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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24화 (124/240)

124화

익스트리머의 폭발.

개체마다 가지는 폭발력이 전부 달랐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는 폭발력의 저점은 대체로 전부 비슷했다.

‘적어도 이 경기장을 다 덮을 정도로 폭발하겠지.’

그리고 폭발로 인한 불길이 관객석 쪽을 덮을 터였다.

그랬다가는 경기장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전부 죽고, 관객석 쪽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피해가 생길 거다.

‘그걸 막아야지.’

나는 내 앞의 조원선을 바라보며, 내 안에서 전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폭발을 완전히 막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일어날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는 있었다.

파지직! 파직!

내 주위에 튀기 시작한 전류.

그러면서 나는 내 목에 걸린 푸른 돌멩이를 슬쩍 바라봤다.

“힘 좀 빌린다, 알겠지?”

우우웅―

내 말에 진동하는 엔드리온의 조각.

그 반응과 동시에 나는 그 돌멩이를 향해 전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전류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좋아, 이 정도면…….”

전성기 시절만큼의 전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전성기의 발끝만큼의 실력은 낼 수 있을 듯했다.

‘내 실력을 벌써 보이는 건 싫지만, 어쩔 수 없지.’

헌터로서의 내 존재를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 건물들은 마법으로 이루어진 거라 쓸모없겠지.’

내 주위에 있는 런던의 건물들.

전부 마법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라, 실제 철이나 벽돌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나는 실제 건물인 스타디움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지직―!

더 강하게 튀는 전류.

그러자 잠시 뒤, 스타디움의 건물에서 철근들이 뜯겨 나왔다.

“저거 뭐야?!”

“설마 저 철들, 박유진이 하는 거야?!”

철근들이 갑자기 뜯겨서 날아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전부 놀란 반응들을 보였다.

이걸로 일렉트로 마스터로서의 내 진가를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었다.

말했듯, 이런 내 진가를 천천히 알리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집중하자.’

사람들의 반응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금 내 앞의 조원선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으아악! 아악! 박유진! 너, 너 때문에! 너 때문에!”

“X발, 그게 왜 나 때문인데, 이 개새끼야.”

조원선의 온몸을 뒤덮은, 혈관과도 같은 붉은 선들.

그 선들은 이제 매우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 정도 빛이면… 폭발하기까지 20초도 안 남았겠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나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내 전류를 이용해 끌고 온 철근들을 조원선 주위에 떨어뜨렸다.

그 철근들을 이용해, 조원선을 그 안에 가두었다.

“박유진! 박유진! 으아아아! 뭐 하는…….”

조원선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나는 내 할 일을 계속했다.

‘이렇게 하면 조원선이 죽겠지.’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조원선 하나 때문에 이 스타디움의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쾅―!

팅―!

쾅―!

나는 철근, 철봉 등, 철로 이루어진 것들을 계속 끌어왔다.

그것들을 조원선 주위에 떨어뜨려, 그를 철들 안에 가뒀다.

“크아아! 이, 이거를! 나를…….”

계속 뭐라고 포효하는 조원선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점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가두는 철들을 뜯어내려고 했지만, 나는 뜯어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더 철들을 불러왔다.

그렇게 철들은 계속 쌓이고, 어느새 조원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곧 폭발한다.’

마지막 철근을 떨어뜨린 후.

나는 조원선이 갇힌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지직―!

그러곤 조원선을 가두고 있는 철들을 향해 전류를 날렸다.

아니, 단순히 날리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하면…….”

조원선을 가두고 있는 철 더미 주위로 보호막 비슷한 걸 만들었다.

전기로 이루어진 보호막이었다.

전기를 촘촘하게 배치한 것이었다.

큰 효과는 못 바라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그리고 그 보호막을 만든 것과 동시에.

“크아아악! 내 몸! 내 몸이?!”

콰콰쾅―!

철 더미 안에서 조원선의 비명이 들렸고, 이내 엄청난 폭발 소리까지 들려왔다.

“윽.”

조원선과 꽤 떨어져 있었음에도, 열기가 내 바로 앞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내 앞의 광경에 집중했다.

콰쾅!

쾅!

내가 쌓은 철 더미 안에서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재빨리 전류를 더 많이 끌어모았다.

그리고 철 더미를 향해 자기장을 뻗었다.

조원선을 가두는 철들이 폭발에 무너지지 않게끔, 전력을 다해 붙잡았다.

“으, 으윽.”

결과적으로 내가 모은 철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즉, 폭발의 충격을 어찌어찌 견뎌 낸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철들이… 녹고 있어.’

익스트리머들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열기를 지녔다.

거기다 지금, 강력한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탓에 철들이 못 버텼다.

“…조금만 더.”

익스트리머는 최소 열 번의 폭발을 일으키는 편이었다.

그걸 철들이 버텨야 했고, 무엇보다…….

‘내가 버텨야 해.’

철들이 무너지지 않게끔 계속 붙잡아야 했다.

이걸 지금의 내 몸으로 오래 지속하는 건 힘든…….

“어억.”

순간 내 가슴을 덮친 엄청난 통증.

힘을 무리해서 썼을 때 느껴지던 통증이었다.

처음 겪는 종류의 충격은 아니었던지라, 통증 자체는 문제없었는데.

콰쾅!

통증 때문에 내 능력으로 붙잡고 있던 철들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폭발이 한 번 더 일어났다.

그 결과, 조원선을 가두고 있던 철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무너졌다.

“이런 X발.”

철들을 다시 모아 조원선을 또 가둘 틈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방금 만든 보호막, 그러니까 전류로 이루어진 보호막을 재빨리 조원선 주위에 만들었다.

그가 어디로 튀지 못하게끔 말이다.

“박유진, 박유진……. 박유진! 나는! 너를 죽일 거야! 증오하고 저주한다고! 으아아아!”

“하아,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나는 조원선 주위로 전류 보호막을 하나 더 겹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원선의 끔찍한 몰골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 가족을!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내가!”

머리카락은 전부 타 버렸고, 피부는 열기에 의해 녹아내렸다.

뼈가 보일 정도로 녹아내린 곳도 있을 정도였다.

한때 볼만 했던 얼굴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조원선은 나를 바라봤다.

정확히 말해, 증오로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너 때문이야! 너만 내 앞에 안 나타났으면! 나는 내 가족과……. 크아악! 아아악!”

조원선은 고통스럽게 포효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의 몸 위로 붉은 선들이 다시 빛났다.

다음 폭발이 곧 일어날 징조였다.

‘막아야 한다.’

순간 조원선의 숨통을 끊을까 생각했지만,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이내 깨달았다.

한 번 폭발하기 시작한 익스트리머는 죽어서도 폭발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걸 막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폭발은 쌓아 둔 철들로 어찌어찌 막았다.

하지만 그 철들은 이미 다 날아간 상태였다.

지금 조원선의 폭발을 막을 수단은 없었다.

‘…아니, 없는 건 아니지.’

나는 내 허리에 걸린 단검, 자바니아를 바라봤다.

이 단검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

만약 이걸 써서 폭발의 불길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크아아악!”

생각할 틈 따위는 없었다.

조원선의 몸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나려고 하자, 나는 바로 자바니아를 꺼내 들었다.

일정 이상의 에너지를 흡수하면 내 몸이 못 버틸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어?”

폭발은 일어났다.

하지만 폭발의 불길이 내게 닿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불길이 조원선의 주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불길이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이 말이다.

“역시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었군요.”

“…하세리 헌터님?”

“늦어서 죄송해요.”

내 곁에 나타난 붉은 머리 색의 헌터는 조원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불길이 구체로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세리가 주먹을 쥐자, 그 불은 그대로 공중에서 소멸했다.

“괜찮은가요, 박유진 씨?”

“네, 뭐. 죽지는 않았네요.”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하세리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이 누님을 완전히 잊고 있었네.’

한국 최고의 화염술사에게 있어 이런 폭발은 손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혼자서만 이 일을 해결하고자 해, 하세리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이죠? 저 조원선이라는 사람, 대체 왜…….”

“익스트리머라는 몬스터, 아시나요?”

“아, 익스트리머였군요. 어쩐지 저 붉은 선들을 어디서 본 거 같…….”

“끄아아아악!”

또다시 들려오는 조원선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

그는 어느새 인간의 형태가 아닌 몰골이 되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의 몸은 또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어딜.”

하세리는 바로 반응해, 폭발의 불길을 멈춰 세웠다.

그러나 이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는지, 하세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랜만에 하니까 힘드네……. 근데 저 학생은 어쩌다가 저런 모습이 된 거죠?”

“…설명하자면 길어요.”

이걸 설명하려면 하윤경에 대한 것부터 설명을…….

‘잠깐. 하윤경?’

나는 관객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윤경을 찾고자 했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세리 헌터님. 혹시 아까 관객석에서 같이 앉아 있던 분…….”

“아, 제 고모요? 어? 뭐야? 어디 갔대?”

하세리도 방금 눈치챈 듯한 반응이었다.

게다가 하윤경의 이야기가 나오자, 하세리는 살짝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고모가 왜 계속 나를 붙잡은 건지. 내가 일찍 나섰으면 이럴 일은…….”

하세리의 혼잣말을 듣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충 파악했다.

‘하윤경이 하세리를 붙잡고 있었나 보네.’

하세리 성격상, 그녀는 조원선의 이상을 보자마자 바로 나섰을 거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늦은 건, 역시 하윤경이 그녀를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하윤경은 그사이에 도망친 건가?’

일단 관객석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멀리 못 갔을 터였다.

“하세리 헌터님. 조원선 씨를 잘 마무리해 주세요. 제가 지금 바로 가 봐야 할 곳이……. 으윽?”

“박유진 씨!”

경기장 밖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현기증이 내 머리를 덮쳤다.

“박유진 씨. 지금 코피가…….”

“…너무 무리했나 보네.”

아까 조원선을 가두기 위해 몇 톤이나 되는 철근들을 옮겼다.

회귀 전의 나라면 모르겠으나, 지금의 내 몸으로는 역시 힘든 작업이었다.

‘그나저나 이번 기회를 놓치는 건 조금 아쉬운데.’

하윤경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그녀를 붙잡거나 죽이는 편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 내 몸이 이 상태면…….

“박유진! 박유진!”

“음? 아, 너구나.”

휘청거리던 중, 이민아가 내 곁에 나타나 나를 부축해 줬다.

“괜찮아? 너 지금 피가…….”

“걱정 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보다 내가 하라는 건…….”

“어, 잘 됐어. 내가 말할 때는 안 듣다가, 하세리 헌터님이 난입하니까 바로 경기 중단을 하더라.”

“그러냐? 뭐, 그래도 고생 많았다.”

“히힛.”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하자, 이민아는 기분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나저나 아쉽게 됐네.”

“응?”

“여기서 우승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혼란에 빠진 듯한 관객의 사람들.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조원선.

급박하게 움직이는 대회 측 운영진들.

“노력의 결과치고는 씁쓸하네.”

하윤경 하나 때문에 이러한 혼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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