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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66화 (166/240)

166화

【 첫 번째 명부신 】

“유진아. 혹시 방금 그거, 너에게도 들렸어?”

“다곤이라든가 하는 그걸 말하는 거면, 응. 나도 들었지.”

나는 서울역의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를 바라봤다.

분명 저기서 알 수 없는 언어로 누가 말했다.

그리고 이곳의 사람들 모두, 어째서인지 그 정체불명의 언어를 이해한 듯했다.

“대체 방금 그건 뭐였을까? 다곤은 대체…….”

“누나.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사람들을 구하는 게 먼저인 거 같아.”

“…그러네.”

하세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서울역 근처를 못 벗어난 시민들이 많았다.

그리고 동시에 저 거대한 게이트에서 아직도 몬스터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럼 아까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다른 헌터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 주는 것에 집중할 거야. 같이 게이트의 입구에 가서, 거기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보이는 대로 광역기로 쓸어버리고…….”

나는 하세리의 설명을 들으며 그녀와 같이 게이트의 입구 쪽으로 갔다.

거기서 나와 하세리, 그리고 다른 헌터들은 다 같이 협동을 해 몬스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즉시, 그 자리에서 그들을 전부 죽였다.

그리고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몬스터들은 게이트로부터 일정 범위 이상 멀어지지 못했다.

그사이에 다른 헌터들은 시민들의 피난을 서서히 마무리 지었다.

“누나. 몬스터들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아.”

“응, 나도 아까부터 눈치챘어.”

그렇게 약 20분 뒤.

나와 하세리, 그리고 다른 헌터들이 게이트의 입구를 향해 끊임없이 광역 공격들을 퍼부은 결과.

게이트에서부터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가 점점 줄고 있었다.

“방금 마법으로 통신이 들어왔어. 서울역 근방에 있던 모든 시민들의 대피가 끝났대.”

“그럼 첫 번째 단계는 끝나 가나 보네.”

게이트들은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양의 몬스터들이 그 게이트에서부터 출현했다.

하지만 그 많은 수를 전부 제압하면, 그 후로 게이트에서 더 이상 몬스터들이 안 나오는 편이었다.

“일단 남은 몬스터들부터 처리하자.”

“그래야지. 그리고 유진아, 저 게이트 안으로 척후 부대를 보낼 거 같으니까, 미리 대비하고 있어.”

“알겠어. 이 주변이 정리되면 바로…….”

“음? 잠깐만? 네? 뭐라고요?”

약 50마리 남아 있던 몬스터들을 정리하던 중, 하세리는 마법으로 새로운 통신을 받은 듯했다.

“협회장님? 그게 무슨……. 지금 바로 척후 부대가 출격한다고요? 용협 길드에서 보내는……. 하지만 협회장님. 지금 현장의 총책임자는 저예요. 그리고 제 판단으로는 아직 게이트 내부에 진입해서는… 응? 여보세요? 에라이, 이 아저씨는 또 왜 급발진을…….”

“세리 누나.”

“음? 왜?”

“방금 말한 그 척후 부대. 저거 같은데?”

나는 게이트의 입구를 가리켰다.

그쪽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게이트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아직 저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지금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 부담이 커.”

“그치. 아직 몬스터들의 웨이브가 안 끝난 마당에 들어가는 건 위험하지.”

“유진아. 혹시 지금 빠르게 달려가서 저 사람들을 막을 수 있겠어?”

“가능은 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

“뭐라고?”

“저 사람들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거야.”

나는 서울역 위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를 바라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인간은 저 안으로 못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내가 하세리에게 말하던 사이, 용혈 길드의 척후 부대는 어느새 게이트의 바로 앞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그대로 게이트 안쪽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으악?!”

“크억? 뭐, 뭐야?”

그 사람들은 모두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했다.

게이트 앞에 무슨 투명한 벽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전부 게이트 입구로부터 튕겨져 나왔다.

“뭐야? 방금 저 사람들, 왜…….”

“아무래도 저 게이트는 평범한 게이트가 아닌 것 같네.”

나는 근처의 몬스터들을 전류로 죽이며 말했다.

“우선 몬스터들부터 마저 처리하자. 저 게이트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고.”

“그러자. 게다가 어차피 몬스터들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마무리 짓자.”

그렇게 나와 하세리, 그리고 다른 헌터들 모두 힘을 합쳐 남은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그 과정 동안, 나는 서울역 위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를 슬쩍 바라봤다.

‘평범한 인간은 저 게이트에 못 들어가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

말 그대로 이유가 없는, 그저 내 직감에 불과했다.

하지만 꽤 강한 확신이 드는 직감이었다.

“좋았어. 다 정리됐다. 유진아, 그쪽도 정리됐지?”

“응, 다 끝났어.”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중, 게이트에서 튀어나왔던 몬스터들을 전부 마무리 지었다.

“보니까 시민들도 다 대피를 한 것 같으니까… 11부서! 이 근처에 베이스캠프 하나 만드세요! 그리고 7부서와 14부서는 헌터들을 집합시키고, 게이트 주변에 진을 쳐 주세요. 저 게이트는 보통 게이트와 다르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하세리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상황에 맞는 대처를 이어 나갔다.

리더의 자리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지시들을 익숙하면서도 능숙하게 내렸다.

“유진아, 너는 나와 저 게이트 앞으로 가 보자.”

“단둘이서?”

“위험하려나?”

“위험할 거 같은데. 저 게이트는 평범한 게이트처럼 안 보이거든. 사람들 좀 모아서 다 같이…….”

나는 하세리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서울역에 모여 있던 헌터들이 전부 게이트의 전방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게이트를 먼저 분석하는 편이 좋으려나?”

“아까 보니까 저 게이트에 사람들이 못 들어갔어. 우선 그것의 원인부터 알아봐야지. 근데 그건 그렇고.”

나는 근처에 모인 수많은 헌터들을 슬쩍 둘러봤다.

“헌터들이 엄청 많이 모이기는 했네.”

“사태가 사태다 보니, 서울에 있는 모든 헌터들을 긴급 소집한 거니까.”

하세리는 약 500명쯤 되는 헌터들을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크기의 게이트. 게다가 출현의 조짐조차 안 보인, 예측이 안 된 게이트였어.”

“이틀 전에 내가 강원도에서 처리한 게이트와 같은 경우인가?”

“으음, 생각해 보니 그러네. 강원도 때의 게이트처럼, 예측이 전혀 안 된 게이트였어.”

하세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랑 몇 마디 더 나눈 뒤, 그녀는 이내 근처에 모인 수백의 헌터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탱커들은 전원 앞으로 와서, 전열을 세워 주세요. 저 게이트는 지금까지의 게이트와는 달라요. 언제 몬스터들이 나올지 모르니, 대비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후방에서는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를…….”

하세리의 지시에 따라 헌터들 중 탱커들은 앞으로, 그리고 원거리 딜러들은 후방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열을 맞춰 가던 중… 일이 하나 터졌다.

“내가 보낸 수하들을 전부 잡아내다니. 내가 이곳의 인류를 너무 만만하게 본 듯하구나.”

다시금 게이트에서 들려온 정체불명의 언어.

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 언어가 전부 이해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모인 모든 헌터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게이트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헌터들 모두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계속 수하들을 내보내고, 나는 편하게 있고 싶다. 하지만 그건 결국 쓸데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지겠지. 그러니… 내가 직접 움직이도록 하겠다.”

이 말과 함께,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 형태를 한 무언가였다.

다만 키가 3m에 육박했고, 무엇보다…….

‘뭐야, 저 생선 대가리는?’

물고기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온몸은 비늘로 덮여 있었다.

“뭐야?”

“야, 저거 처음 보는 몬스터인데?”

본 적 없는 존재의 등장에 헌터들은 술렁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 몬스터는 앞으로 걸어 나왔다.

거대한 삼지창을 든 채로 말이다.

“인류여! 나를 똑똑히 보도록 해라. 위대하신 분의 수하이자, 명부 신의 일원 중 하나인, 바로 나! 다곤을 말이다!”

다곤이라 자신을 소개한 몬스터는 삼지창을 우리 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했다.

하지만 어떤 원리인지 그의 말이 전부 이해가 되었다.

“다곤?”

“처음 들어 봐.”

“근데 우리 왜 저 몬스터가 말하는 걸 이해하는 거냐?”

헌터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에 하세리는 바로 움직였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그리고 자리를 지키도록 하세요!”

하세리의 말에 술렁이던 헌터들은 조금씩 진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세리는 이내 다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곤…이라고 했죠? 혹시 저의 말을 그쪽이 이해 가능한지 묻고 싶네요.”

“아아, 전부 이해할 수 있다. 나의 힘이라면 나의 말을 너희들이 이해하게 할 수 있고……. 반대로 너희의 말을 내가 이해할 수도 있으니까.”

“잘됐네요. 그럼 묻도록 하죠. 저 게이트의 주인은 그쪽인가요? 그리고 저 게이트도 핵을 없애면 사라지는지 알고 싶군요.”

“게이트? 핵? 아아, 차원의 틈과 틈의 근원을 말하는 건가?”

머리가 물고기인지라, 다곤의 표정을 알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 거라면, 너의 그 추측이 맞다. 나는 저 틈의 주인이고, 저 틈에게도 근원이 있지. 특별히 알려 주자면, 그 근원은 바로 나의 심장 안에 담겨 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러니까 그쪽을 죽이면 저 게이트를 없앨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다! 하지만 알려 준 건, 너희들에게 절대 패배하지 않을 자신감이 있어서다. 나는 위대하신 분의 명령을 받아, 너희 인류를 내 발밑에 굴복시키기 위해 온 존재다. 인류 따위가 결코 나를 쓰러뜨릴 수 없을 거다.”

“인류가 굴복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세리는 이렇게 대꾸한 후, 헌터들 쪽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전방을 향해 방벽을 전개! 그리고 저 몬스터를 향해, 있는 화력을 전부 쏟아부으세요!”

하세리의 말에 헌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곤을 향한 총공격을 퍼부었다.

상당히 강력한 화력의 폭발들이 다곤에게 집중되었다.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즉사할 정도의 위력이었고, 좀 강하다 싶은 몬스터들에게도 상처는 낼 법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공격이 멈추고, 이내 연기가 거둬지자…….

“별것 없군.”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의 다곤이 우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무슨…….”

하세리는 이를 악물며, 거대한 화염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 불길을 그대로 다곤에게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다곤의 몸에 그 어떠한 흠집도 나지 않았다.

“인류는 확실히…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발전을 했구나. 하지만 발전해 봤자, 인류는 인류에 불과하다. 너희들이 암만 발버둥 쳐 봤자, 신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는… 크어억?!”

다곤은 말이 끊긴 채 휘청거렸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파지직! 파직!

“…이게 진짜 되네.”

다곤에게 전류를 날린 나 때문이었다.

“유진아? 어떻게…….”

“제게 특별한 아이템들이 있거든요.”

나는 하세리의 의문에 간단히 대꾸하며 다곤을 바라봤다.

‘뭔가 나라면 공격이 통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진짜 통할 줄이야.’

보니까, 저 생선 대가리는 생긴 것과는 달리 신이라는 지위를 가진 듯했다.

그리고 저놈의 말에 의하면, 인간의 공격으로는 신에게 상처를 못 입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인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신과 관련된 아이템 두 개가…….

“네놈이구나. 네놈이… 박유진이구나.”

“…나를 알고 있나 봐?”

“당연하지 위대하신 분은 신의 축복을 받은 인간을 주의하라고 했다. 그 인간이 너인가 보구나.”

다곤은 삼지창을 들어 올리며 싸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분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 인류를 무너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놈을 반드시 죽이라고 하셨지.”

“…그렇군요.”

나는 이 순간 느꼈다.

저 다곤이라는 신을… 내가 쓰러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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