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 * *
“이야야야! 지금……. 커어억?!”
“귀찮게 좀 하지 마세요.”
오함마 들고 달려오던 여학생의 명치를 팔꿈치로 찍은 뒤, 그녀를 내 전류로 기절시켰다.
그런 후, 나는 바로 자바니아를 들어 김현지가 내리친 도끼를 막았다.
“하아아. 이거 분명 개인전인데, 왜 팀전 때가 생각나는 걸까요?”
“말 X나 많네, X발.”
김현지는 내 얼굴을 향해 무릎을 날렸다.
하지만 나는 팔로 그 공격을 막으며, 뒤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생긴 거는 X나 과묵하게 생겼으면서, 싸울 때는 왜 저렇게 입을 터는…….”
“입을 털어야 이길 가능성이 더 생기거든요.”
나는 내 뒤를 기습하려던 활잡이를 향해 자바니아를 던졌다.
“아악!”
자바니아가 왼손을 꿰뚫자, 활잡이는 그대로 활을 떨어뜨렸다.
“저걸로 당분간은 활 못 잡겠지. 돌아와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바니아가 내 손으로 돌아왔다.
그런 후, 나는 바로 자바니아를 내 왼쪽을 향해 던졌다.
정확히 말해, 내게 달려오던 김혜성으로 향해 던진 것이었다.
“내가 이것도 못 막을 줄 알았……. 크아아악!”
“단검은 막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바니아를 막은 김혜성을 향해 전류를 날렸다.
날아오는 자바니아에 한눈을 팔고 있던 터라, 그는 내 공격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위에 있는 거 알아요.”
“케엑?”
근처 건물 옥상에서 기습할 기회를 노리던 여자.
그녀의 목을 향해 와이어를 던져, 그녀를 그대로 바닥을 향해 떨어뜨렸다.
“…진짜 나만 노리는 거냐?”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몇 분 전,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열세 명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분명 그 중 절반가량을 쓰러뜨렸는데, 어째서인지 아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18명. 더 많아졌어.’
일이 많이 곤란해졌다.
나는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조원선을 확인하러 가야 했다.
‘여차하면 경기 중단을 요청해야 될지도 몰라.’
만약 정말 하윤경이 개입한 거라면, 지금 이 대회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기서 싸우는 학생들과, 이 스타디움에 온 관객들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야, 박유진. 너 솔직히 말해 봐.”
“하아. 또 뭐요?”
나는 작은 한숨과 함께 김현지를 바라봤다.
“너 D급 아니지? D급이라는 건 구라지?”
“공식적으로는 아직 D급이에요. 공식적으로는.”
“하, 참 나. 게다가 너 나이 속이는 건 아니지? 너 올해 1학년이라며?”
“네, 파릇파릇한 새내기죠. 왜요?”
“그럼 너는 뭐 유치원 때부터 싸운 거냐? 너 싸우는 것만 보면 몇십 년은 구른 사람 같다니까!”
“…그럴 수도 있죠.”
20년 가까이 구르기는 했으니 말이다.
김현지의 눈썰미가 은근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아무튼. 지금 날 노리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서… 총 23명.’
말 그대로 이 경기에 참여한 학생들의 절반가량이 나 하나를 잡기 위해 온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흔해 빠지고 약한 D급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슬슬 눈치채기 시작한 것 같았다.
원래 같았으면 나의 이 유명세를 여러모로 즐겼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즐길 타이밍이 아니었다.
‘빨리 끝내자.’
나는 내 목에 걸린 엔드리온의 조각을 슬쩍 바라봤다.
원래 이 돌멩이를 쓰는 건 최후의 수단, 그러니까 일종의 필살기 느낌이었다.
한 번 쓰고 다시 쓰려면 15분에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겠어.’
나를 절대 보내 주지 않을 거 같은 이 학생들을 빠르게 쓰러뜨려야 했다.
하나하나 상대해서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시간이 많이 지체될 터였다.
“음? 야, 너 목에 그 돌멩이 뭐냐? 왜 그거 만지고 있는 건데?”
“…별것 아니고, 다들 마음의 준비나 하세요.”
나는 내 전류를 엔드리온의 조각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거… 조금 많이 아플 테니까요.”
* * *
쾅―!
콰콰쾅―!
“…뭐지?”
근처에서 들려온 폭발 소리에 이민아는 고개를 돌렸다.
“으아아악!”
“크악!”
곧이어 들려오는 비명 소리.
그리고 곧이어 엄청난 규모의 전류들이 그 근처에서 뿜어져 나왔다.
“…박유진인가 보네.”
이민아는 피식 웃으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박유진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처음에는 박유진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붙으라고 하면… 내가 절대 못 이기겠지.’
박유진이 말도 안 되게 강해진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박유진이 보이는 노련함이었다.
그의 전투를 보면, 이민아는 그를 도저히 동갑으로 볼 수 없었다.
‘항상 여유가 있고, 전투 경험이 암만 봐도 10년 이상이야.’
너무나 대단한 친구를 두고 있다고, 이민아는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박유진 덕분에 나도 엄청나게 강해졌지.’
박유진이 그녀에게 시킨 훈련들.
이민아 입장에서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매우 유용했다.
그도 그럴 게, 지난 1년 동안 강해진 것보다, 지난 한 달 동안 훨씬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순히 몸이 좋아졌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야. 내 안에 생긴… 나의 본능이…….’
이민아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의 심장 부근에서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힘의 존재를 말이다.
이 힘이, 정확히는 늑대인간의 진정한 본능이 엄청난 힘을 그녀에게…….
“저기다!”
“이민아 저기 있다!”
강하게 터져 나오는 전기들을 보던 중, 다섯 명의 학생들이 나타나 이민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민아는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그들의 공격을 전부 막아 냈다.
그러고는 너무나도 손쉽고 깔끔하게, 그 다섯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그 다섯 명은 전부 이민아의 공격을 막았지만, 그 시도는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민아의 주먹은 그들의 방어를 전부 뚫었기 때문이다.
“…나 진짜 강해졌구나.”
내면의 본능이 그녀의 힘을 더 끌어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문득, 잘만 하면 올해 내로 A급 헌터를 노려 볼 만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박유진의 훈련을 이대로만 하면, 어쩌면…….”
“아으으윽, 아악. 이민아. X발, 너까지 왜…….”
“아, 뭐야? 뻗어 버린 거 아니었어?”
이민아는 옆에서 몸을 일으키는 조원선을 바라봤다.
몇 분 전, 이민아는 너무나도 손쉽게 조원선을 쓰러뜨렸다.
완전히 기절한 줄 알아 놔두고 있었는데, 그는 다시금 일어서고 있었다.
“너와 박유진은 왜… 그리고 나는 왜 강해질 수 없는 거냐고!”
조원선은 이 말과 함께 창을 들고 이민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민아는 공중에 도약한 뒤, 조원선의 머리를 향해 발을 내리찍었다.
“어억?! 억!”
“그냥 쓰러져 있어. 괜히 뭐 하려다가 더 다치지 말고.”
이민아는 피식 웃으며 조원선을 내려다봤다.
“참고로 팀전 때의 일, 나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때 네가 몬스터 테이머인가 하는 새끼로 나 조종한 거 말이야.”
“으으…….”
“마음 같아서는 너 X나 패고 싶은데 참는 거다. 그러니까 더 나대지 말고 그냥 쓰러져 있어.”
자신의 신체 능력이 강해진 걸 다시금 확인한 이민아.
그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다음 타깃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승이 코앞이야.’
방금 보니, 막판인 만큼 박유진도 꽤 전력을 내는 듯했다.
그러니 이민아는 그에게 지지 않기 위해 보다 열심히…….
“닥쳐. 이민아. 네가…네가 뭘 안다고…뭘 안다고 그렇게 지껄이는 건데?”
“맷집 X나 좋네. 그럼 한 대만 더 맞고 기절이나…….”
“네가 뭘 아냐고! 너 같은 새끼가! 뭘 안다고!”
조원선은 또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그는 망설임 없이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꺼냈다.
하윤경에게 받은, 검은 알약들이 담긴 것이었다.
“나는 성공해야만 해. 모두에게 그걸 약속했다고. 그리고 성공할 수만 있다면…….”
단순히 박유진이나 이민아를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원선은 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었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 더 강한 힘을 얻고 싶었다.
‘만약 이 약을 통해 진짜 한 번에 강해질 수 있다면… 노력 없이 바로 강해지는 게 가능하다면…….’
조원선은 약들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약이 그의 속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반응을 보였다.
“크아아악! 아악!”
몸속에서의 엄청난 열기와 함께, 조원선은 포효했다.
약을 먹자마자, 그는 본인의 신체가 강해지는 걸 바로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고통 또한 느껴졌다.
“뭐야… 나… 왜…….”
엄청난 열기와 엄청난 고통.
거기다 조원선은 점점 이성적인 사고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이 약… 분명 부작용 없다고…….”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걸, 조원선은 이때 눈치챘다.
* * *
‘뭐야? 이 새끼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이민아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 못 하고 있었다.
분명히 조원선을 제압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원선은 일어났고, 그는 무슨 약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 결과.
“으아! 으아아아! 크아아아!”
“아으으,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조원선은 아까 전부터 이민아에게 미친 듯이 창을 휘둘렀다.
이성을 완전히 잃은 짐승처럼 말이다.
“좀 쓰러지라고!”
이민아는 조원선의 창을 막은 뒤, 그의 관자놀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녀는 나름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린 거였다.
“…으으으, 으아아아.”
“뭔데, X발.”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조원선은 안 쓰러졌다.
오히려 전혀 타격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체 뭔 약을 했길래 이 꼴이 난…….”
“크아아아아!”
“X발. 내가 짐승이지, 너는 짐승이 아니잖아!”
이민아는 조원선의 창을 피하며 그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이민아는 상태가 이상해진 조원선을 다시 한번 살폈다.
‘저 붉은색 선들은 뭐야?’
조원선의 피부 위로 혈관과도 같은, 붉게 빛나는 선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선들은 조원선의 얼굴을 포함해 몸 곳곳에 나타나는 중이었다.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조원선과 싸우면 안 된다고, 이민아의 본능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민아는 조원선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으아아아!”
“에라이, X발!”
하지만 그 순간, 조원선은 매우 빠르게 이민아에게 접근했다.
최근 강해진 이민아도 놀랄 정도의 속도로 말이다.
그런 후, 조원선은 이민아의 창을 내리쳤고, 이민아는 가까스로 그 공격을 막았다.
“좀 뒤져라!”
이민아는 창을 옆으로 쳐 낸 뒤, 조원선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조원선은 이민아의 주먹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그것도 너무나도 쉽게 붙잡은 것이었다.
“어떻게…….”
최근 힘으로 밀린 적이 없던 이민아는 당황했다.
그리고 조원선은 그런 이민아를 이성 없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으으으, 크으아아.”
“으윽?”
조원선의 몸에 나타난 붉은 선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들에서 엄청난 열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악?! 뭐 이리 뜨거운…….”
조원선에게 붙잡힌 이민아의 주먹.
그러니까 조원선의 피부와 맞닿고 있던 이민아의 주먹은 그 열기를 그대로 느끼게 되었다.
“이, 이거 놔!”
이민아의 손은 늑대인간의 두꺼운 털로 덮여 있었다.
덕분의 그녀의 손은 어지간해서 상처를 입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조원선이 내뿜는 열기가 그걸 뚫어 내는 중이었다.
“으으으으아!”
조원선의 몸에서 더 많은 열이 뿜어져 나왔다.
특히 이민아의 주먹을 붙잡은 손에서 더욱 강하게 나왔다.
마치 그녀의 주먹을 태워 버리려는 듯이 말이다.
“X발! 이거 놓으라고!”
이민아는 발버둥 쳤지만, 조원선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이에 이민아는 슬슬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순간.
“하아, 조원선 씨?”
“…어? 박유진?”
“으으으, 크으아으아아아.”
“꺄아아악?!”
근처 건물의 옥상에서 나타난 박유진.
그의 등장에 조원선은 이민아를 근처에 던져 버린 뒤, 박유진 쪽을 올려다봤다.
“아아아아! 바, 바, 박유진!”
“…갈 데까지 갔구나.”
박유진은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며 중얼거렸다.
“편하게 끝낼 수는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