지, 그녀는 한 번의 시도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네 말대로 뭔가 목소리 같은 게 들리는 거 같았어. 그래서 그걸 최대한 밀어내려는 느낌으로…….”

“잘했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게 핵심이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 목소리가 늑대인간으로서의 본능이야. 그걸 최대한 조절해야, 네가 본능에 자주 안 먹힐 거야.”

“아아, 그래? 으음, 근데 그보다 너 어디 가는 거야?”

“아, 별것 아니고.”

나는 냉장고로 가, 내가 전에 사 둔 맥주 두 캔을 꺼내 왔다.

“축하의 한 잔 해야지.”

“응?”

“오늘 팀전에서 결국 우승했잖아. 뭐, 아직 전체 우승은 아니지만, 이건 축하할 만하지 않냐?”

“아, 그러네! 맞다! 우리 팀전에서 우승했었지!”

이민아는 이제야 생각난 듯, 기쁜 표정으로 외쳤다.

“그럼 우리 첫날과 둘째 날 둘 다 1등 아니야?! 우리 이러다 진짜 우승하는 거냐?!”

“뭐, 아직 마지막 날 남았지만, 지금 기세라면 우승도 충분하지.”

나는 캔을 따면서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마지막 날까지 파이팅하자, 알겠지?”

“당연하지! 자, 건배!”

“그래, 거……. 아이 씨. 야, 살살해라. 다 흘렸잖아.”

“뭐, 어때! 자, 마셔!”

“적당히 마셔라. 이따 유나도 올 텐데, 그때…….”

“에이, 알겠으니까 어서 마시자고!”

“그래, 그래.”

나는 피식 웃으며 신난 이민아를 바라봤다.

‘뭐, 이 기세라면 우승은 거의 확정이네.’

다른 것도 아니라, 이민아는 늑대인간의 진정한 본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첫 단추를 잘 넣었으니, 아마 앞으로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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