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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44화 (144/240)

144화

“아무튼 신예진.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여동생, 그리고 내 주변 인물을 건들지 마, 알겠지?”

“네, 스승님!”

신예진은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스승님을 절대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래. 뭐, 이젠 배신하고 싶어도 못 배신하겠지만 말이야.”

나는 내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신예진이 이상한 짓 하지 못하게, 온갖 제약들을 신예진에게 걸어 놓았다.

하지만 그런 제약들에도 신예진은 기분이 좋은 듯했다.

내게 암살의 기술들을 배워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덕분인 듯했다.

‘근데 그건 그렇고, 벌써 세 번째 반지네.’

약지에 끼워진 검은색의, 그러니까 거미의 왕인가 신인가 하는 존재에게 얻은 반지.

검지에 끼워진 하윤경을 통제하는 반지.

그리고 방금 엄지에 끼운, 신예진을 통제하는 반지.

왼손에 반지만 세 개를 끼게 되었다.

‘앞으로 반지를 더 안 꼈으면 좋겠네.’

물론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될 것 같았지만 말이다.

뭔가 앞으로 이런 장신구들을 더 착용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건 그렇고, 신예진.”

“네!”

“너 집 따로 있냐?”

“부천 쪽에 반지하 하나 있어요.”

“거기서 계속 살래, 아니면 여기서 지낼래?”

“으음… 여기서 지낼게요.”

신예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 반지하보다 여기 시설이 더 좋거든요.”

“그치. 여기가 어지간한 집들보다는 좋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 반지하 알아서 처리하고, 짐들 여기로 들고 와. 앞으로 하윤경과 여기서 같이 지내도록 해.”

“네, 알겠어요!”

“그리고 너 고연대 어딘지 알지?”

“스승님이 다니는 학교 아닌가요?”

“맞아. 내일이나 모래에 부르면 거기로 와. 그때부터 너에게 이런저런 기술들 알려줄 테니까.”

“네!”

신예진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럼 저 그거 배울 수 있는 거예요? 스승님이 막 시야에서 사라지고 하는…….”

“그건 어려운 거라 쉽게 터득 못 해. 하지만 언젠가 가르쳐 줄게.”

“네!”

“그래, 그래.”

나는 적당히 대꾸한 뒤, 근처에서 우리를 구경하던 하윤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 여기에 들어오는 거 상관없지?”

“내게 선택권이 있었냐?”

“없지. 그냥 예의상 물어본 거야.”

“X 같은 새끼.”

“크큭.”

나는 하윤경의 머리를 툭툭 건들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늑대인간에 관한 건 잘 알아보고 있냐?”

“얼추 정리됐어. 조만간 파일들 보내 줄게.”

“알겠다.”

확실히 이런 면에서는 하윤경이 유용했다.

이런 자료 조사만큼은 하윤경이 가장 확실하게 처리했으니 말이다.

‘앞으로 더 자주 이용해야지.’

이런 자료 조사 말고도, 하윤경은 쓸만한 장비들의 제작을…….

“어? 스승님. 이 애, 방금 하윤경이라고요?”

“응, 하윤경. 누군지 알아?”

“네, 알죠. 매번 암시장에서 사람들을 사 가는 여자. 알 사람들은 다 알죠. 게다가 혹시… 이번에 무슨 거대 지하 연구 시설의 주인이…….”

“그 하윤경 맞다.”

내 대답에 신예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하윤경을 바라봤다.

“하지만 하윤경은 분명 30대인가 40대였을 텐데, 왜 어린아이인 거죠?”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나중에 하윤경에게 직접 물어봐. 그럼 잘 설명해 줄 거다.”

“내가 그걸 왜 설명하는데? 내가 이 꼴이 된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이따 신예진이 물어보면 설명해 주도록 해.”

내 말과 함께 반지에서 빛이 났다.

이에 하윤경은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는 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신예진.”

“네, 스승님.”

“짐 옮길 때 사람들에게 안 들키도록 해. 이곳이 발각되면 일이 귀찮아지니까.”

“예, 알겠어요! 그림자로 이동해, 절대 안 들키도록 할게요.”

“그래, 잘해 봐라. 아, 그리고 그림자 이동하는 능력 말이야.”

“그림자 이동이요?”

“능력 이름이 그림자 이동이냐? 뭐, 어쨌든. 그림자 이동할 때 물건도 함께 옮길 수 있는 거냐?”

“네. 가능해요.”

신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50kg 되는 물건까지 들고 이동해 봤는데, 그 이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그건 차차 알아 가면 되겠지.”

신예진의 그림자 이동은 암살뿐만 아니라, 잠입 및 정찰에 있어서도 최상위권의 능력이었다.

그녀를 잘만 이용하면 꽤 유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너 외의 사람을 옮기는 건 안 되고?”

“네. 생물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해요. 무생물만 가능하죠.”

“그건 좀 아쉽네.”

나를 그림자를 통해 이동시킬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인생이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뭐, 어쨌든 알겠다. 그럼 네 집의 짐들 대충 여기로 몰래 옮기도록 해.”

“네, 스승님!”

“그리고 여기 이 빨간 머리 꼬맹이 좀 잘 감시해 줘.”

나는 하윤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상 노예 상태이기는 한데, 얘가 언제 또 이상한 짓을 꾸밀지 몰라서 말이지. 네가 잘 좀 봐 줘.”

“네, 알겠어요! 맡겨만 주세요. 저런 꼬맹이쯤은 별것 아니니까요.”

“뭐? 야, 너. 뭐 하다 온 누군지 모르겠지만, 너 저 새끼에게 속은 거야. 저 속 시커먼 새끼는 너에게… 악?!”

“시끄러워, 꼬맹아.”

나는 하윤경의 머리를 한 대 치며 말했다.

“너는 내가 시키는 것만 해. 신예진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내가 순순히 너의 말을 따를 거라고…….”

“신예진에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명령이다.”

“…크읏.”

반지에서 빛이 나자, 하윤경은 어금니를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

이에 나는 피식 웃었다.

“늑대인간에 대한 것들이나 마저 조사해. 잘해 놓으면 장난감이라도 사 와 줄게.”

“…너는 내가 언젠가 반드시 죽인다, 반드시.”

“할 수 있으면 해 보라니까. 못 하겠지만.”

하윤경은 나를 노려봤지만, 그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놔두고, 다시금 신예진을 바라봤다.

“이틀 정도 뒤에 고연대로 부를게. 그때부터 너에게 본격적으로 암살의 미학을 가르쳐 줄게.”

【 암살의 미학 】

그로부터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야, 박유진. 이제 기자들 별로 안 쫓아오나 봐?”

“하세리 헌터님이 적당히 조치를 해 줬거든.”

나는 이민아와 같이 고연대의 교문을 지나며 말했다.

“덕분에 기자들은 이제 나를 안 찾지만 문제는…….”

“연구원들?”

“그치. 연구원들이 계속 내게 연락하더라.”

“너 전류 어떻게 쓰는지 알려 달라고?”

“어, 그것 때문에.”

나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건 알려 준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내가 전류를 통해 극한의 활용을 보이는 것.

이건 나 또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냥… 일종의 감각과도 같은 것이었다.

전류를 이렇게 끌어 올리면 이렇게 된다, 전류를 몸의 이쪽 방향으로 날리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이런 건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근데 전류를 활용하는 걸 어떻게 터득한 거냐? 인터넷 보니까 너 같은 일렉트로 마스터는 최초라는데, 너는 어디서 이걸 배운 거야?”

“배운 거 아니야. 독학한 거지.”

“그러니까 독학도 무슨 자료가 있어야 가능했을 거 아니야. 어떤 자료는…….”

“자료나 그런 건 없었어. 그냥 혼자 이것저것 해 보다가 이렇게 된 거지.”

“…에?”

이민아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방금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말 그대로 온갖 짓을 다 하다가 전류의 활용법들을 알아낸 것이었으니 말이다.

‘강해지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지.’

내가 낼 수 있는 전류의 화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그걸 극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택한 게 전류의 활용.

나는 전류에게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잠재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회귀 전에 몇 년이나 고생에 고생을 했다.

‘덕분에 전류의 활용에 있어서 정점을 찍었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정확한 방법은 나 또한 몰랐다.

그래서 내 기술들을 남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어도 못 했었다.

“그냥 수년 동안 노력한 결과, 새로운 감각이 생겨났다고 생각해.”

“감각?”

“응, 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그런 거 있잖아.”

“으, 으음…….”

이민아는 이해 못 한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그냥 대충 넘어가 줬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너 그거 들었냐? 부산에 사는 어떤 일렉트로 마스터 여자가 너 만나고 싶어 하던데? 이름이… 어어, 뭐였더라…….”

“최서희?”

“오오, 맞아. 최서희. 그 여자가 너 만나고 싶다고 막 인터넷에서 말하고 다니던데? 현재 한국 최강의 일렉트로 마스터는 자기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안 하겠다고…….”

“그런 건 그냥 무시해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최서희 나랑 만나자고 한 거, 나랑 붙어 보고 싶어서 그런 거냐?”

“어, 그랬어. 나는 A급 헌터가 됐고, 박유진은 D급 헌터다. 무조건 내가 이기겠지만,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전투로 보여 주겠다. 뭐, 이런 말들 하더라.”

“그러냐?’

나는 잠시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 누나를 지금 이길 수 있으려나?’

회귀 전, 내가 A급, 그리고 최서희가 S급일 당시.

내가 그 누나와 싸우면 열 번 중 여덟 번은 내가 이겼다.

최서희의 화력은 압도적이었지만, 단지 그것뿐.

그녀의 전류가 내게 닿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네.’

지금 최서희는 막 A급이 된 것 같다.

그에 반해 나는 D급.

엔드리온의 조각을 쓰면 전류의 세기만큼은 C급 이상.

하지만 A급과 C급의 격차는 꽤 큰 편이었다.

전류의 활용만으로 그 격차를 좁히기 힘들 듯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으음, 아니다. 이걸 생각해서 뭐 하냐?’

어차피 당분간 최서희를 만날 일은 없을 터였다.

최서희를 만나러 갈 이유도 없는데, 굳이 그녀와 싸우러 부산까지 갈 일도 없었다.

물론 최서희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녀가 나를 찾아올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민아. 너는 왜 날 따라온 거냐?”

“심심해서. 방학 때 내가 할 게 뭐가 있다고.”

“그래, 뭐. 너라면 그렇겠지.”

“그 말투 뭐냐, 새끼야. 아니, 그보다 너는 갑자기 왜 학교에 가는 거냐? 계절학기도 안 듣잖아.”

“…으음, 이건 너에게 말해도 상관없겠다.”

“응? 뭔데 그래?”

이민아는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봤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연대학교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내게 새 제자가 생겼거든. 오늘 걔 가르쳐 주기로 했어.”

“…제자? 너에게 제자라고?”

“소개해 줄게. 야, 신예진. 거기 자판기 옆에 있는 거 알아. 나와 봐.”

자판기 옆에 드리워진 그림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기서 긴 흑발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제가 있는 곳을 바로 맞추시는 거예요?”

“이것저것 하다 보면 보이게 되더라. 뭐, 됐고. 이민아. 이쪽은 신예진이야. 내가 말한 내 새 제자. 신예진, 이쪽은 이민아. 너도 얼굴은 알지?”

“네. 헌터 대전 영상에서 스승님과 함께 싸우는 거 봤거든요. 이민아 씨, 반가워요.”

신예진은 밝게 인사했다.

하지만 이민아는 어째 반응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듯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그녀의 눈빛이 좀 차가웠다.

“또… 새로운… 여자네?”

…이 녀석은 또 왜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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