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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36화 (136/240)

136화

하윤경은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러니까 말 그대로 미친 과학자였다.

미쳤던 만큼, 그녀는 별 이상한 연구들을 했었다.

대부분 인류를 진화시키기 위한 연구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죽음을 피하는 연구도 있었지.’

불멸의 신체를 얻는 법, 초재생 능력 등.

하윤경은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들에 도전했고… 그중 성공 사례가 있었다.

‘TX4869. 회춘의 약이지.’

늘 말했듯, 하윤경은 미친 여자였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설마 회춘의 약을 진짜 만들 거라고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박유진, 너… 이 약을 어떻게 알고…….”

“다 알 방법이 있죠.”

나는 피식 웃으며 하윤경을 내려다봤다.

자기보다 훨씬 큰 옷을 걸친 여자아이.

그러니까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약은 내가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만들었을 텐데, 어떻게…….”

“그러니까 다 알 방법이 있다니까요.”

회귀 전, 하윤경을 죽인 후.

나는 경찰과 함께 직접 이 시설을 조사했었다.

덕분에 하윤경이 뭘 만들고 있는지 전부 알 수 있었고, 그중 이 약이 특히 기억에 남았었다.

‘회춘시켜 주는 약인데,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지.’

처음에는 이 약으로 인해 혼란이 있을 거라 걱정했었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본 결과, 이 약에는 하자가 몇 군데 있었다.

‘무조건 10살 내외의 아이로 어려지고, 가지고 있던 능력들을 전부 잃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하윤경을 다시금 바라봤다.

‘하윤경밖에 못 먹는 약이었지.’

하윤경은 자신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약을 만들었다.

그 탓인지, 저 약은 하윤경에게만 효과가 있었다.

‘실험 영상도 남겼었지.’

약을 먹고 어려진 후, 해독제를 먹고 원래의 나이로 돌아간다.

그 내용의 영상도 회귀 전에 확인했었다.

해독제, 그러니까 즉…….

“내가 이대로 당할 거 같아?!”

하윤경은 몸을 일으켜, 제조실에 있던 기계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구경만 하지 않았다.

“네. 이대로 당할 것 같네요.”

나는 하윤경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이에 하윤경은 발버둥 쳤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발길질을 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해독제 만들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TX4869. 그거 해독제 있잖아요.”

“…이 애새끼가.”

하윤경은 양손에 불꽃을 불러냈다.

하지만 그 불꽃은 매우 작았다.

라이터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이었다.

“내 불꽃이…….”

“이 약을 직접 실험해 봐서 잘 알지 않나요?”

나는 하윤경이 불러낸 불꽃들을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껐다.

“약을 먹고 어려지면, 기존의 능력치들도 전부 아이였을 때로 돌아가잖아요.”

“이게 감히…….”

하윤경은 마법을 발동해, 광선 같은 것을 내게 날렸다.

그러나 그 광선은 내 코트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포기하세요. 그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요.”

“…나를 죽일 거면 얼른 죽여. 이딴 방식으로 나를 능욕하지 말고.”

“제가 하윤경 씨를 왜 죽여요?”

나는 하윤경의 목덜미를 잡고, 그녀를 들어 올렸다.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말이다.

“이, 이거 놔! 뭐 하는…….”

“쓸 만한 구석이 있어서 이렇게 살려 놓은 거잖아요.”

“으윽… 너, 나를 살려 놓으면 분명 후회할 텐데?”

“혹시 해독제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생각이면, 그것도 포기하세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너,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면… 으아악?!”

“제가 무사할지 걱정하는 것보다, 그쪽이 무사할 수 있을지 먼저 걱정하세요.”

나는 하윤경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 꼬맹이의 모습으로 혼자 아무것도 못 할 테니까요.”

“아으으. 크윽. 야! 아프잖아! X발!”

“아까도 말했지만, 하윤경 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더한 고통을 겪었을 거예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

“실험당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칫.”

하윤경은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쫓기 위해 뛰지 않았다.

그냥 여유롭게 걸어갔다.

어차피 하윤경이 뭘 할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한 대비까지 해 놓았고.

“왜, 왜 안 열리는 거야? 왜…….”

방 밖으로 나가자, 복도 끝에 서 있는 하윤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있었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이 안 열렸다.

“빨리 열려야 내가…….”

“그 엘리베이터는 제가 해킹해 놨어요.”

“뭐? 해킹?”

“정확히는 제 전류를 심어 놓은 거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 전류가 심어진 기기들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거든요. 물론 한 시간밖에 유지 안 되지만, 그 정도 시간이면…….”

“말도 안 되는… 일렉트로 마스터들 중에서 그게 가능한 인간은…….”

“뭐, 없기는 하죠. ‘저 말고는’ 없죠.”

전자 기기의 해킹.

이건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었다.

회귀 전에는, 일렉트로 마스터들 중 나만 가능했었다.

“흠, 그나저나 왜 하필 엘리베이터로 향하신 걸까요?”

“으윽? 이, 이거 놔!”

나는 하윤경의 목덜미를 잡아 그녀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런 후,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걸 본 하윤경은 조금 놀란 듯했다.

“설마… 진짜 전류만으로 해킹을…….”

“저는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하거든요. 뭐, 아무튼. 왜 하필 엘리베이터를 쓰려고 한 거죠?”

나는 하윤경을 든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엘리베이터로 도망쳐 봤자, 결국 저에게 따라잡힐 뿐이에요. 헌터의 몸은 엘리베이터보다 빠르니까요.”

“…….”

“대답 안 하겠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는 다 알고 있거든요.”

나는 엘리베이터의 구석 쪽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의 벽면을 누르자, 벽이 문처럼 열렸다.

그 뒤로 작은 공간이 하나 있었다.

“이걸 어떻게…….”

“말한 것처럼, 다 알 방법이 있어요.”

회귀 전에 하윤경을 한 번 놓쳤다.

그 당시에, 하윤경은 이 방법으로 탈출했었다.

“순간이동 주문서들이네요.”

작은 공간 안에 쌓여 있던 건 수많은 종이 뭉치들.

그러니까 지정된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주문서들이었다.

발동 조건은 그 주문서를 찢는 것이었다.

“…에잇.”

“어허. 어딜.”

하윤경은 손을 뻗어 주문서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그녀 손에서 주문서를 빼앗았다.

“내놔! 내놓으라고!”

“이걸 주면 뭐, 도망칠 수야 있겠죠.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건 두 번째 연구소로 이동하는 거였죠.”

“네가 알아 봤자 뭘…….”

“근데 하윤경 씨. 거기로 도망쳐 봤자 아무 의미 없어요. 왜냐하면 그 연구소, 북한산에 있다는 거 알거든요.”

“…어?”

“게다가 제가 하윤경 씨를 거기로 그냥 보낼 거 같나요? 그 연구소로 가면 바로 해독제 만들고, 또 이상한 난리를 칠 게 뻔한데.”

“아니… 무슨, 그, 너… 정체가 뭐야?”

하윤경은 아까 전보다 훨씬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 놀랍다기보다는 두렵다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나 같아도, 이렇게 나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을 만나면 무서울 듯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평범한 헌터니까.”

“평범한 헌터 따위가 이런 정보들을 어디서 얻냐고?!”

“다 방법이 있어요. 그보다 너무 걱정은 마세요. 그 연구소로 하윤경 씨를 보내기는 할 거니까.”

“…진짜로?”

“네.”

내 말에 하윤경의 눈빛이 달라졌다.

마치 기회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이었다.

하지만 하윤경에게 아쉽겠지만, 그런 기회 따위는 없을 것이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무슨 조건이지?”

하윤경은 순순히 협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모습이 거짓이라는 걸 다 알았다.

애초에 하윤경 성격상, 그녀는 절대 나와의 약속을 안 지킬 터였다.

그걸 알았기에, 이 방법을 쓰는 거였다.

“이 발찌. 차고 가 주세요.”

나는 주머니에서 아까 챙겨 온 발찌를 꺼냈다.

그걸 보자마자, 하윤경의 눈은 커졌다.

하지만 하윤경은 이내 태연한 척을 했다.

“발찌? 저, 저거 뭐냐? 왜 저걸 나 보고 차라는…….”

“잘 아시잖아요.”

나는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그러고는 반지를 내 왼손의 검지에 끼웠다.

그 모습에 하윤경은 몸을 조금씩 떨기 시작했다.

“나, 나는 저 발찌를 절대…….”

“이 반지와 발찌가 뭔지, 잘 아시나 봐요?”

“모, 몰라! 네가 왜 저딴 촌스러운 물건을 내게…….”

“그럼 설명해 드리죠. 이 발찌를 차면, 그와 짝이 되는 반지를 찬 사람, 그러니까 저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해요.”

“너…….”

“하윤경 씨가 만든 물건이라, 잘 아시지 않나요?”

내 말에 하윤경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이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차라리 나를 죽여! 나, 나는 너 따위에게 이용당하고 싶지…….”

“그게 말이죠. 저는 하윤경 씨를 이용하고 싶거든요.”

이 말과 함께, 나는 하윤경의 발목에 발찌를 채웠다.

그리고 그 순간, 반지와 발찌가 동시에 빛나더니, 이내 빛이 사라졌다.

“아… 아. 이제… 나는…….”

“본인이 만든 발명품에 당하니 소감이 어떤가요?”

나는 하윤경을 놓으며, 능글스럽게 물었다.

이에 하윤경은 증오 가득한 눈으로 내게 달려들었으나.

“멈추세요.”

“으읏.”

하윤경은 내가 한 말 한마디에 그대로 멈추었다.

이에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추 잘 작동하나 보네. 됐고, 저 주문서 한 장 들고 오세요.”

“몸이…….”

반지가 빛나는 것과 함께, 하윤경은 내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잘했어요. 그럼 이제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뭐, 듣든 말든 어차피 따라야 하겠지만.”

“무슨…….”

“주문서를 이용해, 북한산에 있는 두 번째 연구소로 가세요. 그리고 거기서 그 어떠한 수작도 부리지 마세요. 그냥 먹고, 자고, 싸기만 하고, 제가 거기 갈 때까지 얌전히 있으세요.”

“내가 그걸 들을 거라고…….”

“어차피 싫어도, 이 반지 때문에 들어야 할 거예요.”

“크윽…….”

반지와 발찌가 빛났다.

이에 하윤경은 어금니를 깨물었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제 굳이 존대를 할 필요가… 없겠네? 이렇게 어린애에게 존대하는 것도 이상하니까.”

“어, 어린애? 박유진! 네가…….”

“윤경아. 어른 말을 들어야 착한 어린이야. 알겠지?”

“너, 너… 너! 네가 뭔데 나를…….”

“몸이 어려지더니, 정신 연령도 어려졌나. 쉽게 흥분하시네.”

나는 피식 웃었고, 하윤경은 죽일 듯이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게 달려들어도, 이 반지 하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윤경아. 저 주문서 찢어서 먼저 연구소에 가 있도록 해. 그리고 말한 것처럼, 그냥 얌전히 나 기다리는 거다. 늦어도 이틀 안에는 갈 테니까, 거기 있는 음식들 먹으면서 조용히 기다려.”

“박유진! 너는 나를 죽이지 않은 걸 후회할 거야! 이렇게 능욕하지 말고, 차라리 나를 죽이는 편이 너에게…….”

“응, 알겠고. 어서 가 봐.”

내가 반지를 통해 명령하자, 하윤경은 들고 있던 주문서를 찢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좋았어. 하윤경이라는 카드를 손에 넣었네.”

원래는 죽일 생각이었지만, 나는 여기서 도박을 했다.

그리고 도박에 성공했고, 덕분에 상당히 유능한 과학자를 손에 넣었다.

‘뭐, 뒷정리가 귀찮아지겠지만, 그 정도는 감안해야지.’

하윤경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 후, 복도 쪽을 바라봤다.

“어디 보자…….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저쪽 방에 인화성 물질이 몇 개 있었는데…….”

나는 근처의 방에 들어가, 약품 몇 개를 그 방 안에 뿌렸다.

그런 후, 그 약품들을 향해 전류를 발사했고.

콰콰쾅―!

쾅―!

콰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엄폐물 뒤에 숨었던 나는, 그 폭발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흐음, 이 정도 폭발이면 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까지 멀쩡했던 지하 27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하윤경은 약을 먹고 몬스터로 변이. 이에 내가 하윤경과 싸웠고, 하윤경은 옆방으로 돌진했다. 그 과정에서 옆방에 있던 약품들이 폭발. 하윤경은 시체도 안 남긴 채, 폭발에 휘말려 죽었다.”

나는 하세리에게 말할 것들을 빠르게 정리했다.

“좋아. 이걸로 하윤경은 공식적으로 죽은 거네.”

그래, 공식적으로는 죽었다.

실상은… 내 손에 놀아나는 부하가 됐다는 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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