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46화 (146/240)

146화

“나 보고… 이 사람과 싸우라고?”

“간단하게만 붙어 봐. 그리고 이참에 친해지도록 해. 아마 앞으로 자주 볼 테니까.”

“으, 응.”

내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한 듯했지만, 이민아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신예진 앞으로 갔다.

‘내가 신예진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 편이 확인하기 더 쉽겠지.’

신예진을 상대하기에 내가 너무 강했다.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었다.

아니, 강하다기보다는 내 몸에 밴 경험이 너무 많았다.

‘보니까 신예진은 나와 신체 능력 자체는 비슷해. 하지만 그 외에는 내가 전부 우위지.’

신예진은 나와 붙어 봤자,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하지만 이민아와 붙으면 다를 듯했다.

‘신체 능력 자체는 이민아가 더 우위지만, 전반적인 능력들을 따지면 둘이 비슷할지도 몰라.’

신예진은 나와 같은 암살자 계열.

이민아와 절대 정면 승부를 하지 않을 터였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면, 둘은 의외로 질긴 싸움을 보일지 몰랐다.

“스승님. 이분과 싸우면 되는 건가요?”

“응,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한 거지.”

“알겠어요.”

신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한 후, 이민아 쪽을 바라봤다.

“잘 부탁드리도록 하죠.”

“네, 뭐.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이민아는 늑대인간 폼으로 변하며, 신예진의 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신호를 보내자, 두 여자는 전투를 시작했다.

* * *

‘마음에 안 들어…….’

이민아는 신예진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들어…….’

그녀는 신예진이 껄끄러웠다.

그 이유은 다름이 아니라…….

‘아니, 인간적으로 너무 예쁜 거 아니냐고!’

신예진의 외모 때문이었다.

박유진 곁에 나타난 매우 예쁜 여자.

이 사실 하나만으로 이민아의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아으, 진짜…….”

박유진이 여자 따위에 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민아는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박유진은 사람의 외모를 신경 안 쓴다는 걸 어렴풋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민아는 신경 쓰였다.

본인보다 훨씬 예쁜 여자가 박유진 옆에 붙어 있는 게, 무언가 마음에 안 들었다.

“…아, 몰라.”

이민아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박유진은 이민아 보고 신예진과 싸우라고 시켰다.

그래서 이민아는 그럴 생각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신예진을 상대로, 나름 진심으로 싸울 생각이었다.

“자, 둘 다 준비됐지? 그럼… 시작.”

이민아와 신예진에게서 멀리 떨어진 박유진.

그가 신호를 내리자, 이민아는 냅다 신예진을 향해 돌진했다.

신예진이 아무런 반응을 못 하게,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다.

“…음?”

하지만 이민아의 공격은 신예진에게 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예진은 이민아의 공격을 손쉽게 피했고…….

“어?”

이민아의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민아는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박유진이 쓰는 기술이다.’

적들의 시야를 벗어나는 박유진의 기술.

그걸 신예진이 따라 한 것이었다.

‘하지만 박유진처럼 완벽하지 않아.’

박유진은 인기척을 완전히 지운 채 적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신예진은 아니었다.

이민아는 신예진의 기척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여기다.’

이민아는 본능에 몸을 맡긴 채, 왼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눈을 보지 않고, 오직 청각과 후각에만 의존한 공격이었다.

“에윽?”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공격은 신예진에게 통했다.

이민아의 주먹을 맞은 신예진은 뒤로 밀려났다.

“으으으, 힘이 진짜 세네요.”

이민아의 주먹을 가까스로 막은 신예진은 바로 몸을 일으켰다.

“역시. 스승님의 여자친구도 뭔가 다르기는 다르군요.”

“…어, 어어? 여자친구는 아닌…….”

“그나저나 방금 익힌 기술은 안 통하네요. 그렇다면 늘 하던 방법으로…….”

신예진은 근처에 있던 기둥을 향해.

정확히는 그 기둥의 그림자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림자에 숨는 능력이었구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신예진.

그 광경을 본 이민아는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그녀 주위의 그림자들은…….

“…윽?”

이민아 근처에 있던 무기 진열대.

그 진열대의 그림자에서 신예진이 튀어나와, 이민아를 기습했다.

이민아는 본능적으로 신예진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리고 바로 반격하기 위해 신예진을 향해 주먹을 뻗었으나…….

“…에라이.”

신예진은 다시금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이민아는 이에 바로 주위의 그림자들을 살피려 했으나…….

“커억?”

그럴 틈도 없이, 신예진은 다른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이민아를 공격했다.

신예진은 너클을 낀 주먹으로 이민아의 머리를 가격했다.

하지만 이민아는 늑대인간의 신체 덕에 큰 피해 없이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신예진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X 같이 싸우네.”

신예진은 또다시 근처 그림자로 몸을 날려 숨어 버렸다.

이에 이민아는 욕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민아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느꼈다.

‘박유진과는 느낌이 다르네.’

박유진과 신예진.

둘 모두 암살자였다.

하지만 박유진은 노력과 수많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완성된 암살자.

그에 반해, 신예진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암살자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타고난 암살자야. 암만 봐도 타고났어.’

암살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 신예진이라는 걸, 이민아의 본능이 말해 주고 있었다.

* * *

‘타고났네. 진짜 암살자로서의 재능을 타고난 녀석이야.’

이민아와 신예진이 싸우는 걸 멀리서 지켜봤다.

그리고 지켜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암살자로서 완성되지 않았어. 그런데도 이 정도로 싸우네.’

신예진의 움직임은 어설펐다.

하지만 그 어설픈 움직임들 속에 확실히 보였다.

암살자로서 모든 것들이 갖춰진 원석을 말이다.

‘적을 한 번에 끝내는 능력, 그리고 기척을 완전히 숨기는 방법… 이런 것들을 제대로 가르쳐 주면…….’

회귀 전, 나는 신예진에게 기습을 당했다.

하지만 신예진은 당시에 내 손에 의해 너무나도 손쉽게 죽었다.

아마 그녀는 가진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던 듯했다.

‘만약 제대로 재능을 키웠었더라면 그때 암살당했을 수도 있겠네.’

나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암살자는 적을 단번에 죽이는 자.

뛰어난 암살자라면 아무리 나라도 손도 못 썼을 수도 있었다.

‘근데 암살자도 암살자인데, 쟤는 그냥 정보 수집용으로 써도 되겠는데?’

그림자로 이동하는 능력.

아마 탐색당하기 쉽지 않을 듯했다.

진입하기 힘든 곳에 잠입시키기에 최적이었다.

‘안 죽이고 부하로 만들기 잘했네. 그림자로 이동하는 저 능력은 암만 봐도 활용도가…….’

속으로 신예진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

“케윽?!”

“허억, 허억……. X발. 잡았다, X 같은 년.”

이민아가 뛰어다니던 신예진의 목을 붙잡은 것이었다.

“X나 빠르네, X발.”

“하하… 그, 이거를 놔주시면…….”

“크르르르!”

“히익!”

이민아가 노려보자 신예진은 놀란 듯이 떨었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민아를 바라봤다.

‘이민아도 성장하기는 했어.’

아까 보니, 신예진은 상당히 빨랐다.

B급 헌터이자 늑대인간인 이민아도 쉬이 붙잡기 어려운 속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신예진을 붙잡았다.

‘본능 덕인가.’

이민아가 지닌 늑대인간의 본능은 상당히 강력했다.

분명 이민아는 신예진의 속도를 눈으로 좇아가지는 못했을 거다.

하지만 늑대인간의 본능, 그리고 늑대인간의 감.

이 두 가지만으로 신예진을 어떻게든 붙잡은 듯했다.

‘감으로 신예진의 이동 방향을 예측한 거 같네.’

이민아도 점점 더 내 기억과 비슷하게 강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몇 년 뒤에 일어날, 대량 게이트 사태 때 꽤 활약을 할 듯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민아. 거기까지 해.”

“크르르… 에? 뭐? 그만하라고?”

“어, 그만해. 신예진 죽일 듯이 그만 노려보고.”

“…칫.”

“그 아쉽다는 표정은 또 뭐냐?”

“한 대만 제대로 때리게…….”

“그만.”

“…쳇.”

이민아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신예진을 놓았다.

신예진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이민아에게 풀려나자마자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으으… 우우… 뭐야, 저거…….”

“야, 괜찮냐?”

“네, 스승님. 괜찮아요. 그, 그냥 놀라서…….”

“뭐, 이민아가 무섭기는 하지.”

“내가 왜 무서운데, 새끼야?”

이민아는 입을 삐쭉 내밀며 내게 대꾸했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민아의 튀어나온 꼬리를 만졌다.

“끼악?! 야, 어, 어딜 만지는…….”

“그냥 만져 보고 싶었거든. 됐고. 고생했어, 인마. 방금 잘 싸웠다.”

“그걸 알면 나중에…….”

“이따 맛있는 같이 먹으러 가자.”

“…단둘이 가는 거지?”

“그래. 단둘이 가자.”

“으음, 뭐… 네가 원한다면야…….”

이민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참 단순한 친구였다.

뭐, 아무튼.

“신예진.”

“네, 스승님.”

“일단 널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알겠다. 그리고 너는 확실히 재능이 있어. 아마 금방 성장할 수 있을 거야.”

“네! 스승님만 믿을게요!”

“그래, 그건 알아서 하고. 너 가르치는 것 말고, 내가 가끔 너에게 잠입 임무 같은 걸 맡길 거 같은데, 할 수 있지?”

“암살도 몇 번 했는데, 잠입 같은 건 쉽지 않을까요?”

“뭐, 네 능력이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거 같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앞으로 남의 뒤를 캘 일이 있으면 신예진을 쓰면 될 듯했다.

신예진을 죽이지 않고 내 부하로 만든 게 확실히 좋은 선택이었던…….

“…으음?”

속으로 생각하던 중, 주머니에 있던 내 스마트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뭔가 싶어서 확인해 봤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이었다.

“또 누구냐?”

내가 요즘 유명해져서 그런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자주 오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쓸데없는 전화라 생각하고 대충 대꾸하고 끊으려고 전화를 받았는데…….

“박유진, 맞죠?”

“…네, 맞죠.”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회귀 후에는 처음 들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회귀 전에… 더럽게도 많이 들었던 목소리였다.

“그, 그렇군요. 그, 그럼… 자, 그, 여기서는… 떨지 않고 멋있게…….”

“여보세요?”

“니, 네?! 아, 네! 박유진 씨! 저는 최서희입니다! 그리고 같은 일렉트로 마스터로서, 박유진 씨와의 대결을…….”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바빠져서 전화를 못 받을 것 같네요. 시간 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뭐, 뭐라고요? 제가 지금 이야기를…….”

나는 최서희의 말을 끝까지 안 들은 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방금 누구였냐? 뭔가 되게 목소리가 큰 여자였던 것 같은데.”

“목소리 하나는 큰 여자이기는 하지.”

나는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최서희와 생각보다 일찍 마주하게 될 듯했다.

회귀 전, 나랑 같이 대한민국에서 쌍벽을 이루었던 일렉트로 마스터와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