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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64화 (164/240)

164화

“말해 봐.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데?”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이 여자에게서 많은 걸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진 건데? 그리고… 이제야 묻는 것도 이상하지만, 왜 하필 나를 회귀시킨 거야?”

- 나도 마음 같아서는 천천히, 전부 설명해 주고 싶어.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라는 자원은 내게 많지가 않아.

여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빠르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우선 신들이 존재한다는 건 이미 눈치챘을 거고……. 그렇다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괴수들의 신이라고, 이름은 들어 봤지?

“…들어 봤지.”

괴수들의 신.

하윤경이 언급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렸을 적, 그 신에게 이상한 세뇌를 당했다고 내게 말했었다.

“설마 진짜로 존재하는 신이었냐?”

- 진짜로 존재하는 신이 맞아.

“뭐 하는 신인데?”

- 으음……. 뭐라 딱 대답하기 애매하네.

여자는 진짜로 난감하다는 말투였다.

- 말 그대로 괴수들의 신…이라고 하면 이해하려나. 쉽게 말하자면, 모든 몬스터들은 그 신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이해하면 편할 거야.

“그렇다면… 혹시 게이트가 나타나는 것도 그 신 때문인가?”

- 맞아. 그리고 이건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와 연관이 있어.

여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계속했다.

- 우선, 괴수들의 신은 인류에게 적대적이야. 그의 목적은 지구의 지배자를 자신의 아이들로, 그러니까 몬스터들로 만드는 거야.

“그 목적 때문에 지구에 게이트들이 나타나는 거야?”

- 맞아. 게이트를 여러 번 들어갔던 너라면 알겠지만, 게이트 내부는 특정 생태계로 구성이 되어 있어.

“그게 왜?”

- 특정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지구에 일정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그 게이트 내부의 생태계가 지구에 자리 잡기 시작해.

“그렇게 되면… 몬스터의 무리가 지구에 정착을 하게 되겠네.”

- 맞아. 그리고 딱 한 무리의 몬스터가 정착하는데 성공하면, 괴수들의 신은 사실상 반쯤 성공한 거야.”

여자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지구의 한 지역에 몬스터들이 정착하게 되면, 아마 그 지역을 중심으로 게이트가 계속 발생할 거야. 그리고 몬스터들이 지배하는 땅에 나타나는 게이트들이라면, 인류는 그 게이트를 쉽게 없애지 못할 거야.

“그렇게 되면 게이트들에서 계속 몬스터들이 나오고, 결국 지구에 몬스터들이 더 많아지겠네.”

- 맞아. 그리고 지구에 몬스터들의 비중에 더 커질수록, 인류가 설 자리는 사라질 거야.

“으음,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괴수들의 신, 그 작자가 원하는 건 지구에서 인류를 몰아내는 거잖아? 그럼 몬스터가 계속 늘어나면 그놈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겠네.”

- 정확히 이해했어. 그리고 네가 회귀하기 전에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

여자는 다시금 설명하기 시작했다.

- 원래는 괴수들의 신, 그 새끼한테도 인류를 몰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 계속 게이트를 지구에 열었지만, 인류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적응해서 게이트들을 타파했거든.

“그랬었지. 하지만 그러다가…….”

- 드베르그가 나타났지. 괴수들의 신, 그 새끼도 결국 직접적으로 손을 쓴 거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묻는 건데, 드베르그는 정확히 어떤 몬스터였던 거야?”

- 사라도켈 일족에서 나타난 X나 강한 주술사 정도로 생각해. 태어날 때부터 강했지만, 나중에 괴수들의 신의 눈에 들어. 그래서 축복을 받고 더더욱 강해졌지.

“나중에 괴수들의 신에 눈에 들었다는 건… 내가 회귀하기 전에, 죽이지 못하고 놓친 후…….”

- 드베르그는 악착같이 살아남았지. 그 후에 축복을 받고, 지구에 정착한 몬스터들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어.

여자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건지, 슬슬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수장이 되고, 지난번 꿈에 보니까 직접 게이트를 불러내고, 그 게이트 안에 있던 몬스터들을 강화시키던데. 혹시 이게 방금 말한 축복인 거야?”

- 정확해. 사실상 드베르그 하나 때문에 지구에 엄청난 수의 게이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거지.

“으음, 근데 그게 가능했으면 굳이 드베르그가 아니라 진작에 그냥 아무 몬스터에게…….”

- 드베르그는 타고난 주술사였어. 축복이 없었어도 아마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거야. 괴수들의 신의 축복은, 드베르그의 그 재능을 더 강화시켜 준 것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드베르그는 이번에 죽였어. 그리고 방금 네 말에 따르면, 내가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했다면서? 그렇다는 건…….”

- 그 말 그대로야. 회귀하고, 네가 드베르그를 바로 죽이러 나선 덕에, 인류는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어.

여자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아마 드베르그 같은 재능 있는 주술사는 다시 안 나타날 거야. 즉, 네가 회귀 전에 겪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게이트 사태. 그 사태는 이번 너의 생에는 안 일어나겠지.

“그럼 내가 할 일은 끝난 거야? 드베르그를 죽였으니, 괴수들의 신인가 하는 놈은 더 이상…….”

- 그러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일이 그렇게 쉽게는 안 풀리더라고.

여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우리 신들은 기본적으로 시간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그래서 괴수들의 신. 그 새끼는 내가 널 회귀시킨 걸 알고 있어. 그리고 지금쯤, 네가 드베르그를 죽인 걸 알아차렸을 거야. 거기다가 덤으로… 내가 사라도켈의 게이트를 일찍, 그것도 네 근처로 강제로 불러낸 것도 눈치챘겠지.

“아, 사라도켈의 게이트가 일찍 나타난 건, 네가 손쓴 덕이었어?”

- 뭐, 그런 셈이지. 아무튼, 중요한 건 나는 신들의 규율을 어겼어. 그렇다는 건, 괴수들의 신도 규율을 한 번 어길 명분이 생긴다는 거지. 우리 신들 사이의 법칙 같은 거라, 아마 걔는 확실히 규율을 어길 거야.

“너희들의 규율이 뭔지 모르니까, 그건 그렇다 쳐.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거지.”

- 아마 그 신은 지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거야. 어떻게 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무언가를 할 테고… 그걸 네가 막아 줬으면 해.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구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 아니야. 드베르그로 인해 일어날 미래는 막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새로운 위협이 생길 것 같다. 그걸 내가 막아 줬으면 한다. 이거지?”

- 역시 내가 선택한 인간답게 머리가 잘 굴러가네. 맞아, 방금 그 말 그대로야. 인류를 위해서 괴수들의 신을 막아 줬으면 해.

“뭐, 나도 인류가 망하는 걸 원하지는 않아. 근데 문제가… 상대는 신이라는 거지? 나는 해 봤자 인간인데, 신을 어떻게…….”

- 너는 이미 두 명의 신에게 축복을 받고 있어. 엔드리온 언니와 아라고노트 아저씨에게 받고 있잖아?

여자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 거기다가 조만간 내 축복도 내려 주도록 할게. 세 명의 신에게서 축복을 받은 인간이라면, 괴수들의 신에게 한 방 정도는 충분히 먹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애초에 나는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게…….”

- 그건… 네가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랄게.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너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제 시간이…….

- 예, 여신님. 이제 슬슬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여기서 더 이야기했다가는 괴수들의 신이 눈치챌 것입니다. 그랬다가는 유리가 규율을 또 어겼다는 걸 들키고, 그 신도 규율을 더더욱 어길 명분을 주는 겁니다.

-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아무튼, 박유진.

여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부탁할게. 인류를 위해서 괴수들의 신을 막아 줘. 이건 신의 축복을 받은 인간이 너만이 가능한 일일 거야.

“야, 하지만…….”

- 미안. 이제 진짜 시간이 없어. 슬슬 너와의 연결을 끊고…….

“이것만 대답해 줘. 너는 누구야? 누군데 나를 회귀시키고, 내게 말을 걸고……. 누구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 정확히는 말해 주기 힘들어. 그냥… 인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신. 이 정도로만 생각하도록 해.

* * *

“…으, 으윽?”

“어? 박유진! 괜찮아?”

“응? 아, 너구나.”

눈을 뜨자마자 이민아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쓰러져 있던 내 곁에서,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은 거야? 너 갑자기 쓰러져서 내가…….”

“괜찮아. 걱정할 거 없어. 그보다 나 얼마나 쓰러져 있던 거야?”

“얼마나 쓰러져 있었다니? 너 30초도 안 쓰러져 있었어. 방금 막 쓰러지고, 내가 방금 너를 눕힌 거야. 근데 눕히자마자 거의 바로 일어났어.”

“30초?”

나는 살짝 어지러운 머리를 매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말이 이런 느낌인가?”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챙길 거 챙기고 얼른 나가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이상한 꿈을… 아니, 꿈이 아닌 듯했다.

나를 회귀시킨 존재와 대화를 나누고 왔다.

그리고 나는 그 대화 내용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즉, 그렇다는 건…….

‘조만간 뭔가 또 바빠질 거 같은 느낌이네.’

괴수들의 신인가 뭔가 하는 존재.

아마 그 존재가 조만간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 전까지 확실히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게 좋을 듯했다.

뭐, 일단 그 전에…….

“이민아, 사라도켈의 등껍질 아까 얼마나 뜯어냈어?”

“한 4kg 정도?”

“조금만 더 챙기자. 그것만 챙기고 나가고, 그다음에 근처 길드에게 이 게이트를 맡기자.”

* * *

비슷한 시각.

다른 세계의 어딘가.

“부르셨습니까, 저의 신이시여.”

한 남성이 괴수들의 신을 알현하고 있었다.

“드베르그가 죽었다. 내 아이들 중 최고의 주술사가 됐을 내 아이가 인간 따위에게 허무하게 죽었다.”

“예, 저도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망할 여신이……. 이렇게까지 나를 막고 싶어 하는 건가? 내가 그토록 두려운 건가? 인류를 내 아이들 밑으로 굴복시키는 걸 왜 용납 못 하는 거지?”

괴수들의 신은 깊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런 후, 그는 다시금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드베르그가 죽었으므로, 우리의 계획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게 좋은 수가 하나 생겼지.”

“그 여신이 먼저 규율을 어긴 것을 말씀하는 겁니까?”

“그렇다. 그 여신이 규율을 어겼기에, 나도 규율을 어길 명분이 생겼다. 그러니… 나도 인류에게 이번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겠다.”

괴수들의 신은 미소를 지으며 뜸을 들인 뒤, 다시금 입을 열었다.

“명부 신들을 부르도록 해라.”

“…일곱 명 전부 말입니까?”

“그렇다. 전부 불러라. 이왕 얻은 기회인데, 확실하게 이용해 줘야지.”

괴수들의 신은 더 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멍청한 여신. 작은 것을 노렸지만, 그 때문에 더 큰 것을 잃는구나. 내게 명부 신들을 이용할 기회를 주다니.”

“동의합니다. 명부 신 한 분만 해도 인류를 몰아내기에 충분한데, 그 명부 신을 보낼 기회를 준 것은…….”

“아주 큰 실수지. 물론 박유진, 그 여신이 선택한 인간이 명부 신들을 막으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인간 따위가 명부 신들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지. 크큭, 절대 그럴 이길 수가 없을 거다.”

괴수들의 신은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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