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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42화 (142/240)

142화

“너,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야?”

“제가 이런저런 일들을 좀 많이 겪어서요.”

나는 피식 웃으며 신예진에게 대꾸했다.

“정확히는 좀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싸운 거죠. 하늘을 나는 사람도 싸워 보고, 물속에서 숨 쉬는 인간을 상대로도 싸워 보고…….”

나는 신예진이 튀어나온 그림자를 슬쩍 바라봤다.

“그림자를 이용해 싸우는 인간들도 여러 번 만났었죠.”

“…아까 너희 집 안에서, 그림자를 보자마자 나를 눈치챈 거야?”

“아까 식탁 밑의 그림자가 조금 흔들리더라고요. 보통 그림자는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데 말이에요.”

“그걸 알아차렸다고?”

“말씀드렸듯이, 그림자를 이용하는 인간들을 자주 상대했거든요.”

이 말과 함께,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었다.

“아까 집에서, 제가 이 단검을 던지자 꽤 놀라신 것 같던데. 맞죠?”

“노, 놀란 적 없…….”

“놀라셨잖아요. 그림자가 떨리는 게 보이던데.”

“…개자식.”

신예진은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실키의 가면을 쓴 채 피식 웃었다.

“신예진 씨는 보니까…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그림자를 통해 이동하는 능력인가 보네요. 맞죠?”

“네 알 바가 아닌…….”

“게다가 제 그림자에 들어가지 않는 걸 보니…. 아니, 못 하는 걸 보니. 사람의 그림자 속으로는 못 들어가시나 봐요?”

“…….”

신예진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마치 내가 그걸 바로 알아차릴 거라고 예상 못 했다는 듯이 말이다.

‘뭐, 회귀 전에도 신예진을 한 번 상대했으니까.’

신예진은 전에 나를 암살하러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죽이기는커녕 역으로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때 쓰고 있던 가면을 내게 빼앗긴 것이었다.

‘당시에 너무 순식간에 잡아서 능력이 뭔지 확인 못 했는데,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하지만 사람의 그림자 속에는 몸을 못 숨기는 제약이 있는 듯했다.

‘근데 그런 제약을 고려하더라도, 암살자로서 꽤 좋은 능력이야.’

나 같은 경우에는 암살에 최적화된 그 어떠한 능력도 없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억지로 암살자가 된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신예진은 아니었다.

그녀의 저 능력은 암살에 최적화된, 암살자에게 딱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하긴, 회귀 전의 내게 어중이떠중이 암살자를 보내지는 않았겠지.’

그나저나 뭔가 이상했다.

신예진의 능력만 보면, 훗날 꽤 실력이 좋은 암살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전생에서 그녀에 관해서 들은 적이 없었다.

실력 있는 암살자라면 내가 분명 한 번쯤은 들었을 텐데 말이다.

‘뭐, 아무래도 좋으려나.’

지금 중요한 건 신예진이 내 앞에 나타난 것.

그리고 지금 그녀가 내게 적의를 비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신예진 씨. 어째서 저를 이렇게 찾아온 건지 여쭤도 될까요?”

“그걸 몰라서 물어?”

신예진은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네가 지금 쓰고 있는 그 가면. 그거 원래 내 소유물이야!”

“하지만 이제는 아니죠.”

나는 가면을 쓴 채 눈웃음을 지어 줬다.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었으면 잘 지켰어야죠.”

“도둑 새끼야! 네가 뺏어 놓고 그딴 말은…….”

“에이, 신예진 씨, 암살자 아니었어요? 암살자나 도둑이나, 거기서 거기잖아요.”

나는 여유롭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용케도 저를 찾아왔네요. 암시장에서 가면 뺏을 때 제 얼굴을 안 들켰을 텐데요.”

“하, 참 나. 야, 너 내 가면을 쓰고 그 헌터 대전? 고연대인가 하는 대회에서 막 싸웠잖아. 게다가 지금 뉴스에서 네 이야기 엄청 하고 있어서…….”

“네, 알아요. 그 덕에 쉽게 여기까지 오신 거겠죠.”

뭐, 이 정도는 각오한 일이었다.

고연대의 헌터 대전은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회.

거기서 활약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올라갔다.

당연히 실키의 가면을 쓴 내 모습이 거기에 포함됐을 터였다.

“내가 널 찾으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나 해?”

“으흠, 제가 그렇게 좋았나요? 저를 찾으려고 꽤 노력을…….”

“개소리 작작하고, 내 가면이나 돌려줘. 그거 내 것이니까.”

“주운 사람이 임자, 이 말 모르시나요? 게다가 이게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었으면 잘 관리하셨어야죠.”

“X발 새끼야! 네가 훔친 거잖아!”

신예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친 뒤, 주머니에서 너클 한 쌍을 꺼냈다.

검은색 철로 이루어진 너클이었다.

회귀 전, 신예진이 나를 암살 시도했을 당시.

그녀는 저것과 똑같은 너클을 끼고 있었다.

“후우우우. 그래. 저 가면을 뺏긴 건 내 잘못이지. 하지만 다시 뺏어 오면 그만이야.”

“뺏을 수는 있고요? 지난번에 제게 한 번에 당하지 않았어요?”

“그건 네가 기습해서 그런 거잖아! 기습만 안 당했으면 너쯤은 쉽게 잡아!”

“진짜로요?”

“어, 그… 네가 전기를 좀 잘 다루는 것 같기는 한데! 그쯤은 별 것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자신감이 별로 없으신 것 같네요.”

“…닥쳐!”

신예진은 너클을 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박유진, 너 지난번에 암시장에서 내게 말했지?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면, 단둘만 있는 공간으로 유인하지 말라고.”

“네, 뭐, 비슷한 말을 했었죠. 근데 그걸 또 기억하시네요? 당연히 잊고 계신 줄 알았는데.”

“너 같으면 잊겠냐? 그런 식으로 능욕당한 건 처음인데, 네가…….”

“그쪽을 능욕한 게 제가 처음이라고요? 뭐, 그건 그것대로 영광인…….”

“아으! 좀 닥쳐 봐, X발!”

신예진은 질렸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아무튼! 그때 그 말을 네가 했잖아! 근데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야! 네가 나를 옥상으로, 그러니까 단둘이 있는 곳으로 유인했어! 내 실력도 모르는 채로!”

“그쪽의 실력은 대충 알 것 같은…….”

“X발! 너에게 진 건 내가 기습당해서였다니까! 다시 붙어! 이번에는 내가 무조건 이기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면… 들어오세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나는 피식 웃으며,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 * *

신예진.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다.

신예진의 부모는 그녀를 두고 어딘가로 떠났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신예진을 거둔 노인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름이 뭐예요?’

‘내게는 이름이 없단다. 그냥 할아버지라 부르렴. 그것보다 지금 너에게서… 암살자로서의 재능이 보이는구나.’

노인은 신예진은 키웠다.

사람으로서, 그리고 암살자로서 말이다.

그렇게 신예진이 독립할 나이쯤이 되자, 노인은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숨을 거두기 전, 노인은 신예진에게 유언을 남겼다.

‘나는 기본적인 것들밖에 못 가르쳐 줬구나. 그러니 새로운 스승을 찾거라. 너는 꼭 최고의 암살자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너의 재능을 이끌어 줄, 나보다 훨씬 뛰어난 암살자를…….’

그러나 노인의 유언과는 달리, 신예진은 새로운 스승 없이도 암살 의뢰들을 잘 수행했다.

노인의 말대로, 신예진에게는 암살자로서의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그 재능 덕분에, 신예진은 기본적인 지식만으로도 암살들을 손쉽게 해냈다.

‘나에게 진짜 재능이 있는 건가? 어쩌면 새로운 스승 없이도 잘할 수 있을지도…….’

신예진은 어느 순간 자신감이 생겼다.

이 재능을 살리면, 어쩌면 뒷세계에서 최고의 암살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암살자로서 완벽한 재능이 있다고,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어.’

이 재능이면 손쉽게 최고의 암살자가 될 수 있다.

신예진은 스스로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그 남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당했어.’

그 어떠한 기척도 없이, 그 남자는 자신의 뒤를 잡았다.

그 후, 그녀를 손쉽게 제압한 뒤, 자신의 가면을 뺏어 갔다.

거금으로 힘들게 구입한 실키의 가면을 말이다.

‘다시 되찾겠어. 내가 저거 사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신예진은 자기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암시장에서는 얼굴을 못 봤으나,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자신의 가면을 쓴 남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를 추적해 여기까지 왔다.

“똑바로 들어. 지난번에는 기습당해서 내가 졌지만, 이번에는 안 당해. 정면에서 너랑 싸우면 내가 얼마든지…….”

“말 그만하고 들어오세요. 밑에 여동생과 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언제까지 입 놀리나 보자.”

신예진은 이 말과 함께 근처 그림자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몸은 그림자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갔다.

그리고 잠시 뒤, 박유진 근처에 있던 빨래걸이.

그 빨래걸이의 그림자에서 신예진이 튀어나왔다.

매우 빠르고, 매우 조용한 움직임이었다.

‘잡았다.’

신예진은 속으로 승리를 확신했다.

완벽한 공격이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이러한 공격에 대응한 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박유진도…….

턱.

“…어?”

“빠르네요. 조용하고. 엄청난 노력을 했거나, 재능이 있거나, 아니면 둘 다인가? 아무튼, 암살자로서 방금 공격은 대단했어요.”

“어떻게…….”

박유진은 신예진의 주먹을 단검의 손잡이로 가볍게 막았다.

“전에 암시장에서 말했듯이… 짬 차이죠.”

“크억?!”

박유진의 주먹에 신예진은 턱을 맞았다.

이에 신예진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그녀는 재빨리 자세를 잡아 반격을 하려고 했는데.

“…어?”

박유진은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시야에 없었다.

“여기.”

“엇? 크윽?!”

왼쪽에서 날아온 주먹.

신예진은 가격당한 뒤, 재빨리 반응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왼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신예진이 상황 파악을 못 하던 중.

“이쪽.”

“어억?!”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주먹이 날아왔다.

신예진은 그 주먹을 맞고 휘청거렸으나, 그 와중에도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박유진의 모습은 안 보였다.

“뭐, 뭐야?! 너 대체 뭔… 너 무슨 마법이라도…….”

“마법이 아니에요.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요.”

“억?!”

“짬 차이라고.”

* * *

‘재능이 확실히 있어. 암살에 최적화됐고.’

능력부터 시작해, 민첩한 몸, 그리고 조용한 움직임까지.

전부 타고난 것이었다.

나처럼 안 맞는 직종에서 성취를 억지로 이룬 게 아닌, 말 그대로 암살을 하기 위해 태어난 여자였다.

‘제대로만 키우면, 엄청난 암살자가 되겠는데.’

아직은 미숙한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면, 그녀는 전생의 나를 훨씬 상회할 암살자가 될 게 분명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죽이자.’

재능이 상당히 아깝기는 했지만, 이 여자를 살려 두기에는 위험했다.

나야 상관없지만, 이 여자가 언제 유나를 해칠지 몰랐다.

그러니 위험은 미리 제거하는 편이…….

“자, 잠깐!”

자바니아를 들어, 신예진을 확실히 쓰러뜨리려던 순간.

신예진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눈빛이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무언가 크게 결심했다는 눈빛이었다.

“바, 바… 박유진 님!”

“…음?”

“저, 저를…저를 제자로 받아 주세요!”

이 말과 함께 신예진은 대뜸 바닥에 무릎 꿇고, 머리를 바닥에 가져갔다.

이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도 그럴 게, 이건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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