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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51화 (151/240)

151화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건물 안에서 걸어 나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

그중 가장 앞에 있던 건 한 여자.

최서희와 닮은 얼굴에, 똑같은 금발을 가진 여자였다.

최서희와의 차이점이라면, 최서희는 허리까지 닿는 장발이었고, 그녀는 어깨에 겨우 닿는 짧은 머리라는 것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최서현 씨.”

나는 최서현은 향해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에 최서현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는 이내 내 악수를 받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박유진 씨.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알고 계셨던 거죠?

“제가 오기 전에 알아봤거든요. 사찰국밥의 길드장의 비서이자…….”

나는 최서현 옆에 서 있는 최서희를 슬쩍 바라봤다.

“최서희 씨의 동생분이라고 들었죠.”

“잘 알아보셨네요. 항상 몬스터를 레이드하러 가느라 바쁜 길드장님, 그러니까 제 아버지를 대신해, 비서인 제가 길드의 운영을 대부분 맡고 있죠.”

최서현은 내 손을 놓은 후, 내 옆에 있던 하세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이네요, 하세리 헌터님.”

“그러게요, 서현 씨. 거의 2년 만에 만나는 거죠?”

“그렇죠. 2년 전에 저희 길드장님이 친 사고를 수습해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런 일을 수습하라고 있는 게 협회니까요. 그건 그렇고, 최근에 이 길드에서 아주 축하할 일이 하나 있었죠?”

하세리는 이 말과 함께,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최서희를 바라봤다.

“A급 헌터가 되신 걸, 헌터 협회를 대표해서 축하드립니다, 최서희 씨.”

“…감사합니다.”

최서희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남들이 보면 최서희가 매우 차가운 사람으로 보일 것이었다.

하지만 말했듯, 최서희는 차가운 것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A급 헌터로서, 앞으로 더 잘해 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무표정하게 대답한 최서희.

그녀의 이런 반응에 하세리는 잠시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하세리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최서현 씨. 혹시 최성구 씨, 그러니까 길드장님은 어디 계신가요? 정확한 일정은 그분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했거든요.”

“아버지는 지금, 아니. 길드장님께서는 지금 게이트를 토벌하러 가셨습니다. 현재 토벌은 수월히 진행 중이니, 아마 두 시간 내로 돌아올 겁니다.”

“게이트를 토벌하는 거면 어쩔 수 없죠. 그럼 길드장님이 올 때까지 기다릴 곳이 있을까요?”

“휴게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건물 내에 식당과 카페 등이 있으니, 시설들을 편하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자, 유진아. 갈까?”

“가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숙소는 이따 가는 거지?”

“아마 네 등급 검사를 마치는 대로 갈 거야. 어차피 우리 짐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좀 천천히 가도 상관없지?”

“상관없어. 하지만 짐을 계속 들고 있는 건 좀 불편하니까…….”

나는 최서현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휴게실에 먼저 들려서 짐을 내려 놓을게요. 그리고 아직 점심 안 먹어서 그런데, 혹시 저 국밥집 지금 이용 가능할까요?”

“…저 식당 말씀하시는 거죠?”

“네. 들어보니까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국밥집이라면서요. 게다가 저 식당이 원조 사찰국밥이라 들었거든요.”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성구 길드장님이 길드 사업을 시작한 곳이죠? 들은 것에 의하면 국밥집 위에 길드를 지었다는데.”

“맞아요. 아버지가 저 국밥집 아주머니와 엄청 친해서… 저 국밥집 이름 그대로 길드 이름으로 했었죠.”

최서현은 뭔가 이에 대해 상당히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차분히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휴게실로 먼저 안내해 드릴게요. 거기에 짐 내려 놓으시고, 점심을 드시고 오시죠.”

“그러도록 하죠.”

그나저나 저 국밥집에 가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먹을 생각에 기대가 되기는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여러모로 요리를 잘했으니 말이다.

* * *

박유진과 하세리가 점심을 먹으러 간 직후.

“그래서? 직접 만나 보니까 어떤 거 같아, 언니?”

“…실제로 보니까 더 멋있는 거 같더라.”

길드의 숙소.

최서희는 침대에 누운 채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외모만을 말하는 게 아니야. 그냥… 딱 보자마자 느껴졌어. 이 사람은 강하다. 이 사람에게 분명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다. 이런 느낌이…….”

“그냥 반했다고 말해. 뭘 그렇게 길게 변명해.”

“반한 거 아니라니까! 이건 반한 거와 느낌이 달라! 뭔가 경외심이라거나 그런…….”

“그럼 아까 좀 살갑게 대하지 그랬어?”

최서현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언니를 바라봤다.

“사람들이 언니를 엄청 차가운 사람으로 안다니까.”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어. 사람을 만나면 긴장되고 떨려서, 최대한 차분히 말하려는 게…….”

“나도 알아. 근데 미소라도 지을 수 없어? 미소만 지어도 언니가 차갑다는 오해가 많이 가라앉을 것 같은데.”

“노, 노력해 볼게.”

“그래. 노력이라도 계속해 줘.”

최서현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 후, 그녀는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보다, 언니는 박유진을 이길 자신 있지?”

“…아마 내가 이기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박유진만큼은 이번에 확실히 이기도록 해.”

“이것도 노력해 볼게.”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이기는 편이 좋을 거야.”

최서현은 최서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언니는 지금 한국 최강의 일렉트로 마스터라는 칭호를 갖고 있어.”

“그, 그치.”

“지금 언니는 우리 길드의 간판과도 같아. 근데 갑자기 박유진이 나타났고, 그 간판을 뺏길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간판을… 지켜야겠지?”

“당연하지! 지금 언니의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 길드에게 있어 엄청난 광고 효과라니까. 하지만 최강 타이틀을 잃으면, 그 효과는 사실상 사라지겠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최서희.

최서현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금 말을 이었다.

“내가 무리해서까지 언니와 박유진의 대결을 성사시킨 것도 이 이유야. 사람들이 요즘 박유진이 언니보다 강하다는 말들을 했거든.”

“이번에 아니라는 걸 보여 주면 되는 거지?”

“언니가 한국 최강의 일렉트로 마스터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이는 거야. 알겠지?”

“아, 알겠어.”

“좋아. 잘해 보자.”

이 말을 끝으로 최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쯤이면… 점심을 아직 먹고 있으려나? 그리고 아빠도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 * *

“유진아.”

“음?”

“여기 진짜 맛있다.”

“맛있다고 했잖아.”

나는 피식 웃으며, 국밥을 한 숟가락 더 먹었다.

사찰국밥 본사 안에 위치한, 원조 사찰국밥.

그 국밥집에서 나와 하세리는 점심을 먹고 있었다.

“여기가 괜히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국밥집이라고 소문난 게 아니거든.”

“그렇구나.”

하세리는 피식 웃으며 식사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잠시 말없이 식사를 하다가, 그녀는 이내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까 최서희 만났잖아. 만난 소감은 어때?”

“소감이라고 할 게 있나? 별생각 안 들던데.”

“으음, 그래? 나는 뭐랄까… 되게 착하고 순하게 생겼는데, 예상외로 엄청 차가웠다? 그런 느낌이 들더라.”

“…하긴. 아무 표정 없던 게, 조금 차가워 보이기는 하더라.”

나는 일단 하세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최서희는 차가움과 거리가 먼 인간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았다.

‘내가 회귀하기 직전의 시기까지는… 되게 활발한 사람이었지. 그리고 아마 지금 시기쯤의 최서희라면…….’

나는 회귀하기 전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중, 최서희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사람들을 대하기 어려워한다고 했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최서희는 남에게 말을 잘 걸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을 만날 때마다 심하게 긴장을 한다고 했다.

‘그 탓에 항상 무표정에, 아무런 감정이 없는 말투였지.’

물론 최서희의 이러한 성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다.

회귀 전, 나와의 대결에서 패배 후.

최서희는 나 하나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싶어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최서희는 더 열심히 능력을 키우는 데 매진했고, 그 과정에서 성격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엄청 밝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되었지.’

문제는 너무 밝고 자신감이 넘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잊을 만하면 나를 찾아와 내게 싸움을 걸고, 어떨 때는 놀러 가자고 하고, 그러다가…….

‘내게 냅다 고백을 했었지.’

나를 알게 된 지 10년쯤 되던 해.

그때 최서희는 내게 너무나도 뜬금없이 자기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민아와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기에, 그녀의 마음을 거절했다.

‘근데 자신감이 너무 넘치게 된 탓, 아니. 덕에 계속 나를 찾아왔었지.’

회귀 전의 인생은 썩 밝은 인생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서희라는 존재 덕에, 억지로나마 가끔 밝아지기도 했다.

‘그나저나… 최서희는 첫눈에 내게 반했다든가 같은 말을 했던 거 같은데, 그럼 지금도 그런…….’

문득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비워 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 안 하는 편이 좋았으니 말이다.

‘밥이나 먹자.’

나는 다시금 식사하는 데 집중했다.

그나저나 이 국밥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맛이 참 일품이었다.

국물이 담백하고, 고기도 참 많이 들어가 있는 게…….

“흐하하하하! 맞아! 야, 너희들 아까 나 봤지? 내가 그 절벽에서 딱 떨어지면서, 몬스터을 쾅 내리찍고! 그렇게 멋지게 등장한 거!”

나와 하세리, 단둘이 있던 국밥집.

그 식장 밖에서 우렁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한 무리의 사람들이 국밥집 안으로 들어왔다.

“하하하! 자, 오늘 다들 수고했어!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였지만, 잘 처리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마음껏 먹어!”

“넵!”

“좋아, 좋아! 이모! 여기 국밥 15인분! 평소처럼 맛있게 부탁드려요!”

식당 안에 들어온 무리.

그 무리의 선두에 있던 거구의 사내.

이진성보다는 덩치가 살짝 작았지만, 어디까지나 이진성과 비교했을 때였다.

그 남자는 보통의 사람보다 훨씬 컸다.

게다가 그의 덩치만큼 눈에 띄던 건 그의 머리색이었다.

밝은 금발.

아까 만난 최서희와 최서현과 같은 색이었다.

“유진아. 저분은 분명…….”

“그치. 이곳의 길드장, 최성구 씨인 것 같네.”

최성구.

자주 만나 본 아저씨는 아니었다.

그러나 들은 건 많았다.

‘특출나게 강한 헌터는 아니나, 카리스마와 리더십 하나로 엄청난 인망을 가진 남자.’

자기보다 더 강한 사람도 부하로 만들어 버리는 지휘력.

어떻게 보면, 그게 최성구의 진짜 능력이었…….

“어? 잠깐만! 저 두 사람, 못 보던 사람인… 어?! 아, 저 붉은 머리는! 설마, 세리? 세리 맞지?”

“네, 맞습니다. 오늘 만나기로 해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죠.”

“아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저기 해운대 근처에 게이트가 갑자기 나와서, 처리하고 오느라 늦었다.”

“게이트를 처리해야 하는 거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죠.”

“하하하하! 너는 여전하구나, 세리야. 근데… 같이 있는 이 친구는…….”

최성구는 내 쪽을 바라봤다.

그는 나를 빠르게 살피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박유진, 맞지? 내일 내 딸과 한판 붙는다는 친구.”

“예, 맞습니다. 최성구 씨, 우선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진심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제대로 인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 등을 세게 두들기며 크게 웃었다.

“에이, 됐어, 됐어! 그런 형식적인 인사는 필요 없고! 유진이랬지? 아직 만난 지 1분도 안 됐지만, 너. 조금 강해 보인다?”

“어어, 그게 왜…….”

“뭐긴 뭐야. 인사 대신 한 판 붙어 보자는 거지. 말로 자기소개 하는 편보다 한 판 붙어서 알아 가는 편이 더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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